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뜨기 시작한 해와 져가는 달
...
일단은 역모를 주도한 이들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을 물리친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들을 향해 공신 임명을 해야 했다. 본래라면은 정원군에 대한 생사를 결정해야 맞겠지만 세자인 내가 그 일을 넘어가도록 유도하였고 그를 눈치챈 서인의 아주 일부 극우 세력들은 하는 수 없이 패를 바꾸었다. 그래서 공신 임명건으로 넘어 서는데...
"이 일에 대하여 미리 발설해준 허균을 1등 공신에 올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허나 오의태 총독은 납치 되셨던 전하를 구출하셨지 않습니까."
"흠...."
거의 대부분의 인사들에게 내려줄 상과 공신 등급은 정해졌다. 허나 지금 마지막으로 줄 1등 공신을 누구에게로 돌릴지가 문제가 되었다.
"분명히 이 일을 알 수 있던 덕은 허균의 공이오, 허나 나의 부덕으로 인하여 아바마마 께오서 납치 된 것이오. 나의 부덕에 의하여... 그런 이 때 그 부덕을 막아준 이가 다름 아닌 오의태 이니 그에게 중앙군 총독겸 비변사의 자리에 올림과 더불어 1등 공신으로 임명하겠소."
"성은히 망극 하옵니다. 저하."
그러나 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이오, 이 일에 대하여 미리 밀고를 해준 허균에게는 비변사의 관직과 한성부 판윤 직을 맡게 하라. 그럼과 동시에 허균 역시 1등 공신으로 임명하는 바이다."
"예...?"
갑자기 대신들의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 변했다. 변해 버린 얼굴들에 나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오의태라는 인간을 내가 직접 접해본적이 없기에 일단 그를 달래주기로 하였다. 만일 잘못해 그의 심기를 건드려 화라도 났다는 식으로 군사를 일으킨다면은 민심은 완전히 흉흉해 질 것이다.
'민심이 흉흉해 지면은 곧 나라가 기운다. 기울어진 민심 만큼 다시 올려 놓기 힘든 것은 없을 것이야.'
각 도 마다 토지를 파악해 세율을 조정하게 하였고 그마다 정해지는 세율이 만족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 하기 위해 정보원들을 보내놓았다. 파견된 이들은 정보를 보내왔고 또 그에 걸맞게 세자 역시 낮출건 낮췄고 높일건 높였다. 그렇게 조절한 민심 이였다.
"저하."
"흠."
포도대장을 맡게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전례에 없던 일이라 온 대소신료들이 일어서야 정상이겠지만 나의 힘이 그 불만을 억눌렀고 또 잠재웠다. 포도대장은 상당히 높은 관직이였다. 그러한 관직을 남성도 아니고 다름아닌 여성이 얻음에 아마 궐 안팎으로 소란스러울 수도 있다..만.. 그걸 보안해서 포도대장에 대한 건은 세간에는 비밀로 처리 하였다.
"경상도에 대한 군부 장악을 서둘러 하심이 어떻습니까."
"흠. 군부 장악이라...."
늦게 해도 상관이 없고 빠르게 해도 상관이 없다. 단 자기에게 적대감을 갖은 인사가 아닌자가 차지하지만 않으면 그만이였다. 그런 그 경상도 주요 인사직들을 갑작스레 언사를 함에 나는 잠시 조금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오의태 라는 자가 불안합니다."
"그에 대한 조사를 벌써 끝마췄단 말이오?"
나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모르겠다만 아무튼 나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게 그와 무슨 상관이냐고 그러자 그녀가 답하기를..
"지금 서인 측에서는 다시 새로 일어설 빌미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의태가 신경이 쓰였는지 그를 어떻게 해서든 서인의 안에 들어서게 하려 한다 합니다. 지금의 저하와 저하의 군세를 견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말에 나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제는 남은 이들 마저 나를 견제하려 한단 말인가.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쉼과 더불어 이제 남은 서인 세력이 어느정도 되는지 대략 세어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 남아 있는 경상도 순찰사와 관찰사 직 그리고 나머지 군 인사 문제를 오의태의 일가를 비롯해 친인척들에게 까지 넘겨 주려 하는듯 싶습니다."
"이런 고얀..."
그렇게 하려면은 먼저 동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동인들은 오의태와의 반감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생기지 않기를 더욱 우려 할 것이다.
"흠... 하는 수 없지... 지금은 그를 다들 전하를 구한 영웅이라 생각할 테고 그런 그와 만일 싸운다면은 아마 이긴다 하더라도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니 말이야."
이러한 나의 말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요즘 자주 밤 하늘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그게 계속 될 수록 갑갑한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듯 싶었다. 그리고...
"....예쁘구나..."
"예...?"
"저 밤하늘의 달이 예쁘다는 말이다."
"아.. 예."
이리 어여쁜 그녀의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
순간적으로 나는 그 말이 나를 향해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밤하늘의 달을 가리킴 이였다니... 나는 저 달이 밉다. 내가 연모하는 이가 나를 향해 내뱉어 줄 거라 믿은 말을 빼앗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분이 내게 말해 주겠지...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분명 언젠가는....
- 작가의말
ㅋㅋㅋ... 왜 나는 저 마지막 구절만 보면 배드엔딩이 떠오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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