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드디어 지구로
146화.
마지막으로 아공간에서 와인을 꺼내 서로 나누어 마셨다. 켄 나름대로의 작별 인사였다. 부하들과 헤어져 이카리스의 레어로 돌아온 켄은 브리 보아 원군 병사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보여 준다는 약속한 것을 지키기 못한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레어에서 이카리스님이 직접 쓴 연구 일지를 살펴 보고 있을때 드래곤 로드가 찾아 왔다.
"자네의 목적이 그쪽 차원 시간을 거슬러 가는 일이지?"
"그렇습니다."
"음, 자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차원 이동을 하면 자네는 자네가 원래 살고 있던 곳으로는 갈수없네. 무슨 말인가 하면 겉으로 보기엔 자네가 살고 있는 세상과 똑 같지만 자네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일세."
"........"
로드가 말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 할수 없었다. 그런 켄의 표정을 본것인지 로드가 다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시말해 한차원에 두개의 똑같은 영혼은 존재할수 없는 일이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두 영혼은 서로 이끌려 부딪혀 소멸하게 될것이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네."
"그럼 과거로는 갈수 없다는 말입니까?"
큰일이었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차원 이동을 해왔는데도 같은 세상으로 갈수 없다는 말이 청천벽력처럼 귓청을 때린것이다.
"그건 아니네. 이렇게 생각해 보게. 큰나무가 있네. 그 나무의 본줄기가 있고 여러 가지들이 뻗어 있네. 자네가 원래 살고 있던 세상은 본줄기에 해당되네. 그런 본줄기에서 이곳으로 차원 이동을 해왔네. 다시 차원 이동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간다면 도착한 순간부터 본줄기에서 뻗어 나간 가지가 된다는 말일세."
"그, 그럴리가?"
믿지 못할 말이었다. 같은 세상이지만 전혀 다른 길로 접어 든다는 뜻이다.
"그럼 같은 시간대로 간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완벽하게 같은 시간대로 간다고 해도 다른 가지로 뻗어 나가게 되네. 차원의 벽이 뚫린 순간 그 차원에서 뻗어 나간 다른 차원이 생성된다는 것이지."
이해가 되었지만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절 알아 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곁가지로 뻗어 나가긴해도 같은 세상이나 마찮가지일텐데 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지요?"
"예를들어 차원 이동 시대가 열렸다고 하세. 그러면 자네처럼 수많은 사람이나 종족이 너도나도 과거를 바꾸기 위해 차원 이동을 하게 될걸세. 그러면 그 차원은 수억개의 곁가지 차원이 생성되겠지. 그러면 그 차원은 차원이 겹치고 겹쳐 더이상 차원을 유지할수 있는 힘을 잃어 버려 폭발하게 될것이네. 그러나 과거로 거슬러 간 사람이 아무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면 어떻게 되겠나? 호기심에 차원 이동을 하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과거를 바꾸기 위해 가는 사람은 없을걸세.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로드의 말은 이랬다. 본래 살고 있는 차원에는 제각기 차원 코드라는게 있어 그 차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 차원 코드가 발동되어 평소에 알고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그런 차원의 곁가지로 뻗어 나가게끔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황당한 말이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분별한 차원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설명이었다.
로드의 말을 이해한 켄은 허탈해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되살리기 위해 차원 이동을 감행한것인데도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되돌아 가지 않을수도 없었다. 실제로 확인해 볼 생각이다. 로드가 말한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가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만약 제가 되돌아 간후 이곳으로 다시 온다면 이 세상도 다른 곁가지로 뻗어 나간다는 말입니까?"
"그건 자네가 원래 살고 있던 세상이 아니기에 과거가 아니라면 본래의 줄기로 나아가게 되네."
차원 코드가 발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행이었다. 지구로 간후에 훗날 다시 이 대륙으로 돌아 온다면 부하들을 만나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차원 이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마법진을 그리고 발동시키기 위해 최상급 마나석 6개가 필요합니다. 지금 3개를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3개를 찾아야 합니다."
"이카리스님이 남겨 놓은 마나석이 들어 있는 상자들을 찾아 보게. 없으면 내것을 주겠네."
"감사합니다."
즉시 아공간을 열어 마나석이 들어 있는 상자들을 열어 보았다. 세번째 상자에서 최상급 마나석 5개를 찾을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준비는 다 갖추어졌군."
"이카리스님이 쓰신 연구 일지를 읽어 본뒤에 차원 이동하겠습니다. 좌표를 알아야 하니까요."
차원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도착 지점 좌표가 필요하다. 좌표는 차원 좌표, 행성 좌표, 지점 좌표 이 중에 하나만 빠져도 이동할수 없다. 지점 좌표는 지구의 도착 지점으로 이미 알고 있지만 다른 두개는 전혀 모른다. 차원이 몇개나 있으며 지구가 어느 차원에 속해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행성 좌표도 마찮가지다. 우주에 행성이 몇개나 있는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그런 행성중에 지구의 좌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대체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지구를 찾을수 있겠는가.
"그럼 좌표를 확인하고 이동 준비를 갖춘후에 연락하게."
"알겠습니다."
로드는 둥근 통신구를 한개 건네 주었다. 로드가 사라진후 다시 연구 일지를 읽으며 좌표를 찾아 보았다. 이카리스님이 쓴 연구 일지는 방대한 양이었다. 차원 이동을 하는데 있어 시행착오를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 몇날 며칠에 걸쳐 기록을 읽어 보며 드디어 원하던 좌표를 찾을수 있었다. 이카리스님은 총 3번 차원 이동을 감행했다. 그중 지구라고 알수 있는 그림이 첨부되어 있는 기록을 살펴 보았다.
「이곳은 여러 대륙으로 나뉘어 있는 곳으로 마나를 사용 할줄 모르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마기에 물든 몬스터라고는 전혀 찾아 볼수도 없는 세상이다. 이방인인 자신이 인간들의 다툼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곳 세상을 모두 둘러 보았지만 대륙의 인간들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별 흥미를 느낄만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차원 이동에 성공한 기념으로 조그마한 선물은 남겨 둘 생각이다. 행운이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주인공이 나의 위대함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이카리스 대륙 최초로 차원 이동에 성공한 골드 드래곤 로드 이카리스.」
자신의 위대함을 스스로 찬양해 놓은 글이었다. 지구의 대륙을 그려 놓은 첨부 지도가 없었다면 기록만으로는 지구라고는 짐작할수도 없는 내용이었다. 지도에는 차원 좌표와 행성 좌표, 지점 좌표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지구로 차원 이동할수가 있다. 하루를 푹 쉰후에 차원 이동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차원 이동 마법진은 하루만에 그릴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세심한 주의를 하며 그려야 하는 작업이다.
낮에는 마법진을 저녁에는 마나 포션 만드는 작업을 했다. 차원 이동으로 또다시 마나가 굳어 버린다면 개고생을 해야 한다. 그런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나 포션을 준비해 놓을 생각이다. 지구에서는 대기에 마나의 양이 적어 한번 소모한 마나를 다시 끌어 들이기 위해선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그런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백병의 마나 포션을 준비해 놓을 생각이다.
마나 포션은 지구에서 만들어도 된다. 마나석이나 마정석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나 포션을 간단하게 만들수 있지만 이곳에 있을때 미리 만들어 마법 주머니와 아공간에 나누어 담아 놓을 생각이다. 마나가 굳어 버리면 아공간을 열수가 없다. 그래서 마법 주머니안에 넣어 두는 것이다. 마법 주머니엔 마나 포션은 물론 치료용 포션, 골드와 실버, 텐트와 식량과 물을 넣어 두었다. 차원 이동 마법진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완성이 되어 갔다. 레어의 광장에 며칠에 걸쳐 마법진이 완성되자 이동할 준비가 끝내고 로드에게 통신을 넣었다.
"켄입니다. 이동 준비를 끝냈습니다."
- 그런가. 바로 가겠네.
통신을 끊자마자 로드가 등장했다.
"저게 차원 이동 마법진인가?"
"그렇습니다."
로드는 차원 이동 마법진에 흥미를 드러냈다. 어차피 켄이 사라지면 이곳의 마법진은 로드가 연구를 하든 파괴를 하든 로드가 알아서 처리하고 레어도 봉인할것이다.
"그럼 이동을 하게."
"알겠습니다."
차원 이동 마법진 위로 올라간 켄은 심호흡을 한후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영롱한 빛들이 춤을 추는 마법진위에서 주변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켄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마법진 상공에 검은 공간이 서서히 생성되기 시작했다.
"절대 방어!"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황이다. 최강 방어 마법인 절대 방어를 펼쳐 몸을 보호한 켄은 주저없이 검은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이곳 대륙으로 이동할땐 방어 마법을 펼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공간 이동 마법처럼 그냥 이동될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후 힘을 잃은 마법진의 빛이 서서히 사그러지며 검은 공간도 사라졌다.
절대 방어 마법으로 보호받으며 빛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광경은 너무 신기했다. 처음 차원 이동할때엔 이런 광경도 보지 못한채 기절했었다. 긴 빛의 터널의 끝이 보였다. 검은색의 공간으로 보이는 부분이 끝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빛의 터널이 그곳에서 끝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방어 마법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만큼 마나 소모가 극심한것이 절대 방어 마법이다. 터널의 끝이 눈앞이지만 더이상 절대 방어 마법을 유지한다면 심장에 있는 마나 하트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갈것 같았다. 어쩔수없이 절대 방어 마법을 해제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온몸을 꽉 조여 오는 힘에 억눌러 정신을 잃어 버렸다.
"컥!"
******"
쩡.
갑자기 마른 하늘위에 벼락이 치듯 굉음이 울려 퍼지며 서서히 하늘이 갈라지며 시커먼 공간이 드러 났다.
"저, 저건 뭐냐?"
"으아아아악! 산신(山神)님이 노하셨다."
"신성한 산을 훼손한 탓이야."
절벽 아래 움푹 패여진곳에 허름한 천막이 여러개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든 사람들이 큰 굉음에 놀라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던중 하늘 한쪽이 쩍 갈라지는 광경에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이들은 히말라마 산맥 아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일년에 한번씩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해 산맥위로 올라 온 자들이다.
"사, 산에서 내려 가야해. 내려 가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꺼야."
한사람이 그렇게 외치자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이 서둘러 천막을 거두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필요없는 물건은 다 버려. 산신님이 노하기 전에 빨리 내려 가야 해."
일사천리였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짐이 내팽겨진채였다. 그런 사람들이 산 아래로 이동할려고 할때였다. 하늘에 떠있는 시커먼 공간에서 검은 물체가 추락하자마자 곧바로 검은 공간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눈 깜짝할새에 사라져 버렸다.
"으아아악! 누군가 추락했다. 도주해."
추락하는 검은 물체를 확인한 사람들이 또다시 기겁을 하며 급히 산 아래로 내려 가기 시작했다.
"라쥬 아버지! 우리들도 내려 가야 하지 않을까요?"
"닥쳐! 발이 삐어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내려 간단 말이야?"
남편이라는 중년인은 부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인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 그래도...산신님이 노하셨는데 이대로 있으면 큰일나요."
"제기랄! 그럼 여편네 혼자만 내팽겨 치고 애들만 데리고 가란 말이야?"
"그. 그렇게라도 하세요. 애들만이라도 어떻게든 살려야 하지 않겠어요?"
"난 못해. 죽더라도 다 같이 죽는거야."
굳은 결심을 한 중년인의 고집을 더이상 꺾을수 없다고 판단한 부인은 더이상 남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네들은 내려 가지 않을건가?"
"저희들은 내려가 봤자 어차피 굶어 죽을텐데요. 그럴바에야 죽더라도 산신님을 만나 보고 싶어서요."
"......"
아직 남아 있는 두 청년에게 물은 중년인은 그들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수 없었다.
"슈렌댁도 남아 있었나?"
"약초도 얼마 캐지도 못했는데 이대로는 절대로 내려 갈수 없어요."
슈렌댁이라고 불린 여인은 품에 애기를 앉고 있었다. 모두 사정이 있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던것이다.
"뭐가 떨어져 내린것인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산신님일지도 모르잖아요?"
"......"
청년의 말에 모두가 주춤했다. 두려운 것이다. 히말라야 산은 티벳계 고산족들인 타망족에게 있어서 신성한 산이다. 그런 산을 뒤집어며 약초를 캐는 일은 산을 더럽히는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생전 처음 목격하는 광경에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것이다.
"젊은 자네가 가서 확인해 보게."
"제, 제가요?"
"그럼 늙은 내가 가야 하나?"
라쥬 아버지는 겉모습은 늙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십대 후반의 나이다.
- 작가의말
지구편이 시작됩니다^^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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