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켄

174화. 벤츠 도난 사고(1)

174화.

약재상 가게 주인이 산삼은 아무나 찾을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선택받은 자만이 산삼이 눈에 들어 온다고 했다. 진짜로 그런지 저 군인은 바로 옆에 산삼이 있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건 내꺼다."

본격적으로 산삼을 캐기 시작했다. 잔뿌리 하나라도 다치게 된다면 가격이 떨어 진다고 했다.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완벽한 산삼을 캐 보고 싶었다.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에게 부탁하면 손도 대지 않고 완벽한 산삼을 받을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캐고 싶었다. 켄이 열심히 산삼을 캐는 것올 보고 있던 군인의 한마디에 캐던 손길이 절로 멈추어졌다.

"산삼은 나무로 만든 호미나 괭이로 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철로 만든 괭이로 캔다면 철 성분이 산삼에 닿으면 약효가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고맙다."

나무로 직접 괭이를 만들어도 되지만 지켜 보는 눈이 있어 어쩔수 없이 손으로 조심스럽게 땅을 팠다. 넓게 판후에 조금씩 범위를 좁혀 가는 식으로 많은 시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완벽한 모양의 산삼을 캤다.

"그런데 산삼을 발견했다면 '심 봤다'라고 외친다고 하던데요? 이미 다 캐버려서 늦었지만요."

"그렇냐?"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왜 그렇게 외치는지는 모르지만 산삼을 발견해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외치는것 같았다.

"그런데 넌 왜 숨어 있었냐? 숨어 있는게 훈련이었냐?"

"아니요. 잠시 쉴려고 비트를 파고 숨어 있었던 겁니다. 이제 다시 이동해야죠. 절대로 이 산에서 군인을 발견했다는 것은 비밀로 해 주십시요. 다른 사람들이 놀랄테니까요."

"알았다. 비밀로 해 줄께."

군인은 그 길로 산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무슨 훈련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곧 밤이 될텐데도 이동을 하는것 같았다. 한편 산삼 한뿌리를 발견하면 그 주변에 다른 산삼이 자리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이곳에는 이것 한개 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지내고 다음날 아래쪽에서 발견한 약초를 캘 생각이다. 지금이 여름철이라고 해도 산속의 밤은 춥다. 하지만 아무리 춥다고 해도 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텐트에 온도 조절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끼고 있는 반지도 물론 온도 조절 마법이 걸려 있는 반지다. 다음날 아침 어제 감지된 산삼보다 마나가 적은 약초를 캐러 갔다. 그런데 뿌리를 캐면서 한번 접했었던 약초와 비슷했다. 경동 시장의 독이 묻어 있던 하수오라는 약초와 생김새와 비슷했던 것이다. 하수오는 색깔은 다르지만 굵직한 고구마처럼 생겼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1미터 이상을 파 들어 가도 뿌리 끝이 보이지 않았다. 뿌리에 주렁 주렁 달려 있는 울퉁불퉁한 하수오를 다치지 않게 뿌리를 통채로 캐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렸다.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약초는 어제는 거의 모두를 캐 버렸지만 오늘은 큰기운이 감지되는 약초만 캐고 나머지는 남겨 두었다. 약초씨가 마를것을 우려한것이다. 그런 약초중에서도 씨앗을 맺고 있는 약초는 그냥 놔두었다. 씨가 퍼져야 약초도 많이 자라나게 될것이다.

삼일째 되는 날에는 산삼 군락지를 발견했다. 이십세뿌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중 가장 큰것을 한뿌리만 채취하고 다른것은 그냥 놔두었다. 이곳 좌표만 기억해 두면 언제든지 다시 와서 캐 갈수 있기 때문이다. 품속에서 꺼낸 종이에 이곳의 좌표도 추가되었다. 아직 어리거나 마나가 적은 약초는 이렇게 캐지 않고 좌표만 적어 두는 것이다.

지리산을 돌아 다니며 약초를 캐는 일도 벌써 5일이나 지났다. 그동안 많은 약초를 캘수 있었다. 산삼만해도 마나가 많은 것으로 일곱 뿌리나 확보할수 있었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 그런데 보이는건 산뿐이다. 등산객들이 너무 많아 일찌감치 내려왔다. 이번에도 하산하면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 갈려고 했다. 올라 올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내려 가면서 약초를 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아악!"

하산하는 사람들로 부터 조금 떨어져 길을 따라 내려 가면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 갈려고 했을때 앞서 가던 일행중 누군가가 다쳤는지 뾰족한 비명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만약 심하게 다쳤다면 하산하기가 어려워질것이다. 수풀속으로 들어 가는 것을 중지한채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걸어 갔다. 그곳에는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세명의 남녀에게 둘러 쌓여 발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발을 삔것 같았다. 그런 여자에게 한남자가 배낭에서 꺼낸 붕대를 건네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붕대를 감는다고 해도 걸을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소라야! 걸을수 있어?"

"몰라. 걸어 봐야 알겠어."

친구의 부탁을 받으며 일어난 소라라는 여자는 한발을 내딛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아악!"

그런 소라를 여자 친구가 부축하고 있었지만 힘이 없는 여자 친구도 함께 바닥으로 쓰려져 버린것이다.

"유진아 미안해."

"괜찮아. 그보다 많이 아프니?"

"응."

"선배들이 업어야 할것 같아요."

남자 둘이 서로를 바라 보며 눈짓을 한끝에 한남자가 나섰다.

"소라야, 업혀!"

"미안해요. 선배!"

"괜찮다. 이럴때 소라 한번 업어 보자."

소라는 얼굴이 빨개진채로 친구의 부축으로 선배라는 남자등에 업혔다. 그들 뒤를 따라 내려 가는 켄은 저 선배라는 자가 내리막길인 산길을 제대로 업고 내려갈지 의문이었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때 채 30미터도 내려 가지 못한 상황에서 우려했었던 일이 벌어졌다. 소라를 등에 업은 선배가 발을 헛디뎌 앞쪽으로 넘어 진것이다.

"으악!"

"아앗!"

선배와 소라는 앞쪽으로 몇바퀴 구른후 나무에 걸려 더이상 아래쪽으로 추락하진 않았다. 하지만 소라는 앞쪽으로 붕 뜬채 구른 탓으로 등이 나무에 심하게 부딪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선배라는 남자도 어디를 다쳤는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친구들이 급변한 표정으로 급히 내려가 살펴 보고 있는 와중에 소라 친구라는 여자가 켄을 보고는 도와 달라고 했다.

"좀 도와 주세요. 심하게 다친것 같아요."

불안했었던 예감이 들어 맞았다. 그냥 모른척 할수도 없었다.

"비켜 봐라."

무턱대고 비키라는 말에 도와 달라고 한 여자와 남자가 조금 놀란듯했다.

"마나 스캔!"

이들이 듣지 못하게끔 작은 목소리로 마법을 발휘해 두사람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소라라는 여자는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다. 넘어져 구를때 나무에 가슴을 심하게 부딪힌것 같았다. 선배라는 남자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살가죽이 찢긴것 외엔 다른 부상은 없었다.

"선배! 구조대를 불러야 할것 같아요."

"그러자. 내가 전화할께."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법으로 치료를 해 주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소라라는 여자가 추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치료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힐링!"

소라의 부러진 갈비뼈를 치료하는 김에 발목까지 치료해 주었다.

"소라야! 춥니?"

"이, 이제 괜찮아."

조금전까지만 해도 떨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는듯한 소라가 이상했지만 큰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소라의 말을 듣고는 이 남자가 무언가를 한것 같았다.

"어떻게 한거죠?"

"뭐가?"

"가슴이 엄청나게 아팠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떨어진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통을 느낀게 아닐까? 그럼 난 그만 가 보겠다. 저 남자는 살가죽이 조금 찢어진것외엔 별다른 부상은 없어."

이들을 내버려 두고 켄은 제갈길을 갔다. 저들이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 내려간 켄은 길을 벗어나 수풀안으로 들어갔다. 약초를 캐기 위해서다. 지리산 산행은 성공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산삼 열두 뿌리, 하수오 열네 뿌리, 다른 약초들은 더 많이 캤지만 어떤 약초인지 이름을 모른다. 기분 좋게 산밑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또다른 일이 벌어졌다. 주차해 놓았던 벤츠가 어디를 찾아 봐도 찾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럴때에 부상을 치료해준 소라라는 여자와 친구, 그리고 경찰 한명이 주차장안으로 들어 왔다.

"아? 아저씨는 어제 그 사람?"

"어제는 고마웠어요."

소라라는 여자가 꾸벅 감사 인사를 해왔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세요?"

"차가 없어졌다."

분명이 이 주차장에 세워 놓았었다. 그런데도 깜쪽같이 사라진것이다.

"아저씨 차도 없다고요? 어떤 차인데요?"

"벤츠다."

"아! 제 차도 없어졌어요. 도난을 당한것 같아요."

"도난?"

자동차 절도범이라는 말이다.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봐라.'

주차장을 둘러 보았다. 당연히 이런 주차장엔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저건 그냥 폼으로 달아 놓은거래요. 이미 알아 봤어요."

켄이 방범 카메라를 주시하자 소라가 대신 말해 주었다.

"아저씨도 신고하세요. 마침 경찰 아저씨도 있으니까요."

"됐다. 신고해 봐야 찾아 줄것 같냐? 직접 찾겠다."

"어떻게요?"

"......"

정령에게 부탁해 찾겠다는 말은 할수가 없었다. 당장 노에스를 불렀다.

- 노에스! 부탁할께.

- 알았어요.

노에스는 켄이 벤츠를 주차해 놓았었던 장소를 빙글빙글 돌고는 다시 돌아 왔다.

- 길을 따라 가면 되요.

켄이 노에스의 말에 따라 주차장 밖으로 걸어 나가자 소라가 후다닥 달려왔다.

"어딜 가시는 거에요?"

"범인 잡으러 간다."

"예? 범인을 찾았어요?"

"지금부터 찾아 봐야지."

그렇게 말하곤 노에스가 안내하는 곳으로 걸어 갔다. 저 애들이 있으면 마법으로 이동할수도 없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귀찮아 질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잠시후 빨간색 차를 끌고 와 타라고 했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였다. 탈까 말까 잠시 고민한 끝에 타기로 했다. 범인을 잡으러 마법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가야 범인이 있을지 몰랐다.

부우웅.

"어디로 가야 하죠?"

"곧바로 가라."

"그런데 아저씨! 산에서는 어떻게 치료를 한거에요?"

올것이 왔다. 분명히 소라는 이상하게 생각했을것이다. 갈비뼈가 부러진건 치료를 해 주어도 당시에는 부러졌는지 충격을 받아 아픈지는 알수가 없었을것이겠지만 발목을 치료한것은 실수였다.

"내가 기공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

"기공요? 정말이에요? 기공 치료를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사이비들 뿐인데요?"

소라는 물론 운전을 하고 있는 친구까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 죄송해요. 아저씨는 사이비가 아니에요."

급히 사과를 한 소라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말실수를 한것을 알아 차린 것이다.

"저 정소라에요. 친구는 황민정이고요."

"취선이다."

"취선요? 특이한 이름이네요."

"별호다. 아, 저 신호등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라."

노에스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켄이 방향을 알려 주면서 차를 몰게했다. 정소라와 황민정은 취선이 별호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지며 특이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차 도둑을 찾는다며 이리저리 가라고 지시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차 도둑이 있는 곳을 알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저씨도 지리산 등산을 한거에요?"

"등산겸 약초를 캘려고 온거다."

"약초요? 어떤 약초요? 많이 캤어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소라는 계속 질문을 하고 있었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너무 말이 많았다.

"산삼."

"옛? 산삼요? 캐, 캤어요?"

"그래."

산삼을 캐고 기분좋게 하산했는데 차가 사라졌다. 좋든 기분이 다 날아가 버렸다. 놈들을 잡기만 하면 요절을 낼 생각이다. 두대의 차가 도난당했다. 한놈이 한짓은 아닐거라고 생각되었다. 전문적인 놈들이 틀림없었다.

"저한테 산삼을 팔아 주세요. 요즈음 아빠가 피곤한지 힘이 없어요. 산삼이라고 한뿌리 고아 드리면 좋을것같아서요."

"소라야! 아저씨가 기공 치료를 하신다고 했으니까 산삼보다는 기공 치료를 해 드리는게 어떻니?"

"그래. 그게 좋을것 같아. 아저씨! 저희 아빠 좀 살펴봐 주실래요?"

"차를 찾는게 먼저다. 그후에 생각해 보자."

지금은 치료할 생각이 없었다. 차를 찾은 후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다.

"저 왼쪽에 보이는 곳으로 가라."

어느새 노에스가 차를 찾았다고 했다. 그곳은 자동차 정비 센터였다. 정비 센터 안으로 켄 일행이 탄 차가 들어 서자 안에서 젊은 청년 한명이 밖으로 나와 차를 유도했다.

딸칵.

차에서 내린 켄은 노에스가 설명해 준대로 걸어 갔다. 그곳에는 부품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벤츠는 이미 해체되어 부품별로 나누어져 있던 것이었다.

"야~! 너! 이 부품들 어디서 가져 온거냐?"

"예?"

"며칠전에 이곳으로 벤츠 한대가 들어 왔지?"

"......."

젊은 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놈은 뭔가를 알고 있는것 같았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새끼 너! 벤츠를 해체했지?"

"아, 아저씨! 그럼 저 부품들이...설마 제 차도 저렇게..."

수북히 쌓여 있는 부품들로 볼때 차 한두대가 아니었다. 몇대의 차를 해체해 부품별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