- 제 207 화 – 상자 속 존재.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7 화 – 상자 속 존재.
뒤처리 마무리.
루카테르는 검은 기운에 잠식되어
빛을 잃고 침묵해져 가는 마법진과
뒤틀리듯이 요동치다 사라지는 술식들을 바라봤다.
그것을 보며 안도하고 기뻤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미안했다.
‘결국에는 그 녀석이 다하고 있네.’
‘힘들게······.’
루카테르는 시선을 움직여
거리상 보이지 않는 왕궁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 옆에서 까마귀 수인 쿠우카도 같은 곳,
왕궁이 있는,
고생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휘이이이~잉~ ♬
자연의 바람이 불어와
쿠우카의 하얀 창에 있는 오카리나를 닮은 투명한 돌을 스쳐 지나가면서
은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마치
잔잔하게 승전보를 알리면서 축하하는 소리 같았다.
루카테르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할 수 있으면서 해야 하는
검게 물들어 침묵한 왕국 전체에 둘러쳐진 초대형 마법진 제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드래곤들한테 따로 지시할 것이 없이
국경 지역의 마을들에 각각 있는 드래곤들도
알아서 마법진 제거에 들어갔다.
* * *
구우우─ 우웅─··· 우우··· ㅇ.
쌍둥이 네우와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두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음··· 좀 미안한 표현을 좀 하자면
아주 잘 말린 건어물처럼
삐쩍 골은 몰골의 둘은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둠의 기운에 검게 물들어가면서
발동을 멈추고 침묵해가는 마법진들을 보며
이젠 두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멍하니 있었다.
쿠우─··· 우··· ㅇ···.
마지막 발악인 듯 울리던 소리도 멈추면서
빛을 잃고 완전히 검게 물든 마법진들은
죽은 듯 조용했다.
“·········.”
그렇게
타지헤 왕국 전체의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왕궁 전체의 마법진 중심부에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고요함 속에서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목소리를 내었다.
“···이 검은 기운은 추측할 것도 없이, 역시.”
“네, 류안 이네요.”
“하아─···, 결국에는 도움을 받아버렸군요.”
“네··· 그렇네요.”
“어떻게든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 손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쌍둥이 네우와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이 망할 마법진이 침묵한 것은
정말 다행이고 기쁘면서 좋았으나,
그 고생하면서 겨우 진행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고 하기에도 뭐한,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류안의 검은 기운이 침식, 잠식하자마자
거친 반항은 있었으나 그 반항이 무의미하게
생성, 활성화, 발동되던 것을 멈춘 마법진들을 보았고,
그로 인해
이렇게 쉽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감이···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미안함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허망하게 날린 듯한···.
“어······?”
뭐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
쌍둥이 네우는 알 수 없는
미안함과는 사뭇 다른 감정의
이해되지 않는 생각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그때,
자신의 눈앞으로 내밀어지는 것을 보았다.
체력 및 기력 회복용 포션 이었다.
쌍둥이 네우는 말없이 있다가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준 포션을 일단 마셨다.
“엑──···.”
맛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맛에
쌍둥이 네우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일반 포션은 없나요?”
“응? 왜 그러십니까?”
“맛도 신경 써서 만든 것이라 약 먹을 때의 부담감을 줄여 놓은 건데.”
‘맛에 신경을 쓴 거라고?’
쌍둥이 네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르티아를 바라봤다.
드래곤 미각은 좀 다른 것인지
카르티아는 아무렇지 않게 두 병째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안 좋을 수 있으나,
그만큼 방전되기 일보 직전으로
많이 소진된 체력, 기력, 생력[生力]까지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시켜야 했다.
그래야,
그나마 회복된 몸으로 뒤처리할 수 있기에.
검게 물들어 침묵하고 있는 지금
마법진을 아주 깔끔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워버려야 했기에.
쌍둥이 네우도 그 모습과 함께
‘엑’소리 나는 포션 덕에 혼란스러운 생각은 던져버리게 된 것을 인지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션을 꺼내 마셨다.
지금 상황과는 별개로
포션 자체가 맛이 있다없다 하긴 뭐하지만
드래곤표 포션의 맛에 비하면
꽤 괜찮은 측에 들어갔다.
어쨌든,
둘도 자신들이 할 일을 하기 위해
인삼 같은 것도 질겅질겅 씹어 먹으며
주 마법진과 추가로 형성된 수많은 소형 마법진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프렉탈[Fractal] 현상이 멈춘 마법진들은 아무 걸림돌 없이 너무나도 쉽게 순조롭게 제거되어 갔다.
* * *
쿠당탕─···.
수식의 신이 공포에 질린 채,
신의 위엄이고 뭐고 도망가려 하다가
부서진 신전 홀 바닥의 파편에 걸려 볼품없이 넘어지고 있었다.
수식의 신 얼굴에는
본 적도 없는 미지의 괴물이라도 본 듯이
공포에 절여져 있었고
자신한테로 다가오고 있는 전쟁의 신이 아닌
그 뒤 대기하듯 서 있는 멸[滅]의 신도 아닌
리아인의 어깨 쪽에 업혀 다시 잠든 소년의 모습을 한 존재를 보고 있었다.
수식의 신은 공포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저 ···정체가 대체 뭐야?”
“뭐?”
“저··· 검은 천사···가 아닌 전 소년의 정체가 대체 뭐냔 말이다.”
“하아─, 이쯤 되면 슬슬 눈치채야 하지 않나?”
“···?????”
뭔 말인지 이해 못 하는 수식의 신을
워스만은 한심하게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정체가 뭐긴 뭐야. 우리와 같은 ‘신’이지.”
“신이라고···?”
“뭐, 저 아이가 워낙 특이해서 신이라고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알겠지만···.”
“하─, 무슨 헛소리를···.”
“네 놈의 눈에는 저 소년이 정말 신으로 보이는 것이냐?”
수식의 신 말에
워스만의 표정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소멸한 ‘부정의 신’처럼
무슨 말도 안 되는 쓰잘머리 없는
저주와도 같은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예 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려던 그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들려왔다.
“검은 천사도··· 신도 아닌··· 그 이상의 존재.”
“뭐야? 그 말은.”
“네놈들이 그렇게 되고 싶어 하던··· 절대자라도 된다는 건가?”
“절대자···?”
“겨우 그런 것에 비할 존재가 아니지.”
“뭐?”
“이제껏 없었던 존재. 유일무이한 존재.”
“무슨 존재로든 될 수 있는 그렇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수식의 신 말에
워스만은 자신한테 하얀 날개를 뜯긴 신을 잃은 아이 ‘화희’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어린 왕자의 구멍 뚫린 상자.
정해진 것 없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자.
그러면서 류안이 보여준 모습과
다른 이들이 착각한 모습들이 떠올랐다.
보호가 필요한 어린 소년 혹은 어린 신.
곁에 정령을 데리고 있는 정령사.
절대자를 선택하는 검은 천사.
마수들의 지배자.
신을 심판하는 2대 심판자이자 처형자.
실상은 신을 소멸시키는 학살자.
신들을 아우르는 절대자.
그리고,
신을 원하는 아이의 ‘신’이 되어 줄
아이를 원하는 신의 ‘아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존재이면서,
손이 닿을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신 같은 존재가 아닌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고
원하는 모습으로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존재.
수식의 신은
그런 존재가 공포로 다가왔다.
정체가 불분명한 미지의 공포.
절대 답을 얻을 수 없는 미지수 같은 존재에 공포가 밀려왔다.
허나,
이 역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에
오는 공포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면 답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답은 모든 것을 뒤트는 답.
수식의 신은 그러하기에 공포를 느껴야 했고
절대자가 될 생각이 없었기도 하지만,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수식의 답이 뒤틀리는 것은
‘수식의 신’으로서 결코, 원치 않았기에.
그러한 수식의 신을
더 한심하게 보던 워스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이것 참.”
“저 아이가 알면 또 저기압에 뚱해져 있겠군.”
그리고는 뒷머리를 손으로 거칠게 벅벅거리며 말을 이어서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에는 저 아이가 원치 않고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야.”
“저 아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선택.
검은 천사가 절대자를 선택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워스만 자신이 원하고 바라고 있듯이
레이쉴이나 다미엔이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자신의 왕국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레이쉴의 누님인 세이지가
동생을 위해 그저 편안하게 바라봐 줄 시선의 존재로 있어 주기를 바라듯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어린 신을 보며 바라고 있을 것이나
그 바람은 선택되지 않을 것이었다.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될 생각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그런 바람은 그냥 바람으로 끝나야 할 뿐
강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말이다.
“그런데, 넌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없애버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냐?”
워스만의 말 속에
살기가 깊고 거칠게 드러나고 있었다.
“하······.”
그 말에
이번에는 수식의 신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을 하나?”
“불가능하지.”
“신은 같은 신을 서로 죽일 수 없으니.”
“저 아이만 예외로 신들을 죽일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런 단순한···.”
“아니, 단순한 이유로 불가능한 것 일지도···.”
수식의 신은 중얼거리듯 말하면서
엉망이 된 신전 홀 바닥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검게 물들어 있는 마법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검은 천사와 하얀 창들을 만든 아이 ‘마스’가 서로 상대하고 있을 때.
그 뒤,
일렁임의 신과도 대면하는 사이
모두의 시선이 거기로 집중된 그 틈에
수식의 신은 아직 검게 물들지 않은 마법진들을 분리해 재형성 발동시키려 했었다.
이미 술식이 완성된 것이라
억지로 변경하고 발동시켜야만 했고
그로 인한 반동도 있었지만,
발동만 되면
왕궁과 왕국에 둘러쳐진 마법진에 의해
이 타지헤 왕국에 제물의 의식이 강행될 것이었고,
비록,
절대자가 제대로 선택되지 않았어도
신을 아우르는 절대자가 선택되었다는 공포를
신들과 하위존재들한테 알릴 수 있게 되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법진들이 재형성되고 발동되자마자
검게 변한 마법진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침투, 잠식해져 왔고
당연히 그에 대비한 술식을 발동시켰으나,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더니
정신을 차리고 인지했을 때는
이미 모든 마법진들이 검게 잠식되어 침묵하고 있었다.
한번 활성화되고 발동되면
발동에 의한 효과가 끝날 때까지
무한 재생성 반복하는 프렉탈[Fractal]의 술식을 걸어 놓았기에
수식의 신 본인도 중간에 멈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프렉탈[Fractal]의 전체를 찾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찾는 시간이
프렉탈[Fractal]의 무한 반복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정지시키지 않는 한,
그런데,
이미 검게 변한 마법진이 역술식?
아니,
역으로 프렉탈[Fractal] 현상을 일으키며
재형성되는 마법진들을 인지하기도 전 잠식,
마법진들과 함께 술식을 검게 물들이고 잠재워 침묵시켰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검은 기운의 영향이 더 커지면서
잠식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마법진들은
그 상태를 인지했을 때는 모두 잠식되고 침묵한 뒤였다.
쉽게 말하면
‘어’하고 인지하려던 그 찰나의 사이
모두 끝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이 술식들은 모두 거미줄 같은 빛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왕궁과 왕국의 마법진들도
검게 물들어 침묵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올 때까지
이런저런 일이 있고 했으나,
소년의 모습을 한 정체 불분명한 존재가 마음만 먹었으면 애초에 끝낼 수 있었던,
이 모든 상황이
저 소년의 손 위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마치, 영역을 넘어
저 소년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자꾸 늦어져 죄송합니다.
이번 편...
류안에 대해 서술하고자 했는데...
제대로 된 것인지 영 알 수가 없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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