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금진 그룹 회장(1)
165화.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을 고용한 사업장 사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옮길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다른곳으로 옮길수 있게 허가를 해 주는 사장은 거의 찾아 볼수 없다고 한다. 허가를 해 주면 노동청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관리 점수가 마이너스가 된다.
마이너스 점수가 쌓이면 다음번 노동자를 고용할땐 다른 사업장에 밀려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지는 탓으로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최대 5년까지 고용할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제대로 대접해 주는 사장은 거의 없는것이다.
"이곳 사장놈을 잡아 와라."
켄의 명령을 받은 장천휘가 저택으로 가고 있었다.
"넌 이곳에서 나가고 싶나?"
"제대로 대접만 해 준다면 일도 익숙해진 상태로 계속 있고 싶습니다만 이대로는 무리입니다. 옮길수만 있다면 다른곳으로 옮길수 밖에요."
"네팔의 네 아버지는 이제 부자다. 네팔에서 떵떵거리고 살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 한국이 싫으면 네팔로 돌아 가도 된다."
"동충하초로 그렇게 많이 번것입니까?"
믿어지지가 않았다. 대체 얼마큼의 동충하초를 캐야 부자라고 불리울 정도로 돈을 벌수 있을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더 일해 제손으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알았다. 여기 있는 다른 자들도 다른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냐?"
"모두 다 다른곳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일이 힘든건 참을수 있지만 잠자리와 월급이 너무 적거든요. 이제 한여름이 될텐데 에어콘도 없는 켄테이너 하우스에선 너무 더워 잠을 잘수도 없고요."
숙박 시설이 개판이었다. 그런곳에서 어떻게 여름을 지내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왜, 왜 이러십니까?"
장천휘의 손에 질질 끌려 오는 중년인은 겁 먹은 표정이었다.
"데리고 왔습니다."
"수고했다. 네가 이곳 사장이냐?'
"그, 그렇습니다."
사장은 켄의 옆에 서 있는 라체를 보고는 눈알을 부라렸다.
"네가 부른거냐?"
"......"
장천휘에게는 쩔쩔 매면서 라체에게는 큰소릴치고 있었다.
"라체! 넌 다른 사람들을 불러와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체는 후다닥 달려 갔다. 사장과 같이 있는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나가 주십시요."
"뭐? 경찰? 부르고 싶으면 불러.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네놈은 이미 땅속에서 묻혀 있을테니까. 누가 더 빠른지 내기할래? 경찰이 빠를지 네놈이 땅속으로 들어 가는게 빠를지?"
"헉! 제, 제게 왜 이러십니까?"
이들은 조폭같았다. 건장한 체격에 짧은 머리, 양복을 짝 빼 입은 스타일에 협박도 서스럼없이 내뱉는 투로 볼때 조폭이 틀림없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온것인지는 모르지만 몸을 사려야 했다.
"라체에게 월급은 얼마나 쥤나?"
"워, 월급요? 시, 십만원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십만원만 주나?"
"그, 그렇습니다."
덜덜 떨고 있는 사장은 이들이 라체와 어떤 관계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좀말 할때 착취한 돈은 다 토해내고 도장찍어."
"도, 도장요?"
돈은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도장은 무슨 도장을 찍으라는 건지 몰랐다. 설마 이 농원을 통채로 가로 챌려는 협박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농원이 어떤 농원인데 절대로 찍을수 없어. 내가 전화 한통화만 하면 너희들은 끝장이야."
"하아! 이 새끼가 갑자기 간뗑이가 부어 터졌네. 전화? 해? 인맥을 사용해 봐. 얼마나 대단한 인맥을 가지고 있길래 큰소릴 치는지 한번 보자."
"그, 그게..."
막상 하라고 하니 도저히 전화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전화를 해 봤자 자신이 먼저 죽을것이다.
"처음보는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원수진 일도 없을텐데요."
"지금까지 라체를 속여 먹었잖아. 안그래? 라체와 같이 이곳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난다. 떠날수 있도록 도장을 찍으란 말이다."
"그, 그런 일이라면 알겠습니다. 찍어 드리겠습니다."
"착취한 월급도 토해내."
이들이 하라는대로 할수 밖에 없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집 근처에 다른 민가가 있으면 이 소동을 듣고 다른집에서 경찰에게 신고를 했을것이다. 하필이면 비닐 하우스가 다른 집을 가로 막고 있었다.
"데리고 왔습니다."
라체뒤의 5명은 들떠있는 얼굴이었다. 이곳을 떠날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떠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짐 싸."
우르르.
라체까지 6명 모두가 컨테이너 하우스로 밝은 모습으로 뛰어갔다. 얼마나 착취를 당했으면 저럴까 싶었다.
"넌, 사장을 데리고 저들이 이곳을 떠나도 된다는 도장을 찍은 서류를 가지고 와라."
"가자."
울상인 사장은 장천휘에게 다시 끌려 갔다.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소 같았다.
부르릉.
벤츠 뒤에는 택시 두대가 따라 오고 있었다. 라체 일행이 나누어 탄 택시다.
"저들을 취직시켜 줄곳이 있나?"
"찾아 보겠습니다."
"없으면 말해.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도저히 않되면 공장이나 농원이라도 한개 인수하면 되지 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켄이었다. 공장이나 농원을 인수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수 있다. 돈이라면 차고 넘친다. 다만 황금이나 보석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을 해야 되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은행이라도 털어 버리면 될것이다. 일단 이들을 데리고 인천의 차이나 타운 근처로 왔다. 장천휘와 연락을 위해 전화 번호도 알려 주었다.
"뭐? 3개월 이내에 재취업이 안되면 출국해야 된다고?"
"그렇습니다."
근로 계약을 해제했을땐 3개월의 여유 시간을 준다고 했다. 그동안 재취업을 하지 않은채 계속 체류하고 있으면 불법 체류가 된다고 했다. 3개월이면 취업하기엔 충분하다. 이들은 네팔인 3명 베트남인 3명이다. 모두 근로 노동 계약자다. 호텔에서 지낸지 3일이 지났다. 그동안 이들을 데리고 옷이나 신발, 가방등 필요한 물건들을 사 주었다. 고마워하는 이들에게 자기 나라로 가서 부모에게 잘해 주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이들에게는 하라고 한것이다. 장천휘가 3일째 되는 저녁에 전화를 걸어왔다.
- 취선님! 저희 가게로 지금 와 주실수 있겠습니까?
"지금?"
- 예. 전번에 취선님이 치료해 주신 금진 그룹 회장님이 만나 보고 싶어 합니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 그곳에 간다면 꼬치꼬치 캐 물을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늙은이에게 존대를 하지 않으면 싸가지가 없느니 자식 교육이 어쨌다니 하는등 상종하지 못할 놈이라고 생각할것이다.
"만날 생각이 없다고 회장에게 말해."
- 그, 그게 저희 가게 단골이십니다. 어려울때 도와 주시기도 했고요. 부탁 드리겠습니다.
장천휘에게 도움을 받은것이 있어 저렇게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 난 절대 존대를 하지 않는다고 전해서 그래도 괜찮다고 허락이 떨어지면 다시 연락해."
- 알겠습니다.
잠시후 다시 스마트 폰이 울렸다.
- 허락했습니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겠다. 바로 가지."
가지 않을수도 없게 되었다. 설마 반말을 해도 만나자고 할줄은 몰랐다. 만약 얼굴을 찡그리거나 불쾌해 한다면 바로 나올 생각이다.
"어서 오십시요. 모시겠습니다."
전번에 회장이 쓰러져 있던 그 특실방으로 안내되었다.
"어서 오게. 김진호네."
"취선이다."
"취선?"
"술취할 취(醉) 신선 선(仙)합쳐서 취선! 남들이 그렇게 부르거든."
특실방에는 회장 한사람만 있었다. 수행하는 사람은 아마 다른방에 있거나 혼자 온것 같았다. 켄이 반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는듯 인상 한번 찡그리지도 않았다.
"멋진 별호일세. 부럽구만. 예전엔 한술했지만 지금은 몸이 이래서 술을 마시면 사달이 난다네. 전번엔 고마웠네. 자네 덕에 늙은이 목숨이 붙어 있는거네. 자네를 빨리 만나 보고 싶었지만 의사 양반이 자꾸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병원 신세를 지느라 연락이 늦었네. 내 사과함세."
은혜를 입었으면 응당 보답을 해야 하는게 사람의 도리다. 무슨 선물을 해달라는게 아니다. 감사 인사 한마디로 충분하다. 다른 목적도 있겠지만 그런면에서는 회장은 괜찮은 사람같았다.
"전번보다 몸은 조금 좋아 졌을껄."
"그래서 말인데. 자네 어떻게 한건가? 정밀 검사 결과 예전에 비해 조금 호전되었고 몸도 조금 가벼워진것 같고. 듣기로는 기공(氣功) 치료를 했다던데?"
"기공과 석청이 덕이라고 해야지."
"그 꿀물이 석청이었던가?"
석청을 알고 있는것 같았다. 알고 있다면 다행이다. 석청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석청에는 몸에 해로운 독성분이 들어 있다고 들었네."
"내가 준 석청은 독이 없는거야. 자연산 천종 산삼을 먹으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명현 현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지. 석청도 마찮가지야. 독이 있는 석청은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진 석청은 최고급으로 천종 산삼이나 마찮가지야."
"직접 볼수 있나?"
"기다려. 장천휘! 다른 방으로 안내해."
전번과 같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특실 바로 앞쪽에 있는 다른 특실이다.
"넌 나가 있어."
장천휘가 밖으로 나가자 테이블위에 석청 덩어리를 한개만 꺼내 놓고 장천휘에게 회장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이, 이렇게 큰 석청이라니?"
회장이 놀라고 있을때 장천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분명이 빈손이었다. 빈손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큰 1미터도 넘을것 같은 석청을 어디에 숨겨 두었었는지 얼마되지도 않는 시간에 가져다 놓은것이다.
"이런 석청은 어디서 구한건가? 크기는 물론 모양도 완벽하네."
"네팔에서 직접 채취한거야."
"직접 말인가?"
"그래. 동충하초를 캐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따 버린거지."
슈란달이 알려 줘서 채취한것이지만 여기선 자신이 발견했다고 말해 버렸다. 여러 가지 설명하기가 귀찮아서였다.
"그럼 네팔산 동충하초도 가지고 있는겐가?"
"물론이지."
"보여 줄수 있나?"
괜히 말한것 같았다. 한번 쏟아 부은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 어쩔수가 없었다. 티벳의 청라 시장에서 동충하초를 선별할때 최상급만 100개정도 빼내 놓은것이다. 하는수 없이 품속의 마법 주머니에서 동충하초를 한웅큼 꺼내 놓았다.
"정말이군."
"석청하고 이것도 팔게."
"뭐? 팔라고? 회장이 직접 먹을려고?"
"그렇다네. 팔아만 준다면 자네 부탁은 뭐든 들어 주겠네."
회장이 이걸 먹고 병세가 호전되길 원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석청과 동충하초를 먹는다고 해도 조금은 나아 질지는 모르지만 완치는 되지 않는다.
"그럼 이렇게 하지. 회장이 뭐든 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내가 아는 외국 노동자 6명을 취직시켜 줘. 그들에게 한국인과 똑 같은 월급을 주고 천대하지도 않으며 거주할 집도 마련해 줘. 집은 크지 않아도 돼. 기숙사가 있으면 그런 곳이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석청과 동충하초는 팔지 않을꺼야. 대신 내가 직접 회장 몸을 깨끗하게 고쳐 주지."
"저, 정말 자네가 고칠수 있단 말인가? 고쳐만 준다면 방금 말한 내용은 전적으로 수용하겠네."
금진 그룹 여진호 회장은 눈앞의 젊은 청년이 신비하게 여겨졌다. 현대에 별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취선이라는 별호로 불리우는 기인(奇人)이다. 본명은 말해 주지도 않았다. 그런 취선이 자신의 발작을 멈추게 했다. 가슴에 손만대고도 병세를 호전시킨것이다. 기인답게 반말을 해댔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당이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는것과 마찮가지다. 그런 기인이 자신의 병을 고쳐 준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체력 문제로 더이상의 수술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취선은 고칠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다. 자신이 귀인을 만난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쓰러진 그날 취선이 우연히 지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인연도 없었을것이다.
"좋아. 당장 시작하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장 말인가?"
"1초라도 빨리 완쾌되고 싶지 않아?"
"부, 부탁하겠네."
완쾌라는 말에 회장이 의욕이 넘치는것 같았다.
"이곳에 누울수 있는 방이 있나?"
"저희 집으로 올라 가시지요."
장천휘가 살고 있는 집은 이건물 최상층이다. 그곳으로 올라간 일행은 장천휘가 내준 방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좀 걸릴테니까 네 할일을 해."
장천휘를 방밖으로 내쫒고 회장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완치가 되어 있을꺼야."
- 엔다이론! 포션을 먹이는게 좋겠지.
- 마나 소모를 적게 할려면 먹이는게 좋아요.
"그리고 이걸 마셔."
품안에서 포션 한병을 꺼내 주었다.
"이건 뭔가?"
"보약이야."
"......"
몸에 좋다는 약은 다 먹어 보았지만 이런 붉그스럼한 보약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적도 없었다.
"그냥 마셔. 몸에 엄청 좋은거야. 억만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물건이고.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꿀꺽.
마실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사람의 말은 전적으로 믿어야한다. 사기꾼은 절대 아니다.
"그럼 한숨 자. 슬립!"
"자, 잠..."
회장은 슬립 마법에 곧바로 밤이 들었다.
- 엔다이론! 부탁할께.
- 시간이 조금 걸릴테지만 문제없어요.
켄이 할일은 없었다. 엔다이론이 뭔가 부탁하면 들어 줄뿐이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회장의 지병은 깔끔하게 완치가 되었다. 병이 완치되자 회장의 얼굴에 홍조가 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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