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내 눈에 다 보여(2)
172화.
"어떤 연구인지 알려 주지도 않을거고 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투자를 받아 줄께."
"모두 다 수용하겠네. 그럼 얼마나 투자를 하면 되겠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음, 그럼 일단 천억을 투자하겠네."
이 회장은 배포가 큰것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알고 그런 큰 자금을 투자하는지 알수는 없지만 투자를 받아 들이기로 한 이상 얼마가 되든 고맙게 사용할것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만나 투자 협약을 맺기로 했다. 한번 일이 풀리기 시작하자 다른 일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가정부 아줌마 아들인 전태식은 친구 3명과 교수 한명까지 섭외를 해 놓았다. 대학의 불합리한 처우에 불만은 품은 한국 대학교 생명 공학과 홍기찬 교수는 제자인 전태식의 제안을 받고 고민한 끝에 켄을 만나 본후에 결정하기로 하고 자리를 마련한것이다.
"자금은 무한대로 투입할꺼야. 연구에 어떤 성과가 없더라도 상관없어. 대신 인간의 유전자를 완전히 파헤쳐야 해. 지금은 그것까지만 말해 줄수 있어."
"지금 현재도 인간의 유전자는 완전히 파악된 상태라네."
그런데도 어떤 연구를 하라는지 너무 궁금했다. 더이상은 말해 줄수 없는 말에 어떤 비밀 연구를 진행할려는것 같았다. 배후에 정부나 대기업이 도사리고 있는것 같았다. 위험한 냄새가 풀풀 풍겨왔지만 무한대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말에는 끌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자금 걱정할 필요없이 연구를 진행할수 있는 것이다. 연봉도 무려 1억을 제시했다.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제자들에겐 7천만을 제시했다. 이런 제안만 보더라도 연구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연구비 마련에 여러 기업들을 돌아 다니며 구걸을 해야한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다른 교수들에게 밀려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대로 할수 없는 지경이다.
"받아 들이겠네."
"좋아. 그럼 교수가 연구소 소장이야. 유전자 연구에 필요한 연구소 건물과 연구 장비등 모든것을 알아서 구입하고 청구해."
처음 보는 홍기찬 교수에게 전적으로 일을 맡기고 며칠이 지난후에는 금진 그룹의 여만형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도 투자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대흥 그룹의 이 회장에게 무슨 말을 들은것 같았다. 이 회장과 똑 같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부르르르.
속초의 신망치파 부장이라는 놈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2주일의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만나자고 했다. 며칠전에 증명 사진 한장을 보내 달라고 했었다. 블랙 로즈 룸살롱으로 찾아 가자 주민 등록증 한개를 내밀었다.
"박찬희가 누구지?"
주민 등록증이라는 것에 쓰여져 있는 이름이다. 사진속 얼굴은 켄으로 1992년생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이 2020년이다. 만 28세인것이다.
"조직 동생이었습니다. 며칠전 조직 다툼에서 사망했습니다. 찬희는 고아였습니다. 최종 학력도 중학 중퇴입니다. 찬희가 자랐던 보육원도 10여년전에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중학교때 보육원을 뛰쳐 나와 앵벌이를 하면서 살다가 조직으로 들어 온것입니다."
"박찬희는 형사 처벌을 받은적이 있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생했다. 이건 수고비다."
다시 천만엔 뭉치를 한개 건네 주었다. 이걸 만드는데 얼마나 비용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신분증이 생겼다는 기쁨에 기분이 좋아 진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곳 주민 센터에서 김성길이라는 자를 찾아 지문을 새롭게 등록하십시요."
주민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성길이라는 공무원을 매수해 놓은것 같았다.
"알았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해라 한번쯤은 도와 줄테니까."
"감사합니다. 주민 센터를 가실때 증명 사진 한장을 가지고 가십시요."
부장이 말한대로 증명 사진 한장을 들고 곧바로 주민 센터를 찾아 갔다.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김성길이라 자는 쉽게 찾을수 있었다. 주민 등록 업무를 보는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에게 박찬희 명의의 주민 등록증을 내밀자 서류 한장을 건네 주고 기입하라고 했다. 켄의 열손가락 지문을 찍고 새로운 주민 증록증을 발급 받고는 서울로 곧바로 돌아 오진 않았다.
그날밤 늦게 몸을 숨긴채 다시 블랙 로즈로 찾아가 신망치파 조직원들을 한명씩 찾아내 기억 조작 마법을 펼쳤다. 박찬희는 조직간 다툼으로 인해 칼침을 맞고 병원에서 잠적했다는 기억을 심어 준것이다. 이것으로 이들 조직원들은 박찬희가 죽지 않은것으로 기억할것이다. 부장에게는 박찬희 주민 등록증에 관한 기억까지 조작해 두었다. 또한 주민 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김성길의 집으로 찾아가 김성길의 기억까지 조작해 두었다. 이 박찬희라는 이름도 박건으로 개명 할 생각이다. 범죄 경력도 없어 개명도 쉽게 될것이다.
여 회장과 이 회장의 투자로 인해 이 회장에게 받은 돈은 여 회장이 만들어준 스위스 은행에 고스란히 묶여 있는 상태다. 둘이 각각 일천억씩 투자했다. 무얼 믿고 그렇게 큰돈을 투자했는지는 모르지만 투자자인 만큼 그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도와줄 생각이다. 여 회장의 금진 그룹은 건설업이 핵심 사업이고 이 회장의 대흥 그룹은 군납품이 핵심 사업이라고 했다. 군에 어떤 물건을 납품하는지는 모른다. 연구소로 만들 건물 매입과 연구 장비 구입은 급물살을 탔다. 자금이 풍부한 만큼 이충기 교수가 청구하는 금액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모두 지급해 주었다.
"이제 연구소도 마련되었으니 무슨 연구를 하면 되는지 알려 주시게."
이충기 소장을 비롯한 전태식 부장이하 3명의 연구원이 주임이라는 신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유전자 변형을 연구하는거야. 인간의 유전자가 어떤 이유로 변형되었을때 본래의 인간 유전자로 되돌릴수 있는지 연구를 하는거지. 또한 유전자가 변형되었더라도 인간의 이성을 유지할수 있는 상태로 되돌릴수 있는 방법도 알아 내야해. 영화 바이오하자드에 등장하는 그런 좀비들을 이성을 유지할수 있는 인간으로 되돌리는 연구를 말하는거야."
"음, 쉽지 않는 일이군."
먼저 그런 돌연 변이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후에 이성을 유지하게 하는 연구를 해야 할것 같았다. 물론 인간을 대상으로는 할수 없는 일이다. 실험용 쥐를 사용해 점점 연구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이미 많은 연구소에서 유전자 변형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변형된 동물을 원래되로 되돌리는 연구도 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한가지씩 천천히 진행해 봐. 어떤 성과를 바라고 연구를 시키는건 아니니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수 없는 상황에 이들이 아무리 연구에 진척을 보인다고 해도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좀비가 된 인간은 검은 피를 가지고 있고 능력자로 변형된 인간은 흰색피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해 주지 않았다. 아직 그런걸 말해줄 단계는 아닌것이다. 이들은 연구에 아무런 진척도 없을때 그런 점을 넌지시 말해 줄 생각이다.
연구소의 일을 완전히 일임한 켄은 보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 침입해 연구 자료를 빼돌리거나 변형되어 있는 유전자를 훔쳐 가 퍼뜨릴수도 있었다. 좀비들이 등장했을때를 대비한 연구가 좀비들을 퍼뜨리게 되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누구도 허락없인 침입할수 없는 그런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물론 경비병을 고용해 경비도 철저히 할것이다.
- 엔다이론! 정령들이 24시간 이 연구소 주변을 감시하게 할수 있어?
- 할수 있어요. 켄님의 마나가 계속 소모되겠지만 최하급 정령들이라면 마나 소모도 문제없어요. 저희 물의 정령 애들보다는 바람의 정령인 실라이온이나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에게 부탁해 보세요. 실프나 노옴이라면 문제없을거에요.
- 고맙다.
엔다이론을 돌려 보낸후 실라이온을 불러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한후 실프를 불러 연구소 주변을 감시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연구원들외에 누군가가 연구소로 침입한다면 실라이온이 켄에게 즉시 알려 줄것이다. 중급 이하의 정령은 계약자가 소환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의지로 계약자 앞에 나타 날순 없지만 상급 정령이나 최상급 정령은 계약자 앞에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등장할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신보다 하위 정령들을 마음대로 부릴수도 있는게 정령이다.
"그런식으로 연구를 진행해 줘. 보안도 철저히 하는걸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연구소 설립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든 일이 너무 잘 풀렸다. 며칠뒤에 개명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 개명 신청을 대행하게 했다. 그리고는 자동차 면허를 취득했다. 일본에 있을때 이미 자동차 면허는 있었기에 쉽게 취득할수 있었다. 단한가지 일본과 도로가 반대 방향으로 주행해야 했기에 조금 헷갈리는 한편 좌우회전도 일본과는 신호등 표시가 달라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자동차 핸들도 반대쪽에 있었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자동차 면허를 취득했다는 말은 어디서 들었는지 여 회장이 벤츠를 선물해 주었다. 부담스러웠지만 주는건 받는 주의라 감사히 받았다. 하는 일도 없이 오후에는 가정부 아줌마 두딸을 데리고 서울 구경을 하거나 가끔씩 여진아의 전화를 받고 끌려 다니기도 했다. 매일매일 빈둥거리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무언가 일을 해야 할것 같았다. 목표가 없는 삶은 지겨운 삶이다. TV를 켜놓고 혼자서도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검색을 했다. 다땅한 것이 히트되지 않았다. 그럴때에 TV에서 흘러 나온 뉴스에 귀가 번쩍 틔였다.
- 어제 속리산에서 심마니 김의길씨가 천종 산삼 세뿌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80년생 한뿌리와 50년생, 30년생 산삼이라고 감정되었습니다. 80년생 천종 산삼은 1억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벌떡.
"그래! 저거다."
자신이라면 산삼이나 귀한 약초를 얼마든지 찾을수가 있다.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에게 부탁하면 이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노에스가 알아서 찾아 올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캐야 보람이 있는 것이다. 당장 어느 산에서 산삼이 많이 발견되는지 검색해 보았다. 산삼이 많은 산에는 귀한 약초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어떤 산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정 산이 아니라 심지어 얕은 뒷산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고 쓰여져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째든 깊은 산으로 가기로 했다. 산으로 먼저 가기전에 약초를 알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약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경동 시장으로 가 보기로 했다. 어떤 약초가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다. 경동 시장을 헤맨 끝에 약초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찾을수 있었다. 약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 거리에는 각 가게마다 약초로 예상되는 물건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마나 서치!"
약초에는 마나가 들어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약초라고 불리운다고 생각되었다. 어느 정도 마나가 들어 있는지 알아볼 요량으로 마나 서치를 펼쳐 약초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너무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마나가 포함되어 있다고 기대를 했었지만 거의 없는거나 마찮가지였다.
"응?"
특이한 약초가 감지되었다. 독이 포함되어 있는 약초다.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 감지된 약초에는 겉에는 독이 약초 내부에는 희미한 마나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두개의 상반된 기운을 포함하고 있는 약초가 있다는 생각에 감지된 약초를 구경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요."
안경을 끼고 있는 중년인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무얼 찾으시는지요?"
"잠깐만 기다려!"
켄의 반말에 중년인이 주춤하는 기색이었다. 처음 보는 자에게 대뜸 반말이 튀어 나와 얼떨떨했을것이다. 그런것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켄은 독이 감지된 약초를 찾아 보았다. 안쪽 선반위 상자에 들어 있는 약초에서 독이 감지된것이다.
"이건 무슨 약초지?"
"아, 그건 귀한 하수오입니다. 구하기 어려운 물인이죠."
"그런데 왜 독이 들어 있는거냐?"
"옛? 독이라니요?"
중년인의 깜짝 놀라는 태도로 볼때 이 사람도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하수오라는 것은 모두 독이 묻어 있는거다."
"뭐라고요? 손님! 장사 방해하지 말고 나가 주십시요."
중년인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쫒아 낼려고 했다.
"내 말이 거짓말 같나?"
"손님은 독이 묻어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이 물건들은 모두 검사를 통과한 것인데요."
"내 눈에는 다 보여."
"......."
다 보인다는 말에 기가 막혔는지 한동안 멍하니 굳어 있던 중년인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
"나가. 당장 나가. 씨발, 장사도 않되는데 뭐 이런 놈이 다 지랄이야."
급기야 욕까지 내뱉으며 화를 내고 있는 중년인을 보며 한마디 더 해 주었다.
"나하고 내기할까? 이 하수오라는 것에 독이 묻어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해서 만약 독이 없다면 이걸 줄게."
품속에서 5만원권 지폐 다발을 꺼내 보여 주었다.
- 작가의말
오타 지적이나 추천등 모두 다 받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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