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홀로 도성 까지
...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서둘러라! 아직 멀리 못갔을 것이다!"
"제길...."
이 주변은 모두 나푸와 풀 숲으로 뒤덮여 있는 일대이다. 가까스로 나룻배를 타고서 탈출을 하였지만 나룻배는 한 척이 아닌 여러 척 이였고 그들은 서둘러 그것을 타고 압록강을 넘어 끝까지 쫓았다.
지금은 밤 이였고 임금은 한 명의 장수에게 목숨이 맡겨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적들은 바로 근처 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못해도 수 백은 되보여... 나 혼자라면 상관이 없지만 전하와 함께 있다. 지금은 경거망동한 일 보다는 좀 더 상황을 지켜 보아야 해.'
그 생각과 맞게 나룻배를 타고 온 일본의 군사들은 총 삼백에서 사백에 가까운 수준으로 있었고 근처 까지 와 있던 상태였다. 아마 조금만 경계를 늦춘다면 이미 저들에게 들켜 잡혔을 것이다.
'그렇게는 안되지.'
그는 임금을 풀과 나무에 잘 가려 놓고서 한 쪽 무릎을 꿇고 자기 자신의 무능함을 벌하여 달라 이르며 곧 임금과 멀리 떨어졌다. 상당한 거리가 생기자 마자 곧장 그는 마치 나 잡아 보라는 듯 저들 눈에 띄게 달렸다. 그에 일본의 군사들은 그를 쫓기 시작 하였고 그는 계속 뛰었다. 뒤에 조총병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서도 계속 앞만 보고 말이다.
"......"
짹- 짹-
참새 소리인가? 아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햇빛이 내 눈가를 내려 쬘 때 나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여긴 어디인지 주변을 살펴 보려 하였지만 뒷 목이 계속해 아파와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기분 이였다.
"음....? 물소리가..."
주변에 물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난 방금 꿈에서 깬건가. 싶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 주변에 있어야 할 이들이 모두 없었고 또 내 갑옷은 피범벅으로 물들여져 있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
"전날 밤의 일은.... 하아.. 끔찍하군."
모든 게 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 이였다. 죽을 만큼 가슴이 아파온다. 이번에도 나는 아무것도 지켜낸 것이 없다는 그 느낌이 나는 자괴감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 그냥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인데 그 때 마다 그들은 나를 끝까지 지키려 하였다. 이번만 해도 3번 째 이다.
".....자기들을 대신 하여 살려 놓은 목숨...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내 살아 생전에 열심히 라는 것이 있던가?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왜적들과 싸웠고 또 보위를 얻기 위해 나를 반대하는 신하들과 싸웠다. 그런 이 때 나는 다시 한번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적들과 싸웠지만 지금은 비참하다.
"임진년의 영웅으로 기록 되었었나... 풋.. 웃기군."
세간에선 임진년의 영웅으로 추대 받고 있는 나. 하지만 지금 이렇게 보면 나는 무능하다. 그리고 정작 이뤄 내는 건 별거 없다. 그런 내가 무얼 해낼 수 있단 말인가. 대동법? 그것을 추진 하는데 있어 신하들은 내가 무서워 그냥 통과 시켰겠지만 아직 지방 수령들은 나를 두려워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사대부를 죽이고 지방의 대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다 할 지라도 결코 이 나라 안의 모든 것들을 다 내 마음 데로 바꿀 수는 없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줄 알고 그리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연산군 마냥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랴? 그러면 곧 저들에게 명분을 주는 셈이 된다. 명분을 주면 곧 바로 치고 올라올 자들이 태산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 역모는 거의 성공이리라.
"내 아들 이지가 있으니 조선 왕조는 그래도 끝나지 않을 게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안심이 들지만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서인들 이였다. 아무리 쓸어 버리고 죽이고 역적이라 칭해도 영남 지방의 모든 유생들을 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에 중전이 있긴 하지만 중전 혼자서 모든 것들을 결정 하다 잘못해 그들의 꼬임 수에 넘어간다면 그녀는 곧 측천무후나 다른 악녀들과 같이 칭해지리라.
"........"
허탈해진 마음이 내 편안함을 가두고 곧 부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일어섰다. 휘청 거리는 다리와 또 흔들리는 초점. 거기에 모자라 가슴이 답답해 오고 또 숨쉬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일어서야만 했다. 지금 쓰러지면 곧 모든 게 어떻게 될 지 모르며, 또 내가 생각한 모든 업적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생각하니 어절 수 없다는 마음도 들기도 했고 말이다.
"자, 도성까지.. 가볼까..."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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