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갓 핸드(2)
186화.
카를로스는 깜짝 놀라며 데이브의 팔꿈치와 켄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 카를로스의 놀라는 표정에 켄은 데이브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비밀스런 일은 아니지만 될수 있으면 숨기고 싶었다. 언젠가는 소문이 돌겠지만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
카를로스는 서둘러 복도를 뛰어 갔다. 잠시후 되돌아 온 카를로스는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 침대에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선수 한명이 누워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갓 핸드! 마이클을 살펴 봐 줄수 있나?"
어쩔수가 없었다. 데이브가 이미 다 까발려 버린 바람에 할수 없다고 거부할수도 없었다.
"후우, 한번 살펴 볼께."
켄이 마이클이라는 자에게 다가 가자 마이클은 믿기지 않는듯한 얼굴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동양인을 바라 보았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엠블런스를 부른 상태지만 코치인 카를로스가 잠시만 시간을 내 달라고 했다. 8회말 공격때 땅볼을 치고는 1루로 전력 질주를 할때 왼쪽 허벅지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제대로 걸을수가 없어 부축을 받으며 로커룸으로 물러 났다.
트레이너의 맛사지를 받고 괜찮은 느낌에 걸음을 옮겨 봤지만 몇걸음 걷지도 못하고 고통을 맛 보아야 했다. 그럴즈음 코치가 뛰어 들어 왔다. 병원에 가기 전에 신비한 동양인에게 검사를 받아 보라는 말을 들었다. 동양인이라는 말이 내키지 않았지만 코치가 추천하는데 거절할수도 없어 승낙했다. 그런데 동양인치고는 키도 컸고 덩치도 굉장히 좋았다.
- 엔다이론 부탁한다.
다른 정령들이 시셈을 할 정도로 엔다이론만 불러 냈다. 대신에 밤에는 다른 정령들도 불러내 주었다.
- 왼쪽 허벅지의 힘줄이 늘어 났어요.
- 고쳐 줄래.
엔다이론이 치료를 시작하자 켄도 마이클의 왼쪽 허벅지 위에 손바닥을 대고는 가볍게 쓰다듬듯 흔들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카를로스나 마이클, 트레이너인 조나단은 황당한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저 동양인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었던 것이다. 저런식으로 뭘 알수 있으며 어떻게 치료를 할지 크레이지(Crazy)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이제 일어 나서 걸어 봐."
정상현은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데이브는 조금 흥분된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둘은 이미 켄의 치료 능력을 알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다른 자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했다. 허벅지 위에서 손만 흔들고 있다가 치료가 다 되기라도 한듯 마이클에게 걸어 보라고 한것이다.
"마이클! 걸어 봐. 그럼 넌 갓 핸드를 신봉하게 될꺼야."
데이브가 마이클에게 재촉했다. 카를로스 코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 보라고 했다.
"후우~!"
길게 숨을 한번 내뱉고는 마이클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일어 섰다. 천천히 한발을 내딛어 다가올 고통에 대비해 절로 인상이 구겨질려는 찰나 어떻게 된것인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
다시 한발을 내딛었다. 한발 두발...고통이 전혀 없었다. 왼쪽 허벅지가 언제 다쳤느냐는듯 바닥을 펄쩍펄쩍 뛰어 보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었다.
"어, 어떻게..."
"말했잖아. 갓 핸드라고."
"마이클! 정말 괜찮나?"
"코치님!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 나았습니다."
카를로스와 트레이너인 조나단은 마이클의 말이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이었다.
"마이클! 내가 살펴 봐도 되나?"
"살펴 봐."
트레이너인 조나단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마이클의 허벅지를 누르거나 무릎을 굽혀 보라는등 여러가지 검진을 했지만 마이클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해 주었다.
"어,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 겁니까?"
조나단이 켄을 바라 보며 의문을 표했다.
"이 세상엔 신기한 사람들이 많거든."
지구에 켄 이외에도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만나 보고 싶었다. 훗날 좀비가 등장하게 되면 이능력자들도 등장하게 될것이다. 잠재적인 능력자들이 지구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런 자들중에 각성한 자들이 없다고는 장담할수 없었다.
"카를로스! 그럼 감독에게 허락을 받아 와."
"알았어. 감독에게 마이클의 상태를 알리고 말해 볼께."
데이브의 말에 카를로스가 밖으로 나가자 마이클은 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갓 핸드! 고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다. 근데 넌 에이전트가 있나?"
"물론이지요."
"아쉽네."
이름이 좀 있는 프로 선수는 누구나 에이전트가 있다. 그런 선수를 에이전트들이 그냥 내 버려 두지 않는것이다.
"왜요?"
"이 친구가 에이전트 일을 하거든. 데이브도 이미 에이전트 계약을 마친 상태야. 프린스 정이 관리하는 선수들이 다치면 내가 살펴봐 줄거거든."
"아!"
마이클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 들었다.
"그럼 저도 지금의 에이전트를 해고하고 프린스 정과 계약하겠습니다."
"그래도 되나?"
"물론입니다."
한건 올렸다. 마이클 스스로가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그럴즈음 카를로스가 들어와 감독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투구 연습장으로 가자고 했다.
팡.
카를로스의 미트안으로 데이브가 던진 공이 빨려 들어갔다. 그런 카를로스의 뒷쪽 그물망에는 켄과 정상현, 마이클이 지켜 보고 있었다. 정상현은 비디오 카메라를 세트해 놓고 데이브의 투구 장면을 찍고 있었다. 구단의 스카우트들에게 보여 주며 데이브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 계약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손에는 스피드 건도 들려 있었다. 방금 데이브가 던진 구속은 95마일(약153km)이었다.
"자아, 이제 본격적으로 간다."
몇개의 공을 던진 데이브는 전력 투구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런 데이브의 공을 받고 있는 카를로스는 이미 데이브가 전성기때의 실력으로 돌아 왔다고 생각했다.
팡.
팡.
데이브의 구속은 점점 올라갔다. 몸이 완전히 풀려 전력 투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앙.
"헉! 100마일(약161km)입니다."
깜짝 놀란 정상현이 소리치자 지켜 보고 있던 자들이 모두 정상현을 주시했다.
"정말인가?"
"이걸 보십시요."
카를로스에게 그물망 사이로 스피드 건을 보여 주었다.
"굉장하군. 데이브! 더 던져 보겠나?"
"크크큭, 얼마든지 던질수 있어."
팡.
파앙.
신이 난 데이브는 지금까지의 울분을 토해내듯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카를로스의 미트에 꽂히는 경쾌한 소리가 연습장에 울려 퍼졌다. 데이브가 던진 공 중에 가장 빠른 공은 103마일(약165km)이었다. 데이브는 더 빠른 공을 던질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카를로스가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다.
"마이클! 프린스 정과 계약이 끝나면 네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줄께."
"정말이십니까?"
"그래. 네 하기에 따라 홈런왕도 노릴수 있을꺼다."
"감사합니다."
마이클은 흥분되는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저 데이브 투수는 이미 부상으로 한물 간 투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갓 핸드에게 치료를 받아 저런 강속구를 뿌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수 있는지 알순 없지만 자신도 엄청난 파워를 선사해 준다고 했다. 흥분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데이브! 말린스 구단의 스카우트를 만나 보지 않겠나?"
"계약은 에이전트인 프린스 정에게 일임한 상태야."
카를로스의 구애에 데이브는 에이전트인 정상현을 들먹였다.
"프린스 정! 구단 스카우트를 소개시켜 줄테니까 만나 줄수 있나?"
"누구든 환영합니다."
이미 한명의 스카우트를 확보한 상태나 마찮가지다. 그런 스카우트를 주시하고 있는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들도 찾아 올것이다. 스카우트들이 많이 찾아오면 올수록 데이브의 몸값은 상승하게 될것이다. 이미 100마일 이상을 던질수 있다는게 확인된 이상 각구단의 스카우트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 들것이다.
컨트롤에도 정평이 나 있던 데이브다. 그런 데이브가 더 빠른 무기를 장착하고 완전 부활을 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모든 프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달려 온다고 장담할수 있었다. 플로리다에는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마이클과의 새로운 계약을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할일이 없어진 켄은 마이애미를 돌아 다녀 보기로 했다.
이곳도 로스 엔젤레스와 마찮가지로 다운 타운이 범죄율이 가장 높다고 했다. 아메리카는 총기 사회다. 강도질도 무식하게 한다. 총을 들이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면 안쪽 주니어에 들어 있는 지갑을 꺼낼려고 품속에 손을 넣는 순간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럴때엔 상의를 활짝 열어 제치고 지갑을 꺼낸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어야 강도가 총을 쏘지 않는다고 한다.
켄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하나도 없었다. 저녁때인데도 다운 타운쪽에는 돌아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범 지역이라서 그런가 싶었다. 데이브가 말해준 베이 사이드(Bay side)로 향했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바와 레스토랑도 많았다. 레스토랑에서 맥주와 새우 뽂음같은걸 먹고 요트를 타고 밤바다로 나가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포기했다. 여러 가게들을 구경했지만 별 흥미를 끄는 물건은 없었다.
다음날은 데이브가 크루즈 요트에 태워 준다고 했다. 데이브와 단둘이서 바다로 나갔다. 능숙하게 운전하는 데이브는 한참을 달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세우고는 낚시를 하자고 했다. 데이브는 완전 꾼이었다. 낚시대를 드리우고는 능숙하게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반면 켄의 낚시대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데이브만 자꾸 낚아 올리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켄이었다.
- 엔다이론! 큼직한 놈을 잡아와 줄래.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에게 바다는 자신의 영역이나 마찮가지다. 잠시후 켄의 낚시대가 엄청나게 꺾이며 낚시줄이 팽팽해졌다.
"왔다."
피잉.
릴을 한번 힘껏 잡아 당기고는 낚시줄을 느슨하게 풀어 주거나 당기기를 반복했다. 엄청난 놈이 걸렸는지 힘에 부칠 정도였다. 엔다이론이 어떤 놈을 잡아와 낚시 바늘에 걸어 놓았는지는 모르는 상태다. 알려고 하면 알수 있지만 일부러 알리지 말라고 했다. 모르는게 낚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하아, 힘들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힘만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켄은 지쳐 버렸다. 벌써 1시간 이상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에 데이브도 자신의 낚시대는 내팽겨진채 힘을 내라고 응원하고 있었다.
"후욱후욱!"
촤르르.
릴을 감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낚시줄이 느슨해졌을때 재빨리 릴을 감고 팽팽해 졌을땐 조금씩 풀어 주며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드디어 놈의 잔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놈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상어처럼 보였다.
"하하하하! 샤크다. 엄청난 놈이야."
데이브가 상어를 보고는 놀라워했다.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지만 입이 쩍 벌어 질 정도로 엄청나게 큰놈이었다. 너무 큰탓으로 크루즈 요트위로 끌어 올릴수도 없었다.
"그레이트 화이트 샤크(Great White Sharks.백상어)다."
상어중에서도 가장 난폭한 놈이라고 했다. 엔다이론이 하필이면 상어를 걸려 들게 할줄는 몰랐다. 이왕이면 마구로(マグロ.참치)가 걸려 들었으면 했다.
"어때? 짜릿했지? 아, 부럽다."
그런 놈을 잡은 켄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는 데이브에게 선심을 쓰기로 했다.
- 엔다이론! 상어 말고 다른 큰놈을 데이브의 낚시줄에 걸어줘. 대신 이 상어보다 더 크면 않돼.
잠시후에는 데이브에게도 엄청난 놈이 걸려 들것이다. 이번엔 엔다이론이 어떤 놈을 잡아다 걸려 들게 할지 기대가 되었다.
"저놈을 끌고 갈려면 지금 가야할것 같다."
"상어를 끌고 가서 뭐하게?"
"당연히 자랑해야지."
"네가 잡은걸로 해."
이런 큰놈을 항구로 끌고 간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것이다. 그런 주목은 사양하고 싶었다.
"않돼. 내가 잡은것도 아니잖아."
"그럼 버려."
"그것도 않돼. 너무 아깝잖아. 빨리 가자."
데이브는 바다에 늘어 뜨려 놓은 낚시줄을 감기 시작했다. 낚시를 끝내고 항구로 상어를 끌고 돌아갈 생각인것이다. 그때였다.
핑.
데이브의 낚시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무언가가 걸려 들었다. 엔다이론이 잡아 온것 같았다.
"으하하하! 걸렸다. 엄청난 놈이 틀림없어."
낚시대의 감촉으로 어떤 크기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큭큭, 데이브. 고생좀 해봐라.'
몇시간동안 밀고 당기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낚시줄이 끊어질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투를 벌려야 한다. 등산으로 높은 산 정상위에 올랐을때의 기분과 자기 손으로 낚아 올렸을때의 뭐라고 형용할수 없는 기분을 맛 볼려고 낚시를 하는 것이다.
"헉헉!"
데이브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장장 3시간이나 소비해 낚아 올린 놈은 엄청나게 큰 마구로였다. 상어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이놈도 무시못할 크기였다.
"하하하하, 대박이다."
"축하한다."
엔다이론에게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자신에게는 쓸모없는 상어를 잡아다 주고 데이브에겐 마구로를 잡아다 준것이다. 아마 상어 대신에 마구로가 걸려 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엔다이론이 읽고 데이브에게 마구로를 끌고와 낚시줄에 걸어 준것같았다. 데이브도 이렇게 큰놈을 잡은건 처음이라고 했다.
"빨리 돌아 가자."
- 작가의말
추천, 오타 지적 모두 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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