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당쟁 (2)
...
"이 것이 정녕... 사실이오...?"
"예. 그러합니다. 중전 마마."
굳건함과 또 현명함 그리고 그 많디 많은 대신들에게도 기죽지 않던 중전이 지금 이 한 개의 상소에 의해 멈칫 당황해 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만일 이 일이 잘못된다면 곧..."
"반정이겠죠."
그가 당당하게 말함에 그녀는 곧 진정하고 사태를 차분히 살펴 보았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보고서 차분함이 필요함을 알았고 또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충분히 고려 해 봐야 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정해져 있었다.
"그대만 믿겠소."
"대간들의 연 이은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감께선 지금 댁에 갖혀 지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
수 많은 대신들이 사가에 모여 있었다. 도체찰사 이이첨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해 보라 말하였고 그에 한 남성이 현 상황을 정리해 말하였다.
"지금 6조의 6판서들이 모두 국문장에 끌려갔습니다. 거기에 대간들은 연이은 상소를 비롯해 중궁전 앞에 주청을 하고 있었고 당하관 인사들은 모두 동시에 사직서를 냈다 합니다."
"거기에 때 아닌 때에 지금 유생들이 궐 앞에 난리를 피우고 있다 합니다. ... 아무래도 유생들은 우리를 그리 좋은 눈으로 보는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끄응.. 유생들 마저... 그렇다면 이거 안되겠군. 도체찰사 자리에서 물러나야겠어."
"대감! 그건 저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도체찰사 자리를 내려놓겠다 말함에 이 자리에 모인 당상관 대신들이 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물러나야 만이 기축옥사 때 보다는 적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에 그들은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
"그..그렇게 된다면...."
그들 역시 동인 이였기에 잊을 수 없는 사건 이다. 자기 자신들이 일으킨 싸움을 잊어서야 쓰겠지만 서도 그들이 일으킨 사건 중에 가장 큰 사건이 아니던가.
"마침 내 권한 중 마지막 권한인 후임자를 정하고 물러날 수 있으니... 다만 그 권한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대감. 만일 지금 이렇게 물러난다면 이건 곧 죄를 인정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들이 원하는 대로는 물론이오, 오히려 더한 공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겠는가."
"저희가 초반에 공격 했을 때 허 준이 했던 수법과 같이 대감께선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계속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정사에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파서 못 나간다 하시옵고 또 6판서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오히려 역으로 저희 측에서 상소를 계속 올리면 됩니다."
"허나 당하관들의 집단 사직은 곧 모든 일이 마비될 것인데...."
"그들이라 해서 언제 까지 일을 못하겠습니까. 이번 과거에 저희 북인이 대거 응시 하여 많은 관료들을 선발한다면 곧 그 자리는 자연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런 대책을 세우는 그의 이름이 궁금 하였는지 이이첨이 물었다. 대체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그러자 그는 이리 답했다. 이항복 이라고 말이다. 선대 왕 대에 선발 되었던 관료이고 또 동인들의 공격의 대상 외에 있던 이들 중 하나라고 답함에 이이첨은 마음에 들어 하였다.
"그렇다면 한 수를 노려야겠군."
"중전마마! 이에 연류 되어 있는 이들을 모두 참하시옵소서!"
"하나 뿐인 세자 저하를 음해 하려 하던 자들입니다. 헌데 어찌 하여 저들을 그대로 두시려 하십니까!"
"중전마마! 유생들이 올린 유소 입니다! 유생, 당하관, 대간이 합심하여 주청을 드립니다! 부디 그들을 잡아다 처단 하시셔야 합니다!"
임금이 이제 압록강을 넘고 의주를 넘어 평양에 당도 하여 이틀 후에 도성에 당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정은 기뻐 어찌 맞이하면 좋을 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 일을 어떻게 빨리 수습 해야 할 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도성 안의 민심은 지금 분노에 차오르고 있었다. 도성 안에서는 임금이 가장 존경스러운 존재였고 또 그런 임금의 자제라면 뻔했다. 그런데 그런 임금의 아들이자, 이 나라의 국본을 음해 하려던 자이다. 과연 어땠을까?
"중전마마! 저잣거리에선 이미 저들을 오랑캐 보다 못한 무리로 보고 있습니다! 민심을 보더라도 저들을 보면 가만히 두어서는 아니 됩니다! 만일 가만히 둔 다면 이는 곧 조정의 무능함을 보이는 일이며 또 전하께서 쌓으신 신뢰를 부숴버리는 행위 입니다!"
"......."
그녀는 계속 기다렸다. 사실 마음 같아선 그녀가 직접 주최하고 싶지만 그녀에겐 힘이 별 없었다. 그래서 그를 기다렸다. 그가 와서 사태를 수습했으면 했기 때문이다.
'안 여자가 정치에 많이 끼어들면 바깥 사람의 입장이 어찌 된단 말인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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