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C.R.엔젤(2)
195화.
슈욱.
갑작스런 습격이었다. 싸움을 잘 아는 놈들이었다. 선빵을 먹이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방심한 상태에서의 선빵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것을 알고 있는 놈들이었다.
꽉.
하지만 놈들은 켄은 너무 얕보고 있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보이는 주먹으로 선빵이 제대로 먹힐리가 없었다. 놈의 주먹을 거머쥔 켄은 그대로 힘을 주었다.
뿌득.
"크아악!"
순식간이었다. 놈이 다른 주먹으로 공격할 새도 없이 놈의 주먹을 부수어 버렸다. 그러자 다른 놈들이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휘리릭.
머리를 향해 발이 날아 왔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한발을 내딛으며 놈의 명치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퍽.
"큭!"
꽈직.
머리가 숙여진 놈의 턱을 무릎으로 찍어 올리자 턱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두놈이 순식간에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 들자 다른 두놈이 겁을 먹은채 지켜 보고 있는 C.R.엔젤들에게로 달려가 장검을 빼았아 들었다.
"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 앉은 C.R.엔젤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장검을 들고는 켄에게로 달려 들었다.
쉬이익.
주먹으로 상대가 않된다고 판단한 놈들이 무기까지 빼았아 공격해 온것이다.
쩡.
소품인 레프리카 장검이 켄의 주먹과 부딪히자 그대로 반동강이 나 버렸다. 그런 장면에 움찔한 놈은 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꽈직.
"크아악!"
왼발로 놈의 왼발을 밟아 버리자 뼈 부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놈이 구두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살나 버린것이다.
"귀찮다. 빨리 와라."
동료가 박살나는 것을 지켜 본 남은 한놈이 덤벼들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놈을 도발해 봤지만 이미 싸울 의지가 사라졌는지 더욱 주춤거리고 있었다.
"야! 지금 덤비지 않으면 나중에 넌 조직에서 왕따를 당할꺼다."
다른 놈들은 모조리 덤벼 들었는데도 이대로 항복한다면 조직으로 돌아 갔을때 놈은 오지게 얻어 맞고 동료들에게 무시당할게 뻔했다. 그런점을 주시시켜 주며 은근히 덤비라고 종용하자 어쩔수 없다는듯 이를 악물고 달려 와 장검을 휘둘렀다.
휘이익!
덥석.
바람을 가르며 쇄도하는 장검을 향해 손을 뻗은 켄은 이번엔 부수지 않고 그대로 손으로 잡았다.
짝!
털썩.
왼손으로 장검을 잡아 당기며 오른손으로 놈의 뺨을 후리치며 장검을 놓아 주자 놈은 붕 뜬채 왼쪽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곤두박칠을 치며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네놈이 제각각 주먹, 턱, 발, 뺨이 박살난채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모두 찍고 있지?"
"그, 그렇습니다."
프로모션 비디오를 찍고 있는 감독이 카메라 맨에게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소리를 들은 켄은 감독을 바라 보며 모조리 지우라고 했다. 당황한 표정의 감독은 어쩔수없다는듯 지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누구고 왜 이곳으로 온거냐?"
"......"
꽈직.
"크아아악!"
가장 앞쪽에 있는 놈의 발목을 밟아 버렸다. 이제 놈은 다리 병신이 될것이다. 병원에 가더라도 치료가 쉽지 않을것이다. 다리뼈가 잘게 부서졌기 때문이다.
"말해 봐라. 다음엔 다른 다리다."
이번에도 말하지 않는다면 다른 다리까지 박살내 버릴 생각이다. 지켜 보는 이들만 없었다면 한놈을 죽이고 질문을 시작했을것이다.
"끄으윽...저, 저희들은 맥심파 소속으로 강 실장님의 지시로 이곳으로 온것입니다."
"계속해."
"C.R.엔젤과 도련님을 박살낸 자를 찾아 데려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강 실장이라는 놈은 누구냐?"
"그, 그건..."
꽈직.
다시 말하기를 주저하는 놈의 다른 다리를 정말로 밟아 버렸다. 뼈 부리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인정사정도 없는 잔인한 행동에 지켜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덜덜 떨거나 차마 볼수 없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팔이다."
"제, 제발..모두 말하겠습니다. 강성길 실장님은 천화 그룹의 기획 실장으로 회장님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럼 도련님이라는 놈은 누구냐?"
"강 실장님의 동생인 강상길입니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찾아 온것이다.
"가서 전해라. 천화 그룹을 온전하게 유지시키고 싶다면 동생 간수를 잘하고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해. 꺼져!"
놈들이 사라지자 현장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이미 촬영은 물 건너 간 상태였다. 모두들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켄에게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눈도 마주 칠까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조용히 놈들을 처리해도 될일을 너무 심하게 나댄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후우, 촬영은 다시 하기 힘들겠지?"
"......"
"그런데 말이야. 대본을 읽어 봤는데 영 시원찮아. 그래서 내가 도와 주겠다. 너희들은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생각이냐?"
"한달은 있을 거에요."
한달이라면 충분했다. 여러가지 준비를 하는 시간과 촬영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어느 정도 완성이 될것같았다.
"그럼 프로모션 비디오겸 영화를 찍자."
"여, 영화요?"
C.R.엔젤의 월미는 갑자기 영화를 찍자고 하는 취선의 말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래. 영화를 제작한후 너희들이 홍보를 하는거다. 물론 영화 주연은 너희들이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캡처해 너희들의 프로모션 비디오로 만들면 되지 않겠냐?"
"저희들은 연기를 해본적도 없는데요?"
"배우면서 하면 돼.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그럼 대본은요? 영화를 찍을려면 대본이 있어야잖아요."
그렇다. 영화 한편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뚝딱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만들수 있는 영화는 없다. 제대로 된 영화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자되어야 한다.
"어이! 감독! 대본은 판타지 소설을 알아 봐."
"제, 제가요?"
켄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을듯한 중년의 감독은 얼떨결에 존대를 하고 있었다. 강렬한 인상이 머리에 박혀 버렸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번 영화의 감독이다."
"제, 제가요?"
"그래. 왜? 할수 없어?"
"......."
포로모션 비디오 전문 감독인 지천영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영화 감독을 하라지 않나 대본은 소설을 찾아 보라고 하지 않나 정말 영화가 어떤 것인지 이 사람은 알기나 하는지 이해할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못하네 보네.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 보지 뭐."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저 지천영은 할수 있습니다."
대체 어떤식으로 영화를 촬영할지 흥미가 생겼다. 영화를 촬영한다고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판타지 장르는 의상이나 엑스트라, 그리고 CG를 많이 사용할것이다. 그런 모든것을 준비할려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어떻게 준비할지 흥미로웠다. 보통 영화를 제작할땐 여러 스폰서의 협력을 받아 제작해 수익을 분배한다.
"좋아.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영화 소품 같은건 내가 다 준비한다. 감독은 촬영 장비만 가지고 오면 돼."
"예엣? 조연 배우나 단역 배우는 물론 의상이나 엑스트라등도 모두 준비해 주신단 말입니까?"
"음, 배우가 문제네. 일단 대본을 먼저 준비해. 스팩타클한 판타지 영화야. 몬스터 군단을 저 애들이 박살내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돼. 수백만의 몬스터를 상대로 5명의 여전사가 달려 나가는 거야. 어때? 멋있지?"
머~엉.
지천영 감독은 할말을 잃었다. 수백만의 몬스터를 CG로 처리할려면 대체 몇년이 걸릴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식으로 대본을 알아 봐. 전사 2명, 궁수 1명, 마법사 1명, 정령사 1명으로 구성된 여전사들이 주인공이다. 일주일안에 대본을 완성해 가지고 와."
"일, 일주일은 무리입니다. 시간을 더 주십시요."
"그럼 딱 이주일 시간을 줄테니까 알아서 만들어 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다면 감독을 거절할걸 괜히 받아 들였다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단 2주만에 영화 대본을 만들어 오라는건지 영화에 관해 전혀 모르는 사람같았다.
"그, 그럼 자금 조달이나 계약 문제같은건 어쩔 생각이십니까?"
"자금? 아, 영화 제작 자금말이지? 내가 다 낼께. 보통 영화 한편 제작하는데 얼마나 필요하지?"
조용히 듣고 있던 모두가 다시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판타지 장르의 영화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그런것도 모르고 있었던것 같았다. 아마 몇천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후우, 대규모 몬스터와의 전쟁씬을 제작할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백억은 필요할겁니다."
"몇백억? 돈은 얼마든지 쏟아 부을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을꺼야. 왜냐면 나중에 영화를 찍을 스튜디오를 직접 보면 이해가 될꺼다. 그리고 계약 문제는 알아서 해. 출연료같은건 영화 수익에서 몇프로씩 분배하는걸로 해."
즉, 영화가 대박이 나면 모두가 큰돈을 만지는 것이고 실패하면 고생만 한 꼴이 되는것이다. 감독이 직접 자금 조달을 위해 스폰서를 해줄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자금만 풍부하다면 영화는 보통 어느 정도 히트를 친다. 투입된 자금만큼 화제도 되고 홍보도 많이 할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 스튜디오를 만들 큰창고를 알아 보고 연락해. 크면 클수록 좋아. 되도록 크고 작은 창고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알아 봐. 대본보다 먼저 알아 봐야 해."
"음...알겠습니다."
감독에게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눈앞의 감독이 어떤 감독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일시적인 감정에 질러 버린 일이지만 영화는 대박을 칠것이라고 장담할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절대로 할수 없는 마법으로 제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대표! 저 애들 스케줄을 두달정도 비워 놔."
"아, 알겠습니다."
이제야 KT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장식은 취선이라는 자의 진면목을 엿볼수 있었다. 중국 상하이의 엠씨 뮤직이 갑자기 C.R.엔젤들을 전폭적으로 밀어 주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취선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수 있었다. 그런 취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수도 없었다.
"아! 한국에서는 활동해도 돼. 영화를 찍을때만 부를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잠시만 기다려."
C.R.엔젤에게 기다리라고 한뒤 벤츠로 돌아간 켄은 아공간에서 반지 한개를 꺼내 급히 아티팩트 한개를 만들었다. 간단한 것으로 반지의 돌출된 부분만 누르면 자동적으로 켄에게 연락이 들어 오며 위치가 어딘지 알수 있는 아티팩트다.
"월미! 넌 이걸 항상 끼고 있어.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 반지의 돌출된 부분을 눌러. 그러면 내가 도와 줄수 있어."
혹시나 해서다. 맥심파 놈들을 시켜 실장이라는 놈에게 경고를 했지만 가진 자들은 경고를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놈들은 자신보다는 C.R.엔젤을 노릴 가능성이 다분했다.
"모두 정리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프로모션 비디오 촬영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촬영 장비는 물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많은 인원이 이동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진아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 오빠! 어디야?
아차 싶었다. 오늘 진아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미안!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일하는 중이야. 다음에 만나자."
- 흥. 진아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중에 맛있는거 사 줄께."
겨우 진아를 달래고는 급히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촬영 스탭들에겐 먹고 싶은것은 물론 마시고 싶은 술도 마음대로 시키라고 했다. 촬영을 망친 켄이 쏜다고 미리 말해 주었다. 모두들 술한잔씩 들어 가자 이제야 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리지는듯한 분위기였다.
"한잔 드시죠."
쪼르르.
KT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장식이 술을 따라 주었다.
"KT는 어떤 회사냐?"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습니다. 소속 연예인도 몇명없는 상태이고요."
한국에는 천개의 크고 작은 연예 프로덕션이 존재한다. 그중 제대로 된 연예인을 배출한곳은 몇개되지 않는다. 몇년전에 연예 기획사는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등록한곳은 천여개의 연예 기획사중 5분의 1정도에만 그쳤을뿐이다. 영세한 연예 기획사나 연예인을 만들어 준다며 속이고는 룸살롱같은곳에 팔아 넘기는 불법 기획사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들도 그런 일을 하는것보단 연예인으로 성공시키면 회사도 점점 키울수 있고 명성도 얻을수 있음에도 여지간해선 데뷔조차 시키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소속 연예인을 데뷔시킨다해도 인맥과 자금에 밀려 제대로 된 활동을 할수 없는게 한국의 실정이다. 대형 기획사에서 싹수가 보이는 신인 연예인들은 더 크지 못하게 밟아 버리는 일이 암중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럼 크게 한번 키워봐. 단, 성상납같은건 절대 하지마. 그런걸 강요하는 놈들이 있으면 말해. 깨끗하게 처리해 줄테니까."
"하지만, 그럴려면 자금과 인맥이 필요합니다."
"자금은 얼마든지 투자할수 있어. 하지만 인맥은 없어. 몇몇 그룹 회장을 알고 있는게 다야."
한국에 알고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다. 당연히 방송국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영화 감독등을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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