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당숙(3)
253화.
광역파 보스인 최동혁은 부하의 속삭임에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확실한것 같았다. 청기와집 소속이라면 거부할수도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수 있는게 청기와집이다. 원하는건 고스란히 들어 주어야 한다. 놈은 거부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것 같았다.
"좋네. 30억을 보상하겠네."
최동혁의 말에 호 사장은 얼굴이 밝아졌지만 기뻐할순 없었다. 광역파의 심기를 건드려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질질 끌지 말고 일주일안에 보상을 끝내. 지켜 볼꺼야."
"알겠네."
광역파가 횟집을 우르르 나가자 그제야 호 사장의 얼굴이 환해지며 감사를 했다.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겠나?"
"물론이야. 그럼 아파트 계약을 끝내자."
부동산으로 향하며 현수에게는 부동산 매매에 필요한 당숙 명의의 서류 일체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미 부동산에는 공인 중개사까지 와 있는 상태였다. 공인 중개사가 여러가지 서류를 작성있을때 켄은 호 사장에게 매매금을 이체해 주었다.
"이곳에 인감 도장을 찍으면 됩니다."
당숙의 인감 도장은 없었지만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인감 증명서에 찍혀 있는 도장을 마법으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완벽한 인감 도장이었다.
"정말 고맙네. 좋은 계약이었네."
호 사장은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매매해 주었지만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계약을 끝내고 부동산을 나온 켄은 가재 도구를 마련하기 위해 움직였다. 백화점을 돌아 다니며 아파트에 물건을 채워 넣고 당숙집으로 향했다.
"너희들은 호텔에서 묵고 있냐?"
"그렇습니다."
"내 방도 한개 잡아 놔. 그리고 오늘 고생했다. 이건 수고비야."
명철이와 현수에게 각각 1억씩 건네 주었다. 받지 않을려는 둘에게 다시 국장에게 전화를 한다고 하자 받아 들였다.
"어서 오게나."
"당숙모! 장례식장은 잡아 놓았습니까?"
"그이가 큰곳을 잡아 놓았어."
당숙은 지금 작은 할아버지 영안실에 있다고 했다. 작은 할아버지가 돌아 가신후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으로 영안실을 지키고 있겠다고 하면서 죽치고 있다고 했다.
"저희들도 가 볼까요?"
"같이 가세."
"아, 잠깐만요."
부산에서의 이동은 계속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영화 촬영 장소로 이동해 벤츠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다시 돌아와 도로 주변에 환상 마법을 펼치고는 아공간에서 벤츠를 꺼내 놓고 화장실로 이동해 돌아왔다.
"당숙모! 가시지요."
당숙모는 더이상 고지대를 내려 가는것도 힘들어 하지 않았다.
"타세요."
"조카 차야?"
"예."
부산 대학교 병원 영안실로 들어가자 당숙은 처음보는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 그런 당숙이 켄과 당숙모가 찾아 오자 어서 오라며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내 아들 녀석과 딸이라네. 자네하고는 6촌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박찬성이라고 합니다."
"박진희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박건이라고 합니다."
6촌 형님과 누님의 자식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형님의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박성길이었고 딸은 중학교 2학년인 박선아라고 했다. 누님의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인 장서진이었다.
"아버님을 치료해 주어 정말 고맙네."
"제가 좀더 일찍 찾았어야 했는데 늦어 버렸습니다."
형수와도 인사를 나누었지만 누님의 남편은 장례식 당일날에 찾아 온다고 했다. 그럴때에 병원 직원들로 보이는 자가 들어와 작은 할아버지를 빈소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빈소를 마련했다고 하며 그곳에는 화려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큰 빈소였다. 하지만 화환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빈소 단상만은 화려한데 입구쪽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당숙 가족들도 그런점이 무안해 하고 있었다.
"현수야! 장례식장이 너무 초라하다. 화환이 하나도 없어. 나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 알고있지? 다 연락해."
- 알겠습니다.
오늘 빈소는 당숙과 6촌 형님이 지킨다고 했다. 다른 가족들은 내일 아침 일찍 오기로 했다. 지금 빈소를 지킨다고 해도 찾아 오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것이다. 부고장을 급하게 만들어 내일 돌린다고 했다. 원래는 가족만 참석해 화장을 할려던 장례식이 바뀐 탓이었다.
"누님과 형수님은 택시를 타고 이 주소로 오십시요."
버스를 타고 당숙의 집으로 갈려는 일행들에게 새집인 해운대 아이파크 주소를 가르켜 주었다. 그런 주소로 왜 오라는지 궁금한듯했지만 설명은 해 주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와 당숙모를 태우자 6촌 누님과 형수는 물론 7촌 조카들도 눈이 커지고 있었다.
"너희들도 타라. 누님과 형수는 택시를 타고 오세요."
조카들까지 태우고 차를 출발했다.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벤츠를 멍하니 바라다 보던 누님과 형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걸어 가고 있었다. 아이파크 주차장으로 들어선 켄은 누님과 형수를 태운 택시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저어, 형님! 이곳으론 왜 온겁니까?"
7촌 조카 녀석인 성길이가 궁금한듯했다. 고층 아파트를 올려다 보며 왜 이런 고급 아파트로 온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다. 당숙모나 다른 조카들도 모두 켄의 얼굴만 바라 보고 있었다. 켄이 입을 열려고 할때 마침 택시가 도착했다.
"이곳에는 왜 온거죠?"
"일단 따라 오십시요."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 가는 켄을 따라 들어 가는 일행들은 아파트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모두 함께 엘레베이트를 타고 최고층으로 올라갔다.
삐이익.
전자식 도어를 열고 들어가자 뒤따라 들어온 일행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가재 도구를 모두 갖추어 놓았음에도 거실은 굉장히 넓었다. 방은 5개였고 욕실도 3개나 있는 구조였다.
"이곳이 어디야?"
"당숙모! 이곳은 이제 당숙 집입니다. 제가 드리는 조그마한 선물입니다."
"뭐, 뭐라고? 이, 이런 아파트를 준다고?"
기절할듯이 비틀거리며 놀라는 당숙모를 급히 부축해 주었다. 켄의 말을 들은 누님이나 형수는 물론 조카들도 할말을 잃은듯 멍한 표정들이었다.
"이런 큰집에 단둘이 어떻게 살라고?"
"형수님! 형수님만 괜찮다면 이곳으로 들어와 같이 사는건 어떠십니까?"
"저, 저희들이요?"
"주방일이나 청소는 가정부를 고용하면 되잖아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십시요. 평생 쓸수도 없을 정도로 돈은 줄테니까요."
다시 한번 켄의 말을 들은 가족들은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조카 녀석들이 형수를 졸라 대었다. 이곳에서 같이 살자고 형수를 부추키는 것이었다.
"애들 아버지와 상의해 봐야 겠어요."
"그럼 형수님은 그렇게 하시고 누님도 집 한채를 사 드릴테니까 서울에 있는 집을 알아 보십시요. 가격은 얼마든 상관없어요. 이 아파트만큼 큰걸로 알아 보세요."
형수는 부산에 살고 있지만 6촌 누님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나중에 서울로 올라가면 큰집을 사줄 생각이다.
"조카는 일본에서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돈이 많은 거에요?"
"그건 장례식이 끝나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말해 드리겠습니다. 식사나 하러 가시죠."
장례를 치루어야 하는데 외식을 하는건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외숙모와 누님, 형수가 장을 봐 오기로 했다. 그런 외숙모에게 돈을 건네 주었다.
"아니, 무슨 장을 보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가?"
"그냥 가져 가세요. 제 차를 타고 다녀 오시면 됩니다."
차 키를 내 주고는 장을 보러 나가자 조카들을 소파에 앉혔다.
"너희들은 모두 학생이지?"
"예."
형수 자식 남매과 누님 딸 한명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한국에선 친척 조카를 만나면 용돈을 준다며?"
"예."
일본에는 그런 관습은 없다.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관습이다. 조카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자아, 한개씩 받아."
품속에서 돈다발 3개를 꺼내 한개씩 건네 주었다. 그러자 3명 모두 눈이 동그래지며 당황하고 있었다.
"혀, 형님! 이게 용돈이라고요?"
"왜? 너무 적냐?"
용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몰라 5만원권 한뭉치씩 건네 준것이다. 너무 적은것 같아 다시 품속에 손을 집어 넣자 기겁한 조카들이 급히 말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요. 충분해요. 이렇게 많이 받았다는걸 엄마가 알면 큰일날텐데요?"
"내가 알아서 말해 줄테니까 너희들이 쓰고 싶은곳에 맘대로 사용해."
조카들에게 집안 사정을 물어 보았다. 형수나 누님에게 직접 물어 보는건 실례가 될것 같아서였다. 6촌 형님은 형수와 함께 부산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목이 좋지 않아 손님들도 많이 없다고 했다. 6촌 누님은 서울에서 식당에 다니고 남편은 건설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사는 집은 전세집이라고 했다.
'젠장. 6촌 누님 남편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당숙모에게 나중에 물어 보기로 했다. 한국의 가족 호칭은 너무 복잡했다. 조카들과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당숙모 일행이 제각기 짐을 한아름씩 들고는 들어 왔다. 당숙모의 짐을 받아 들려고 하자 형수가 들고 있는 쌀을 들어 주라고 했다. 넓은 주방에서 부산스럽게 식사 준비를 서두르는 당숙모와 누님, 형수를 보자 절로 흐믓해졌다. 이런게 가족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편히 쉬세요. 내일 아침에 찾아 올께요."
당숙모는 잠자리가 익숙치 않다며 자신의 원래 집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누님과 형수 가족들에게 아침에 들런다고 말해 주고 당숙모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명철이와 현수가 있는 호텔로 향했다. 그날밤 지천영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조의를 표하며 영화 촬영은 한달정도 미루자고 했다. 그렇게 하자고 말해 주며 다음날 아침에 당숙모 일행을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들어 가자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현수가 연락을 한것인지 금진, 대흥, 천화 그룹은 물론 탑 월드 스포츠, CKD 화학, BBP 화장품, KT 엔터 테인먼트, C.R.엔젤은 물론 지천영 감독이나 고진수 국장이 보낸 화환으로 장례식 입구가 비좁을 정도였다. 명철이와 현수는 입구 쪽 테이블에서 조문객을 안내하고 부조금을 받는 역활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왜 여깄냐?"
"일손이 부족한것 같아서 도와 드릴려고요. 핸드님의 부하라고 이미 말해 두었습니다."
부조금을 받는 역활까지 일임한것을 보면 당숙이 이들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단시간에 당숙을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째든 고마웠다. 오늘 아침이면 부고장이 아는 사람들에게 도착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후가 되자 하나둘씩 조문객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런 조문객들이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입구쪽에 세워져 있는 화환들이었다. 누가 보낸 화환인지 절로 눈이 가는 것이다.
그런 화환에 걸쳐 있는 리본의 이름을 확인한 조문객들은 모두 눈이 동그래지며 믿기지 않는 얼굴들이었다. 작은 할아버지와 당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짜 화환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실제로 당숙 가족들도 믿지 않는듯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무렵이 되면서 특별한 사람들이 몰려 오기 시작하자 당숙은 물론 가족들도 점점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조문객들과 함께 KT엔터테인먼트 이장식 대표와 C.R.엔젤들 그리고 지천영 영화 감독이 찾아 왔다. 그런 C.R.엔젤들을 알아 본 조카들이 믿기지 못하는듯 눈이 커지며 당황하고 있었다.
"찾아 와서 고맙다."
"당연히 와 야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문객들이 절을 하는데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 당숙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지만 이젠 익숙해진 상태다. C.R.엔젤들 다음에는 금진 그룹 여 회장부터 대흥 그룹등 켄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속속 조문객으로 찾아 오자 입구쪽의 화환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고 국장을 끝으로 켄과 친분이 있는 자는 모두 찾아 왔다. 조문객들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사람은 여진아였다. 평소와는 달리 조숙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조의를 표했다. 무슨 할말이 있는지 입을 열려다가 참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었다. 밤이 깊어지자 빈소는 한산해졌다. 더이상 찾아오는 조문객도 없었다. 당숙과 형님은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현수야! 생수를 몇병 사 와."
현수가 사온 생수를 엔다이론을 불러 생명수로 만들어 한잔씩 마시게 했다. 생수를 마신 당숙 가족들이 피곤이 단번에 달아 난듯 놀라워했다.
"이게 무슨 물인가?"
"특별한 물이란것만 알아 두세요."
밤새도록 빈소를 지키며 다음날 아침에도 생수를 한잔씩 마시고 작은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루었다. 한국에서도 화장을 하고 있었다. 둥그스름한 묘지를 만들어 매장을 하는게 아니라 일본과 마찮가지로 화장을 한다고 했다.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모신후 장례를 끝마쳤다. 3일후에는 삼일제를 치루고 49일째에 49제를 치룬다고 했다. 장례를 끝마치고 새로운 아파트로 가자고 하자 당숙은 49제가 끝날때까지 예전 집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작은 할아버지의 정든 집이라며 고집을 피워 어쩔수 없이 당숙 내외는 예전 집으로 가고 6촌 형님과 누님 내외는 새로운 아파트로 향했다.
"조카는 일본에서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런 아파트까지 사줄수 있는거야?"
"조문객들 중에 그룹 회장들을 보셨죠? 그 사람들 모두가 제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도움을 주고 대가를 받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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