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대국과 대국 그리고 남인과 북인
...
"오늘 편전에서 이 항복이 했던 말을 그대들은 들었소이까?"
남인 세력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가 누구인가? 다름 아닌 허 준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맨 먼저 무얼 하겠는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작전을 구상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기에 지금 허 준의 집에는 수 많은 무리들이 허 준의 집 안에 와 있었다.
"오랜만에 저 강대해진 왕권에 대한 도전을 보는 듯 싶습니다."
맨 먼저 나온 말이 그에 대한 칭찬이다. 허나 그 뒤를 이을 말들은 어떨까? 뻔하다. 그들은 그가 북인이 됨을 보고 자기 당이 아니다는 이유로 그가 한 말들을 비판하고 또 한 쪽으로는 왕권을 강화하는 쪽을 내세웠다.
허 준 역시 왕권을 강화하는 대에 있어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그럴까? 거의 대부분의 이들이 모두 그 쪽으로 몰렸고 또 본래 동인의 대부분은 지금의 왕과 맞서 싸우려 하지는 않고 원래 대로라면 지금의 왕권에 순응해 따르는 것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에 와서 바꾸고 싶을까?
몇 년 간을 그리 생활 하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북인 내에서는 왕권에 대한 반발로 자칫 잘못하면 싸우게 되고 그게 계속 되어 전쟁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지금의 왕이 보위를 유지하던 내내 신하들은 자기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반발을 하며 싸우지 않았을까? 당연히 싸웠다. 허나 결과는 어땠는가? 그 결과로 인하여 서인은 파멸을 초래 하였고 또 서인의 대부분의 인사들이 거의 낙향을 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치욕을 남겼다.
만일 일 처리를 잘못하면 지금의 서인과 같이 파국을 맞이 할 지도 모른 다는 점을 가장 큰 염려해 두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것을 자각한다면 북인 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들이 탈당을 함과 동시에 남인 내에 들어올 것이기에 지금의 남인 역시 이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소이다. 모두들 그러면 왕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들과 싸울 방법을 모색합시다."
그리고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다.
"전하! 어제 이 항복이 말 하였던 내용에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속히 국문을 열고 그를 잡아다 문초 하시옵소서!"
대간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 항복이 어제 주청한 말 중에 왕권을 능멸 하였다는 점들이 퍼져가면서 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직 이이첨과 허 준 이 두 사람 중에 죄를 주어야 할 사람을 정하지 못한 이 때 새로운 전쟁 터를 잡고서 전쟁을 하겠다. 선포함과 동시에 선 공격을 한 것과 다름 없는 처사이다. 임금은 승지들이 기록한 내용이 있으며, 또한 자기 자신이 직접 왕권을 능멸 하였냐는 언사를 미리 먼저 하였으니 부정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하지만...
"전하! 이는 아니 됩니다!! 분명 대사헌이 말 하였던 말들 중에 불순한 말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의도 자체는 그러한 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하!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 역시 맑다 하였습니다! 그런 이 때에 전하의 권위와 왕권을 능멸하는 처사를 보였는데, 어찌 신하 된 자가 그런 행동을 하고서 자 잘못에 대한 죄를 청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곧 불경죄에 해당 합니다!"
남인의 완강한 뜻이여서 일까, 아니면 정녕 임금이 그 순간 그 때의 일을 왕권에 대한 능멸이라 해석한 것일까. 임금은 일단은 국문을 열고 이 항복 등 여러 대신들을 잡아다 문초를 하였다. 사헌부 대사헌이 문초를 받는 와중이니 다른 이를 시켜 문초를 관장하려 명 하려 하던 중 그에 대한 명을 사헌부 감찰들에게 시키도록 명하였다.
임금은 알고 있었다. 이를 통해 어떤 결과를 초래 할 것 인지를 말이다. 분명 매우 휘청 거릴 것이며, 이제 곧 있으면 못 버티겠다고 아우성을 지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타이르고 벌을 주고 해서 사건을 마무리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임금이 매우 원하는 다른 하나는....
'이이첨이 언제 쯤 군사를 일으키려나.'
그렇다. 이이첨이 군사를 일으켜 직접 명분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바랬던 점이다.
"전하. 신 도승지 전하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방금 첩보가 들어왔는데..."
갑자기 첩보가 들어왔단다. 분명 일본과 청나라 사이에 심어 두었던 세작이 보냈으리라. 그걸 빼앗듯 가져가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금의 인상은 필수가 없었다. 오히려 험악했다.
"청이 일본과 싸워 이겼다고?"
- 작가의말
안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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