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썩은 고름 짜내기(2)
237화.
오줌을 지린채 아직도 떨고 있는 두 의원놈에게 외치자 두놈은 바닥에 납짝 엎드리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 주십시요."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살려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런 놈들을 조용히 지켜 보며 고진수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이곳이 어딘지 명철이에게 연락해 알아 보고 조치를 취해."
- 어, 어떤 일인지 알려 주십시요.
"장대수 운전수 놈이 총을 쐈다. 그 총알로 인해 장대수가 죽었다."
- 헉! 총, 총이라니요?
총이라는 말에 국장이 놀라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총에 관해 굉장히 민감한 나라다. 국회 의원의 운전수가 그런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이슈가 될것이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장대수 의원이 죽었다. 한국 정계가 그 일로 요동을 칠것이다. 어떻게든 조용히 막아야 한다. 총이라는 말은 절대로 외부로 새어 나가선 않되는 일이다.
- 다, 당장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국장과 전화를 끊고는 놈들을 심문해 보았다.
"너희들은 어느 조직에 속한 놈들이냐?"
"일성파에 속해 있습니다."
"일성파? 설명해 봐."
살아 남은 조폭 두놈은 눈앞에서 동료 한명의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탓으로 묻는대로 모두 대답했다. 일성파는 서울 영동포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으로 장대수 의원과 상부상조하는 관계라고 했지만 놈의 똥구멍을 핥아 주며 콩고물을 얻어 먹는 놈들에 불과했다.
"이름이 뭐냐?"
"마길성입니다."
마길성은 일성파 이인자라고 했다. 카나리아 나이트 클럽이 이들 본거지라고 털어 놓았다.
"며칠후에 찾아 가겠다. 여자들 물건까지 모조리 챙겨 조용히 꺼져."
정말 가도 되는지 눈치를 본던 놈은 아무런 말도 없이 노려 보자 부하놈의 옆구리를 찌르고는 서둘러 잠에 빠져 있는 여자 세명을 들춰 업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너희 두놈은 며칠후에 다른 사람에게서 연락이 갈꺼다. 그 사람에 지시에 철저히 따르도록.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만약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네놈들이 질퍽하게 놀던 장면을 모조리 공개해 버리겠다."
"헉! 그, 그것만은 제발..."
"따, 따르겠습니다."
언제 이곳에 들어 온것인지도 모른다. 신출귀몰한 이 자는 이미 이곳의 상황을 모두 녹화해 놓은것 같았다. 총알까지 막아 버리고 손만 들어도 머리통이 날아가 버리는 힘을 보유한 자다. 능력자가 틀림없었다. 미국에서 한국에 능력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알아 봐 달라고 했다. 장 의원과 방금전에 그런 말을 했었다.
능력자에 관해선 조금 알고 있었다. 관악산에서의 일도 능력자들끼리의 전투였다. 공격 헬기까지 추락시키는 능력자를 상대로 평범한 인간이 상대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왜 이곳을 찾아 온것인지는 모르지만 능력자에게 찍힌 이상 벗어날 길이 없었다. 아마 저 능력자에 대해 발설한다면 직접 찾아 올것이다.
딱딱딱.
두려움에 절로 이빨이 떨려왔다.
"음...내가 누군지 짐작한것 같군."
"흡! 저, 절대로 입밖으로 내지 않겠습니다."
귀신같은 자였다. 속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자에게 더욱 두려움이 느껴졌다.
"너희들 명함을 한장씩 꺼내 사인 해."
무슨 일로 그렇게 하라는지는 모르지만 지시대로 할수 밖에 없었다.
"이 명함을 가지고 찾아 가는 사람의 지시에 따른다면 나하고 다시 만날 일은 없을꺼다."
따르지 않는다면 찾아 온다는 협박이었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협박은 없었다.
"조용히 빠져 나가라."
두 의원놈도 사라지자 이곳에는 장대수의 운전수 밖에 없었다. 혼자 남은 놈은 덜덜 떨고 있었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요. 전 지시에 따르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퍽!
털썩.
애원하는 놈의 오른쪽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 주었다. 즉, 자살로 위장시킨 것이다. 바닥에 있는 권총을 매직 핸드로 집어 들어 놈의 오른손에 쥐어 주고는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조폭 놈의 시체는 마법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바닥의 피도 모두 깨끗하게 정리했다. 테이블 위의 술병이나 술잔도 장대수가 마시던 잔 한개만 남겨 두고 정리했다. 이 방안에는 장대수와 운전수 두놈만 있었던 것처럼 꾸며 놓은 것이다.
'아! 그걸 잊었군.'
운전수의 손에 쥐고 있는 총을 들어 총구에 남아 있을 화약을 운전수의 머리를 뚫은 구멍근처로 털어 놓고는 권총안에 있는 탄피도 4개를 빼내었다. 탄피와 바닥의 총알까지 모두 회수하고 일층으로 올라가 감시 카메라가 녹화되고 있을 방을 찾았다. 녹화 테이프를 찾아 보았지만 테이프같은건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찾을수가 없었다. 물론 CD도 없었다. 직접 하드 디스크에 녹화되고 있는듯했다.
다행이 지하는 감시 카메라가 없어 녹화되진 않았지만 일층과 정문, 별장 주변이 모니터에 비추어져 있는 것으로 볼때 녹화되고 있는것같았다. 그런 하드 디스크를 통채로 뜯어 낼려다가 그만 두었다. 고 국장이 오면 알아서 처리할것이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자신은 감시 카메라에 찍혀 있지 않았지만 다른 놈들이 모두 찍혀 있을 것이다.
운전수가 장대수를 쏘고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선 녹화되어 있는 것들을 모조리 지워 버려야 한다. 복원도 못하게끔 깔끔하게 지워 버려 이 별장으로 두 의원과 조폭놈들이 온것을 모르게 해야한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렸을때 김명철이 먼저 찾아왔다. 감시 카메라로 김명철의 차를 확인했다. 서울로 되돌아 가던 고속 도로에서 국장의 전화를 받고 되돌아 왔다고 했다.
"장대수 의원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되돌아 왔습니다."
"국장이 오면 같이 지하로 내려 가자."
한시간뒤에 국장이 찾아왔다. 얼마나 빨리 달려 왔는지 국장의 심장 소리가 다 들릴정도였다.
"어떻게 된것입니까?"
"일단 지하로 내려 가자."
지하의 광경을 본 국장과 김명철은 믿을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그런 둘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었다.
"...음."
"증거를 일단 지우긴 했는데 손을 써 둬야 할곳이 있으면 말해."
운전수를 범인으로 몰아 갈려는 것을 단번에 알아 차린 국장과 김명철은 방안을 돌아 다니며 외부인이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 지워 달라고 했다. 침대에서의 정사 흔적이나 소파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등등을 가르켰다. 역시 프로가 보는 눈과 일반인이 보는 시각은 달랐다.
클린 마법으로 말하는 곳을 모두 처리한후 일층으로 올라간 국장은 감시 카메라실로 들어가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녹화도 모조리 지워 버리고 하드 디스크도 복원하지 못하게끔 망가 뜨려 버린후 아예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게끔 접촉 불량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 됐습니다."
"그럼 너희들은 먼저 나가라. 난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따라 가겠다."
밀실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다.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 이들이 걸어 들어 온 현관까지 클린 마법으로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국장과 김명철이 올라온 길도 산아래까지 내려 가며 모두 지워 버렸다.
부르릉.
"누가 발견할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국장이 운전을 하며 투덜거렸다. 죽이지 말라고 부탁을 했음에도 죽여 버린 것이다.
"총까지 쏘는 놈은 그냥 두고 볼순 없었어."
"후우..."
장대수가 죽은 이상 정계는 재편성될것이다. 권력 다툼이 심해 질것이 눈에 선했다.
"이걸 받아."
두 의원놈에게 받은 명함을 국장에게 건네 주었다.
"정채성 의원과 박창길 의원이군요."
"그래. 그 두놈은 그 명함을 가지고 가는 사람 지시를 따를꺼다. 따르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 간다고 말해 두었거든. 그 두놈을 알아서 조종해."
"이 두 의원이 같이 있었군요."
다른 의원이 두명있었다고 했지만 이름은 듣지 못했었다. 이들 두 의원은 아마 공포에 질려 있을것이다. 공포에서 벗어나기 전에 바로 찾아가야 한다.
"그래. 조폭놈들도 같이 있었지만 그놈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께. 그리고 의원놈들은 내가 능력자라고 눈치챈것같다. 국장이 직접 찾아가면 국정원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능력자를 들먹이면 꼼짝도 못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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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조명이 춤을 추는 광란의 장소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 대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뒤로 한채 종업원을 따라 2층의 특실 룸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영등포에 있는 카나리아 나이트 클럽이다. 일성파 조직들이 본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털썩.
푹신한 소파에 걸터 앉아 같이 온 일행에게도 앉으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켄 혼자만 온것이 아니다. 광주에 있는 망둥이에게 전화를 해 올라 오라고 해서 같이 들어 왔다.
"망둥이! 너희들도 앉아."
"감사합니다."
망둥이와 같이 온 부하들도 자리에 앉자 웨이트에게 이곳에서 가장 좋은 술을 가져 오라고 했다.
"광주에서는 별일없나?"
"덕분에 광주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성장할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
망둥이에게 대포폰 번호를 알려 주고 핸드라고 부르라고 말해 두었다.
"그런데 이곳은 서울의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듯합니다."
역시 망둥이는 한조직의 보스인만큼 뭔가를 알아 차린것 같았다.
"이곳은 일성파라는 놈들의 본거지다. 너희들 서울에 진출할 생각없냐?"
"진출하곤 싶지만 그게 서울 놈들은 워낙 만만치가 않아서..."
"좋아. 그럼 일성파 놈들 구역을 너희들에게 준다."
"예엣?"
갑작스런 말에 망둥이는 물론 부하놈들까지 깜짝 놀란듯했다.
"이곳 일성파 놈들과 트러블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놈들을 박살내러 온거다. 놈들이 박살나면 이 구역을 다른 놈들이 차지할게 아니냐? 그럴바에야 너희에게 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부른거다."
"가, 감사합니다."
그럴때에 웨이트가 거나하게 한상을 차려 왔다. 일단 술을 몇잔씩 마신후 웨이트를 다시 불러 일성파 이인자인 마길성을 들먹이며 부르라고 했다. 마길성이라는 이름에 놀란듯 웨이트 놈의 눈이 커지며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에 무언가 언질을 받아 놓은것 같았다. 얼마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마길성이 룸으로 들어 왔다. 불안한 눈으로 직각으로 허릴 숙이며 인사하는 마길성을 보며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했다.
"일단 앉아."
"옙!"
"한잔 해라."
직접 술한잔을 따라주자 마길성이 원샷을 하고는 잔을 돌려 주며 따라 주었다. 일본에서는 이런식으로 술잔을 돌리진 않는다. 자신의 술잔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받진 않지만 이곳은 한국이다. 마성길이 따라 주는 술을 단번에 털어 넣은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이곳을 접수하러 왔다."
"예엣?"
화들짝 놀라는 마길성은 켄 일행을 급히 살펴 보고는 신음을 흘렸다.
"...음."
고작 4명으로 일성파 구역을 장악하러 왔다는 말에 놀라긴 했지만 빈말이 아니라는걸 마성길은 잘 알고 있었다. 권총으로도 어떻게 할수 없는 자다. 그런 자에게 덤벼 들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경험해 봤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구역을 넘겨 줄 큰형님이 아니었다. 비록 막강한 뒷배는 사라졌지만 그외에도 큰형님의 발은 넓었다. 이미 별장에서의 일을 보고한 상태로 다른 뒷배에게 연락까지 해둔 상황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막대한 뇌물이 들어 갔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선 그런 자금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돈은 또다시 벌수 있지만 구역은 한번 빼앗기면 다시 찾기는 어렵다. 부하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충성하는 부하 몇놈은 남을것이겠지만 대부분은 제 살길을 찾아 떠난다. 무슨짓을 하더라도 구역만은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눈앞의 이 자앞에서 그런 뒷배가 통할지 의문이었다. 별장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었다. 이 자 뒤에도 누군가 있는것 같았다. 누구의 뒷배가 더 강한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것이다.
"영업이 끝나면 일성파 놈들을 모두 모아라."
"아,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는 마성길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일성파 놈들이 무슨 짓을 하던 박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망둥이파 녀석들은 불안한것 같았다.
"걱정 없어. 그보다 이 형사 놈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
"많이 도와 주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살인 사건 수사로 바쁜 상태라고 합니다."
"살인 사건?"
"예. 요즈음 광주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밀실 살인 사건으로 범인을 아직 잡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자신이 광주로 내려 가면 범인을 잡을수 있다. 마법이나 정령을 이용하면 범인을 알아 낼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진범으로 몰아갈 자신이 있었다. 환상 마법으로 범행 현장을 그대로 재연해 녹화해 버리면 빠져 나갈 길이 없는것이다.
"술 몇병을 더 시켜라. 너희들은 내 눈치 볼 필욘없어. 맘대로 마셔도 돼."
망둥이 부하가 웨이트를 불러 술을 시키자 긴장된 표정으로 웨이트 놈이 술병을 들고 와서 술을 따 놓고 룸 밖으로 나갔다. 그런 술을 망둥이가 잔에 다라 주었다.
꿀꺽.
"응? 큐어!"
입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마나가 요동쳤다. 독에 대한 반응이었다. 굳이 해독 마법을 펼치지 않더라도 시간만 지나면 마나가 독을 해독시켜 줄것이지만 간단하게 독을 분해해 버렸다.
"새끼들! 쪼잔하게 노네."
"옛?"
"너희들 말고 일성파 놈들을 말하는거다. 그 술에 약을 타 놓았거든."
"예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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