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야쿠자 켄.
제1장.
18세기말 지구 인구는 10억명도 채 되지 않았다. 2016년 현재 지구의 인구는 73억명을 상회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구로 인해 지구는 몸살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산림과 정글을 개간해 농지로 활용함으로써 녹지는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다.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급기야 지구는 황폐화, 사막화되어 버릴것이었다.
미국 조지아 주(州)에는 가이아 스톤이라고 명명된 돌기둥이 세워져 있다. 높이 6미터, 두께 40센티, 중량 110톤. 8개국의 언어로 새겨져 있는 이 석비는 1980년 R.C 크리스찬이라는 익명을 사용한 남자가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조지아 주(州)의 황량한 들판에 세워져 있는 이 석비에는 지구의 적정 인구는 5억명으로 규정하고 지구 인구 삭감 계획까지 새겨져 있다.
인간들을 대량으로 학살해 지구 환경을 회복할려는 계획인것이다. 선택받은 인간만을 선별해 인류 번식을 컨트롤하며 신(神)이 바벨탑을 무너 뜨려 인간들의 언어를 혼란케하기 전의 통일 언어를 부활시키는 한편 전세계 통일 법정을 세워 모든것을 통제한다는 새로운 십계(十戒)명으로 재해에서 생존한 인류의 새로운 지침서로 인류의 새로운 법률이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지구의 인구를 삭감할 계획인 것인가?'
예상되는 범위에서는 첫째. 자연 재해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둘째. 생물 병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계획이 실제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2015년 7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제이드 헬름(Jade Helm)이라는 작전명으로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이 시행되었다. 일반적으로 군사 훈련 작전명은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환태평양 합동 연습, 동양의 방패 작전등 이런 작전명을 붙이지만 제이드 헬름이라는 작전명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수있다.
제이드(Jade) = 옥(玉). 헬름(Helm) = 키(舵)
가이드(Guide) = 안내. 스톤(Stones) = 돌(石)
옥(玉)은 돌의 한종류로 분류된다. 헬름은 배의 조종간인 키를 가르키는 단어다. 즉, 키는 어디론가 안내를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제이드 헬름이라는 작전명은 가이드 스톤이라는 말을 앞뒤로 교묘히 바꾸어 명명한 작전명이라고 볼수 있다.
'그럼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연 재해나 화학 병기및 생물 병기를 사용한 테러에 대비한 훈련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군사 훈련은 어느 정도는 매스컴에 공개를 한다. 하지만 제이드 헬름 작전은 비밀 군사 훈련으로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 왜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일까?'
지구 인구 삭감 계획에 대비한 극비 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지아 주(州)의 가이드 스톤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지구는 어떻게 변할것인가!?
*******
"미첼 박사!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나?"
"지금까지의 실험으로 볼때 완성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 일본에서 사형수를 상대로 실험을 시작할려고 합니다."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결과를 보고 싶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극비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계획으로 지구는 어떻게 될것인가?'
*******
부우웅.
한 사내가 가끔씩 백미러로 뒤쪽을 확인하며 질주하고 있었다. 60km의 제한 속도를 훌쩍 넘긴 상태다. 다행이 도로에는 차량이 거의 없는 탓으로 100km의 속도로 질주해도 문제없을 정도다.
"칙쇼. 시쿠지루토와(ちくしょう.しくじるとは. 제기랄. 실패라니!)"
그래도 다행이었다. 추적해 오는 차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잠수를 탈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럴 각오로 실행한것이었다. 은밀한 곳에 잠수 탈곳도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부아앙!
더욱 더 엑셀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언제 놈들이 추적해 올지 모른다. 잡힌다면 백이면 백 확실히 죽는다.
일본 최대 폭력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는 두개의 조직으로 분열되어 치열한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차별 부락 출신이 많은 야마켄구미(山健組)와 재일 한국인 출신이 많은 코도카이(弘道会)로 분열된 것이다. 처음 분열을 했을때엔 상대 조직 사무소의 유리창을 부수거나 트럭으로 돌진해 문이나 벽을 살짝 부수는 가벼운 경고 방식을 취했었다.
그러나, 투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조직원들간의 싸움이 격렬해져 급기야 총기까지 사용하는 파국의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의 야쿠자 조직간의 투쟁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총기가 사용된다. 홋카이도(北海道) 북단에는 러시아 어선들이 들락거린다. 그들 어부들에게 부탁하면 총기는 얼마든지 구할수 있다.
이때부터 둘중 어느 조직이 무너질때까지 죽고 죽이는 무한 경쟁에 돌입한 야쿠자들간의 투쟁으로 일본 전체가 불안에 떨었다. 경찰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세계 최대 폭력 조직인 야마구치구미가 분열되어 약체화 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조직 폭력배들은 살기가 참 빡빡했다. 몇년전부터 시행된 조직 폭력배 특별법으로 인해 조직원들은 도시락이나 스시(寿司. 초밥), 라면조차 배달해 먹을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은행 계좌도 만들수가 없는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배달 주문을 하더라도 특별법에 의해 폭력배에게 음식물을 제공해서는 않된다는 규정에
위반되기 때문이었다. 보통 일반 주택가에 조직 건물이 떡 하니 세워져 있어 지역 주민들은 어느 건물이 조직 사무실인지 모두 알고 있다.
조직 폭력배 근절의 일환으로 시행된 특별법으로 조직이 많이 위축될수 밖에 없었다. 조직원의 사소한 사고로도 트집을 잡은 경찰은 조직 사무실을 압수 수색할 정도로 야쿠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일로 인해 조직내의 불만이 점점 쌓여가 일시에 터져 버린 결과가 분열이었다. 야마모토 켄(山本健)은 코도카이(弘道会)에 소속된 재일 한국인 3세로 말단 중의 최말단이다.
카나카와현(神奈川県) 카와사키(川崎) 지부 소속의 켄은 직속 상관인 와타나베(渡邊) 아니키(兄貴. 형님)의 명령으로 히트맨으로 상대 조직에게 보내졌다. 아니키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말로는 권유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명령이었다. 추측으로는 지부장의 명령에 의해 와타나베 아니키가 직접 해야 될 일을 동생인 자신에게 미룬것으로 짐작되었다.
켄(健)은 투쟁중인 야마켄구미(山健組)의 동경내의 시나가와(品川) 지부장을 타격하라는 명령을 받고 움직였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몇년간은 무조건 잠수를 타야만 했다.
조직 세계에서는 히트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를 한다. 어설프게 경찰에 자수해 유치장에 들어 가더라도 깜쪽같이 제거 당해 버리지만 히트맨이 유치장에 들어갈 일은 없다. 각 조직마다 히트맨을 대신해 자수하고 유치장으로 들어 가는 조직원들은 얼마든지 준비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당한 상대 조직에서 히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타격조를 움직인다. 그들에게 잡힌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게 당해 버릴 것이다.
먼저 시나가와 지부장을 타격하기 전에 잠수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에게 부탁할수도 없는 일이다. 비밀이 새어 나갈수도 있는 일이다. 아지트는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후보지를 고르고 골랐다. 무인도 위주로 골라 보았지만 맘에 드는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
도쿄에서 가까운 무인도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으며 우물이 없어 생활하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곳의 무인도에는 적당한 곳이 많이 있었지만 누구도 모르게 많은 물자를 운반하기가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잠수는 최소한 3년이상은 타야 하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도쿄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가족만이 살고 있는 섬으로 결정했다. 그 섬의 주인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한가족이라고 해도 늙은 노인 부부만이 살고 있는 섬이었다.
"히라노(平野)상! 처음 뵙겠습니다. 도쿄에서 온 야마모토 켄이라고 합니다."
켄은 작은 섬 주인인 히라노상 부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선물로 가져온 와가시(和菓子. 일본 전통 과자) 세트를 건넸다.
"고맙네. 근데 무슨 일로 온것인가? 섬 관광이라면 널리 알려진 곳을 둘러 보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 이곳 니에몬지마(仁右衛門島)는 도쿄 동쪽에 위치하는 치바현(千葉県) 카모가와시(鴨川市)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으로 지금은 관광지로 개방되어 있는 신일본 백경(百景)으로 선정된 섬이다.
섬중턱에 나무들로 둘러 쌓인 히라노상 부부의 집이 있는 이곳까지 관광객은 올라 오지
않는다.
"섬 관광이 아닌 히라노상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것입니다."
"응? 보잘것 없는 노인에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이 섬에 일, 이년정도 생활해도 되겠는지요? 물론 야칭(家賃. 월세)은 지불하겠습니다."
켄은 간절한 표정으로 히라노 노인에게 애원했다. 이곳이 지금까지 찾은 곳 중에 가장 적합한 후보지였다.
"젊은 사람이 이 조그마한 섬에 무슨 일로 그렇게 오래 살겠다는 겐가?"
히라노 노인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당연할 것이다. 작은 섬에 달랑 집 한채가 있는 곳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후우, 도쿄에 진질 머리가 난 상태입니다. 한적한 곳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할 생각으로
히라노상에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도쿄에서는 뭘 하고 지냈는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조직 폭력배도 일종의 회사다. 평범한 회사가 아닌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는 특별한 회사다. 투쟁이 격화된 지금은 전투 경찰이 사무소 앞에 경비를 서 주는 특별한 회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구만."
"후우, 그렇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휴양하고 싶어 히라노상에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쯧쯧, 건장한 청년이 벌써부터 세상 다 산것처럼 한숨이 끊이질 않는구만. 좋네. 방 하나를 내주겠네. 대신 밥값은 받아야겠네."
"감사합니다."
히라노상이 허락하자 한숨 놓을수 있었다. 야칭(家賃. 월세)은 월3만엔으로 합의를 보았다. 도쿄에서의 야칭보다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싼값이었다. 도쿄에도 월3만엔의 야칭으로 방을 빌려주는 곳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방은 공용 화장실과 공용 주방을 사용해야 하며 목욕탕도 없는 허름한 목조 건물이 대부분이다.
좀 괜챃다고 생각하는 원룸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월5만엔에서 10만엔 사이에 거래가 되고 있다.
"히라노상! 그럼 제가 생필품을 조금 가져 와도 되겠는지요?"
"물론이네. 자네가 필요한 물품은 얼마든지 가져 오게나."
도쿄와 카나카와현 사이로 흐르는 타마가와(多摩川)에는 불법으로 정박되어 있는 어선이나 소형 크루즈선이 많다. 켄은 친분이 있는 카기야(鍵屋. 열쇠 수리공)를 데리고 타마가와로 가서 크루즈선 한척을 확보했다.
"켄상! 이 일이 알려지면 전 밥줄이 끊겨 버립니다."
"걱정마라. 내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카기야(鍵屋)인 타니오카(谷岡) 녀석이 걱정했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그때부터 켄은 히라노상의 섬으로 열심히 물자를 운반했다. 소형 크루즈선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늘 하던 일이었다. 해상에서 주로 각성제 거래에 이용되기 때문에 켄은 가끔씩 운전을 했었다.
"뭘 이렇게 많이 가져 오는 겐가?"
수많은 생필품들이 히라노상의 집으로 들어오자 노부부가 놀라는 눈치였다. 물건은 많을수록 좋았다. 잠수를 타기 시작하면 되도록 섬 밖으로 나가선 않된다.
"히라노상도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늑늑하게 가져 왔습니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시면 말하십시요."
"그런건 없네."
말과는 달리 히라노상이 슬쩍 부인을 바라 보며 입 근처에서 손가락을 끄덕였다. 술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럼 제 마음대로 생필품들을 더 가지고 오겠습니다."
히라노상에게 알았다는 표시로 눈을 찡긋했다. 원하는 술을 가져다 주면 이곳에서 생활하기도 한결 편해질것이다.
"뭘 그렇게 많이 가져 오실라고요?"
히라노상 부인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섬 밖으로는 나룻배를 저어 타고 가야 한다. 노부부가 이동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인께서도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말하십시요."
"에구, 이런 늙은이가 원하는게 뭐가 있겠수."
"하하하, 그럼 알아서 가져 오겠습니다."
늙은이들이 좋아하는 물품을 가져 올 생각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최신형 마사지 의자가 가장 적당했다. 도피 자금으로 받아 놓은 자금이 늑늑했기에 한동안 돈 걱정은 없었다. 이런 작은 섬에 3년정도는 처 박혀 살아야 하기에 당분간 돈 쓸일도 없었다. 이런저런 물품들을 구입해도 백만엔도 사용하지 못했다. 창고형 대형 매장인 코스토코에서 대량으로 생필품을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 작가의말
일본인 이름이나 지명등을 일부러 탁음으로 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타니오카(谷岡)라는 이름은 표기법으로는 다니오카(谷岡)라고 표기해야 맞지만 일부러 저런식으로 표기한것을 양해해 주십시요!!
오타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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