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갓 핸드(4)
188화.
그라함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스타 벅스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밖에서 크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차 창문으로 그라함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라함의 자동차 뒷좌석에는 제인이 앉아 있었다. 데이브와 켄이 함께 타자 반가워했다. 어린이 병원으로 끌고 온 렌터카인 냉동 차량은 전화 한통화만 하면 끌고가 준다고 했다.
"제인! 아저씨가 널 아프지 않게 고쳐 줄께."
"정말이야?"
"그래. 치료가 끝나면 맘껏 뛰어 놀수 있을꺼야."
그라함의 집은 아메리카의 주택답게 컸다. 일본의 좁은 주택에 비하면 두세배는 더 커 보였다. 집에는 이십대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인의 엄마였다. 일을 하다가 제인의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 온것이라고 했다. 제인 엄마는 몇번이나 제인을 치료할수 있는지 묻자 데이브가 자신의 팔꿈치를 보여 주며 설득하자 어느 정도는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럼 이제 부터 치료를 시작할테니까 누구도 말을 걸지마."
제인을 자신의 이층방 침대에 눕혔다. 자동차로 이동해 온 탓으로 조금 피곤해 보였다.
"제인! 한숨 자고 일어나면 건강해져 있을꺼야. 슬립!"
작은 소리로 수면 마법을 시전한후 엔다이론을 불러 치료를 시작했다. 켄의 치료를 지켜 보고 있는 데이브는 역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식으로 치료를 할수 있는지 지금도 믿기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그런데 친구 부부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이 되었다.
그라함과 베스는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제인의 몸위에 갓 핸드라고 불리우는 동양인이 손만 흔들고 있었다. 아무리 동양의 신비한 의술을 펼친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도 할수 없는 일을 저런식으로 치료가 될지 의심을 품지 않을수가 없었다. 베스가 나서 물어 볼려고 할때 데이브가 말렸다. 지금은 치료가 끝날때까지 조용히 지켜 보라고만 했다.
몇시간이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지켜 보는 있는 이들이나 계속 손만 흔들고 있는 켄도 지쳐 버렸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힘들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켄은 서서히 손을 거두었다. 겨우 엔다이론이 치료가 끝났다고 하면서 체력 회복을 위해 포션 한병을 먹이라고 했다.
"자아, 제인 일어 나렴. 웨이크 업!"
"......."
잠에게 깬 제인은 눈만 껌뻑거렸다. 그런 제인에게 급히 그라함과 베스가 다가왔다.
"제인!"
"제인! 괜찮니?"
"엄마, 아빠! 꿈을 꾼것 같아. 천사가 날 치료해 준댔어. 밖에서 뛰어 놀아도 된대."
"제인...."
제인 엄마인 베스는 그런 제인을 꼭 끌어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베스에게 켄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한마디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어."
"아, 미안해요."
눈물을 훔치며 베스가 떨어지자 켄은 품속에서 꺼낸 작은 병한개를 제인에게 보여 주었다.
"자아, 이걸 마시자."
"그게 뭐에요?"
"꿈에서 천사가 말하지 않았어? 이걸 마셔야 뛰어 놀수 있다고?"
"그, 그랬던것 같아요."
제인은 켄이 준 포션을 마셨다. 그러자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표정이었다.
"맛있어요."
"하하하, 그래. 이제 조금만 쉬면 밖으로 나갈수 있을꺼야."
제인의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당장 머리카락을 돋아 나게 할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까지 해 버린다면 제인 부모나 데이브가 너무 놀랄것 같아 그냥 놔 두었다.
"제인! 넌 천사가 치료준거다. 그치?"
"응. 이쁜 천사였어."
제인은 아마 엔다이론을 무의식적으로 느낀것 같았다. 정령 친화력이 굉장한것 같았지만 지구에서 아무리 정령 진화력이 뛰어 나다고 해도 정령과 계약을 맺진 못한다. 켄이 도와 주면 되지만 그렇게 할순 없었다. 제인이 정령사가 되어 어떤 행동을 한다면 정부에서 조사를 할것이다. 그러면 켄에게까지 조사가 미칠것이다. 지금도 몇명을 치료해준 탓으로 소문이 조금씩 돌고 있을지도 몰랐다. 비밀이라고 말해 두었지만 인간의 심리상 얼떨결에 빈말이 나올수도 있는 것이다. 제인은 자신을 치료해 준 사람이 천사라고 믿을것이다.
"엄마! 나 배고파."
"아! 주, 준비할께."
베스는 깜짝 놀랐다. 제인은 백혈병을 앓기 전부터 식욕이 전혀 없었다. 입이 짧다고만 생각했었는게 그게 백혈병이 발병했다는 조짐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많이 먹어야 한다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애가 지금은 스스로 배가 고프다고 했다. 얼마만에 들어 보는 말인지 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데이브! 나가자."
"그래."
"제인! 나중에 보자."
그라함과 제인이 둘이 같이 있게끔 방을 나가 거실로 내려 갔다. 이층에서 켄과 데이브가 내려 오지 주방에 있던 제인 엄마가 쪼르르 달려 왔다.
"저, 정말 제인이 다 나은건가요?"
"믿기지 못하겠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 단 느무르 어린이 병원은 안돼. 병원에서 난리가 날테니까. 다른 먼곳의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
"아, 정말 감사해요."
"물이나 한잔 줘."
베스는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꿀꺽꿀꺽.
제인 엄마가 가지고 온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시원한 물이 몸속으로 들어 오자 피곤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맙다. 무슨 부탁이든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 줄께."
"됐어.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으면 돼."
데이브에게 일침을 가하고 소파에서 쉬고 있을때 그라함과 제인이 내려 왔다.
"갓 핸드! 정말 고맙다. 믿지 않았던것을 사과할께."
"됐어. 제인이나 잘 키워."
"내가 뭘 해주면 되겠나?"
"커피나 한잔 줘. 보답은 그것으로 충분해."
그라함이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한잔 세잔 타 왔다. 제인에게 줄 쥬스도 가지고 왔다. 제인 엄마가 만들어 준 저녁을 먹고 나자 제인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제인의 치료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나 한밤중이다. 그라함이 켄을 바라 보았다. 제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도 되는지 묻는 것이다.
"문제없어. 모두 함께 나가자."
한밤중의 산책이었다. 밖으로 나온 제인은 기분이 좋은지 뛰어 다녔다. 그런 제인을 걱정하는 빛이 역력한 그라함과 베스는 혹시나 넘어지지나 않을까 안절부절했다. 아직 체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인은 빼빼마른 다리로 잘도 뛰어 다녔다.
다음날 정상현이 마이클과의 계약이 끝났다고 했다. 그럼 마이클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해 주어야 한다. 정상현을 따라 마이클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번에는 미리 약속을 하고 마이클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마이클! 오늘 시합은 이겼냐?"
"후우, 졌습니다."
마이클의 말에 힘이 없었다. 팀은 패배를 거듭해 만년 최하위의 오명을 올해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넌 확대 로스터에 들어 가지 못한거냐?"
메이저 리그는 9월이 되면 로스터 확대 방침으로 인해 엔트리 25명에서 40명으로 확대된다. 그 확대 로스터에 마이클은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운이 없었죠."
비슷한 성적이거나 조금 낮은 성적이라도 연봉순으로 메이저 리그에 불러 들인다고 했다. 연봉이 적으면 그만큼 메이저 리그에선 불합리한 처우를 받게 된다. 돈을 많이 지불하고 계약한 선수를 그대로 썩힐수는 없기 때문이다.
"음, 그래? 노력해서 내년에는 메이저로 승격해."
말이야 쉽다. 경쟁 상대에게 이겨야 하고 연봉순에 밀리지 않게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어야 비로소 메이저로 승격된다. 하지만 아무리 트리플A에서 펄펄 난다고 해도 소속 구단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특별히 성적이 곤두박칠치는 선수가 없는한 메이저로는 올라 갈수 없는 현실이다.
"어째든 노력해. 도와 줄테니까."
엔다이론을 불러 마이클의 몸으로 들어가 유연성 있는 근육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어깨와 허리, 하반신을 중심으로 작업을 끝내자 마이클이 손을 몇번 거머 쥐어 보고는 자신의 몸이 뭔가가 달라 졌다는 것을 알아 차린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눈을 강화시켜 주었다. 시력이 월등하게 상승되어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이 보일것이다. 처음에는 아마 당황할것이다. 적응하기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점을 마이클에게 말해 주자 이미 시력이 좋아진걸 알고 있는지 눈을 몇번이나 껌뻑거리고는 놀라워했다.
"이, 이게..."
눈을 비비고는 믿기지 않는지 이곳저곳을 바라 보며 당황해 했다. 태국의 수린 군도에 사는 모겐족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력은 무려 9.0이라고 한다. 넓은 바다에서 먼곳을 바라 보며 물고기를 찾아야 하는 그들은 시력이 좋을수 밖에 없었다. 몽골 초원에 사는 유목민이나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대부분 시력이 좋다고 한다. 이들중에는 6.0이라는 시력을 가진 자들도 있을 정도다. 마이클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반인보다 두세배는 시력이 더 좋아 졌을거라고 엔다이론이 말해 주었다.
"적응할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돼."
"가, 감사합니다."
이제 마이애미에서 할일은 끝났다. 다음날은 뉴욕으로 날아 가야 한다. 이번에도 켄은 비행기에 몰래 숨어서 정상현을 따라 갔다. 뉴욕이라면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공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하이 라인등을 들수 있다. 이 중에 어딘가에는 가 볼 생각이다.
"어디로 갈거냐?"
"뉴욕 양키와 메츠의 부상 선수들을 만나 볼려고 합니다."
정상현은 이미 부상자 리스트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모두 메이저에서 활약하고 있던 선수들이다.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한물 간 상태로 트리플A와 메이저를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언제 구단에서 방출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선수들을 만나 치료를 해 주고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것이다. 그들도 다른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있을것이지만 계약을 파기하고 정상현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수 있도록 도와줄 심산이다. 계약을 해제하면 보상금을 물어 주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 보상이야 메이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라면 얼마든지 지불할수 있을것이다.
"로드리게스 선수를 만나러 양키스로 먼저 가시죠."
택시를 타고 양키스 구단으로 향했다. 지금은 9월말부터 시작되는 메이저 리그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기 위해 치열한 시합이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뉴욕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에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3위팀이 바짝 뒤를 쫒아 오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 리그는 두개의 리그인 아메리칸 리그(AL)와 내셔널 리그(NL)로 나누어져 있다. 각 리그마다 15개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리그도 다시 동부, 중부, 서부 지구로 나누어져 있다. 각 지구의 1위팀과 지구 2위팀중 승률이 가장 좋은 두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 갈수 있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포스트 시즌 1위팀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해 챔피언을 다툰다. 월드 시리즈 챔피언이 되면 월드 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받는다. 메이저 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반지다. 영광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양키스 구단에서 만나 볼려는 로드리게스는 투수로 중간 계투 요원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선발로 나서 활약을 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인해 구속이 떨어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간 계투 요원으로 나서고 있는 중이다. 양키 스타디움의 겉모습은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을 위쪽으로 쭉 잡아 당겨 아치형을 길게 늘어 놓은듯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주간 경기가 열리는 날로 수많은 사람들이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안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시합을 구경할까요?"
"시합? 됐어. 아는 선수도 없는데 봐서 뭐해. 로드리게스는 언제 만날건데?"
"시합이 끝나야 이야기를 해 볼수 있을 겁니다."
보통 야구 경기는 3시간정도 걸린다.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띄면 더 빨리 끝나지만 양팀 모두 타선이 폭발하면 그만큼 공격 시간이나 투수 교체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수도 있다. 또한 메이저 리그는 동점일 경우 어느쪽이 이길때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승부를 가린다. 무려 8시간이나 걸려 승부가 난 경기도 있다고 했다.
"그럼 이 주변을 돌아 다니며 구경하고 있을테니까 시합이 끝나면 연락해."
정상현은 시합을 구경한다고 했다. 켄은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 갔다. 핫도그를 파는 음식 가판대와 유니폼을 파는 노점상등 별로 볼것이 없었다. 마침 맥도널드가 눈에 들어와 햄버그 한개와 콜라를 주문해 손에 들고 가게앞 의자에 앉아 스마트 폰을 만지작 거렸다. 양키 스타디움 근처가 할렘가라는 것을 알아내 시간도 때울겸 할렘가를 구경하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할렘가로 짐작되는 곳으로 왔다. 돌아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흑인들이었다. 길거리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흔했다. 뭘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심심한 나머지 돌아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앉아 있다고 했다. 종종 가판대에서 엑세사리나 가방, 옷등을 팔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건물은 오래된 느낌이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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