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습격
159화.
트럭에는 점점 동충하초가 쌓이기 시작했다. 언제 포대 자루에서 동충하초를 빼낸 것인지 알수 없을 정도였다. 공중에서 살펴 보면 입구가 묶여 있는 자루에서 어떤식으로 선별해 빼내는지 알수 있겠지만 트럭 아래에서는 자루에 가려져 보이지가 않았다. 왕청은 너무 궁금했지만 선인의 마음이 틀어 질까봐 훔쳐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더이상 트럭에 자리가 없었다. 트럭 한가득 동충하초가 쌓였다. 저걸 또다시 자루에 담는 작업을 해야했다. 지금도 부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저걸 또 자루에 담을 생각을 하니 부하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것이다.
"오늘은 그만 하자. 이 일도 지친다."
"아, 고생하셨습니다."
이미 해가 질려고 했다. 부하들은 교대로 이 트럭을 지켜며 자루에 동충하초를 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마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잘순 없을것이다. 승합차는 켄의 전용 숙소였다. 왕청은 트럭에서 자고 부하들은 트럭을 감시하며 동충하초를 자루에 담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부하들에게 동충하초는 그대로 놔 두라고 해."
"음, 알겠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게 틀림없었다. 공항에서의 일로 선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지 않을수가 없었다. 주변이 깜깜해졌다. 완전히 밤이 된것이다. 이곳저곳에 있는 모닥불로 인해 붉그스럼한 밤이다. 그런 밤이 되자 켄은 트럭으로 다가갔다. 트럭 근처에도 모닥불로 인해 붉은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생한다."
"예."
"트럭위의 동충하초를 살펴 보러 왔다."
트럭으로 올라간 켄은 운전석에 누워있는 왕충에게 슬립 마법을 펼쳐 푹 잠들게 하곤 트럭 위에 환상 마법을 펼쳤다. 트럭 아래에 있는 이들은 켄이 트럭위에서 동충하초를 만져 보는 것처럼 보일것이다.
- 노에스!
- 부르셨어요.
- 그래. 부탁한다.
- 알았어요.
트럭위에 있는 자루속으로 동충하초가 스르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누가 목격한다면 기절할 정도로 놀랄것이다. 수북히 쌓여있던 트럭위의 동충하초가 순식간에 여러 개의 자루속으로 사라져 트럭위에 빼곡히 쌓여졌다.
- 고생했다.
- 호호호, 또 불러 주세요.
- 그래.
환상 마법을 해제하고 트럭 아래로 내려 오자 모닥불을 쐬고 있던 이들이 켄과 트럭을 올려다 보고는 깜짝 놀라 트럭으로 달려 왔다.
"트럭위의 물건 모두 자루에 담아 놓았으니까 소란 피우지 마라. 떠들면 내일부턴 너희들이 직접 자루에 담아야 한다."
"가, 감사합니다."
믿기지 않는듯 트럭에 차곡히 쌓여져 있는 자루와 켄을 번갈아 보며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는 놈도 있었다. 트럭 운전수였다.
"그럼 수고해라."
"편히 쉬십시요."
다음날도 똑 같은 작업을 했다. 이 일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3일이 지나자 더이상 트럭에 실을 공간이 없었다.
"이제 그만 하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왕청의 부하들도 조용히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고생을 했다. 승합차를 선두로 트럭이 뒤따르는 식으로 덜컹거리는 길을 내려 갔다. 밤이 되어서도 계속 달리고 있던 중에 갑자기 승합차가 멈추어졌다.
끼이익.
"윽! 운전 똑바로 해!"
왕청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죄송합니다. 습격입니다. 앞을 가로 막은 놈들이 있습니다."
"뭐? 습격? 어떤 새끼들이야."
조직에 속해있는 만큼 왕청의 거친 말투가 연이어 튀어 나왔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거친 말투가 정겹기까지 했다. 어느 나라건 조직원들은 거친 말투를 입에 달고 산다.
드르륵.
승합차를 열고 밖으로 나가자 길 중앙에 큼지막한 돌이 서너개 놓여 길을 막아 놓고 젊은 청년들이 나무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모두 15명이다."
"옛?"
"트럭 옆쪽에도 놈들이 더 있다는 말이다."
마른풀들로 위장하고 숨어 있었다. 앞쪽에는 10명이 서 있을 뿐이다. 동충하초를 싣고 온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같았다. 이곳은 티벳이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 전혀 모른다.
"너희들은 누군데 길을 막고 있느냐?"
"쳐라."
"와아아아!"
가타부타 공격을 해 오는 놈들이었다. 이쪽은 모두 7명이다. 트럭에는 운전수와 조수, 승합차엔 운전수와 왕청과 부하 두명, 그리고 켄이 전부였다. 트럭에 있는 이들은 아래로 내려 오지 않은 상태다. 앞에서 달려 오는 10명을 막을 사이에 트럭을 숨어 있던 5명이 습격할것이다.
"귀찮게 됐네."
켄의 중얼거림과는 상관없이 왕청과 부하들이 긴장하며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품속에서 제각기 칼을 꺼낸 것이다. 언제 저런것을 준비해 놓았는지 전혀 몰랐다. 승합차에 실려 있던 것을 품에 넣어 두었던 모양이다. 이들이 얼마나 잘 싸울지는 모르지만 뒤쪽의 5명이 트럭을 놔두고 뒤를 치고 나온다면 완전히 포위당할것이다.
"선인님은 차로 들어 가십시요."
"됐다. 너희들은 지켜 보기만 해. 멈춰라. 홀드!"
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달려 오든 놈들이 일제히 주춤거리고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채 당황한듯한 눈빛으로 어쩔줄을 몰라했다.
"모두 제압해. 놈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마나가 담긴 외침과 동시에 조용히 속박 마법을 펼쳐 놈들을 구속해 버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놈들을 제압하는건 식은죽 먹기다.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을 어리둥절하게 생각하고 있던 왕청 일행이 켄의 말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어느 정도 추측을 했는지 일제히 움직여 놈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15명을 한곳에 제압해 놓았다. 홀드 마법은 이미 해제시킨 상태다. 저들은 갑자기 왜 몸을 움직일수 없게 되었는지 죽어도 모를것이다.
"어느 조직이냐?"
"......"
놈들이 말이 없자 왕청은 군에게 눈짓을 했다.
"선인님은 차로 들어 가시지요. 거친 모습을 보게 될것입니다."
"왜? 고문을 할려고?"
"....예."
"나한테 맡겨."
무릎이 꿇려있는 이들에게 접근한 켄은 눈빛이 주눅든 젊은 놈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었다.
"너희들이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건 바로 나다. 저들은 너희들이 말하지 않으면 고문을 할 생각이다. 모두 15명이지. 15명을 차례대로 고문하면 한명쯤은 실토하지 않을까?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만 한다면 그냥 보내 준다고 약속하겠다."
"저, 정말 살려 주시는 겁니까?"
"약속한다. 너희들은 누구지?"
"저, 저희들은 저 산너머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입니다. 살기가 어려워 습격을..."
거짓말은 아닌것 같았다.
"이 일을 몇번이나 한거냐?"
"올해는 처음입니다."
매년 한다는 말이다. 습격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지 않는건 아마 이들이 습격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추측되었다.
"습격한 사람들은 모두 죽인거냐?"
"....예에."
아무리 살기 어렵더라도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놈들은 그냥 놔둘순 없지만 살려 준다고 약속을 한 이상 살려 줄것이다.
"너희들을 살려 준다고 약속했다. 물론 약속은 지킨다. 하지만 습격한 대가는 받아야겠다."
탁.
손가락을 한번 튕겼다. 지켜 보고 있던 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쇼였다.
투툭.뚝!
"크악!"
"으윽!"
"아악!"
무릎을 꿇고 있는 놈들의 비명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놈들이 다리를 부여 잡고 끙끙 앓고 있었다. 어둠의 중급 정령인 타냐스가 켄의 지시로 놈들의 발목을 부러 뜨린것이다. 그리고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을 불러 부러 뜨린 발목을 조금씩 어긋나게 붙이라고 했다. 병 주고 약준 꼴이지만 이들은 이제 발을 절뚝거리며 걷게 될것이다.
탁.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두번 다시 강도짓은 하지 마라. 다음에 걸리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돌을 치우고 꺼져라."
주섬주섬 일어난 이들이 길을 막아 놓은 돌을 치우고는 달려 가다가 넘어지길 반복하며 모두가 한결같이 절뚝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던 왕청 일행은 너무 황당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분명히 놈들이 습격할땐 절뚝거리든 놈들이 없었는데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비명을 내지르며 발목을 잡고는 괴로워하다가 꽁지가 빠져라 도주할땐 모두가 한결같이 절뚝이고 있었다.
"출발해."
"아, 가자."
왕청은 경외의 눈을 켄을 바라 보며 선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머리속에 각인시키지 않을수가 없었다. 밤 늦게까지 달린 차는 어느 대저택안으로 들어 갔다. 저택은 3층 건물로 굉장히 컸다. 이곳에 마련해 놓은 안가같았다. 주방에는 늦은 밤인데도 푸짐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출출하실텐데 많이 드십시요."
"같이 먹자."
전형적인 중국 음식이었다. 일본의 요코하마에 있는 중화가에서 먹던것보다 기름기가 더 많은 음식들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제법 맛있게 먹었다.
"하루를 쉬고 다음날 상하이로 갈려고 합니다.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
"술? 좋지."
술을 좋아하는 켄으로써는 반가운 말이었다. 왕청이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술 한병을 들고 왔다. 술병이 화려한게 위스키 병같았다. 하지만 병에 들어 있는 술 색깔은 투명했다.
"우량예(五粮液)이라는 술입니다. 드셔 보시지요."
쪼르르.
작은 술잔에 따른 술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목이 화끈하게 도수가 얼마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중국술은 도수가 높은게 많다. 일본술은 도수가 대부분 약하다. 그것도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미즈와리(水割り.얼음과 물을 넣어 묽게 함.)로 도수를 낮추어 마신다.
"캬아아. 좋군."
목은 화끈했지만 깔끔했다.
"너도 한잔해."
왕청과 함께 주거나 받거니 하며 한병을 비웠다. 독한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셔대는 켄을 본 왕청은 다른 술도 가지고 와 따라 주었다. 다섯병채 술병을 비우자 왕청이 비틀거리며 꼬꾸러졌다.
"누구 없나?"
"옙."
군과 첸이 즉각 달려 왔다.
"너무 약해. 겨우 다섯병에 늘어 지다니...재워."
테이블위에 늘부러져 있는 술병을 확인한 두사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왕청을 들쳐 업고는 방안으로 들어 갔다가 잠시후에 다시 나왔다.
"너희들도 한잔 할래?"
"아, 아닙니다."
"술 상대가 있어야 술맛이 나지 않겠나? 아무거나 몇병 가져 와."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지 군이 장식장에 있는 술 두병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이들도 골아 떨어 지는데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각각 2병씩 마시자 절로 눈이 감기며 소파에 드러 누워 버렸다. 켄은 술은 아무리 마시더라도 절대로 취하진 않는다. 몸속으로 들어 온 술은 곧바로 해독되기 때문이다.
"술맛 버렸네."
이미 새벽 5시다. 날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었다. 지금부터 잠자리에 들기기도 뭐해서 술 장식장에 있는 술을 아무거나 골라서 혼자서 자작하고 있을때 1층방에서 왠 아줌마가 머리를 매만지며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죠?"
"보, 보모에요."
"보모?"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보모가 뭘 뜻하는지 전혀 몰랐다.
"가정부를 보모라고 한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만들어 주실수 있습니까? 느끼한것 말고요."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가정부라는 아줌마가 큰접시에 푸짐하게 음식을 금방 차려왔다. 해산물 샐러드같은거였다.
"맛있네."
"좀 치워도 될까요?"
"아, 부탁합니다."
테이블위에 수북히 쌓인 술병을 모두 치울 무렵에 소파에서 골아 떨어져 있던 첸이 일어났다.
"아앗."
화들짝 놀란듯 벌떡 일어난 첸을 보고 가정부 아줌마가 깜짝 놀라며 뾰족한 비명을 내지르며 엉덩방아를 찢었다.
"뭐냐? 갑자기 일어나면 놀래잖아?"
"아! 죄, 죄송합니다."
툭툭.
상황을 파악한듯 사과를 한 첸은 아직도 소파에서 자고 있는 군을 툭툭 건드렸다.
"...으응...으."
"군! 일어나."
톡톡.
어깨를 두드리며 깨우자 군은 한번 뒤척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뭐냐? 습격이냐
"정신 차려!"
"으으..머리야..."
털썩.
숙취로 인해 머리를 부여 잡은 군은 소파에 주저 앉았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생쑈를 해라. 남자 새끼들이 그렇게 술이 약해서야. 앞으로 너희들은 술 먹지마."
"죄, 죄송합니다."
둘다 고개를 숙이고는 죽을상을 했다. 그럴즈음 2층에서 왕청이 내려 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하들을 보고는 발걸음이 빨라진 왕청은 부하들을 다그쳤다.
"무슨 일이냐?"
"선인님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해서..."
"술?"
왕청은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입을 쩍 벌렸다. 장식장에 있던 많았은 술병이 텅 비어 있었다. 중국에서 8대 명주라고 불리우는 술을 모아 놓은 장식장이었다. 대부분 알콜 도수가 높은 술들로 그런 술을 모조리 마셔 버린것이다.
"부하들 그만 다그치고 앉아."
"아, 예."
"너희들에게 한말은 농담이니까 새겨 듣지 않아도 돼. 그리고 아줌마! 미지근한 물 네잔만 준비해 주세요."
주방으로 걸어간 켄은 가정부 아줌마가 전기 포트에 전원을 넣는 사이에 왕청의 부하들이 잠이 들었을때 잘라 놓았었던 석청을 조심스럽게 품속의 마법 주머니에서 꺼내 큰그릇에 담아 놓았다.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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