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5 화 – 마무리를 준비하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85 화 – 마무리를 준비하다.
오두막에 모인 이들.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마수의 숲에 있다가 불려온 드래곤 루카테르
워스만과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
그리고,
리아인은 류안을 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어딜 가자고?”
리아인이 확인차 되물었고
류안이 답했다.
“검은 옷 조직의 중앙 본거지.”
“중앙 본거지?”
“응.”
리아인을 포함한 오두막 거실에 있는 모두는
두 눈을 깜박였다.
검은 옷 조직의 중앙 본거지 위치야
류안의 지켜보는 힘으로 알아낸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먼저 주도해서 말하는 것은 극히 드물어
조금 혼란스러움이 와서 그런지
구태여 할 필요 없는 물음을 했다.
“···어떻게 안 거야?”
“어? 보였어.”
리아인의 물음에
류안은 평소 늘 하던 답을 했다.
하지만,
류안이 한 ‘보였어’라는 말은
평소와는 다른 보였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류안은 워낙 기억력이 나쁘기에
관심 없으면 보고도 본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심판자의 사념체와 사념체 테즈가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하는 방값으로
류안이 보고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중,
중요하다 싶은 것을 알려주고는 했다.
두 사념체가 보는 것은
자신들의 힘으로 보는 것이 아닌
류안이 보는 것들을 덤으로 보는 것이라
아예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 더 많았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두 사념체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부탁으로
집중해서 봐야지 인지할까 말까 한
검은 옷 조직의 중앙 본거지가
이번에는 그냥 보였다.
이건 마치,
자신의 시선 외에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본 것을
일부러 눈앞에 들이밀어 주어 보게 된 그런 것이었다.
반강제적으로 보게 된 것들에
류안은 갸웃거리며 눈가를 매만졌다.
“·········.”
리아인은 졸린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만 눈가를 매만지는 류안의 모습에
혹, 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싶어
걱정이 생기던 그때,
워스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앙 본거지에 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정확한 장소를 안다는 것인데.”
“어디지?”
“타지헤 왕국의 왕궁.”
“!!!!!”
“허─!”
“그 꼴이 나고도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고 있었던 건가.”
레이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성질 같아선 한바탕 욕설을 해야 했지만,
어린 신 류안도 있고
상황이 그렇기에 일단은 참았다.
“···중앙 본거지를 알아낸 것은 좋으나.”
“준비가 되지 않은··· 아니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지금 가자고 하는 이유가 뭐지?”
워스만의 말에
“아, 지금 당장 가자는 것은 아니야.”
류안은 손을 저어 보였다.
“그럼, 왜?”
“검은 옷 조직에서 ‘그때’라고 하면서 마지막 준비를 하는···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서둘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때를 위한 마지막 준비?”
“응, ···어? 잠깐만.”
류안은 한쪽 눈을 찡그리면서
다시 손으로 눈가를 매만지고 있었다.
매만지는 한쪽 눈의 눈동자 색이
짙은 회색에서
옅은 청회색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어··· 음.”
류안은 자신의 시선이 아닌
다른 자의 시선이 본 것을 반강제로 보는 것에 불쾌감보다는 이질감이 들어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 모습에
다들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나 했다.
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긴 했다.
“···음, 신들이 모이고 있네.”
“신들이 모여?”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들 말인가?”
워스만의 말에
류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조력해주고 있는 신 녀석들이 몇 명이나 되는 거야?”
워스만은 어이가 없었고
다들 이들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중,
류안은 리아인을 바라봤다.
리아인은 그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모이고 있다는 신 중
자신한테 손길을 준 신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 그리고.”
“그리고?”
“또 뭔가가 있는 건가?”
“음-, 이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데.”
“마법진인가? 아니··· 결계막?”
류안은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해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쌍둥이 네우가
눈치 좋게 영상장치를 꺼내 보였다.
류안은 다른 자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본 것을 영상장치에
시각공유를 했다.
부우우─웅.
영상장치는 잘게 울리면서
3D 같은 영상을 두 개를 펼쳐 보였다.
하나는 타지헤 왕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타지헤 왕국 전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두 영상에는 공통으로
결계막과 함께 마법진이 둘러쳐져 있었다.
왕궁과 왕국 전체를 감싸는 대형 마법진.
벨드라엔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눈을 찡그리면서 그 마법진을 자세히 봤다.
그러던 그때,
벨드라엔은 어마어마한 분노와 살기가 옆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고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옆에 있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가
두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거칠게 동요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주먹 쥔 양손뿐 아니라,
온몸을 부들거리면서 분노와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쌍둥이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아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증오스러운 그것.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벨드라엔한테 발견되고 구조되기 전
제물로 감금되어 지내고 있을 때,
제물들을 바치기 위해 사용되었던 마법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쌍둥이 제우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시키고는
여전히 떨고 있는 네우의 손을 잡고는
모두한테 말했다.
타지헤 왕국 자체를 제물로 삼으려는
마법진이라고.
거기에 더해
지리적으로 대륙 중앙에 자리하고 있어서
제물로 더 적합하다고 했다.
“하-! 왕국 자체를 통째로 제물로 삼는다는 겁니까?”
다미엔이 드물게 격분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가능해.”
워스만의 이 한마디에
다미엔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저 말도 안 되는 짓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워스만의 말대로 실제로도 가능했다.
리아인의 영혼을 찾아
류안과 함께 워스만이 다른 세계들로 갔을 당시.
이미, 세계 자체가 뒤틀림의 제물이 되어
죽은 세계가 되어 있었으니까.
세계 자체도 제물로 삼을 수 있는데
한 왕국쯤이야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그 세계들처럼 이곳 세계 ‘가쉬’도
타지헤 왕국을 넘어 제물 될 확률이 높았으나,
워스만은 이 세계가
제물이 되어 뒤틀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류안과 함께 다른 세계들로 갔을 때
그리고,
리아인의 영혼이 있는 세계에 갔을 때,
인지하게 된 것.
죽은 세계들도 뒤틀리기 전,
리아인의 영혼을 미끼로
류안을 불러들이려 했으나
리아인의 영혼을 머물게 하는 것에 실패해
스쳐 지나가는 흔적만으로는
류안이 찾아오는 것에 시간이 걸리면서
늦어버렸고,
예지 능력이 있는 ‘노록원’이라는 자가
자신을 희생해 빙의할 육체가 되어 주어
리아인의 영혼을 붙들어 머무르게 성공한
그 세계는
류안이 워스만과 함께 늦지 않게 도착해
뒤틀림의 제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즉,
뒤틀림을 다루고 신을 죽일 수 있는
류안이 있는 한,
세계 자체가 뒤틀림의 제물이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
워스만은 짐작이 아닌 확신을 했다.
기록의 신 모제가 보여준
이곳 세계 ‘가쉬’에
탄생의 기록 없이 새로이 기록이 생긴 자.
신의 학살자이면서 뒤틀린 어린 신 류안을
이곳 세계에 머무르게 해줄
‘리아인’이 있기에.
워스만은
하품하면서 눈을 매만지는 류안을 봤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리아인도 봤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영상장치 위에 띄워진 두 영상을 봤다.
당장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
“이거 상당히 위험한 건데.”
“주변의 다른 왕국에도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벨드라엔 말대로 위험했다.
타지헤 왕국이 대륙 중앙에 자리해 있기에
저 제물을 바치기 위한 마법진이 발동되고
결계막이 사라지는 순간,
주변에 있는 왕국도 그 여파에 휩쓸릴 수 있었다.
암만 봐도
마법진과 함께 있는 결계막은
주변에 끼칠 여파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닌,
마법진을 가리기 위한 용도인 것이 분명했기에.
“아니, 오히려 알리지 않는 것이 좋아.”
“뭐? 왜?”
워스만이 반대하자
벨드라엔은 의문을 표했다.
“타지헤 왕국과 국경을 마주한 주변 왕국이 시민들을 대피시키거나 여파를 막기 위한 대비를 하는 순간.”
“검은 옷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계획이 들킨 것을 바로 알게 될 것이고.”
“'그때'라는 시기를 앞당기게 하는 계기만 될 수 있어.”
“그럼?”
“그럼은 무슨.”
“당연히 그때라는 시기가 되기 전 저 마법진을 부수든지 해서 검은 옷 조직의 계획을 무산시켜야지.”
“하-···.”
레이쉴이 미간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계획을 실행할 적임자들을 모아야겠군요.”
그러면서 오두막에 모인 이들을 바라봤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임자로는
하얀 창을 가지고 있는 자신과 다미엔,
그리고 저 마법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쌍둥이 네우.
그 외에는 역시 하얀 창을 가지고 있는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
까마귀 수인 쿠우카.
머릿속에서 찬찬히 인원을 추리던 레이쉴은
조심히 류안과 리아인을 봤다.
류안은 잘 모르겠지만,
리아인의 표정은 각오를 다진 듯했다.
오두막에 모인 이들과는 다른 각오를.
“다른 왕국에는 침묵한다고 해도 스체스 왕국에는 연락을 취해야겠습니다.”
“그곳의 수호자인 뮤리나 양의 도움이 필요하니.”
“그리고.”
레이쉴은 시선을 돌려
쌍둥이 네우를 바라봤다.
“마법사로 추천할 만한 분 있습니까?”
“네우 군 혼자 그 큰 마법진을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텐데···.”
“아휴-, 그래 알았어.”
레이쉴의 말에
드래곤 루카테르가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드래곤 수장한테 말해서 솜씨 좋은 녀석들 끌고 올게.”
“감사합니다.”
레이쉴의 감사의 말과 표정을 본
루카테르는 한숨을 쉬며 오두막을 나갔다.
그래도 그 모습에 어설픔 없이 진지함이 가득했다.
단순히 검은 옷 조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까닥 잘 못 했다가는
이 세계 자체가 난리 날 판인데 당연한 거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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