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서인의 분열 (2)
...
"저하를 어서 내놓으시게!!!"
"....."
막무가내 찾아와서는 없는 세자를 내놓으라 한다. 어의 허준은 그들에게 세자는 아파서 못 나간다고 말하라 하였고 또 장수들은 허준의 말에 따라 그들에게 아프다고 전하였다. 허나 그들은 평양 관아 세자의 처소 앞에서 죽치고 앉아 '저하! 소신들을 살려 주시옵소서!' 하면서 외쳐 대고 있는 형편이니... 전장에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를 일이다.
"저하! 제발 소신들을 살려 주시옵소서!"
"키득키득. 저 대신들이 이젠 노망이 난듯 합니다요. 아니 어찌 주인 없는 곳에서 저런 의미 없는 짓을..."
"입조심 하시게... 만일 저하 께오서 저 자리 안에 없음을 아는 날엔 저 영악한 대신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니 말이야."
"흠...."
장수들은 대신들을 그저 하나같이 글이나 쓰는 서생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옆에 있는 허준 역시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지만 같은 전장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지금껏 같이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은 그들 보다는 한층 더 신뢰하는 기색을 보이며 허준의 말을 따르고 있다만은... 세자 보다 더 하겠는가?
'쯧... 저런 놈들이 나라를 운영 한다니... 능력도 보지 않을 것이면서 적자, 서자 가릴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전하! 저들을 어서 빨리 탄압 하여야 하옵니다! 서둘러 세자저하께 어명이 담긴 교지를 받들라 하여 그들을 제압해 의주로 압송하라 이르시옵소서!"
"그 규모가 자그마치 3천일세. 3천이면 적은 병력이 아니야. 자칫 잘못하면 우리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임금의 뜻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그만큼 건강이 점점 악화 되어 감을 말하는 것이리라. 허나 동인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 일은 나서지 않겠다. 로 붙여 버림에 임금 홀로 외로운 전쟁을 치루고 있어 솔직히 말해 칼을 빼들기에도 벅차고 있을 것이다.
"전하! 저들은 어명 없이 군사를 움직였습니다! 이는 곧 명백한 전하를 향한 반란 이옵니다!"
"어허!! 저들이 무턱대고 반란을 일으킬 명분이 없지 않은가!!"
명분. 명분에 좌지우지 하는 조선 내에서 지금과 같이 막아 내어 줄 마지막 버팀목 하나는 명분 뿐이리라. 이를 잘 아는 송응창 으로서는 조금 속이 탔는지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고 동인은 이번 일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모 하여 가만히 그들과 임금의 사이에 서있었다.
"전하. 하온데 이순신이란 자가 기가 막히옵니다."
"지금 승전이란 승전은 이제 이순신 혼자서 올려 오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홀로 양날의 검을 들고 적들과 싸우고 있군."
이순신 혼자서 승전보만 올린다. 즉... 나머지는 전부 패전... 믿었던 세자는 그에 기대를 부흥할겸 적들을 과감히 공격해 적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지만 동시에 아군에게도 많은 피해를 입어 패전이라는 치욕을 얻었다. 이만큼 적들의 기세 역시 강렬한 이 상황에서 홀로 싸워 줌에 고맙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들 홀로 싸워야 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무슨 전갈이 왔다.
"전하. 이여송 장군이 남하를 하다가 매복하는 왜적들에게 패전을 치뤘다고 합니다."
"흠."
그가 패전을 치뤘다는 말에 임금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나왔다. 그의 태도를 보건데, 아마 왜적들을 무시하여 적들을 향해 진열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격 하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포수를 앞서 공격을 한 그들의 병력이 왜적의 기마병에 의해 한순간에 궤멸 되는 것은 순식간 아닌가? 마지막으로 들은 매복이라는 말 역시 신경 쓰인다. 일본의 보병 역시 무서운건 마찬가지..
"전하. 설마 한번의 패전으로 저희 명국에 대한 신뢰를 버리실 것은 아니겠지요?"
송응창이 당당한 태도로 물어오자, 임금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향해 마치 인내심 많은 양반 처럼 말하였다.
"허허. 한번 패전을 치룬 자를 향해 여러번 패한 우리들이 손가락 질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아쉬운 점은 왜적들을 만만히 보지 말아달란 말 밖에 할 수 없군요."
임금의 다정한 말투에 송응창은 안심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말하기를....
"전하 께오서 그리 말해 주시니 소장 이여송에게 서찰을 써 그를 꾸지르겠습니다."
"감사하오, 송응창 경략."
그러나 임금은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송응창 역시 느꼈을 것이다. 임금의 그런 숨겨진 마음을 말이다.
'서둘러 승전보를 올려야되. 그래야만이 우리가 더욱 기세등등하게 조선을 도왔다는 공적을 남기고 저기 저 주상의 입지를 한층 꺾을 수 있을게야.'
지금 송응창은 조선 내의 자기의 영향력을 키워 조선을 분열 시켜 멸망을 좀더 단축 시키고 싶었다. 그러면은 명나라의 빠른 공격으로 조선을 얻고 더욱 많은 이물들을 얻어 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침략을 해도 명분이 없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래서 송응창은 그 명분을 만들어 낼 때 까지는 조금 기다리기로 하고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조선 내에 있는 자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서인들을 자기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되.. 최대한..'
"하아... 하아..."
"저하. 조금만 더 힘내십쇼. 이제 곧 있으면 개천 이옵니다."
"하아.. 조금만 쉬었다가..."
"이러고 있다가는 왜적들에게 잡힙니다!"
"....."
어쩔 수 없이 지금 몇차례 계속해 전력을 다해서 걷고 있었다. 몇일이 지났을까... 급해지는 마음은 감출 수 없지만 몸은 급해지지 말고 여유를 찾으라고 말한다. 개천... 본래는 평양으로 가야 함이 맞겠지만 지금은 아바마마가 계시는 의주로 해서 조금 쉬고 싶었다. 쉬어도 가족들과 동인들이 있는 그곳이 더 안전하겠다는 느낌이 들어오니 말이다. 서연이도 그 말에 동감하는 것인지 나를 부축하면서 힘든 기색 없이 더 빠르게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
"왜 그러시나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닐세. 아니야."
그저 예뻐서... 그대가 날 알아봐 주어서 너무 고마워서.. 이 말 한마디를 말하지 못하는 나는 바보 같다. 난 당신과의 만남을 절대 짧은 인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보고 싶고 또 나의 빈이 되어 줄 수도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목에서 막혀 입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말할건 말하고 말하지 못할 것은 감추는 나인데.. 말할걸 못말하고 있으니 답답함만 더해진다.
"저하! 복부에서 피가!"
"크윽...!"
아직 덜 나은 몸으로 어떻게든 피를 멈추게 한 후에 움직이는 거라 그런지 무리를 하면 아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리를 하게 된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고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그녀를 만류할 수 없었기에 무작정 따른 결과는 이렇다. 점점 악화되어 가는 몸상태. 그녀는 평양으로 갈것을... 하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만 애초에 의주로 가자 한 것은 나였기에 걱정 하지 말라는 듯 긍정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애타게 미소만 보이는 나이다.
- 작가의말
만일 이 장면을 광해가 아닌 사도세자로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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