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국정원(3)
203화.
미국의 로키 산맥에서 능력자들끼리의 전투 장면도 화면으로 보았다. 만약 그 자들처럼 이 자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특수 경찰만으로는 절대 막을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죄송합니다. 당장 물리겠습니다."
"됐어! 기분 잡쳤다. 신뢰가 없는 놈하곤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고진수 국장의 말을 무시한채 계단으로 올라갔다. 뒤를 바짝 따라 오며 계속 사과하는 놈이 귀찮아 계단 뒤쪽에 그리스 마법을 시전했다.
"어이쿠!"
우당탕.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국장놈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창고로 올라온 켄은 그 자리에서 워프 마법으로 집으로 돌아 갔다. 미국에 있는 능력자는 직접 찾아 볼 생각이다. 일단 패터슨 공군 기지로 가야 했다.
"제기랄!"
창고위로 올라온 고진수 국장은 씩씩거리고 있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그 자는 능력자가 틀림없었다. 어떻게 먼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특수 경찰을 감지한것인지는 모르지만 능력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국장님! 괜찮습니까?"
계단을 구른걸 염려해 부하인 김명철이 국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다. 그보다 어떻게 된거냐?"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감시 임무를 서고 있을때 갑자기 뒤에 나타난것입니다. 그리고는 현수에게 콜라를 부탁하곤 현수가 능력자라면 하늘을 날수도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자는 쉬운 일이라며 직접 공중으로 둥둥 떠 다녔습니다. 절대 눈속임같은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에 누군가 창고로 온다는 말과 함께 국장님이 들어 오신겁니다."
부하인 김명철의 설명에 확신이 들었다. 이미 그 자가 능력자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재삼 확신이 든것이다.
"음, 능력자가 틀림없군. 너희들은 절대로 이 일을 입밖으로 내면 않된다. 그리고 만약 그분이 또 찾아 온다면 내가 사과한다며 꼭 다시 만나자고 전해라."
자신에게 실망한 능력자가 다시 찾아 올지는 의문이었지만 한가지 소득은 있었다. 한국에 능력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든 그 자를 찾아내 다른 나라에 빼았기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연기처럼 창고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자를 어떻게 찾을수 있을지 골치가 아파왔다.
*******
아메리카로 능력자를 찾으러 곧바로 가진 않았다. 급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전세계가 경악할만한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얼마큼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홍 소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을 유전자 변형 연구는 아직 몇달도 되지 않은 관계로 별 진척이 없을것이다. 그런 연구에 도움이 될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 아공간을 열어 일본에서 백화점을 털어 넣은 물건을 꺼내 놓고 엔다이론을 불러 흰색이나 검은색 피가 묻어 있는 물건을 찾아 달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였다. 만약 그런 피가 묻어 있는 물건이 있다면 연구에 큰도움이 될것이다.
- 있어요.
- 정말이야? 고맙다. 그런것만 따로 분리해 줄래.
아공간에서 다른 것들도 모조리 꺼냈다. 쌀포대나 농기구, 각종 과일등을 꺼내 피가 묻어 있는 것만 골라 내라고 말해 두었다.
- 이것 뿐이에요.
엔다이론이 골라준 물건은 예상외로 많았다. 옷 두벌에 쇠스랑 한개였다. 옷에는 흰피와 검은색 피가 제각기 묻어 있었고 쇠스랑에는 검은색 피만 묻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연구는 잘 되고 있지?"
"후우, 그게 어렵군요."
홍기찬 소장은 얼굴이 어두웠다.
"그럴줄 알고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물건을 가지고 왔어."
엔다이론이 골라준 옷 두벌과 쇠스랑을 화장실에서 가지고 나왔다. 홍 소장은 화장실에 간다던 사람이 갑자기 옷과 쇠스랑을 들고 오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 물건들에 피가 묻어 있을꺼야. 이 흰색과 검은색이 모두 피야. 이런 피가 있다는 건 절대 비밀이야. 두개의 피를 분석하고 특히 검은색 피는 붉은색이나 흰색으로 되돌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돼. 그게 유전자 변형의 핵심 연구야. 더 자세히 말해 줄테니까 절대 놀라지마. 이 흰색피는 능력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피야."
"능력자라니요?"
"음, 이능력이야. 즉,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은 능력자를 말하는 거야. 그리고 검은색 피는 좀비야."
"조, 좀비라니요?"
홍 소장이 또다시 놀라는 표정이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알려 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머지않는 시간이 얼마큼인지 전혀 알수 없기 때문에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사실대로 알려 준것이다.
"바이오 하자드라는 영화는 봤나?"
"봤습니다. 설마 그런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같은것이란 말입니까?"
"그래. 그런 좀비보다 더 하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반드시 검은색 피를 붉은 피나 흰색 피로 되돌려야 해."
"그, 그럼 검은색 피가 좀비들의 피란 말입니까?"
"그래. 절대 비밀이다. 더이상은 말해 줄수 없어."
다른 평행 차원에서 왔다고는 말해 줄수 없었다.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에겐 말하지 마. 홍 소장 혼자만 알고 있는게 좋을꺼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물 실험을 할땐 굉장히 조심해야 돼. 기존에 사용하는 우리보다 몇배는 더 튼튼한 곳에 넣어 실험하고 반드시 실험실엔 문을 이중으로 항상 잠가 놓아야 돼."
이제 연구에 많은 진척이 있을것이다. 홍 소장에게 몇가지 주의를 주고 연구소를 나섰다. 실라이온에게 실프는 항상 연구소 주변과 연구 광경을 지켜 보며 무슨 일이 발생하면 즉각 연락하라고 해 두었다. 만약 동물 실험중에 좀비가 된 동물이 우리를 뛰쳐 나온다면 전세계로 좀비들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일을 마무리짓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C.R.엔젤의 월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저녁에 방송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자신들이 나온다며 꼭 보라고 했다.
"내 능력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겠지?"
"호호호, 그냥 보면 알아요."
애매한 대답이었다. 국정원과 엮인 이상 월미가 이상한 말을 한다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정원에게 꼬리를 잡힐줄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단지 귀찮다는게 이유였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잘 보지도 않는 TV를 켜 놓았다. 야쿠자 시절에도 한가롭게 TV를 볼 시간은 없었다. 마법사가 되어 이계에서 지구로 돌아 와서도 TV는 거의 보지 않았다. TV가 어떤 역활을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흥미 위주로 TV를 본다. 하지만 그 TV에 의해 세뇌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TV는 세뇌 장치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때로는 기업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잘 보일려고 뉴스 방송에 정부나 기업의 신사업이나 신제품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사업을 시행하면 이렇게 좋아진다는 식으로 방송을 내보낸다. 그 사업에 따른 부작용은 전혀 언급도 하지도 않고 정부가 말한대로 그대로 방송을 내보내 국민들을 세뇌하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쪽에는 방송국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광고를 따 내야 한다. 대기업에 잘 보이면 그만큼 광고 수익도 늘어 나기 때문이다. 신상품이 나오면 기업에서 광고를 하는데도 일부러 뉴스에서 그 기업의 상품을 소개까지 한다. 역시 그 기업에 잘 보일려고 꼬리를 흔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자. 광고와는 달리 뉴스는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뉴스를 통해 한번 더 쇄기를 박아 주면 믿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진다. 즉, 세뇌의 마지막 작업이다.
특히, 통판 프로그램은 더욱 그 경향이 심하다. 대부분의 통판 프로그램은 어떤 상품을 소개하며 먼저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부추킨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상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상품을 사용하면 이런식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체험할수 있고 몸에 좋은 어떤 물질이 이 만큼이나 포함되어 있는 물건이라며 교묘한 말로 속이는 악질적인 상법을 사용한다.
그런걸 믿고 구입하는 시청자들은 이미 반쯤은 세뇌되어 있다고 볼수있다. 그렇기에 TV에는 흥미를 잃은 상태다. 그녀들이 출연하는 방송이 나올때까지 인터넷을 검색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C.R.엔젤이 무려 검색 1위였다. 기사거리를 찾아 읽어 보자 뮤직 비디오가 화제였다. 영화같은 뮤직 비디오로 '영화다. 아니다. 뮤직 비디오 전용으로 만든거다.'라는 논쟁이 치열했다. 팬클럽도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광고 영상이나 뮤직 비디오를 퍼다 나른 영상이 곳곳에 도배되어 있었다. C.R.엔젤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기사들을 훑어 보고 있을때 그녀들이 출연하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특별한 분들을 초청했습니다. 요즈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5인조 여성 그룹 C.R. 엔젤을 소개합니다.
짝짝짝짝.
방청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그녀들이 들어 서는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한동안 인사가 이어지며 본격적인 질문 공세가 시작되었다.
- 요즘 장안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직 비디오에 관해선데요. 그 영상에 대해서 설명좀 해 주시겠습니까?
- 그 영상은 영화에요. 저희들이 찍은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편집해 뮤직 비디오로 만든것이죠.
- 그럼 영화는 언제 개봉되는 것입니까?
- 지금 한창 감독님이 편집중에 있을꺼에요.
월미가 대표로 모든것을 털어 놓았다. 전세계로 개봉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대해 달라고 했다. 어떤 영화인지도 짤막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다행히 켄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의 활동 얘기나 영화 촬영의 미담등을 말해 주고 마지막엔 그녀들이 노래를 열창하며 방송은 끝을 맺었다.
부르르르.
월미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 왔다.
"또 무슨 일이야?"
- 방송은 잘 봤어요?
"그래."
- 정말 고마워요. 취선님 덕에 저희들은 요즈음 굉장히 바빠요. 감사 인사를 드릴 시간도 없을 정도에요. 나중에 시간 나면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께요.
별 내용도 없는 통화였다. 전화를 끊고는 유튜브에 접속했다. C.R.엔젤들의 뮤직 비디오를 검색해 재생해 보았다. 영화 의상을 그대로 입고 촬영한 모습이 여전사다웠다. 조회수만 해도 엄청났다. 무려 3천만을 넘어 선것이다. 유튜브 랭킹 몇위에 기록되어 있는지 살펴 보자 주간 랭킹에서는 그럭저럭 상위에 기록되어 있었지만 전체 랭킹에서는 하위권이었다.
압도적인 1위는 능력자의 유희라는 타이틀이었다. 제목을 몰라 영문 번역기를 돌려 알아낸 것이다. 당연히 흥미가 동했다. 어떤 영상인지 접속해 시청해 봤다. 백인 남자가 먼거리에 있는 물건을 향해 손을 뻗자 그 물건이 통채로 뒤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장면과 사람을 세워 놓고 다시 손을 뻗자 그 사람도 뒤쪽으로 붕 떠서 날아가는 장면이었다. 또한 몇가지 물건들을 향해 손을 가로 젖자 물건들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라 이러저리 돌아 다니고 있었다.
가장 압권인것은 자동차를 손짓만으로 들어 올리는 장면이었다. 아무런 장치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여러 가지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올려 놓았다. 저 백인의 손에서 뻗어져 나가는 마나같은 에너지로 볼때 능력자가 틀림없었다. 능력자가 왜 이런것을 유튜브에 올려 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세계의 정보국에서 혈안이 되어 능력자들을 찾고 있음에도 버젓이 올려 놓은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는것 같았다.
*******
"가디언! 찾았나?"
- 수상한 자를 찾았습니다.
"어디에 있지?"
- 코리아라는 나라에 있습니다. 스마트 폰의 명의는 중국인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지금은 한국에 있습니다. 현위치 좌표를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년인은 유튜브 랭킹 1위의 영상에서 능력을 선보였던 자였다.
"어느 정도 확률로 능력자라고 판단되었나?"
- 50%입니다. 이 자는 전화나 인터넷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단, 스스로 '내 능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집니다.
"알았다. 계속 정보를 모아 알려 줘."
전화를 끊은 사내는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비행기가 격납되어 있는 격납고로 향했다. 그러부터 5시간후 한국의 용산 미군 기지에 한대의 프라이빗(Private) 제트기가 착륙했다. 특별히 제작된 초음속 제트기였다. 그런 제트기에서 선글라스를 낀 두명의 사내가 계단을 밟고 내려 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고위급 장성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준비는 이미 다 해 놓았네."
"고생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오늘밤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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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은 오늘밤도 여느때처럼 정령들을 소환해 서울을 돌아 다니게했다. 매일하는 일이라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실라이온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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