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금진 그룹 회장(2)
166화.
- 고생했다.
엔다이론이 없었으면 켄이 직접 마법으로 치료를 했어야 했다. 엔다이론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클린! 웨이크 업!"
"...으음."
회장이 서서히 깨어났다.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일어 나도 돼. 완치가 되었으니까."
"저, 정말인가?"
"믿지 못하겠다면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 봐."
취선이 한숨 자라고 했을때 자신의 병세를 알려 줄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밀려오는 수마에 그대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려 주어야 고쳐 줄게 아닌가. 그런데도 취선은 치료가 끝났다고 했다. 믿지 못할 말이었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봤다. 몸이 굉장히 가벼웠다. 병이 발생하기 전 상태로 돌아 간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가벼워진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할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역시 기인이다.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자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내 병세를 어떻게 알고 치료한건가?"
"내 눈에는 다 보여."
"......"
역시 기인이다.
"고맙네."
"그런 눈으로 보지마. 부담되니까."
늙은 노인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하하하! 그럼 이제 병이 완치가 되었으니까 술을 마셔도 되나?"
"얼마든지 마셔도 돼."
"좋네. 아주 좋아. 자네 나하고 술 한잔하세. 오늘은 코가 삐뚤어지게 술독에 빠져 보세."
회장과 방밖으로 나갔다. 거실에선 장천휘가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밤 1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회장 치료에 시간이 많이 걸린것이다.
"아래로 내려 가세."
특실로 되돌아 온 일행은 회장이 술을 주문했다.
"회장님! 술을 마셔도 되겠습니까?"
"취선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네. 이제 병은 다 나았다네."
장천휘는 취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회장의 병을 치료했냐고 묻는것이다.
"그래. 완치가 되었어. 앞으로 몇십년은 끄덕없을꺼다."
"으하하하! 고맙네. 들었지. 최고의 술을 가져 오게."
원형 테이블에 중국 음식과 술이 자리했다.
"자아, 취선! 한잔 받게."
쪼르르.
이미 한번 마셔본 중국술로 마오타이라고 불리우는 고량주다.
"독하긴 하지만 뒷끝이 깔끔하다네."
"이미 마셔 본적이 있어."
"그런가. 캬아! 좋군. 이게 몇년만인지 모르겠군."
단숨에 털어 넣은 회장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는지 한동안 눈을 감고 음미를 하고 있었다. 회장은 만취했다. 켄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신 술이 축적되어 혀가 꼬부라질 정도였다. 어느새 둘만이 마신 술이 5명이나 되었다. 장천휘는 1병정도 밖에 마시지 않았다. 천휘의 아버지인 장대천은 볼일이 있어 서울로 가 있는 상태라고 해서 합류하지 못했다.
"회장! 이제 그만 마셔야겠어."
"취선이 그러면 않되지. 별호에 어울리지 않아. 마셔."
"그만해."
테이블위에 남아 있는 술을 통채로 들고 나발을 불었다. 독한 술을 꿀꺽꿀꺽 마셔대는 모습에 회장은 물론 장천휘도 놀란듯했다.
"자아, 이제 술이 동이 났으니 오늘은 그만 마셔. 회장은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을게 아냐?"
"좋네. 오늘은 그만 하지. 다음에 술 약속을 하세."
"좋은 술 있으면 불러."
"알겠네. 준비해서 부르겠네."
마지막으로 석청 꿀물을 한잔씩 마시고 청관을 나섰다. 라체 일행의 재취업은 금진 그룹 회장이 부하 직원을 호텔로 보낸다고 했다. 그날 부터 3일후에 호텔로 금진 그룹 비서실 직원이 찾아왔다.
"시간 괜찮으시면 회장님께서 오늘 회사로 모시라고 했습니다."
"일을 끝내면 안내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어디에 근무를 할지 이 자료를 보고 선택해 주십시요."
금진 그룹이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나열되어 있었다. 건설과 건강 식품, 유통, 농원까지 경영하고 있었다. 그런 회사들을 설명해 주자 라체 일행들은 농원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비닐 하우스에서 일해 본 경험을 살리고 싶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주선해 줘."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수 있는겁니까?"
"너희들 언제부터 일할래?"
"지금 당장해도 되요."
이들은 정직원이나 마찮가지다. 다른 외국 노동자들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의 대우를 받을것이다. 내일 농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모레부터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럼 회장에게로 안내해."
금진 그룹은 서울에 본사가 있다. 큰건물안으로 안내된 켄은 회장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비서실로 보이는 곳엔 3명의 남녀들이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게."
비서의 안내로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큰책상위에서 서류를 들춰보던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 주었다. 혈색도 좋은게 건강해 보였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여비서로 보이는 날씬한 몸매의 여자가 차를 내왔다.
"들게. 쌍화차라네."
처음 들어 보는 차였다. 쌉싸르한 맛이 마치 한방약을 먹는것 같았다.
"다시 한번 고맙네. 덕분에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네."
회장이 만취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부인과 큰아들 부부에게 들들 뽂였다고 했다. 완치가 되었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설명을 해 줄려고 해도 믿지 않을것 같아 다음날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후 완치 판정을 받자 가족들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내 얼마나 통쾌했는지...한참을 웃었다네. 정말 고맙네. 그래서 마누라가 집으로 자넬 초대했네. 저녁에 같이 가세."
"음, 번거럽긴하지만...가지."
"일이 끝날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걸세. 자네는 비서를 따라 가 보게."
무슨 일로 따라 가라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는 회장이었지만 비서를 따라 나섰다. 비서에게도 어디로 가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서울 거리를 구경하며 한참을 달려간 차량은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런 주택가 한곳에 차를 멈춘 비서가 도착했다고 했다.
"여긴 어디냐?"
"취선님이 거주할 집입니다."
"뭐? 집?"
"예. 회장님의 선물입니다."
이런것을 준비해 놓았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회장이 아무런 설명도 없었던것 같았다.
"들어 가시지요."
규모가 꽤 큰저택이었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컸다. 집안에는 모든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거실에는 대형 TV나 소파, 침실에는 큰침대까지 준비해 놓은것이다.
"가정부는 언제부터 출근하라고 할까요?"
"저녁때까진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지금 오라고 해."
"그렇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필요한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요."
"음...그럼 이 정도 크기의 사각형 나무 상자와 그걸 포장할 보자기를 준비해 줘."
비서가 부탁한 물건을 준비하러 밖으로 나가자 켄은 다시 집 전체를 둘러 보았다. 무엇보다도 지하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은밀한 일을 할때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는 공간이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쥬스를 마시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왠 중년 여인이 문앞에 서있는 모습이 모니터로 보였다. 가정부같았다.
"문 열렸으니까 들어 와."
오십대의 여자로 보였다. 조금 긴장한듯한 표정의 여인은 꾸벅 인사를 했다.
"오늘부터 가정부로 일할 김영숙이에요. 잘 부탁합니다."
"취선이다. 젊은 놈이 반말을 찍찍 해댄하고 속으로 욕하진마. 난 대통령에게도 반말을 하니까. 이 집에서 특별히 할일은 없어. 혼자 사니까 청소도 힘들지 않을꺼야. 아줌마는 오후에 출근해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하면 돼. 다음날 아침에 먹을 것도 준비해 놓으면 내가 알아서 데워 먹을테니까 크게 힘들진 않을꺼야. 그리고 월급은 얼마나 주면 되지?"
"보통 이런 큰집엔 주 5일 근무하고 170~200정도 받아요. 오후에만 일한다고 하면 150정도면 되겠지만..."
가정부 아줌마는 말끝을 흐렸다. 월급이 너무 적어 걱정인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하지. 가끔씩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하는걸로 하고 한달에 300을 줄께."
"300이나요?"
"왜 적어?"
"아, 아니요. 감사합니다."
혼자 사는 집 가정부에게 이렇게 월급을 많이 주는 사람은 없다. 할일도 별로 없다. 큰집이어서 청소가 힘들다고 생각하겠지만 마법으로 간단하게 청소를 해 놓으면 가정부도 필요없을정도다. 다만 식사 준비만큼은 부탁하고 싶었다.
"저녁 준비를 늑늑히 하고 남은 것은 가져 가도 돼. 혼자 먹는 음식 조금만 만드는것도 힘들잖아. 많이 만들어서 가져가. 집에 기다리는 가족도 있을테니 귀가해서 저녁을 또 준비할려면 가족들 식사가 늦어 질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져가."
품속에서 돈다발 한개를 꺼내 주었다. 5만원권 한다발인 500만원 뭉치다.
"이런 큰돈을 갑자기 왜 준거죠?"
"한달 생활비야. 생필품이나 음식 재료들을 구입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한국 물정에 어두운 켄은 한달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전혀 모른다. 한달간 생활해 보고 얼마나 들어 갔는지 판단해 보면 알것이다.
"너무 많은데요?"
"돈이 넉넉해야 아줌마 가족에게 가져 갈 음식이 많아 지잖아. 근데 아줌마 가족은 몇명이야?"
"5명이에요."
부부와 대학에 다니는 큰아들, 여고생과 여중생이 있다고 했다. 아줌마하고 대화를 하고 있을때 비서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아줌마는 내일 오후부터 와."
가정부 아줌마를 돌려 보낸후 나무 상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석청을 4분의 1정도 잘라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회장집을 방문할때 줄 선물이다. 석청을 꺼낸김에 자신의 부탁으로 고생하는 비서에게도 석청을 조금 나누어 주기로 했다. 회장에게 줄 석청의 절반 정도 크기로 잘라 들고 나갔다.
"이건 석청이라는 거다. 이 정도 크기면 천종 산삼 3개정도에 해당될거야. 선물이다. 가져가."
"예엣?"
깜짝 놀라는 비서에게 석청을 어떻게 보관하고 먹을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반드시 내가 말한대로 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약효가 점점 사라지거든."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회장님댁으로 출발해야 할것같습니다."
*******
회장 저택은 굉장했다. 한 그룹의 회장답게 웅장하다고 할까 아무튼 굉장히 넓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집은 마음에 드나?"
"부담스럽게 그런걸 준비하면 어쩌란 말이야?"
"하하하, 생명의 은인인데 그 정도가 대수겠나. 자, 들어 가세."
거실로 들어 서자 곱게 늙은 회장 부인으로 짐작되는 노부인과 중년 부부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남편이 신세를 졌어요."
"그게 다 인연이 아니겠어. 말이 짧더라도 이해해. 내가 존대말을 모르거든. 그리고 이건 선물."
"뭘 이런걸 다 가지고 오셨어요. 그냥 와도 되는데. 남편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다 이해하니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이 애들은 자식 부부에요."
중년 부부를 소개해 주었다.
"여창현이라고 합니다."
"김지영이에요."
"취선이다."
"자아, 대충 인사를 했으면 앉으세."
소파 한쪽에 걸터 앉자 노부인이 차를 내왔다. 차를 한모금 마시자 본격적으로 노부인의 질문 공세가 시작되었다.
"병원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남편 지병을 고쳐 주셔서 감사해요."
"인연이 닿았을뿐이야. 마침 그곳을 지나갈때 회장이 쓰러졌으니까."
"그런데 기공 치료를 하신다고요?"
"잔재주에 불과해. 어릴때부터 스승님 밑에서 오랜 수련을 하고 하산을 했거든."
거짓말도 하다보니 많이 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나왔다. 회장 가족도 머리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눈치였다.
"혹시 뚱뚱한 몸매도 성형을 한것처럼 날씬하게 할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
"아! 그럼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이들 중에는 뚱뚱한 사람이 없었다. 집안 가족중에 다른 누군가라고 생각되었다.
"데리고 와."
노부인이 눈짓을 하자 며느리가 2층으로 급히 올라갔다.
"손녀 녀석이 어릴때 보약을 잘못 먹은 탓으로 몸이 좀 푸짐하다네. 부탁 좀 하세."
얼마나 뚱뚱하기에 저러는지 직접 보면 알것이다.
"싫어! 안 가."
2층에서 뾰족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싫다고 떼를 쓰는것 같았다. 2층 방문이 열려 있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들렸다.
"이것아! 널 고쳐줄 분이 오셨단 말이야. 이 기회를 놓치면 성형을 해야 돼. 너, 성형은 싫다고 했잖니."
"흥, 기공 치료? 다 뻥이야. 사이비에게 속고 있는 거란 말이야. 요즘 세상에 기공 치료사가 한둘이야. 모두 거짓말쟁이들이야. 속지마."
"크흠, 미안하네."
2층에서 들려 온 말에 회장이 사과를 했다.
"손녀 녀석 성깔이 장난 아니라네. 임자가 가서 데려와. 그래도 임자 말은 듣잖아."
"에고, 내 저녀석을 그냥..."
노부인은 화가 난듯한 얼굴로 2층으로 향했다. 잠시후 노부인과 며느리, 그리고 몸매가 좀(?) 푸짐한 여자애가 얼굴을 푹 숙이고 내려왔다.
"인사하거라. 취선님이시다."
"여진아에요."
2층에서의 큰목소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모기가 기어 가는 듯했다. 부끄러운지 얼굴을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것 같았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