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영지전 참가(1)
323화.
이반을 데리고 연병장으로 이동해 가르킨 방향을 향해 이반의 손을 잡고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이 떠올라 텔레포트 마법을 펼쳤다. 가시 거리만큼 이동할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은 하늘에서 바라보면 먼곳으로 단번에 이동할수 있다. 그렇게 몇번을 이동하자 하늘에서 이반이 저곳이 슬라프 남작성이라고 했다. 그곳은 공성전이 한창이었다. 벌떼처럼 성벽을 기어 오르는 병사들을 성벽위에서 돌을 떨어 뜨리거나 뜨거운 물을 쏟아 부으며 저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파이어 레인!"
성벽을 기어 오를려는 다이트 백작군을 향해 화염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광역 마법인 파이어 레인으로 인해 순식간에 성벽 근처는 불바다가 되어 버리자 백작군 진영에서 긴뿔나팔 소리가 들려 오며 퇴각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퇴각하는 백작군을 향해 성벽위의 남작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어디서 마법이 펼쳐진것인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텔레포트!"
그런 병사들의 시선에서 벗어 나기 위해 영주성 내성으로 이동해 작은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내려갔다.
"이, 이곳은 영주님 전용 연무장입니다."
"그렇냐? 영주에게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반은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대체 몇서클 마법사이길래 텔레포트 마법을 몇번이나 펼쳐 순식간에 10일거리를 이동했으면서도 광역 마법까지 펼쳐 백작군을 퇴각시켰다. 헤르난데스 남작님의 태도로 볼때 절대로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슬라프 남작 집무실로 이동해 노크를 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긴박한 공성전이라고 해도 영주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상황을 보고 받으며 지시한다. 그런 영주가 없다는 것은 직접 성벽쪽으로 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제가 찾아서 모시고 오겠습니다."
"아냐. 같이 가자."
3층 집무실 복도를 걸어 아래층으로 내려 가고 있을때 중년인과 마주쳤다. 집사로 보였다. 이 대륙에서는 신분에 따라 입고 있는 옷이 다르다.
"누구냐? 누군데 이곳에 있는거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 집사는 일부러 그렇게 소릴 지르고 있었다. 소리를 듣고 경비병이 달려 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집사장님! 접니다. 이반입니다."
"이반?"
"샤미님 호위 기사인 이반입니다."
"아! 그렇군, 이반경! 그런데 여긴 어떻게 들어 온거지?"
이반이 집사장에게 설명을 해 주자 입을 쩍 벌리며 믿기지 않아했다. 백작군이 물러 간것이 이반경 옆에 있는 마법사가 한것이라고 했다.
"가, 감사합니다."
"영주에게 안내해."
"예. 영주님은 지금 외성벽에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집사장을 따라 내성을 나가자 전쟁의 분위기를 그대로 체감할수 있었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교차된 외성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곳곳에 병사들이 뛰어 다니고 있었으며 주민들이 돌덩어리나 물동이를 들고 성벽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성벽이 가까워 질수록 수많은 부상병들이 곳곳에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변변히 치료도 받지 못한채 다친 부위를 옷을 찢어 둘둘 말아 놓은 상태였다.
"집사장! 난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있을테니까 집사장은 영주를 데리고 와."
"아, 감사합니다."
집사장이 빠른 걸음으로 성벽쪽으로 사라지자 켄은 이반과 함께 부상병들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가서 중상자부터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이반! 넌 중상자를 찾아 내게 알려줘."
로브를 입고 있는 탓으로 병사들은 마법사라고 알아 차린 병사들이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치료해 준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지며 몇번이나 감사를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포션을 아낌없이 풀고 엔다이론을 불러 치료수를 만들어 경상자들에게 배급한것은 물론 치료까지 부탁했다. 너무 많은 부상자들로 인해 켄도 직접 나섰다. 그렇게 치료를 하고 있을때 집사장과 함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 한명이 달려왔다.
"마법사님! 영주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영주가 직접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던것이다. 풀 플레이트 메일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던것이다.
"죠아르 디 슬라프 남작이라고 합니다.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르난데스 남작과 며느리인 샤미 부인의 부탁으로 온 켄이다. 지금은 부상자 치료가 우선이다."
수많은 부상자들의 치료가 대충 끝이 난건 해가 질 무렵이었다. 마나 소모가 너무 심해 마나 포션을 몇병 들이킨후 안내된 방에서 잠시 마나 연공을 하고 남작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는 슬라프 남작과 이반, 그리고 처음보는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가 같이 있었다. 중년 남자는 기사 단장이며 젋은 남자는 소영주라고 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반경에게 들었습니다. 백작군을 물리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샤미 부인에게 감사해. 인연이 없었다면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을거야. 백작군 병사들은 몇명이 몰려 온거야?"
"일만입니다."
남작군 병력은 2천이 남은 상태로 수성전을 펼치고 있지만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제 반격을 시작해 다이트 백작령을 완전히 점령한다."
"예엣?"
"뭘 그리 놀라? 이미 다이트 백작과는 원한 관계인거야. 이대로 타협을 한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영지전이 벌어질꺼다. 그런 싹은 완전히 제거해야 남작 후손이 편안해질꺼다."
"하, 하지만 백작군은 무려 일만입니다. 또한 영지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도 모두 끌어 모으면 5천은 될것입니다. 거기에 징집까지 한다면 적어도 3만은 되는 병력입니다. 그런 백작령을 어떻게 제거한다는지 무리입니다."
슬라프 남작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성전으로 어떻게든 버텨 다이트 백작과 타협을 해 영지를 유지할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입장이었다.
"걱정마! 내가 온 이상 이 영지전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백작령까지 복속시킬수 있도록 도와 줄께. 내일부터 반격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해줘."
"어떻게 반격하는겁니까?"
"어떻게 해 줄까? 다이트 백작을 몰래 잡아 올까? 아니면 마법으로 백작군을 모조리 쓸어 버릴까?"
쩌억!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너무 자신만만한 켄의 말에 믿을수 없다는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반만이 텔레포트 마법을 경험한 덕으로 믿는 눈치였다. 광역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 고서클 마법사는 그런 힘이 있었다.
"하, 하지만 백작령까지 점령한다는건 무리입니다. 백작령까지 갈 정도의 군량미가 남아 있지도 않을뿐더러 병력들도 부족합니다."
"남작은 걱정이 너무 심해. 모두 다 해결해 줄테니까 하라는대로만 해. 군량미는 얼마나 남아 있지?"
"하루에 한끼만 먹으면 한달은 버틸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끼만 먹고 싸울맛이 나겠냐? 사기만 저조될꺼다. 나중에 창고로 안내하면 식량을 꺼내 줄테니까 병사들에게 하루 세끼를 먹여."
아공간에는 지구의 미국에서 구입해 놓은 식량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
"어떻게 된것이냐?"
"확실히는 모르지만 마법사를 고용한게 틀림없습니다."
"헤르난데스 남작이냐?"
"그것도 확신할순 없지만 현재로썬 그렇게 밖에 생각할수 없습니다."
다이트 백작은 다된 밥에 재를 뿌린 마법사때문에 일시적으로 퇴각할수 밖에 없었다. 슬라프 남작과 사돈지간인 헤르난데스 남작이 영지전에 참가한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헤르난데스 남작은 3서클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3서클 마법사가 그런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마 마법진을 사용한것 같습니다. 저서클 마법사라도 마법진을 사용하면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공격하면 또 마법진으로 공격해 온단 말이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고서클 마법진을 발동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마나를 불어 넣어야 합니다. 지금쯤 아마 헤르난데스 남작령에서 온 마법사들은 마나 부족으로 모두 지쳐 있을겁니다. 마나 회복을 위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연공을 해야 완전히 회복할수 있을겁니다."
"좋아,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전열을 정비해 다시 공격한다. 이번엔 마법진을 발동시키기 전에 반드시 함락시켜야 한다."
"충!"
*******
"케, 켄님!"
"뭐야?"
새벽부터 슬라프 남작이 헐레벌떡 달려와 호들갑을 떨었다.
"귀족들도 먹기 어려운 그런 새하얀 밀가루를 군량미로 사용하라고요?"
어제밤에 창고에 꺼내 놓은 밀가루를 확인한것 같았다. 남작의 말대로다. 지구의 밀가루는 눈처럼 희다. 밀을 빻는 기술력이 이곳과는 차원이 다른것이다. 밀을 빻아 채로 거르고 걸러 가는 가루만 모은게 밀가루로 유통된다. 밀가루에도 등급이 존재한다. 채로 몇번을 그른지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그런 밀가루는 모두 기계적인 장치로 자동으로 분류되지만 이곳은 모든게 수작업이다.
절구통에 밀을 넣고 빻아 채로 그르지만 고운 밀가루를 얻기 위해선 몇번이나 반복을 해야 하지만 기계가 아닌 탓으로 지구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밀가루의 질이 떨어진다. 지구의 밀가루가 모두 최상급이라면 이곳은 귀족들이 먹는 밀가루도 지구에 비해 중급정도 밖에 되지 않는 밀가루다. 그런 밀가루보다 더 고운 밀가루를 군량미로 내놓은 탓으로 해가 뜨기도 전에 달려 온것이다.
"그런걸 병사들에게 먹여 봐라. 병사들 사기가 어떻게 될것같냐?"
"아! 가, 감사합니다."
"빨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준비를 하라고 해. 오늘은 바쁠꺼다."
"알겠습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슬라프 남작이었다.
뿌우우우우!
남작령의 병사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을때 백작군쪽에서 긴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켄님! 백작군이 먼저 공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자."
외성벽위로 급히 달려가 성밖을 바라 보았다. 수많은 백작군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뿌뿌!뿌우우우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백작군이 도열한채 서서히 진군해 오고 있었다. 가장 앞쪽에는 큰방패를 든 병사들이 바로 뒤쪽의 긴 사다리를 들고 있는 병사들을 엄호하면서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척척척척!
땅이 뒤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백작군 병사들 수는 엄청났다.
"모두 준비하라! 절대 겁 먹지 마라! 우리들에겐 마법사님이 계신다."
"와아아아아아!!!"
슬라프 남작의 외침에 성벽위에 있는 남작군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사기도 충만한것 같았다. 백작군 병사들이 70여미터까지 접근하면 남작군에서 화살을 날려야 한다고 했지만 켄이 제지했다. 백작군은 성벽에서 50미터까지 접근하면 일제히 달려와 성벽에 사다리를 걸칠것이다. 대열을 이룬채 조직적으로 진군하고 지금이 기회였다. 성벽으로 더이상 접근하기 전에 공격할 생각이다.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긴대열을 이루며 진격해 오는 백작군을 향해 광역 마법인 전격 마법을 선사해 주었다.
번쩍! 번쩍! 번쩍!
파치찌지지지지지지!!!!
쿠꽈꽈꽈꽈꽈꽈꽈꽈!!!!
전격 마법이 백작군 병사들에게 작렬하자 하늘을 찢어 발기는듯한 굉음소리가 들려왔다.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남작군 병사들이 기겁할 정도였다. 게중에는 공격도 받지 않았는데도 비명까지 내지르는 병사들까지 속출했다. 그만큼 위력적인 마법이었다. 백작군을 직격한 마법으로 인해 백작군 병사들의 진열이 흩뜨려지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또다시 마법을 발휘할수 있단 말이냐?"
"그, 그게..."
"당장 공격 명령을 내려! 저런 마법을 몇번이나 발휘할순 없을꺼다."
뿌뿌뿌우우우우우!!
당황하고 있는 부관에게 즉시 지시한 다이트 백작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영지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조그마한 남작령쯤은 간단히 점령할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후의 발악을 하는 남작령은 아무리 수성전을 펼친다고 해도 압도적인 병력으로 쓸어 버릴 생각이었지만 마법사들의 참전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벌떡!
"뭐, 뭐야? 저, 저런 마법이라니..."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진 상황이지만 아직 병사들은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 병사들이 성벽을 향해 달려 갔다. 그때에 다시 남작군 쪽에서 마법이 시전되었다. 달려가는 백작군 병사들의 머리위로 집채만한 불덩어리 십여개가 떨어진것이다.
콰콰콰콰콰콰쾅!!!!!!!
귀청이 찢어 질것같은 굉음에 절로 귀를 막았다. 얼마만한 충격인지 땅이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배, 백작님! 저, 저길 보십시요."
부관이 가르키는 방향을 급히 올려다 보았다. 하늘 높이 흰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두둥실 떠 있었다. 마법진을 사용해 공격 마법을 시전한게 아니라 저 마법사가 직접 공격한 것이었다. 고서클 마법사가 틀림없었다. 그런 마법사가 다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않돼!!!!"
번쩍.
쿠꽈꽈꽈꽈꽝!!!!
사다리를 들고 달려 오는 백작군 병사들에게 파이어 볼 열개를 먹여 주고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올 날아 올라 백작군 병사들이 있는 공중으로 날아 간 켄은 뒤쪽에서 달려 오다가 멈칫하고 있는 백작군 병사들을 향해 또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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