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서로에게 독이 되는 싸움
...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나 지금 평양 도체찰사와 영의정 및 삼도를 담당하고 있는 허 준 대감의 사직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곧 조정의 혼란을 야기 할 것입니다!"
"부디 청 하오니 그들을 속히 복직 시키시옵소서!!"
"전하 이는 아니 됩니다! 분명히 그를 장군의 반열에 들게 한 것은 허준 입니다! 헌데 어찌 하여 평양 도체찰사가 그에 대한 부담을 같이 써야 한단 말입니까! 이는 불공평합니다!"
"전하! 허 준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심히 아뢰옵기 송구스러우나 본래 스승 이였던 사람은 다름 아닌 도체찰사 이이첨 입니다! 헌데 그를 장군의 반열로 올렸다 하여 영상 대감께서 피해를 입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입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영상 대감을 다시 복직 시켜 주시옵소서!!!"
지금 조정의 의견은 앞서 들은 바와 같이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중립적이지만 서도 두 사람을 다 복직 시키라는 말 이었고 또 하나는 어찌 이게 평양 도체찰사의 책임이냐며 영상을 죄 줘야 한다는 말이고 또 하나는 영상의 잘못이 아닌 도체찰사의 잘못이니 그를 벌하라. 라는 말 이였다.
저들이라 해도 지금 자기들이 놓여진 상황을 보고 어찌 저런 주청을 하려 하겠는가. 본래라면 영의정이 사직을 하겠다 할 때 그대로 가만히 지켜 본다면 나쁘지 않았을 것을... 그때 그렇게 열을 내며 뜨겁게 공격해 온 탓에 지금은 양측 다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체 이렇게 주청을 계속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허 준은 무엇을 하더냐."
"사가에 나아가 그저 조용히 살고 있다 합니다."
"이이첨은?"
"매일 밤 조정의 대신들과 마주해 같이 이야기를 한다 합니다."
"....."
세자 음해 설이 돌기 전에 지금 이 사건으로 인하여 시선이 그 쪽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상태였다. 공론을 다른 곳으로 분열 시킨 덕이라 할 수 있으리라.
"상선은 어찌 보는가. 지금 누구의 말을 들어 주어야 하겠는가."
상선의 의견이 궁금해 임금은 한번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허 준을 복직 시키고 또 도체찰사를 벌하라는 말을 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상황은 이렇다. 지금 당상관의 집합체나 다름이 없는 이는 도체찰사 이이첨. 당하관의 집합체는 영의정 겸 삼도 육군 통제사 허 준. 두 사람의 권력 투쟁 와중에 서로의 뼈 아픈 실수가 치중에 들어나 이렇게 되었으니, 누가 누굴 탓하겠냐 만은...
"아무리 보아도 재밌어. 지금 저들의 놓여진 상황을 볼 때 어떻게 해서든 합의점을 찾으려 해야 할 거야.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마치 앙숙이나 되는 것 마냥 잡아 먹으려 하고 있으니 합의점은 커녕 오히려 자기들의 대장들이 죽어가는 꼴을 보게 될 거야."
임금은 이 틈을 타서 다른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제 누가 되었든 내 결정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도 또 돌이킬 수도 없을게야."
"전하. 신 사헌부 대사헌 이항복. 전하께 청 하건데 저들을 풀어 주십시오. 저들은 죄가 없습니다."
'걸렸다.'
이런 이가 한번은 나타날 줄 알았던 임금이 확수고대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타나 주었다. 임금은 잠시 그의 이름을 듣고서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서인 출신? 분명 남인 일 줄 알았던 이가 북인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의아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자기 앞에 있는 기회를 걷어차기엔 아까웠다.
"저들이 어찌 죄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전하. 이이첨이라는 스승을 두었지만 정작 그가 미련하여 이리 된 것일 뿐더러 영상 대감께선 그런 그가 어떤 지 조차 몰라 그저 이이첨 대감의 제자라는 것에 뽑은 것 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허 준 대감이 어찌 이와 같이 군사 인사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냐 이겁니다."
"즉, 군사 인사권을 준 내가 이 일의 원인이다 이거군."
"전하! 송구스럽사오나 부디 이 일에 대하여 두 제상들을 풀어 주시옵고 조용히 사태를 수습 하시옵소서!"
저자의 말은 매우 무례했다. 무례하다 못해 지금 강하디 강한 왕권에 대한 능멸과 무시라 봐도 상관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런 싸움을 오래 지속해 봐야 나라에 좋을 것이 없으리라 여긴 임금은 잠시 심사숙고 하겠노라. 하면서 그를 밖으로 내쫓았다.
'북인이 남인에게 꼬투리를 준 것인가. 아니면 함정을 파둔 것인가.'
앞날을 생각 해 보면은 쓴 미소만 지어지는 임금 이였다.
- 작가의말
꼴이 보기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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