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화. 정착(3)
339화.
뭔가를 알아 차린듯 페이퍼 상단주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너무 나선건 아닌지 후회되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모든 물건을 처분하자 6골드 78실버가 되었지만 상단주가 특별히 7골드로 계산해 주었다. 대신에 내년에도 건사쿠란보를 거래하자고 했다. 흔쾌히 그러자고 동의하고는 마을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상단주와 거래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청년들은 입을 벌린채 놀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흥정은 커녕 굽신거리며 페이퍼 상단이 말하는대로 물건을 처분하는 식으로 거래를 했었다. 페이퍼 상단의 봉이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거래를 했다. 말로는 상인을 이길수 없으며 트집을 잡아 사지 않겠다고 하면 곤란한건 마을 사람들인것이다. 어떻게든 가져온 물건을 처분하고 생필품을 사 가야 하는 마을 사람들의 심정을 교묘히 파고들어 상술을 전개하는 상단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단일지라도 유일하게 이곳을 방문하는 상단이다. 페이퍼 상단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한달거리에 있는 다른 큰마을로 가야 한다. 오고 가는 거리나 도중에 도적을 만날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한달이나 이동하는 마을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자네 마을은 올해는 소금은 필요없나?"
"전번에 산 소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소금 값은 비싸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물건을 판 대금으로 대부분 소금을 산다. 그리고 남은 자투리 금액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켄이 온 마을에서는 소금을 구입하지 않자 상단주가 수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농기구가 있으면 보여 주십시요."
상단주가 보여준 농기구는 조잡하게 만든 물건뿐이었다. 철이 비싼 탓으로 괭이는 너무 얇아 돌같은것에 부딪히면 부러질것 같았다.
"혹시 철괴같은것도 있습니까?"
"철괴? 직접 농기구를 만들려고?"
"그렇습니다. 마을에 작은 대장간이 있습니다."
상단주가 보여준 철괴를 5골드에 구입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라임이 태클을 걸어 왔다.
"혀, 형님!"
"조용히 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냐."
급히 라임의 입을 막고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구입하라고 했다. 라임들은 마을에 없는 씨앗과 닭을 구입했다. 닭 크기는 지구의 두배정도 크기였다. 그것으로 돈은 모두 사라졌다.
덜거덕 덜거덕.
"형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떻게 상단주를 상대로 그런 흥정을 할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너희들도 공부를 하면 누구나 그런식으로 흥정을 할수 있어. 너희들도 애들에 섞여 글자를 배워."
"........"
애들 틈에 섞여 공부를 하는게 내키지 않는듯했다.
"그럼 글자를 배우고 싶은 사람만 찾아 오라고 해."
주어진 기회를 잡을지 잡지 않을지는 이들의 선택에 달렸다. 굳이 글을 배우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마을안에서만 생활하는 한 글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3일째 이동을 계속하고 있을때였다. 앞쪽에서 용병들로 보이는 자들 5명이 건들거리며 접근하고 있었다. 뭐가 불만인지 자기들끼리 투덜대고 있었다. 그런 용병들이 수레에 실려 있는 짐을 보고는 눈빛이 변했다.
"야! 저 닭 한마리를 팔아라."
"저건 팔 물건이 아닙니다."
"뭐? 팔라면 팔아. 새꺄!"
라임의 말에 발끈한 수염이 덥수룩한 용병놈이 위협을 했다. 용병의 박력에 주눅이 든 라임은 켄을 바라 보았다.
"그냥 가라."
"뭐? 가라? 이 새끼들이 우릴 거지로 아냐?"
용병놈이 욕을 하며 품속에서 동전 한개를 던졌다.
"닭값이다. 이제 한마리는 우리꺼다."
"킥킥킥...나도 한마리 사자."
딸랑.
다른 용병놈도 동전을 한개 바닥으로 던지며 닭을 산다며 나섰다. 그러자 다른 세명도 너도나도 동전을 던지며 닭을 찍었다. 막무가내였다. 바닥의 동전은 1쿠퍼짜리로 완전 도둑놈 심보였다. 그런 놈들에게 대항해 켄도 바닥으로 동전 5개를 던졌다.
딸그랑.
"그럼 난 이걸로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사겠다. 이제 너희들 무기는 내꺼다."
"크하하하하~!!! 웃기는 자식이네."
스르릉.
"네놈 피맛은 어떨지 맛을 봐야겠다."
무기를 빼어든 용병 한놈이 자신의 무기를 혀로 핥으며 위협을 했다. 전형적인 양아치였다.
"정글도!"
"옛? 아, 여깃습니다."
앞으로 나선 켄은 뒤쪽으로 손을 내밀고 정글도를 달라고 했다. 용병놈들은 그냥 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누가 피맛을 볼지 두고 봐야했다.
"큭큭큭큭...아이고, 무서워라!"
"시골 촌놈중에 이런 놈은 처음이군. 야! 살살 놀아줘."
팟.
휘이익.
동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롱소드를 빼든 놈이 땅을 박차며 켄의 면전까지 순식간에 다가와 어깨를 향해 내려치고 있었다.
서걱!
"크아아아~악!!"
땡그렁.
놈이 롱소드를 내려칠때 홀드 마법으로 놈의 몸을 구속해 멈칫하는 순간 정글도로 놈의 팔을 떼어 버린것이다. 오른팔이 무기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이미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휘이익.
꽉!
"컥!"
그런 놈의 목을 떼어낼 생각으로 힘껏 베었지만 정글도는 놈의 목에 박힌채였다.
퍽.
놈의 복부를 다리로 차 버려 정글도를 뽑자 놈의 몸뚱어리는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마키! 이 새끼가!"
스릉.
탓.
예상외의 일이 발생하자 다른 용병들 모두가 무기를 빼어 들고 달려 들었다. 그런 놈들을 향해 켄도 마주 달려 나갔다.
"스트렝스! 홀드!"
서걱!
퍽.
푹!
앞쪽의 두명을 홀드로 묶고는 한명은 목을 날리고 한놈은 목에 찔러 넣고 급히 빼들었다. 두놈이 순식간에 당해 버리자 뒤쪽의 두놈은 멈칫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고는 빙글 뒤로 돌아 도주를 했다. 어이가 없는 순간이었다. 도주하는 두놈을 살려 둘순 없었다. 혹시라도 용병단에 소속된 놈들이라면 용병단을 끌고 올지도 몰랐다.
타앗.
"헤이스트!
도주하는 놈 뒤를 순식간에 따라 잡았다.
빠각.
"컥!
발걸음이 늦은 놈의 머리통에 정글도를 박아 넣고 비명 소리에 얼굴을 돌린 놈에게 정글도를 던져 버렸다.
푹!
"커억!
얼굴 정면에 정글도가 박힌채 쓰러지는 놈의 눈은 한끗 커진채 믿지지 않는듯했다. 모든 마법을 풀고 얼굴에 정글도가 박혀 죽은 놈에게로 걸어가 정글도를 뽑아 들었다.
"놈들의 무기를 모두 회수하고 품속을 뒤져."
경악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지시를 하자 모두 덜덜 떨리는 다리로 엉거주춤 용병들에게 다가가 품속을 뒤지고 있었다. 용병들은 각자 주머니 한개씩을 가지고 있었다. 실버와 쿠퍼들이 들어 있는 주머니였다. 시체들을 길옆 도랑으로 던져 버리고는 길을 재촉했다. 용병 시체들에게 멀리 이동하자 샐라임을 불러 시체를 모두 소각하도록 지시했다.
"너희들 먼저 가라. 난 냇가에서 씻고 따라 갈께."
"형님! 오늘은 이곳에서 일찍 쉬죠."
"그럴까?"
충격을 받은 청년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심지어 두려운 나머지 오줌까지 지린 놈도 있을 정도였다. 야영 준비를 하는동안 켄은 냇물에 들어가 몸을 씻고 피가 묻은 옷까지 대충 세탁을 했다.
탁탁.
젖은 옷을 몇번 털며 슬쩍 건조 마법을 펼쳐 완전히 말리지는 않았지만 입을만 했다.
"저어...형님..."
"예전에 용병일을 한적이 있었다."
미리 선수를 쳐 라임에게 말해 주었다.
"아! 그, 그렇군요."
용병들의 습격후 별탈없이 마을에 도착했다. 촌장에게 보고를 하고 철괴로 농구기를 만들어 준다고 말하고는 언덕집을 올라갔다. 마을밖에서는 숨겨 놓은 용병들의 무기도 모두 집으로 가지고 갔다. 마을 청년들은 그런 무기들을 사용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혹시라도 동료 용병들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 흔적을 남겨 두어 화를 좌초할 필요는 없었다.
용병들의 품속에서 꺼낸 호주머니안의 돈은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한일도 없이 돈을 받는게 내키지 않아 하는 녀석들에게 용돈이라며 윽지로 건네 준것이다. 철괴와 무기는 샐라임을 불러 모두 녹인후 도끼, 괭이, 낫, 삽을 만들었다. 아공간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똑같이 만들어라고 했다. 다음날 애들과 같이 온 몇몇 청년들이 있었다. 같이 글을 배우고 싶어 온것이다. 대륙 공용어 철자를 가르켜 주며 점심을 같이 먹은후 애들이 아래로 내려가자 청년들에게 숫돌이 있으면 가져 오라고 했다. 만들어 둔 농기구를 갈아야 한다.
"형님! 어떻게 하루만에 이런걸 만들수 있는 겁니까?"
"난 마나를 사용할줄 안다."
"아! 그, 그래서 용병들을 쉽사리 제압할수 있었군요."
마나라는 말에 모두가 납득했다. 아무리 촌구석 무지렁이들이라도 해도 기사나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나는 알고 있었다. 이들에겐 미지의 세계지만 마나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대륙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만들어 놓은 농기구는 모두 꺼내진 않았다. 한꺼번에 모두 꺼내면 아무리 마나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상하게 여길것이다. 며칠에 걸쳐 한두개씩 꺼내 놓아 의심을 받지 않게끔 조절했다.
"사쿠란보 씨앗은 심었냐?"
"예. 마을 외곽에 심었습니다."
수확하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릴것이다. 묘목이 자라면 접붙이기까지 해 주어야 사쿠란보 열매가 제대로 열린다. 이 마을에서 생활한지 2년이 흘렀다. 애들과 몇몇 청년은 모두 대륙 공용어를 쓰고 읽을줄 알게 되었으며 간단하게 계산을 할수도 있었다. 더이상 글을 가르키진 않았다. 배울 사람이 없었다. 사쿠란보는 며칠전에 산속 깊은곳에 있는 사쿠란보 나뭇가지를 베어와 접붙이기를 해 놓았다. 왜 접붙이기를 하는지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모두들 이미 마을의 현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켄의 말을 믿었다. 글을 안다는것만 해도 경원시되는 세계다. 또한 마나를 사용할줄 안다는 소문까지 퍼진 상태다. 촌장보다 더 신뢰를 받고 있는 켄이었다. 마을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5년이나 흘렀다. 가끔씩 마을 처녀들이 유혹을 했지만 전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이 대륙에서 결혼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마을 청년들은 결혼을 한 녀석들도 있었으며 이미 애까지 있는 녀석도 있었다.
마을의 집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힘을 모아 나무집을 지은 것이다. 그렇다고 켄의 집처럼 굵은 통나무가 아닌 팔뚝만한 나무들을 연결시켜 만든 집이었다. 마을 가구수도 많이 늘어났다. 결혼한 청년들이 분가를 해서 집을 짓고 생활했기 때문이다. 모든 삶이 전보다는 윤택해졌다. 이제 농사일도 모두 철제 농기구를 사용한다.
정기적으로 소금을 켄이 공짜로 제공해 주는 덕분에 마을에서 생산된 물건을 상단에 판 자금으로 소금외의 다른 생필품을 충분히 살수 있게 되었다. 또한 건사쿠란보는 이 마을 특산물이 되었으며 애들은 모두 글자를 읽고 쓸수도 있었다. 켄이 가지고 있는 책을 빌려 주고 읽으라고 했다. 애들이 읽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없는것 보단 나았다. 아침에는 애들에게 글자와 셈하는 법을 가르키며 오후에는 한가하게 늘어지는 나날을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두두두.
산속에 있는 마을로 전마를 탄 기사 2명과 귀족 한명이 들어 온것이다. 켄이 사쿠란보를 채취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오늘도 잘 익은 사쿠란보를 채취해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쪽에서 암울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마을쪽으로 걸어 갔다. 마을안 광장에는 모든 주민들이 부복해 있었으며 그들 앞에는 기사 2명과 귀족 한명이 선채로 마을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청년 2명과 촌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에게 반항을 했는지 아니면 본보기로 죽인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저벅저벅.
그런 광장으로 켄이 들어서자 켄을 알아 본 촌장 손자인 히노치가 급히 제지했다.
"혀, 현자님! 어서 바닥에 꿇으세요."
귀족이 두려운지 벌벌 떨고 있는 히노치였다. 그런 히노치의 말을 무시한채 기사들에게로 걸어 갔다. 마을 사람들은 켄을 현자라고 부른다. 애들에게 공부는 물론 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 상의를 하러 온다. 그런 이들에게 조언을 몇번 해주자 예전에는 현자라는 소문만 돌았는데도 지금은 완전히 현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당장 꿇지 못할까?"
"그러는 네놈들은 누구지?"
"놈!"
스르릉.
팟.
단칼에 베어 버릴 기세인지 기사 한놈이 달려와 목을 향해 롱소드를 내려 그었다.
텅!
하지만 마나도 담기지 않은 롱소드는 투명한 막에 부딪혀 튕겨지자 잠시 멈칫한 놈이 무언가를 짐작했는지 급히 뒤로 물러났다.
"마, 마법사?"
"네놈이 먼저 날 공격한거다. 그래피티! 매직 미사일!"
"크윽..."
퍼펑.
공격한 놈을 중력 마법으로 찍어 누르고 매직 미사일 두발을 날려 보내자 동료 기사가 대신 앞으로 나서 매직 미사일을 박살냈다.
"멈추십시요."
"누구 맘대로! 그래피티! 매직 미사일!"
"으윽!"
앞으로 나선 놈에게도 똑같이 방법으로 찍어 누르고 매직 미사일을 날려 보냈다. 기사 두놈이 중력 마법을 파괴하지 못하게끔 무려 7서클에 해당되는 마나를 주입해 찍어 누르고 있었다. 두 기사의 무릎이 굽혀지며 점점 바닥으로 무너지고 있을때 매직 미사일이 각각 한방씩 놈들의 어깨를 강타했다.
퍼퍽!
"큭!"
"윽!"
"머, 멈추어 주십시요."
- 작가의말
완결로 향해 갑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