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미국에서(2)
210화.
크롬이 정말로 기분이 좋은지 과장하게 웃으며 큰소릴쳤다. 그렇게 크롬의 룰렛 게임이 시작되었다. 매번 켄이 끼어 들어 도움을 주진 않았다. 크롬외의 다른 녀석들도 도와 주면서 게임을 하고 있을때 이상한 놈을 발견했다. 켄이 크롬 일당을 도와 줄땐 그놈은 칩을 걸어도 잃거나 따고 있었지만 도와 주지 않고 지켜 보고만 있을땐 반드시 그 놈은 따고 있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은 칩을 거는것도 아니었다. 10달러 칩 이상은 절대로 걸지 않고 있었다.
"마나 스캔!"
너무 이상해 놈의 몸을 살펴 보았다. 능력자라면 이마쪽에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을것이다. 역시 놈은 능력자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가 자신이 관악산에서 만났었던 놈에 비해 너무 적었다. 그놈을 유심히 관찰했다. 동양인으로 삼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자였다.
또르르르.
딜러가 고속 회전하는 룰렛판위에 공을 튕기자 놈의 이마가 미미하게 찡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놈의 이마에서 미약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런 미약한 에너지라도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발휘할수 있을것이다. 룰렛에는 퍼스트 더즌과 세컨더리 더즌, 서드 더즌이라는 존이 존재한다. 메인 섹션(Main Section)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존옆에 있는 더즌이라는 존이다. 퍼스트 더즌은 1~12까지의 숫자, 세컨더리 더즌은 13~24번, 서드 더즌은 25~36번까지의 숫자 어느 쪽에 공이 들어 가더라도 그 존에 건 칩의 두배를 받을수 있다. 배당은 낮지만 그만큼 딸 확률이 높은 존이다. 놈은 그런 더즌에만 걸고 이마의 에너지를 이용해 공을 움직이고 있는듯 했다.
힘이 약한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식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더즌 스퀘어에만 거는 놈은 항상 따고 있었다. 저 에너지를 자신이 통제할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놈이 에너지를 뿜어 낼려고 할때 마나 봉인을 펼쳐 보았다. 자신이 보유한 마나와 완전히 똑같은 마나라면 마나 봉인이 먹혀 들어 갈것이다.
"컥!"
놈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 잡고는 비틀거렸다. 마나 봉인이 제대로 먹혀 들어 갔다. 타격이 심한지 괴로워하는 놈에게 펼친 마나 봉인을 즉시 해제시켜 주었다. 이것으로 놈도 자신과 같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다는게 확인되었다. 능력자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마나라면 놈이 능력을 발휘할때 곧바로 알아 차렸을것이다. 마나는 마나인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와는 엇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것으로 추정되었다.
'설마 에테르는 아니겠지?'
에테르는 신의 기운이라고 불리운다. 마나보다 더 상위의 기운으로 이계의 신들은 에테르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카리스 레어에 있던 서적에 그렇게 쓰여져 있는 것을 읽은적이 있었다. 만약 능력자중에 에테르 에너지를 엄청나게 보유한 자가 있다면 켄도 절대 무시할수 없을것이다. 국정원 국장에게 능력자 시체를 건네 줄때 확인을 해보았어야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놈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번 판은 칩도 잃었다. 그리고는 더이상은 게임을 할 생각이 없는듯 환전소쪽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 크롬! 이번 판에 모두 다 걸어. 번호는 7번이다. 동료들에게도 다 걸어라고 해.
능력자로 보이는 놈을 따라 가 볼 생각이다. 이번 판에 크롬 일행들에게 크게 따주어 게임은 그만하라고 말해 줄 생각으로 모두 걸어라고 했다.
"이번 판에 모든 승부를 걸겠다. 일생일대의 승부다. 럭키 세븐! 세븐에 모든 칩을 걸어 내 운을 시험해 보겠다. 자아, 나하고 같이 운을 시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럭키 세븐에 모두 걸어."
크롬의 말에 크롬 부하들은 모두 따라 걸었다. 이들은 크롬과 모르는 사이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크롬이 무슨 신호를 보냈는지 가지고 있는 칩을 몽땅 다 걸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몇몇 사람들도 따라 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미친놈이라며 다른 곳에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운을 내팽겨쳐 버린 사람들이다. 이번 판도 어김없이 7번에 작은 흰공이 들어갔다. 들어 가지 않을수가 없었다. 실라이온이 공을 조작하는 이상 백발백중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 럭키 세븐이다."
"들어 갔다. 들어 갔어!"
룰렛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사람들은 게임에 참가했든 하지 않았던 모두 환호성을 질러 댔다.
- 크롬! 게임은 그만 하고 돌아 가서 기다려. 이곳에서 볼일을 보고 나중에 찾아 가겠다.
환전소로 간 동양인을 즉시 추적했다. 칩 환전이 끝났는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카지노를 나서고 있었다. 그런 놈을 조용히 따라갔다.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타고 라스 베가스외곽으로 나가는 놈을 몸을 숨긴채 플라이 마법으로 계속 따라갔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이 상태로 계속 따라 갈수는 없었다. 라스 베가스를 완전히 벗어나면 자동차를 세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따라 가고 있을때 외곽으로 나선 놈은 도로옆에 캠핑카가 세워져 있는 곳에 멈추었다.
"이 봐!"
"허억! 누, 누구냐?"
캠핑카로 들어 갈려는 놈의 뒤에 조용히 내려온 켄은 모습을 드러내고 불렀다. 캠핑카안에는 세명이 감지되었기에 안으로 들어 가기 전에 불러 세웠다. 급히 뒤를 돌아 보며 한발 뒤로 물러난 놈은 굉장히 놀란듯했다.
"널 해칠 생각은 없어. 이야기 좀 하자."
"이, 이야기라니요?"
"네가 능력자라는건 이미 알고 있다. 카지노에서 확인했거든. 추운데 차 안으로 들어 가자."
라스 베가스의 1월달 기온은 낮에는 비교적 따듯한 편이지만 해가 떨어지면 영하로 내려 갈 정도로 춥다. 머뭇거리던 놈이 어쩔수없다는듯 자동차 문을 열어 주었다.
"나도 너처럼 능력자다."
"예엣? 능력자라니요?"
"이마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해 룰렛을 조종하지 않았나?"
"그, 그걸 어떻게..."
눈이 커진 놈이 당황하고 있었다.
"아, 난 갓 핸드라고 불린다."
"아로마입니다."
"동양인이냐?"
얼굴 모양으로 볼때 몽골쪽 사람으로 짐작되었다.
"원주민입니다."
"원주민?"
원주민이라면 아메리카 본토에 원래 살고 있던 인디언이라는 말이다. 예상외의 대답에 이번엔 켄이 조금 놀랐다.
"넌 어떻게 이마에 에너지를 모았나?"
"이, 이건 저도 잘 모릅니다. 어느날 고열을 앓고 있을때 주술사가 치료를 해 주었는데 그뒤부터 이마가 간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후로 정신을 집중하면 물건을 움직일수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우연히 얻은 능력이라는 것이다. 복 받은 놈이다.
"어떤 물건이든 맘대로 움직일수 있나?"
"그렇진 않습니다. 작은 물건밖에 움직일수 없습니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0번이상은 움직일순 없습니다. 한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하기 위해선 며칠동안 시간이 걸립니다."
이마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면 며칠간의 시간이 지나면 절로 차 오른다고 했다. 특별한 호흡법으로 에너지를 다시 모을 필요는 없는것같았다.
"그런데 당신은 어떤 능력자십니까?"
"나? 너와는 다른 능력자다. 난 기(氣)라는...아, 챠크라라고 하면 되겠다. 챠크라를 몸속에 저장해 능력을 발휘한다. 수련으로 능력자가 된것이지."
순진하게 보이는 아로마에게 이해할수 있게끔 설명해 주었다.
"아! 그럼 저도 수련을 하면 이곳의 에너지를 더 모을수 있는겁니까?"
"그건 모른다. 어떤 에너지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모을수 있단 말이냐."
"그, 그렇군요."
아로마 굉장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일단 내 손바닥에 네 이마의 에너지를 뿜어내 봐. 한번 알아 볼테니까."
오른손 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아로마의 이미가 미미하게 일그러지며 에너지가 손바닥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에너지를 급히 몸속으로 흡수했다. 직접 자신의 몸안으로 끌여 들여 자신의 마나와 어떤 반응이 보일지 알아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다. 자칫 잘못하면 켄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와 충돌할수도 있지만 아로마의 에너지는 미약했기에 충돌하더라도 큰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려했던것이 이상할정도로 아무런 충돌은 없었다. 오히려 아로마의 에너지와 완전히 융합되어 버렸다. 너무 빠르게 합쳐져는것으로 볼때 마나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에너지로 추정되었다.
"네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뿜어내 봐."
"지금은 그것이 한계입니다. 카지노에서 이미 거의 다 사용해 버려서요."
그랬다. 방금전까지 아로마는 카지노에 있었다.
"음, 그럼 이걸 한번 마셔 봐."
급히 품속에서 마나 포션 한병을 꺼내 건네 주었다.
"이게 뭡니까?"
"네가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와 비슷한거다. 일단 절반정도만 마셔 봐."
아로마는 눈이 커지며 의심도 하지 않은채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아! 이, 이건 굉장합니다. 이마에 뭔가 꽉 들어찬 느낌입니다. 남은걸 마져 마셔도 되겠습니까?"
"마셔 봐."
이마의 에너지가 포화 상태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꿀꺽.
"아! 윽...으윽..."
아로마의 신음에 급히 마나 서치를 펼쳐 이마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들이 마신 마나 포션이 이마로 몰려 들어 이미 자리하고 있는 마나와 합쳐져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였다. 한동안 그렇게 지속되든 마나는 이마의 영역을 넓혀가며 점점 잦아 들면서 완전히 자릴 잡았다.
"아!"
온몸이 땀범벅이 된 아로마는 무척이나 흥분된것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이전보다 이마의 에너지가 엄청나게 늘어 난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한번 시험해 봐."
"알겠습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시지요."
자동차 밖으로 나가자 아로마는 자동차를 노려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동차가 서서히 떠 오르기 시작했다.
"아!"
쿵.
스스로도 깜짝 놀랐는지 아로마가 감탄성을 토해 내자 자동차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도 높이 떠오르지 않은 상태여서 자동차는 부서지진 않았다.
"누, 누구세요?"
캠핑카안에서 삼십대의 여성이 문을 조금 열고는 경계를 하고 있었다.
"델리! 나야. 걱정말고 들어가 있어."
"아로마, 알았어요."
캠핑카 문이 닫혔다. 아로마의 부인으로 생각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보다 몇배는 더 에너지가 많아졌다는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돼. 너 같은 능력자들을 포섭하거나 제거할려고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런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끔 능력을 발휘할땐 조심해야 돼. 놈들에게 들키면 전화까지 모조리 도청당해 있는 장소도 발각되어 버릴꺼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면 이전처럼 미약하게만 사용해야 될꺼야."
"그, 그런 자들이 있다고요?"
"그래. 이미 난 그런 놈들을 만나 충돌한적이 있고 지금도 놈들이 날 찾고 있을꺼다."
아로마는 이제 예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상승했다. 그런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면 다른 능력자 놈들에게 알려지게 될것이다. 놈들의 행동으로 볼때 정부와 연관되어 있는 놈들이다. 그렇지 않다면 헬기나 특수 부대원들을 대동할수 없었다. 그런 놈들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려고 한다. 맘대로 되지 않을 경우 살인도 불사하는 놈들이다. 아로마가 다치지 않게끔 미리 경고를 해 주었다.
"그런데 카지노는 놀러 간거냐?"
"아니요. 자금 마련을 하러 갔습니다."
"자금?"
"예. 저희 부족은 물론 원주민들은 지금 다코타 송유관 설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매년 수백명이 정주하며 시위를 하는 원주민들의 식량과 생필품을 원조해 주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중입니다."
노스 다코타주와 사우스 다코타주 경계에 있는 스탠딩 록은 인디언 슈족의 성지다. 또한 물을 성스럽게 신봉하는 인디언들은 인근에 흐르는 신성한 강물이 오염될것도 염려해 강 아래쪽을 통과하는 다코타 송유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몇년전에는 경찰과 충돌을 일으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그 지역은 미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빈곤한 지역으로 건설 반대 시위를 하는 원주민들을 원조하기 위해 자신처럼 돈을 벌러 미국 전역을 돌아 다니는 원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시위에도 불구하고 지금 송유관 건설은 진행중이다.
"그래? 그럼 자금은 충분히 마련했어?"
"오늘 아침에 이곳에 도착해 카지노에는 처음 간것입니다."
얼마 모으지도 못했다는 말로 들렸다.
"그럼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꺼냐?"
"적어도 일주일은 있을겁니다."
"음, 그럼 일주일안에 내가 이곳으로 올테니까 그때 함께 스탠딩 록이라는 곳으로 같이 가자. 내가 가서 송유관을 누구도 모르게 박살내 줄께."
미국 정부가 능력자들 뒤에 있는 이상 자신을 적대하는 것과 마찮가지다. 원주민들이 불쌍한건 아니다. 이들은 힘이 없어서 당했을뿐이다. 어느 세상이든 약자는 강자에게 잡아 먹히기 마련이다.
"그, 그렇게하면 정부와 원주민들간의 대립이 격화될것입니다."
- 작가의말
댓글이나 추천 모두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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