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왕권의 최후
...
"나는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와 그대들의 부와 함께 한번 반정을 치룸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장군의 무얼 믿고....."
"내겐 지금은 아니지만 이제 곧 있으면 인천에 당도하는 평양 군사들이 있소. 나를 믿어 주오. 지금 저들의 중앙 군 규모는 상당하지만 경험은 얼마 없소."
"....좋소. 시작은 그대의 부대가 오는 즉시. 단, 폐위는 안돼요. 선왕이 아직 살아 계시고 또 백성들은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는 왕입니다. 그런 왕을 폐위 한다 하면 우리는 백성들에 의해 끝이 나는 겁니다."
"그럽시다. 그럼 날을 기약해 모도 함께 잔을 듭시다. 이 날 초하루의 밤을 보내며 말입니다."
"전하. 이이첨을 우리 편으로 이제 슬슬 돌려 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필요가 있는가."
"오선 장군이 천리장성을 건너서 주둔 한다 할 지라도 그렇게 안전한 상황이 아닙니다."
허준과 함께 흐릿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지금 내 등에는 중앙 군을 필두로 오선의 부대가 지금 남하 하여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이 때 좀 더 견고한 방어 태세를 갖추기 위하여 이이첨을 휘하에 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렇지만 그는 나를 견제하려 또 중전과 세자를 위협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소. 그를 가만히 두었다간 또 다시 왕권을 능멸하고 다음 대에 오를 세자의 권력을 무력화 시킬 것이오."
"그때는 소신과 소신의 아들 놈이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를 보고 웃었다. 속으로는 그 역시 걱정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누렸고 휘하 부대 역시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 내 힘은 거의 다 국경에 분산되어 있고 또 그 힘 안으로는 외부의 힘이 개입되어 있다.
"......."
더군다나 지금 조정의 꼴을 보라. 내가 있었을 땐 벌벌 떨면서 아무 말도 못하였던 조정이 지금 대규모로 난을 일으키려 하고 있고 또 대국들의 신하들과 교류해 새로운 국가를 만들려 하지 않던가.
"그 나라는 내 손으로 박살 내겠소. 허나 지금의 세자는 나이가 아직 어려. 한 15살이 넘긴다면 대리청정을 시키고 나는 정치에 손을 때겠어."
"전하. 그렇게 하시면....."
허준은 말리는 듯 싶지만 사실 이와 같은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자신의 큰 정치적 조력자가 아버지라 생각해 보아라. 얼마나 든든할 것인가. 나는 한 나라의 장수 답게 죽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젠장. 아쉽군."
"허허. 그리도 아쉬운가?"
허 겸은 이대엽의 옆에 서서 한 나라 쪽을 바라 보았다. 지금 그들은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아암 당연하지. 이일 장군님이 아니셨다면 우리가 일본 군을 전멸 시킬 수 있었지 않겠는가."
"그런데 난 그 작자가 궁금해."
"아니 그 작자라니 이일 장군일세. 우리랑 비교가 되지 않는 분이란 말일세."
어느 새 두 사람은 친해져 있었지만 허겸은 그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시원하게 말했다.
"북인에 가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인에도 가담할 이유가 없고 말이야. 보통 장수라면 무소속이 답이야. 헌데 자네가 말한 대로 이일 장군은 비교가 되지 않아. 그런 그가 당을 선택하고 또 자기 휘하 군대를 보유 한다면...."
"마..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게! 그는 내 아버지와 친구이며 벗이야! 벗!"
이대엽의 이 말에 허겸은 웃음을 그대로 유지한 체 먼 바다 건너로 있는 군 진지를 바라보며 말한다.
"잘 듣게. 조선에 들어서자 마자 나는......."
"쿨럭..하아..하아..."
"자..장군..!"
조선 최고의 규모를 보이며, 최상의 훈련을 유지 중이며 또 조선 국방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광군. 세자 시절 창설 이래 지금 것 이 정도 까지 군대 규모를 바꾼 적은 아마 처음이라 할 수도 있으리. 그런 이 때 임금의 왕권이 걸린 한 장군의 목숨이 지금 점점 꺼지고 있었다.
"잘 들으라. 1번 대에서 50 번대 까지 1만의 군대를 휘하로 두고서 잘 훈련 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내가 죽거든 거침없이 바로 도성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장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장군이 죽다니요!"
점점 꺼져만 가는 불씨 인 듯 장군의 목숨 역시 그렇게 보여온다. 그의 목숨이 끊기는 날. 거사는 서둘러 이루어 진다. 평양 군사는 어떠한 명분으로 일어나든 상관이 없겠지만 서도 가장 큰 목적으로 유교의 순리를 벗어난 폭군이라 그를 칭하고서 그의 권한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는 일.
그렇게 된다면 그가 이루어낸 모든 업적이 전부 사라질 것이다. 관선은 그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지금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그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했다. 그래서 그는 명했다. 자기가 죽으면 다음 주군은 다름 아닌 조선 왕 이 혼 이라고 말이다.
- 작가의말
버티세요, 영웅이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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