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뜨기 시작한 해와 져가는 달 (3)
...
"저하. 이만 조정에 나타나시지요."
"흠. 썩 내치도록 하라!"
나의 태도는 여전히 똑같았다. 누군가 나타나 나를 조정에 복귀 하라는 말을 하면 그자를 내쫓았고 나의 그 어느 측근이 와도 그 말만 한다면은 바로 쫓아냈다. 단 군사적인 이야기와 외교적 이야기는 빼고 말이다.
"그러니까, 북부 군권과 남부 군권으로 나누어 북부와 남부를 두곳으로 해서 군권을 조정하겠다고?"
분명 도 마다 흩어져 있는 군권을 두개로 합쳐낸 것은 좋은 일일지는 몰라도 그 군권에 대한 소유는 누구에게로 갈지 몰랐고 또 8도 라는 점에서 서로의 출신지에 대한 경계심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은 평양 군사들의 힘이 있어야 하니 나로서는 북부를... 허나 이순신을 비롯한 의병들은 남부 군권이고..'
나로서는 주력군이 있는 곳의 군권을 얻어 두는 것이 이득이지만 서도 그게 흩어져 있다는 점이 약간 거슬린다.
"저하. 헌데 저희 지휘관 측이 많은 곳을 뽑으라 하면은 북부 쪽이 좋을듯 싶습니다."
"흠."
"하오시면 다른 계책을..."
"그것들은 안되. 다 하나같이 대외적으로는 좋지 않은 것들이야."
"허나..."
어쩔 수가 없다. 저기 왜적들이 아직까지 이 땅 조선을 노리는 동안에는 그들을 북쪽으로 위로 관직을 줄 수가 없었다. 줄 만한 자리는 있다만 그 자리를 줄 수 없음이 괴로웠다. 봄의 특유 따스함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니 나로서는 점점 기분이 멍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차디찬 그 시절.. 이름 꽤나 떨친 장수들이 자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 하였고 그 충성을 믿고 나아간 그 차디찬 칼과 함께 마치 평생을 함께 해줄 것만 같던 군사들.
"......"
지금 생각하면은 자기 자신이 이리 물러 버림에 자책을 할 수 밖에 없을듯 싶다.
'미안하다... 희생된 이들이여.. 미안하네.. 죽은 장수들이여.. 미안합니다... 모든 백성들이여.'
"저하 께오서 또 나오지 아니 하셨다고요?"
"이런 이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조정에서는 세자가 어서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현 영의정은 이산해가 아닌 오의태로 바뀌었다. 서인들의 시대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은 부분 부분 불어 오고 있었지만 점점 벽에 금이가기 시작하는듯 싶다.
"일단은 각 대지주들의 의견들은 어떠합니까."
"아아... 이번에도..."
"쯧. 답답합니다."
오의태는 각 대지주들의 사노비들을 군부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여기서 대지주들은? '미쳤냐? 내가 내 돈 무료로 보내게?' 이렇듯 아주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세우면서 극심한 반대를 내세웠다.
"영상 대감.. 지금 그 문제를 계속 해보았자.. 나라가 분열 되기 밖에..."
"군사들이 많이 필요하오,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가을에 추수를 하고 난 후 아니면 겨울 철 중간 쯤에 공격 할 수도 있소. 그틈을 타서 군사들을 징병 시켜 놓아야 만이 적들을 막을 수 있을게요."
"대지주들이 어떤 자들입니까, 자기들의 욕심이란 욕심은 다 채우려는 자들이 아닙니까. 이런 이 때에 그들이 나라를 향한 지원은 그저 나라 안에 빚을 남겨 두어 자기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 함이 분명치 않소이까."
"그럼 어쩌자는 게요, 남부의 병력은 지금 그들에 비해 아주 미세합니다. 그 미세한 군사들로 저들을 막아설 수 있으리라 봅니까."
"1천의 군사로 5천을 막을 수 있는 분이 계십니다. 어찌 그러한 분을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류성룡의 말에 모든 대신들이 류성룡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류성룡은 한숨을 내쉬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번 전란의 영웅이신 세자저하 께오서 계시지 않습니까."
"세자저하가 계셨지요!"
"맞아요! 그분이라면은 아마 미세한 군세라도 주전력으로 만드시는 분이 아닙니까."
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옴에 지금 이 자리는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젊은 동인층의 사람들은 세자를 향해 목숨을 다받쳐 지지할 정도로 열정적이였지만 그렇다고 지난 날 송응창을 지지한 젊은 서인층 만 하겠는가?
"일단은 세자저하를 뫼셔와야 합니다."
"세자저하, 세자저하... 그러면 동궁전 담벼락 앞에 엎드리고서 세자저하 외쳐 대시든가요!!!"
오의태는 세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회의를 하는 중에도 갑자기 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국가의 절대적인 위기에 처해짐을 모른단 말인가. 그놈의 세자는 그러면은 세자가 어서 하루 빨리 조정에 나오게끔 하게 하든가.. 허나 왕실 식구들은 오히려 세자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어 좋겠다고 하였다.
"....."
그 바람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사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 대신 수군거리는 목소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저놈의 성격 보십시오, 어떻게 하면은 우리같이 늙은 대신들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댈 수가 있단 말입니까."
"세자저하야 뭐 옳은 말씀을 하시니까, 그러려니 쳐도 저건 좀..."
"....하아..."
오의태는 그만 조용히 사그라지면서 고요한 이 자리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는지... 막을 내렸다.
"오늘은 이만 합시다. 그만들 가시지요."
"흠. 이만 가겠소."
그렇게 대신들의 표정에 그리 좋지 않은 감정들이 섞였지만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정작 싸웠다가 잘못해 북부 군권과 남부 군권의 충돌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자저하! 그만 동궁 안에서 나오시옵소서!!!"
"나오시옵소서!!"
"저하! 지금 조정은 오의태를 비롯한 역도들이 나서서 화합을 깨트리고 있습니다! 하옵고 바라건데 그 화합을 저하 께오서 해결 하여 주시옵소서!"
"해결 하여 주시옵소서!!"
동궁전 담벼락 앞에 대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청을 하고 있었다. 동궁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적은 아마 실록 안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면서 나는 그들을 아래로 내려다 보았다. 그럼에 그들은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한듯 싶었고 나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여겼다.
"더이상.. 피를 보려 하지 않았는데..."
"저..저하..!"
상투는 풀려 있고 갑주에는 피가 묻어져 있다. 그리고 칼은 날이 전부 깨져서 마치 오래되어 보였고 말이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와 상투를 푼 나의 머리카락이 날아갈듯 올라섰다. 칼을 바닥에 꽂고서 매말랐던 감정이 부활해 가는듯 싶었다. ....
"나를 따라 주었던 군사.. 아니.. 전우들이여... 어찌 나 홀로 두고 그리 떠나갈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프단 말인가..."
나는 마치 감정을 토하듯 말하였고.. 옆에 있던 군사들은 그저 나의 등만을 바라 보았다.
"그대들은 들어주시오.. 더이상 나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소이다.. 허나 내가 왕족이란 출신과 함께 또 나의 직위가 이러한 자유를 용납하지 않으니.. 나는 어서 빨리 이 일을 종결 시키고 싶소."
"저하... 저희들은 오직이 저하를 따를 뿐입니다..!"
"저하.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옵소서!!"
흩날리는 머라카락이 드디어 멈춰섬에 나는 일어서 달을 향해 바닥에 꽂아 두었던 검을 뽑아 가리켰다. 그리고 마음속에 되세겼다.
'달아.. 이번에도 나를 향해 힘을.....'
'오의태를 물리칠 힘을 주어라...달아..!'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겨우 시험 끝나고 쓰는 복귀글이네요.
아 코멘트
세자: ‘달아.. 이번에도 내게 힘을..!’
원균: ‘허.. 그래서 뭐.. 이번에도 나처럼 죽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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