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다시 지구로
335화.
백작군 병사들은 대충 300명정도가 살아 남았다. 그런 병사들은 남작군의 백명밖에 되지 않는 병사들이 제압을 해도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저들은 잘 알고 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헤르난데스 영지에 당신같은 마도사가 있다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남작! 당장 모스로 백작성으로 간다."
참관인 귀족의 말을 무시한채 남작에게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포로들은 어떻게 할까요?"
남작의 말에 포로들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포로들은 남작의 말을 들었는지 일제히 켄쪽을 바라 보았다. 저들도 이미 누가 자신들 목숨줄을 쥐고 있는지 알고 있는것이다.
"살고 싶냐?"
"사, 살려 주십시요."
"살려 주십시요."
포로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애원했다.
"너희들 모두를 헤르난데스 남작군으로 편입해 백작령을 점령한다. 합류할 생각이 없는 놈은 앞으로 나서라."
단한명도 없었다. 있을리가 없었다. 앞으로 나선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대로 목이 달아 날것이다.
"여, 영지전은 헤르난데스 남작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뭐가 끝나? 아직 남작은 영지전 승리를 선포하지 않았다. 영지전은 계속 진행중이야."
참관인이 급히 남작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그건 쌍방간의 합의가 있어야 정식으로 인정된다. 모스로 백작성으로 가는 길은 한개의 성을 지나야 한다. 마호로브 자작성이다. 자작은 백작과 함께 참전하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영지전이 벌어지면 휘하 귀족들을 대동한다. 하지만 헤르난데스 남작령의 병력들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스로 백작이 휘하 귀족들은 대동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참전한것이다.
승리가 확실한 영지전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병력차이로 모스로 백작이 100% 이긴다고 예상했을것이다. 마호로브 자작성 앞에 4백명의 병력들이 집결해 항복을 종용했다. 모스로 백작이 죽었다는걸 알려 주고 시체까지 보여 주었다. 자작 병력이 몇명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500명이상일것이다. 잠시후 성벽위로 귀족 한명이 올라 왔다. 마호로브 자작같았다. 그런 자작에게 무력 시위를 했다. 고작 400명밖에 되지 않는 병력으로 항복하라고 하면 반발을 할것이다.
두둥실!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이 날아 올라 거대한 파이어 볼을 시전했다. 항복하지 않으면 던져 버릴 생각이다. 그런 파이어 볼을 본 자작은 물론 성벽위의 병사들도 두려움에 떨었다.
"항복하라! 백작군 병사들이 이 마법에 당했다. 자작이 현명한 귀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것이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마호로브 자작은 2천명이나 되는 백작군이 당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저 마법사를 확인하고는 어떻게 된것인지 곧바로 짐작할수 있었다. 마도사로 보이는 마법사가 헤르난데스 남작령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마도사를 상대로 이길수 있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휘하 기사들이 모조리 달려 들어도 무리다. 백작군 기사들은 20명이나 참전한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이 모조리 당하고 백작까지 사망한것이다. 항복하는게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을 지킬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문을 열어라."
자작군은 모두 무장 해제 되었다. 자작이 성문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을 했다.
"마호로브 자작! 네 판단이 모든 이들을 살렸다. 당장 백작성으로 진군한다. 자작도 병사들을 데리고 따라 와라."
"예엣? 아, 알겠습니다."
마호로브 자작은 헤르난데스 남작을 힐끗 바라 보았다. 남작과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남작 대신에 저 젊은 마도사가 주도적으로 지시를 하고 있었다. 남작은 그런 지시에 아무런 불만도 없이 따르고 있는게 너무 이상했다. 지시한대로 군사들을 이끌고 남작군을 따라 백작성으로 향했다. 백작성을 탈취할려는것 같았다. 그런 탈취에 자신이 가담한것이 알려 진다면 자신의 귀족 작위는 박탈될것이다. 하지만 따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젠 남작 진영에 가세해 공을 세워 남작이 백작성을 완전히 탈취해 복속시켜 버린다면 승작을 해 자신에게 귀족 작위를 내려 줄것을 바랄수 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백작성으로 이동하면서 마도사에게는 몇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 무려 아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마도사였다. 7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아공간을 만들수도 유지할수도 없다. 그런 마도사에게 대들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몇번이나 쓸어 내렸다. 또한 남작군은 보급품을 전혀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의 병력 500명도 보급품을 가지고 갈려고 했지만 마도사가 말렸다. 보급품을 실은 수레가 뒤쪽 멀리서 따라 온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저녁 무렵 야영을 할때 아공간에서 수많은 물자들이 쏟아져 내렸다. 휘하 병사들이 입을 쩍 벌리고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렇게 꺼내 놓은 식량을 먹고 싶은대로 먹으라고 했다.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축제라도 벌어진듯 좋아했다. 그런 나날이 며칠간 계속되자 병사들 사이에서 헤르난데스 남작을 찬양하며 백작령이 남작령에 복속되는게 좋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대부분 가난에서 입을 한개라도 줄이기 위해 영지군에 들어온 자들이다. 배 불리 먹을수만 있다면 누가 영주가 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대체 어디서 보급품을 구했는지 귀한 고기는 물론 바다 생선까지 엄청나게 내 놓은 덕으로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그런 마도사에게 병사들에게 그렇게 퍼 주어도 되느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마도사의 말이 압권이었다.
"잘 먹어야 잘 싸울게 아냐?"
마도사 한명에게 항복한것이나 마찮가지인데도 마치 병사들이 싸운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남작과 병사들 사이에서 흘러 나오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백작군은 저 마도사 한명에게 모두 당했다고 했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구경만 했다는 말을 들었다. 모스로 백작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헤르난데스 백작성이었던 곳이다. 그런 백작성을 보고 있는 헤르난데스 남작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백작성이다. 외성벽위에는 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병력들이 빼곡히 올라 와 경계를 하고 있었다. 징집까지 했는지 일반인들도 많이 보였다.
"백작성 병사들은 들어라. 모스로 백작은 이미 사망했다.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백작성 앞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마도사가 큰소리로 외치며 마법을 시전했다. 엄청난 크기의 파이어 볼 3개였다. 한개만으로도 두려울 지경인데 무려 3개나 되는 파이어 볼이 외성 앞 공터에 떨어지자 엄청난 폭발이 발생했다.
쿠꽈꽈꽈꽈꽈꽈~~!!!!
"으아악!"
"아앙악!"
외성위에 있는 백작군 병사들은 자신을 공격하는줄 알고 비명을 내지르며 혼란에 빠졌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폭발음이 사라지자 공터에는 큰웅덩이 3개가 생성되어 있었다.
"항복하라!"
항복을 종용하자 병사들은 한곳을 바라 보고 있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자였다. 얼굴을 가린 상태여서 어떤 자인지는 모른다. 최소한 기사이거나 모스로 백작의 자식일것이다. 놈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잠시 기다려 주었다.
"...항복하겠습니다."
투구를 벗은 놈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소영주라는 놈은 30대 초반으로 익스퍼트 초급이었다. 소영주가 항복을 선언한 이상 일사천리로 일처리가 진행되었다. 백작 가족은 모두 추방되었다. 재물은 수레 한대에 실을 정도만 허락되었으며 남아 있는 기사들 5명이 동행했다. 병사들은 모두 백작성에 남은 상태다. 헤르난데스 남작령과 모스로 백작령과의 영지전은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헤르난데스 남작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로드 왕국에 영지전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그와 동시에 헤르난데스 영지에 마도사가 있다는 소문도 같이 돌고 있었으며 헤르난데스 남작이 5서클이며 소영주가 무려 6서클이라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왕실 마탑주가 보증했다는 소문이 돌며 헤르난데스 남작은 백작으로 승급되었다. 원래는 소영주인 제롬에게 백작의 작위를 내려야 했지만 영주에게 내려 진것이다. 안그래도 남작의 작위를 올려줄 구실을 찾고 있던 국왕이 영주와 소영주의 마법 서클을 알고는 마탑주의 보증을 앞세워 승급시킨것이다.
로드 왕국에서는 6서클 마법사는 무조건 백작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헤르난데스 백작은 눈코틀새없이 바빴다. 제롬도 백작성으로 들어와 백작을 도왔다. 켄은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전대 영주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던 곳을 알려 주며 그대로 다시 걸라고 말해 주었다.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영주들은 대대로 영주의 초상화를 걸어 놓는다. 마호로브 자작은 그대로 자작위를 인정해 주었다. 아무것도 한것은 없지만 지금은 백작을 도와줄 귀족 한명이 아쉬울 지경이다. 백작 영지에는 자작성이 한개밖에 없었다. 예전에 있던 성은 죽음의 산맥 근처에 있던 탓으로 메테오 마법의 여파로 사라졌다고 했다. 영지 도 죽음의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영지지만 죽음의 사막으로 상행을 하는 스와튼 무역 도시로 인해 부유한 영지에 속했다. 이제는 스와튼 무역 도시가 쇠퇴하고 남쪽의 폴라리스 마을 근처의 무역 도시가 번성하게 될것이다. 그곳의 수입으로 영지는 부유함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다. 국왕과의 약속으로 다른 영지와의 영지전도 더이상 없는 중립 영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자신이 도와줄 일은 더이상 없었다. 백작이 알아서 잘 할것이다. 이제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했다. 백작에게 전번에 만들어 놓은 포션을 절반이나 건네 주고 마나 포션도 많이 건네 주었다. 그리고 백작과 소영주인 제롬, 마리오를 불러 차원 이동으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가겠다고 전하며 아슈린을 부탁했다. 아슈린은 2서클 마법사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될꺼다. 대대로 후손에게 전하라. 다시 찾아 올날이 있을것이다."
"마스터! 감사했습니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았다. 이카루스 레어의 차원 이동 마법진이 고스란히 남아 있길 바랬다. 드래곤 로드가 부수었다면 다시 새겨야 한다. 다행히 최상급 마나석은 이미 가지고 있다. 골드 드래곤인 이카리스가 남겨준 물건이다.
"워프!"
오랜만에 와 보는 골드 드래곤 이카리스 레어다. 드래곤 로드가 폐쇄하지 않았는지 그대로였다. 차원 이동 마법진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만 마나석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차원 이동 마법진을 꼼꼼히 체크를 했다. 전번에는 2020년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00년대로 이동할 생각이다. 2000년이라면 클론 능력자들을 만들고 있는 중일것이다. 그런 클론 제조 시설은 물론 로스 차일드 당주와 록펠러 가문의 회장을 처리하고 다시 이곳으로 이동해 올 생각이다. 평행 차원인 지구에 계속 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당숙이 있지만 어차피 자신이 사라지면 평행 차원도 사라져 버릴것이다. 다시 만나 도움을 줘도 본래의 세계에선 아무런 변화도 없을것이다.
이번엔 아예 만나지도 않을 생각이다. 이동해서 사용할 물건들을 재점검했다. 마법 주머니를 품속에 잘 간수하고 혹시 몰라 아공간 반지를 한개 만들어 여러가지 물건들을 집어 넣고 최상급 마나석을 꺼내 차원 이동 마법진에 박아 넣었다. 이제 이동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마법진 정중앙으로 올라가 절대 방어 마법을 몸에 걸고는 차원 이동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마법진 상공에 시커먼 공간이 아가리를 벌리고 어서 들어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훌쩍.
그 안으로 뛰어 들자 무지막지한 압력이 절대 방어 마법을 짖누르기 시작했다. 빛이 터널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터널이 끝나지 전에 절대 방어 마법이 깨져 버렸다.
"으윽!"
엄청난 압력에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다.
"비러...머....걸...!!"
엿같은 기분이다.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
휘이이잉.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야마 산맥 어느 산속 눈덩이속에서 갑자기 불쑥 손이 튀어 올라 왔다. 급기야 얼굴이 드러나고 몸전체가 눈속에서 올라 온것이다.
휘이잉.
눈보라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로브에 새겨져 있는 체온 조절 마법이 아니었다면 얼어 죽었을것이다. 주위를 돌아다 본 켄은 다시 눈덩이속으로 들어가 공간을 넓혔다. 한명이 충분히 앉을수도 누울수도 있는 공간을 손으로 파서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만들어 입구도 완전히 막아 버렸다. 불빛한점도 없는 상태로 깜깜한 공간이었지만 의외로 아늑했다. 품속에서 꺼낸 마법 주머니에서 마법등을 꺼내 발동시키고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엘라임을 부를 정도로 마나 포션을 몇병이나 마신후 굳은 마나를 녹여 달라고 했다.
차원 이동만 하면 굳어 버리는 마나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이번에는 마나 포션을 넉넉히 준비했기에 이곳에서 마나를 완전히 녹일 생각이다. 이글루안에서 굳은 마나를 녹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눈보라는 거칠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겨우 눈보라가 멈추고 화창난 날이 다가왔다. 이글루에서 기어 나와 사방을 둘러 보았다. 경사진 비탈이었다. 전번에 도착한 장소라면 위쪽으로 올라가면 절벽이 있을것이다.
그 아래에 움푹 들어간 곳에 네팔인들이 5~7월달에 그곳에서 야영하며 동충하초를 캔다. 지금은 한겨울이다. 이런 겨울에는 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없을것이다. 푹푹 빠지는 눈을 밟고 위쪽으로 올라갔다. 역시 높은 절벽이 보였다. 아래쪽에는 움푹 들어간 곳이지만 눈이 많이 쌓여져 있었다. 그곳으로 이동해 위쪽의 눈을 헤치고 절벽 바로 아래쪽에 텐트를 칠만한 공간을 확보했다. 그런후 눈을 뭉쳐 절벽안쪽으로 눈보라가 들어오지 않게끔 완전히 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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