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모든게 물거품이 된 아주 아름다운 밤
....
"이럇!"
"젠장!! 하필 저들이!!"
"쫓아라!!"
끝까지 저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90명의 기병들이 어떻게든 시간을 버텨준다고 하였던 것 같지만 1천 이상의 병력들인데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뚫려 버림과 동시에 바로 추격해 오는 적들에게 잡힐 수는 없기에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렸다. 그래서 적들의 추격은 피했냐고? 아니. 오히려 피하지도 못하고 점점 체력만 지쳐가면서 적들의 추격을 계속 받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밤이 된다. 어찌 하면은....'
그러던 와중에 광해를 업고 있던 병사 한명이 적의 화살에 맞았다. 그 바람에 광해를 떨어트림과 더불어 그들은 어서 말에서 내려 그를 다시 업으려 하였다. 그러던 순간 적들의 기병들이 어느새 다다랐고 그에 어쩔 수 없이 서서히 포위 되가면서 이제는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하필 밤이 되어 버림에 겨우 적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허나 그것도 역시 조금 정도 밖에....
"저하... 소인들 이만 가옵니다."
그런 그들이 내놓은 방법은 전부 다 나와서 투항 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세자는 자기들을 버리고서 북쪽으로 향했고 말이다. 이 말을 믿는 왜적들 인지 서서히 물러갔다. 지금의 위치는 아마 강원도 어느 지점 정도 될 것이다. 허나 강원도에서의 관군의 영향력은 상당히 적었다. 그리고 아마 모르겠지만 맹수들 역시 상당히 많을 거라 추측되고 또 세자는 지금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이다. .... 그가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나... 그는 절대 왜적들에게 잡히면 아니 되었다. 그랬기에 세자는.. 남겨두었다.
"미안하옵니다.. 저하."
"하윽...하아..."
머릿속이 아른 거린다. 여긴 어디지? 큰 나무 밑에 겨우 걸쳐 앉아 있던 나는 어서 움직이려 하였다. 이런 곳에서 계속 있다가는 십중팔구 순찰하는 왜적들에게 잡힐 것이다. 라고 머릿속에서 맨 먼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는 힘이 나지 않았고 또 움직이려고 할 때 마다 상당히 고통이 크게 느껴져 와서 일어설 엄두조차 느낄 수 없었다.
"젠장...! 하아.. 하아..."
머리 위를 보았다. 밤이 되면은 분명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어 버릴 것이 뻔하다. 그러니 어서 속히 빠져나와야 하는데....
'어머니... 소자 이만 어머니 께오서 바래왔던 그 꿈 한번 이루어 드리지 못하고 떠나나 봅니다.'
사조룡보가 세겨진 갑주를 보고 나는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세자가 되었기는 했다는 점이나마 그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던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구름 사이에서 만백성들의 고통소리가 들려오는구나... 푸흣.. 저하 저하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 들려오는데도.. 나는 무엇하나 해줄 수도 없고.. 모든걸 얕보고 싶었더라... 그래.. 모든게 전부다 내 밑으로 보였어."
신세 한탄 이라도 하듯 나는 그 어떤 때 보다도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허공을 바라 보니 정말 저하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한낮 사람이다. 사람인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 불과한 이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명군이 군사들을 이끌고서 우리를 구원하러 왔다는 것."
명예롭게 세자는 싸우다 죽었다고 이 말 한마디 실록에 기록되어 주면은 좋겠구나. 했던게 예전이고 지금은 그저 모든게 허망하다. 라는 것만이 느껴졌다.
크르릉-
"....."
이젠 할 말이 없을 때였다. 그런 와중에 이제 죽을 준비라도 하라는듯 주변에서 맹수의 사나운 소리가 들려왔고 그러자 나는 이제 편히 어머니를 만나 뵐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미소만 지은체 어서 잡아 먹으러 오거라. 하고 있었다.
"저하 께오선 어디 계실고..."
이원익과 이일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고 또 평양성은 아직 3만 5천이란 병력들이 남아 있었다. 이제 세자가 다시 돌아와 이 상황을 수습해 주면은 다행인데...
"저하를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어야 합니다."
"허나..."
"만일 찾지 못한다면은 송응창에게 우리들의 군 자치권을 빼앗길 것이란 말입니다. 허니 꼭 찾아 내어야 합니다."
"....."
세자가 그나마 있어서 명나라의 개입 없이 손을 쓸 수 있었다. 허나 이제는 세자가 사라진 이 틈을 타서 그들이 어디 부터 개입할 지와 또한 어느 순간 그들의 군사들이 되어 있을지는 모를 노릇이다. 한편 이와 같이 분위기가 아니 좋은 이 상황에서 어디선가 승전보가 들려왔다.
"이순신의 함대가 승전을 하였다는군."
이와중에 이순신이 승전을 치뤘다 하니 사기야 오르겠지만은... 이번 대패로 인하여 감소된 사기 만큼 되겠는가?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는 소리이다.
"그래도 식량 보급 문제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이것 만큼은 이득이 되기는 할 것이다. 지금 저들에겐 식량이 별로 없을 것이니 한양으로 다시 후퇴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이때에 그들은 지금 한가지 계획이 있었으니...
"후퇴하는 기미를 보이는 순간 단번에 개성까지 적들을 밀어내어 적들을 한양 안에서 꼼짝달싹 못하게 합시다."
11만 7천 하던 군사가 그래도 이제는 한 6만으로 줄었다. 우리의 피해는 4만을 비롯해 2만 3천 정도였다. 6만 3천과 5만 7천의 피해. 어느정도는 맞먹는 피해 였기에 저들 역시 이제는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무리 일 것이라고 판단 하였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8천 정도 되는 군사들을 한번에 공격하게 하여 1만의 적들을 궤멸 시켜 피난 길을 안전히 지켜냈으니 다행이지."
그렇다. 만일 세자가 그때 군사들을 양쪽으로 보내지 않았다면은 큰일을 보았을 것이다. 양쪽으로 한번에 공격하는 아군의 공세에 연이어 적들의 그 완강했던 기세가 한층 꺾였다. 그들은 다름아닌 세자가 자기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보냈고 또 자기들을 믿고 의지하였기에 그곳으로 보냈다고 여긴 것이다.
"세자저하 께오서 이곳에 계셨기에 군사들은 자기 목숨을 다해 적들을 없애려 하였고 또 세자저하 께오서 계셨기에 이러한 작전 까지 세워 적들을 어마어마하게 소탕해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분 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이원익은 세자를 떠올리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나 그의 말들을 전쟁에서 살아남은 장수들 역시 동감하는 눈치였다.
"끌끌.. 만일 전하 께오서 이 자리에 있었다면은 저하 만큼의 역량은 내세울 수 있었을지가 궁금하군."
이원익을 비롯한 많은 장수들이 그 말에 각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수도를 버리고 그저 파천만을 계속해 어디를 본거지로 삼을지 궁금해 하였더니 맨 끝 땅 의주에 정착해서는 아주 편히 누워있지 아니한가."
지금 껏 죽어나간 군사들과 장수들의 수가 얼마일지 그는 알고 있을까? 아니? 오히려 백성들이 죽어 나간다고 그냥 한탄 만 하면서 어서 서둘러 전쟁을 수습할 길을 모색하라 하며, 묻기만을 반복 하였을 것이다.
"지금 전장은 이 지경이 났어도 전하 께선 그저 신료들을 견제하기만 바쁠테고 또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만을 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어찌 기록할 것인지를 말이야."
장수들은 그만 하라면서 그를 만류하기 시작하였고 그들 중에서는 비록 생색은 못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들 임금 보다는 세자가 더 뛰어났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모양들이다.
"세자의 부대 만큼 위험 한 부대는 아마 없을 것이야."
"끌끌...."
많은 군사들이 죽어 나갔다. 그 바람에 일본 군 내부에서는 상당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군량 마저 끊겼으니.... 하지만 승리를 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그나마 성취감을 느꼇을 것이다. 그에 사기는 조금이나마 올라 있었다.
"장수들이 상당히 죽어 나갔군...."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상당히 비어 버린 의석 수에 그나마 남아 있던 장수들은 이제 지휘 체제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1군의 수장이라 불리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지휘를 해야 한다는 말들이 상당히 나왔고 그 말에 따라 고니시 유키나가가 지휘를 맡으려 하였지만.....
"그러면은 나 제 2군 수장 가토 기요마사는 지금 하삼도에 계시는 우키타 히데이에 님께로 가겠소."
시작 부터 이렇게 갈라서는 자들이 생기는 이 순간에 과연 합동을 하여 후금 군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 진다. 그러나 그들은 전투를 오래 경험해 본 자들이다. 아무리 힘이든 전투라도 그들에겐 아마 평상시와 같다고 여겨질 것이 틀림없다.
"좋아, 시작해 보자. 명나라를 향한 전투를...."
"전하 께오서 신들에게 조선 군사권을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크흠. 과인 역시 주고 싶다만 그건 이미 세자에게 간지 오래이오. 세자가 관리 감독하고 있는 이곳 삼도 군사권을 어찌 도로 내어 주겠소?"
한편 전쟁을 종결 짔겠다고 나서려 했던 그 두 사람은 의주에 남아 임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허. 군사 체제를 한 곳으로 잡으려 하는 소장들의 뜻을 해아려 주시옵소서."
"......"
이건 뭐 반 강제로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임금은 결코 내어 줄 마음이 없었다. 그나마 이 군권 이란게 있어 세자의 명성과 권위를 높일 수 있던 것이지 그것마저 없었다면은.... 아마 허수아비 세자로 동인과 서인들 사이에서 온갖 고통이란 고통은 다 받았을 것이다.
'절대 내어 줄 수 없다.'
"조선의 임금이 너무 쌔게 나오는 군요."
"흐.. 그래 봤자 이다. 우리 명군이 없으면은 아마 왜적들은 다시 위로 치솟아 올라올걸?"
"그래도 끝까지 고집한다면은 어찌 하실 것입니까?"
"그러면은 우리는 철수 해야지."
"허나 황명은...."
은밀히 달빛이 들어오는 이 장소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선의 운명을 가로짓는 이야기 였다.
'어디 한번 끝가지 나가 보시오. 그래 보았자 어처피 그대는 내 아래이오.'
- 작가의말
ㄲㄲ~ 왜적 보다 지원군이란 구실로 온 명군이 더 미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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