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준비(2)
301화.
직접 알아 봐도 되었지만 지금은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식량을 구해야 한다. 식량하면 미국이다. 뭐든지 대량으로 생산하는 아메리카로 이동해 로스 엔젤레스의 타운 마트로 향했다. 로스까지는 아직 좀비가 번지지 않았다. 돌아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도 별다른 불안감을 느낄순 없었다. 평소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어, 어서 오십시요."
크롬 부하들이 켄을 알아 보았다. 사무실로 안내되어 들어가자 일하고 있던 녀석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셨습니까?"
"그래. 아메리카 전역을 돌아 다니며 식량을 구입할 생각이다. 누가 안내해 줄래?"
"제가 하겠습니다."
전번에 덜스 기지로 안내한 벤자민이 손을 들었다. 벤자민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이곳에 온김에 크롬이 그동안 모아 놓은 식량을 창고로 가서 모두 아공간에 보관해 두었다.
"벤자민! 소를 구입할꺼다. 대형 목장으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아메리카 서부 지역이 목축업이 성한곳입니다."
미국은 동북부가 낙농업, 중앙이 옥수수와 겨울 보리, 남동부가 면화와 꽃, 북서부가 봄 보리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목축업이 가장 큰규모로 서부에서 서북부로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축업을 하는 곳으로 이동해 농장주와 거래를 했다. 농장주가 달라는 대로 다 주고 모든 소를 구입해 아공간에 산채로 쓸어 넣었다.
농장주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농장을 그만둘 생각인 농장주는 모든 소를 처분했고 그렇지 않는 자들은 일부만 판매를 했다. 그런식으로 서부를 돌아 다니며 막대한 양의 소를 구입하면서 북부로 올라가 밀가루를 구입했다. 북부에서 다시 동쪽으로 이동해 낙농을 하는 농장을 찾아 며칠에 걸쳐 여러 낙농업자를 찾아 다니며 우유를 구입했다. 동부 지역에 좀비가 발생한 탓으로 농장주들은 우유 처분에 곤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럴때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켄이 모조리 구입해 주자 모두들 좋아 했다. 그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큰사각형 통을 준비해 줄테니까 그안에 그날 아침에 짠 우유를 모두 넣어두면 가져 간다는 계약을 제안하자 모두 동의했다. 어차피 버려야 할 우유였다. 며칠에 걸쳐 큰사각형 통을 준비해 공간 확장 마법진과 보존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그런식으로 농장주들에게 한개씩 통을 농장옆에 설치해 주었다.
한달 계약이다. 한달 동안 짠 우유를 모두 통안에 넣어 둔다는 계약을 맺은것이다. 농장주들은 단며칠만에 저 통이 꽉 찰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매일 밤에 찾아와 넣어둔 우유를 가져간다고만 말해 주었다. 만약 우유가 아니라 다른 것들을 채워 넣으면 계약 위반으로 막대한 위약금을 물리도록 했다. 한달 동안 우유가 채워 질때까지 좀비들이 발생한 동부 지역으로 가 보기로 했다.
"벤자민! 넌 저 호텔에서 지내거라. 너 하고 싶은게 있으면 모두 해. 앞으로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지도 못하는 세상이 될꺼다."
벤자민에게 충분할 정도로 달러를 쥐어 주고는 동부 지역인 뉴욕의 집으로 이동했다. 뉴욕집도 오랜만이다. 거실에는 먼지가 제법 쌓여 있었다.
"마나 서치!"
집 주변에 좀비가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응?"
몇몇 집에 좀비들은 물론 사람들도 감지되었다. 특히 옆집인 보라스의 집엔 세명이 감지되었다. 살아 있었다. 좀비는 아니었다. 곧바로 옆집으로 이동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애덤! 켄이다."
노크를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분명히 이 집에 세명이 있다. 좀비라고 생각하는지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라스! 제파니! 애덤! 제시! 옆집의 켄이야. 문 열어."
잠시후 제파니가 문을 열어 주었다. 긴장된 표정의 제파니는 얼굴이 핼쑥해진 상태였다.
"아! 살아 있었군요."
"뉴욕을 빠져 나가지 못한거야?"
"이, 일단 들어 오세요."
문을 열어 놓고 하는 대화는 불안해했다. 언제 어디서 좀비들이 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라스와 애덤은?"
"보라스는...으흑흑...."
남편인 보라스가 무슨 일을 당한것 같았다. 뉴욕이 아직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세상에서 용케 살아 남은것이다. 제파니를 살짝 끌어 앉아 주었다.
훌쩍.
"죄송해요."
"그럼 애덤과 제시는?"
"지하에 숨어 있어요."
"나오라고 해."
제파니가 지하로 내려 가자 아공간에서 먹을것과 달러를 꺼내 놓고 클린 마법을 펼쳐 청소를 했다.
타다닥.
"켄!"
큰소리로 외치며 애덤이 달려와 앉겼다. 키도 훌쩍 커진 상태지만 꽤죄죄한 모습이었다.
"클린!"
"응? 어떻게 한거에요?"
깨끗하게 변해버린 손을 보며 신기해 하는 애덤에게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아! 그래서 절 치료할수 있었던거네요."
"그래. 자아, 모두 배 고프지? 일단 배부터 채우자."
식탁에 둘러 앉아 수북히 쌓인 빵이며 우유, 햄, 야채등으로 식사를 한후 제파니 부인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뉴욕을 벗어나 로스 엔젤레스로 가서 하와이로 이주하는건 어때?"
"갈수가 있어야 가죠?"
가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았지만 갈수가 없는 것이다. 사방이 좀비로 둘러 쌓인 곳에서 밖으로 나가기도 겁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데려다 줄께."
"정말 데려다 줄수 있으세요?"
"그래. 바로 짐을 싸. 곧바로 이동하자."
제파니가 짐을 싸러 간사이 애덤과 제시에게 앞으로는 너희들이 엄마를 많이 도와 주라고 말해 주었다. 짐 가방을 두개를 끌고 온 제파니의 짐을 대신 받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모두 데리고 갔다.
"이곳으로는 왜 온거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따라와. 곧바로 로스로 이동할 방법이 있어. 그리고 앞으로는 날 부를땐 핸드라고 불러. 별명이야."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핸드라고 부르는데 이들만 켄이라고 부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것이다. 지하로 먼저 내려 가자 제파니 부인은 불안한지 애들을 끌어 앉고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걱정마! 날 믿어. 애덤! 넌 날 믿지?"
"믿어요."
"그럼 엄마를 데리고 내려 와."
먼저 지하 방안으로 들어 가자 잠시후 뒤를 따라 들어왔다. 제파니는 지하를 둘러 보며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어. 그렇게 불안해 하지 않아도 돼. 난 능력자야. 순식간에 로스로 이동할꺼야. 이곳으로 와."
마법진 중앙으로 올라갔다. 주섬주섬 다가온 제파니와 애들이 모두 마법진 중앙에 올라온걸 확인한후 워프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워프!"
로스의 자신의 집 지하로 눈깜짝할새에 이동하자 제파니 부인과 제시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런 반면 애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이 녀석은 역시 재능이 있군.'
전번에 애덤을 치료할때도 느낀 일이다. 평범한 인간들과는 달리 마나에 민감한 체질이 애덤인것이다. 욕심이 조금 낫다. 애덤을 능력자로 만들어 주면 지구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능력자로 변모할것이다. 일단 제파니 부인과 제시에게 마나를 조금 불어 넣어 진정시켜 주었다.
"여, 여기가 어디죠?"
"로스 엔젤레스야."
"예엣?"
믿기지 않아 하는 제파니 부인을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직접 보여줄 생각이다. 집밖으로 나온 제파니 부인은 놀라워했다. 뉴욕의 집 근처와는 달리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이곳이 로스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신할수 없지만 뉴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이동할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켄이라는 옆집 동양인이 능력자라고 말했지만 아직 능력자에 대해선 잘 모른다.
"제파니 부인! 하와이행 비행기를 예약해 놓고 이 집에서 당분간 생활해."
"누구 집이죠?"
"내 집이야."
"아, 고마워요."
이제야 안심한 제파니 부인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 애들 방을 지정해 주고 부인 방도 안내해 주었다. 잠시후 제파니 부인은 하와이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비행기표는 1년후에나 예약할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 공감할수 있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미국 본토에는 좀비들이 들끓게 될것이다. 안전한 섬으로 피신하는게 현명한 방법이다. 너도나도 하와이 이주를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하와이로 이동할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할것같았다.
"배편도 알아 보고 다른 항공편도 알아 보도록 해. 그리고 애덤을 능력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
"애덤을요?"
"그래. 애덤은 자질이 충분해. 능력자가 되면 누구보다도 빨리 강해질꺼야."
"저, 정말 제가 능력자가 될수 있는거에요?"
옆에 있던 애덤이 놀란듯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 하지만 고통스러울꺼야. 그 고통을 견디면 능력자가 될수 있어."
"그, 그럼 능력자로 만들어 주세요. 고통은 익숙하거든요. 엄마! 허락해 주세요."
병에 걸려있을때의 고통과는 전혀 다른 고통이겠지만 정신력만큼은 남다를것이다.
"애덤! 정말 할수있겠니?"
"문제없어. 능력자가 되면 엄마하고 제시는 내가 지켜 줄께."
"고맙구나. 그럼 부탁드릴께요."
방으로 들어가 애덤을 침대에 눕게했다. 굳이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은 하지 않았다. 발버둥치면 홀드 마법으로 묶어 놓을 생각이다. 침대에 편하게 누운 애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조금 불안한듯한 표정이었지만 엄마와 여동생을 생각하라고 말해주자 각오를 다신듯 시작하자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애덤은 첫날부터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애덤에게 홀드 마법을 펼친후 마나를 불어 넣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각성하게 될것이다. 애덤은 단3일만에 무사히 능력자로 각성했다. 그런 애덤을 제니퍼의 허락을 받고 뉴욕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곳에서 어떤 능력으로 각성했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다. 여러가지 실험을 한결과 켄도 놀랄 정도의 능력으로 각성한 애덤이었다. 마법의 매직 미사일처럼 뭉쳐진 마나를 발산해 마음대로 조종할수 있으며 폭발시킬수도 있었다.
퍼펑.
폭발음이 발생하며 애덤이 수련하고 있는 광경을 지켜 보고 있을때 아직 어두워지기 전인데도 좀비들이 어슬렁거리며 밖으로 나와 폭발음이 들린 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후다닥.
"좀비에요."
급히 뛰어온 애덤이 두렵다는 표정으로 어쩔줄을 몰라했다. 자신이 능력자로 각성했다는 사실도 잊어 버린듯했다. 아직 나이가 어린탓이다.
"애덤! 넌 능력자야. 저런 좀비쯤은 순식간에 죽일수 있어. 좀비는 머리통을 박살내거나 목을 잘라 버려야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네 엄마와 여동생을 지킬려면 그런 일에 익숙해져야해."
놈들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좀비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부감을 가진 상태로는 좀비에 대항할수 없다. 무덤덤해져야 살아 남을수 있다.
"자아, 겁 먹지 말고 공격해 봐."
"아, 알겠어요."
애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접근하는 좀비들을 향해 마나를 쏘아냈다.
펑.
정확히 가장 앞에 있는 좀비의 머리에서 폭발한 마나로 좀비의 머리통이 박살나는 장면에 애덤이 깜짝 놀라며 토하기 시작했다. 애덤에게는 첫살인이다. 충격일것이다.
"정신 차려! 마음을 굳게 다잡아. 네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지 않을꺼냐?"
버럭 소리를 질러 애덤에게 호통을 쳤다. 중학생인 애덤에게는 가혹한 일이지만 익숙해져야 한다.
덜덜덜.
좀비를 공격할려고 앞으로 내민 애덤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안쓰러웠지만 살아 남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
펑!
"정신차려! 정신을 집중해. 머리를 노려!"
애덤의 공격이 좀비의 가슴을 강타해 버렸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것 같았다. 아마 쉽게 정신을 차릴수는 없을것이다.
"애덤! 저 놈들은 인간이 아냐. 그런 놈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어."
"아, 알겠어요."
퍼퍼펑!
연달아 몇번을 쏘아낸 마나 덩어리가 좀비의 머리와 가슴등 여러 곳을 맞추었다. 좀비들은 점점 더 많이 몰려 들고 있었다. 이쯤해서 그만 두어야 할것 같았다. 근처의 좀비들이 모조리 몰려 오면 자신의 집으로도 들어 갈지도 모른다.
"애덤! 그만하자. 이동한다."
애덤을 데리고 뉴욕 5대 마피아 중 한조직인 보난노가(家)의 동(Don)인 빈센트의 저택으로 이동해 갔다. 빈센트가 어떤 상황인지는 전혀 모른다. 옥상에는 예전과 달리 아무도 없었다. 마나 서치를 펼쳐 건물안에 사람이 있는지 살펴 보았지만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어디로 피신한것 같았다.
투투투투.
갑자기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군인들이 좀비들을 소탕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빈센트가 없어 허탕을 친김에 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애덤! 총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자. 내 손을 잡아."
투명 마법을 펼쳐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총소리가 들려온 근처의 옥상에 도착했다.
"저게 뭐야?"
"와! 로봇이에요."
머리 부분이 없는 거대한 높이의 로봇처럼 보이는 물체가 쿵쿵 바닥을 찍으며 달려 드는 좀비들을 향해 손에 든 거대한 총을 쏘거나 발로 밟아 죽이고 있었다. 가슴 부분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으며 그 안에 사람이 앉아 조종하고 있는 타입이었다. 그런 로봇이 3기나 되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탓으로 인간 좀비의 두세배정도 크기라고 짐작되었다. 로봇뒤에는 전차 3대도 보조를 하며 좀비들을 밟아 죽이고 있었다. 저런 크기의 로봇이라면 좀비들이 어쩔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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