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6 화 외전. 리아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26 화 외전. 리아인.
리아인이 신들의 ‘손길’에 뒤틀리며
괴로워하기 전,
리아인의 삶은 평범하고 평범했다.
외아들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돈에 허덕일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았다.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를 부린다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
도박중독에 빠져 빚을 지지 않는 이상,
나름대로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또한, 귀족은 아니었지만,
평민이라고 자신의 집안을 험담하거나 하대하는 자들도 없었다.
제 할 일 잘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별문제 없이 잘 어울리며 살고 있었다.
그 빌어먹고 망한 ‘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 * *
어느 기묘한 날씨를 보이던 날.
분명 하늘은 맑았으나 음산했고
덥거나 춥지도 않았는데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과 서늘한 소름이 마을에 옅게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을에 드물게 찾아온
일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한 명의 손님으로 인해.
마을 촌장은 그 한 명을 반가이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런 누추한 곳에 이렇게 귀하신 분께서 찾아와 주시다니···.”
“이로 말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마을 촌장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손님을 환영했다.
손님은 그런 촌장을 말없이 봤다.
촌장은 가만히 서 있는 손님을
그나마 마을에서 제일 좋은 자신의 집으로 안내하려고 했지만,
손님은 그것을 무시한 채
마을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스윽-하고 찬찬히 훑어봤다.
촌장은 손님의 그런 행동에 긴장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마을 사람들도 손님의 시선에 긴장하며
뭔가 바라는 듯이
손님을 조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리아인은 그런 광경을
집으로 돌아가던 중 보게 되었지만,
관심 없었기에 집으로 향해 발을 움직였다.
그런데.
수군. 수군. 수군···.
사람들의 수군 되는 소리와
자신한테로 집중되는 시선을 리아인은 느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리아인은 무시하고 가던 길 가려고 했다.
그때.
“크-흠, 리아인.”
마을 촌장이 리아인을 불렀고
리아인은 가던 발을 멈추고 촌장을 봤다.
“리아인, 잠시 이리로 와 주겠나?”
촌장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는 바람에
리아인은 어쩔 수 없이 발을 돌려 촌장한테로 다가갔다.
촌장 가까이 다가가자,
리아인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을 촌장 앞에 있는 손님이
리아인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고,
촌장 옆으로 리아인이 올 때까지
손님은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마을 촌장 옆,
손님의 바로 눈앞에 리아인이 와서 서자
그제야 손님은 손가락을 거두었다.
리아인은 왠지 그 손가락이
삿대질 같아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크흠, 자- 리아인.”
“손님께 어서 인사드려야지.”
촌장이 예의 갖추라는 듯이 재촉하는 말에
리아인은 꾸벅하고 가볍게 인사했다.
촌장은 그 모습에 당황하면서
더 정중히 인사를 하라고 리아인을 다그치려 했지만,
손님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들어 보였다.
마을 촌장은 그 손짓에 쭈뼛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손님은 리아인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고
리아인은 가만히 있는 와중에
오히려 옆에 있던 촌장이 긴장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님과 정면으로 마주한 리아인.
금색의 띠무늬가 고풍스럽게 수 놓인
흰색 로브 안으로 손님의 얼굴을 본 리아인은
첫인상은 뭐랄까···.
분명 잘 생기기는 했으나,
새하얀 석고로 조각한 듯한 이질감이 들었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리아인의 보는 눈은 꽤 정확했다.
마을 손님으로 온 자는 몸에 인형을 두른
‘신’이었으니까.
리아인의 그런 시선에
손님은 ‘호오-.’ 거리며 흥미를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리아인은 그 미소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겨 버렸다.
그러다가 아차 하면서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을 알고는
얼른 구겨진 미간을 폈다.
급히 억지로 미간을 피는 리아인의 모습에
손님은 미소를 더 짙게 지으며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이 이 마을에 방문한 용건을 말했다.
“난 ‘마찰의 신’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이’로 받아들일 아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손님, 아니 마찰의 신이 한 말에
손님의 정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잠시,
자신이 혹은 자신의 자식 중 한 명이
‘신의 아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찬 눈으로 마찰의 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마을 사람들은
마찰의 신이 ‘아이’가 될 아이를 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손가락으로 그 아이.
리아인을 정확히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마찰의 신은 리아인을 보며 말했다.
“아이여, 손길을 받고 나의 ‘아이’가 되거라.”
그러면서
마찰의 신은 리아인한테 손을 내밀었고
리아이은 자신 앞에 내민 마찰의 신 손을 잠깐 지그시 보다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
“싫은데요.”
리아인의 대답에
마찰의 신 한쪽 눈썹이 들썩였다.
마찰의 신 반응을 본
마을 촌장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것과는 별개로 심히 당황했다.
감히, 그 누가
신의 말을 거역한단 말인가······.
“야··· 얀마, 신이 원하신다는데 뭐 하는 거야?”
마을 촌장의 말에
리아인의 표정은 다시 구겨졌다.
신이 원하면 뭐?
신의 말이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싫으면 당연히 거절할 수도 있는 거지
왜 이리 호들갑인가 싶었다.
그리고,
‘신의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고
자신보다도 더 좋은? 조건의 사람이 있는데
뭔 걱정인가 싶었다.
마을 촌장도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생각만큼은 리아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시··· 신이시여.”
“아··· 아이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중에서 한 명 고르시는 것은 어떨지···.”
마을 촌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한테로 향해 양팔을 펼쳐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기대감에 부풀었고
몇몇 사람은 자신의 자식들을 한발 앞으로 내밀어 보이는 행동까지 했다.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리아인은 자신은 빠져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가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리아인의 팔을 강하게 낚아채 드는 손이 있었다.
리아인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팔을 잡은 상대를 쏘아봤다.
리아인의 팔을 잡은 이는 마찰의 신이었다.
마찰의 신은 리아인이 노려보든 말든
더욱 짙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에 리아인은 불쾌감을 넘어 소름?
아니,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위험 경보가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리아인은 황급히 자신의 팔을 잡은
마찰의 신 손을 뿌리치려고 했었지만,
무슨 힘인지······
착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리아인이 어떻게든 신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잔잔하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
하지만,
리아인한테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았고
마찰의 신이 한 말에
리아인은 신의 손에서 팔을 떼어내기 위해 더 안간힘을 썼다.
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리아인을 두려움에 떨게 한 말.
“난 이 아이가 맘에 든다.”
마을 광장에 기이한 침묵이 내려와 앉으며
고요해 졌다.
그와 함께
광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다시 리아인한테 모였다.
리아인은 그런 사람들 시선을 느낄 새도 없이
잡은 마찰의 신 손에서부터
잡힌 자신의 팔로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전해져 오면서
그 기운이 몸 안 내부로 스며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
리아인은 그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인해
내부 깊숙한 곳에서 헤집어지듯
뒤틀리는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리아인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신의 손길’에 의한 것임을 인지했다.
그리고, 거부했다.
“크윽─···.”
극심한 고통이 리아인을 거칠게 덮쳤지만,
다행히도 거부가 통한 것인지
마찰의 신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리아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순간.
파직───!
리아인의 팔과 놓은 마찰의 신 손 사이에서
정전기에 의한 것인 듯
백금빛의 전류 파편이 찰나, 거칠게 튀었다.
그 백금빛의 전류 파편을 본
마찰의 신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
“아이야, 그때는 내 손을 ‘손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기를 바라마.”
그런 후, 마찰의 신은
마을 입구를 통해 이곳에 왔을 때와는 달리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홀연히 사라졌다.
“준비는 무슨···.”
리아인은 다시 찾아오든 말든
몇 번을 찾아온다 한들 대답은 똑같을 거고
거부할 것이었기에
마찰의 신 말은 귀에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냈다.
그런데,
내부에서 미세하게 뒤틀리고 있는 이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영 신경이 쓰였다.
리아인은 이게 뭔지 알 수 없었기에
애써 무시했고
이 이후로 마을의 분위기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인지했다.
심지어 자신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도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 *
쨍그랑───!!
어느 한 식당의 주방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식당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흔한 일상 속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날은 뭔가가 달랐다.
리아인은 이날 처음 일하다가 실수로 인해
접시를 깬 것이었고,
다른 직원들이 접시를 깼을 때는
다친 곳 없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식당 주인이었는데.
“하-, 가게 그릇 아예 다 깨 먹지 그러냐?”
“·········?”
리아인은 순간 잘 못 들었나 했다.
하지만,
잘 못 들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식당 주인은 리아인을 이제와는 다른
대역죄인이라도 보듯이 쏘아보고 있었고
짜증 가득한 투로 말을 이었다.
“하여간, 가게 물건들이 남아나지 않아요.”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지.”
“지금껏 깬 접시 때문에 식당 손해가 얼마인지는 알아?”
다시 서술하지만,
리아인이 이 식당에서 일 년 가까이 일하면서
처음으로 깬 접시였다.
리아인은 황당함에 뭐라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동안 깨진 접시 값에 안 좋았던
쌓인 불편함이 운 나쁘게 지금 터진 것인가 하고 이해하고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식당 주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리아인을 안 좋게 봤다.
“야! 너 때문에 우리까지 일당에서 깨진 접시값 물게 되었잖아.”
“어······?”
이 무슨 적반하장 같은 말인지.
그동안 깨진 접시값 안 물어도 된다고 하던
식당 주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접시값을 일당에서 뺀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 접시들을 깬 것들은 저들이면서
왜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것인지
리아인은 황당하면서 의아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서로 도와주면서 좋게좋게 지내왔기 때문이었다.
“오늘 마무리 청소 네가 다해!”
타랑─ 탕!!!
직원들은 짜증을 있는대로 부리며
리아인한테 청소도구를 던지듯 주고는
그대로 퇴근해 버렸다.
“하─···.”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뭐라 혼자 말해봐야 소용없는 짓이기에,
리아인은 얼른 마무리 청소하고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잘그락!
리아인은 바닥에 흩어진 접시 파편들을 일단 먼저 줍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던 중.
“───!”
순간 따끔함에 접시 파편에 손가락이 찔린 건가 했는데,
손가락에는 어떤 상처도 없었고
대신 접시 파편과 자신의 손 사이 허공에
백금빛의 전류 파편이 하나 작게 빛나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리아인은 뭐지 싶었으나
이내 신경 접고 청소를 끝낸 후,
평소의 퇴근 시간보다 늦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을 사람하고 어깨를 부딪치게 되었는데
그 순간,
파직───!
정전기가 꽤 심하게 튕기면서
순간 따끔함에 인상을 구기게 되었고,
부딪친 상대방도 같은지 인상을 구겼다.
흔히 일어나는 상황에
구겼던 인상 펴고 서로 가볍게 인사한 후
각자 가던 길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야!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마을 사람은 대뜸 시비조로 말하더니.
“아우-, 재수 없어.”
이러면서 땅바닥에 침을 칵- 뱉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리아인은 어안이 벙벙했고
오늘 마[魔]가 낀 재수 없는 날인가 여기며
그냥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의 삶이 뒤틀리게 되는 시작이라고는
리아인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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