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앙리 회장(3)
225화.
운전수가 자동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자동차가 굉장했다. 무려 롤스 로이스라는 자동차였다. 실내도 다른 차에 비해 넓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였다. 차안에는 와인 셀러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한잔 마실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자동차는 1시간정도를 달려 겨우 멈추었다. 파리 외곽으로 빠져 나온것이다. 대체 어디서 저녁 식사를 할려는지 물어 보지도 않았다.
"다 왔습니다."
운전수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이미 차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거대한 저택앞에 멈추어 선것이다. 5층짜리 건물은 뾰족한 첨탑이 세개나 존재하고 정면에 보이는 창문만해도 한층에 열세개나 되었다. 건물 입구쪽에는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집사인 사무엘입니다. 회장님께 안내하겠습니다."
집사를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건물안 복도는 대리석 바닥으로 반질거리고 있었고 벽에는 이름모를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복도 끝에는 조각상이 놓여져 있는게 무슨 박물관을 보는것 같았다. 1층의 어떤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 가자 앙리 회장이 긴테이블의 중앙에 앉아 있었다.
"어서 오게."
"이런곳에서 식사를 하면 체하겠는데?"
"하하하하.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할걸세."
켄의 농담에 앙리 회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난 회장은 건강해 보였다. 지금은 아들에게 모든걸 물려 주고 은퇴를 한상황이지만 전직 회장보다는 회장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이제 이곳은 자네거라네."
"뭐라고? 이런 저택을 준다는 말이야?"
"그렇네. 사무엘은 유능한 집사라네. 자네를 많이 도와 줄거네."
앙리 회장의 말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왠만해선 놀라지 않는 켄도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회장! 제정신이야?"
"물론이네. 이미 결정한 일이네. 병원에서 이미 정밀 검사도 해 보았네. 정말 고맙네. 앞으로 몇십년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하더군."
앙리 회장은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사무엘! 식사를 준비해 주게."
"알겠습니다."
잠시후 시녀들로 보이는 젊은 시녀들이 많은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손을 뻗어 겨우 닿을수 있을 정도까지 테이블위에 가득찬 음식에 마치 이계의 헤르난데스 백작성에서 식사를 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아, 들게."
먼저 전채 요리를 들고 수프와 생선 요리, 소르베순으로 음식을 들고 안심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먹은후 디저트로 입가심을 했다. 프랑스 요리와 빠질수없는게 와인이다. 준비되어 있는 와인은 보르도산 레드 와인이었다.
"자아, 한잔 마셔 보게. 우리 회사에서 만든 와인이네."
집사가 따라준 와인을 음미하며 입에 머금자 약간 떫은 맛이 느껴졌다.
"...음."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런 표정을 본것인지 앙리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입에 맞지 않는가?"
"좀 그렇네. 사무엘! 와인을 이러줘 봐."
앙리 회장에게 이런 거재한 저택을 치료 대가로 받았다. 너무 과분했다. 그런 회장에게 보답으로 특별한 와인을 맛 보여 줄 생각이다.
- 엔다이론! 이 와인을 향기가 풍부하게 숙성시켜 줄래.
- 알았어요.
테이블위에 놓여진 와인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켄이 와인병앞에서 손을 살짝 흔드는 것과 동시에 그런일이 발생한것이다. 앙리 회장과 사무엘 집사까지 놀라는 얼굴들이었다.
"마술...인가?"
"특별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그게 무슨 말인가?"
앙리 회장은 특별한 와인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와인은 복잡하다. 와인의 주원료가 되는 포도 품종이나 포도밭의 상태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포도에 따라 생산되는 와인도 다르다. 와인의 종류만해도 몇천종이나 될 정도도 가지각색이다. 특별한 와인이란 일등급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몇십년간 숙성시켜 만들며 주원료인 포도의 상태에 따라 모든것이 결정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아, 한번 마셔봐."
앙리 회장에게 엔다이론이 개조한 와인을 따라 주었다.
"사무엘도 한잔해."
"아닙니다. 주인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순없습니다."
"괜찮아. 난 형식같은건 별로 따지지 않아. 앉아서 한잔해 봐. 이건 굉장히 특별한 와인이야. 전세계에서 단한병밖에 없는 것으로 이 기회를 놓치면 두번 다시 마실수 없어."
"그럼 선채로 맛만 보겠습니다."
자신의 신분에 철저한 집사였다. 타협이란 있을수없다는듯 너무 완고했다. 그런 사무엘 집사에게도 한잔 따라 주었다.
"음...굉장하군. 전혀 달라. 대체 뭘 어떻게 한건가?"
"내 능력이야."
"음...역시 그렇군."
앙리 회장은 자신이 능력자란걸 짐작하고 있는것 같았다.
"회장도 짐작하고 있다시피 난 능력자야."
"능력자가 있다는건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네.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네. 그런데 능력자들이 모두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건가?"
"내가 직접 만나 본 능력자는 몇명없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몰라.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어떤 물체를 파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꺼야. 먼곳에 있는 물체를 향해 손을 뻗으면 그 물체가 박살나는 그런 능력들이야."
능력자들에 대해 조금 말해 주었다. 지금까지 만난 능력자들은 모두 손에서 에너지를 뿜어내 공격하는 놈들 뿐이었다. 아마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도 있을것이다.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켄도 궁금했다.
"자네처럼 그런 능력자는 없다는 말이군."
회장은 치료 능력을 말하고 있었다.
"그럴꺼야. 그건 특별한 능력이야. 이 와인도 특별한 능력으로 만든것이고."
"그럼 그 특별한 능력은 얼마든지 사용할수 있는건가?"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수 있어."
"그럼 이런 와인을 몇병만 더 만들어 주게."
지금 마시고 있는 와인이 마음에 든것같았다. 그런 회장에게 보답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사무엘! 이곳엔 와인이 몇병이나 있지?"
"지하 창고에 셀수없을만큼 많습니다."
"그래? 그럼 지하로 내려 가자."
앙리 회장과 함께 사무엘 집사를 따라 식당을 나섰다. 아직 완전히 근육이 붙지 않았는지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런 회장이 안쓰러워보였다.
"사무엘! 지하보다는 넓은 소파나 침대가 있는 곳으로 먼저 가자."
"응? 그곳엔 왜 갈려는겐가?"
"회장의 다리를 완전하게 해 줄려고."
어차피 능력자란걸 다 말해 주었다. 사무엘 집사장은 깐깐한게 누군가에게 발설하진 않을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인에게 굉장히 충실한 집사였다. 그런 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로 비밀을 지키는 자다.
"편하게 누워."
"고맙네."
큰침대가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가 회장을 침대에 눕게했다. 사무엘 집사장은 그런 광경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일단 이걸 한병 마셔."
"허허, 그 귀한걸 또 주는겐가?"
"회장에게 너무 큰걸 받아서 아깝지만 사람을 살릴려면 어쩔수없어."
회장이 포션을 마신 것을 본 켄은 포션이 몸속으로 퍼져 세포가 활성되자 마법을 펼쳤다.
"리커버리!"
일순 환한 빛이 회장을 감싸버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특히 다리쪽에는 더욱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이제 편히 걸을수 있을꺼야."
"아! 고, 고맙네."
다리뿐만 아니라 몸속의 모든것이 달라져 있을꺼다. 9서클 마법인 절대 회복을 시전하면 포션도 필요없겠지만 굳이 그런 마법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막대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음...굉장하군. 몸이 완전히 달라진 느낌일세."
"그럴꺼야. 다리는 물론 회장 몸이 젊은 청년 못지 않게 바뀌었을테니까."
"정말 고맙네."
회장은 감격하고 있었다. 자신의 달라진 몸 상태를 알고 있는것이었다.
"절대 비밀이란걸 잘 알고 있을꺼야. 그래서 한달정도는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다녀. 갑자기 두발로 걸어 다니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꺼야."
몇번이나 고마워하는 회장과 함께 사무엘의 안내로 지하로 내려 갔다. 지하 한쪽에 나무로 만들어진 와인 거치대위에 와인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진열되어 있었다. 엄청난 양이었다.
"대체 몇병이나 있는거야?"
"모두 5372병입니다."
"그렇게나 많아?"
"이런 저택에는 보통 이 정도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입이 벌어질 정도의 양이지만 사무엘 집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와인들을 이렇게 많이 보관하고 있는건 숙성시킬려는 의도입니다. 오랜 시간 숙성을 시키면 와인맛이 달라지니까요."
"좋아! 그럼 가장 오래된것은 어딧지?"
"저곳에 있습니다."
사무엘 집사를 따라 갔다. 수북한 먼지가 쌓여있는 와인병에는 라벨이 붙어 있는것과 없는 것들이 있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 보았다.
"라벨이 없는건 회장님 회사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라벨이 없으면 몇년도에 만든것인지 모를텐데?"
"그런 병에는 글씨를 써 두었습니다."
사삭.
사무엘이 먼지로 뒤덮힌 와인의 먼지를 문지르자 글씨가 보였다. '1989'라고 쓰여져 있었다. 즉, 1989년에 제조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사무엘! 이곳의 먼지를 모조리 없애 버려도 되나?"
"시녀들에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없어. 순식간에 제거할 방법이 있어."
"......"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무엘이 허락한걸로 알고 클린 마법을 펼치자 수북히 쌓여있던 먼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어, 어떻게..."
"음...굉장하군."
이번에는 표정 한번 변하지도 않던 사무엘도 굉장히 놀란듯했다.
"이제 좀 깨끗해졌네."
"정말 대단한 능력일세."
앙리 회장을 연신 감탄성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입니다. 1954년산 피오체사레입니다."
사무엘이 정신을 차리고 가장 오래된 와인이 있는 곳을 안내해 와인을 가르켰다.
"마셔도 되나?"
"물론입니다. 이제 이 와인들은 주인님 것입니다."
"주인? 앞으로는 핸드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핸드님!"
회장이 이곳의 와인까지 모조리 주었다는 것이다. 통이 큰것인지 아니면 몸이 완치된 보답을 할려는지 아무튼 회장의 배포는 남달랐다.
"회장도 맘대로 골라. 몇병이든 특별하게 만들어 줄께."
"고맙네."
앙리 회장은 5병을 골랐다.
"사무엘도 맘대로 골라."
"그럴순 없습니다."
"집사도 와인을 마실게 아냐? 눈치보지 말고 고르라고 할때 골라.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선물이야."
사무엘 집사는 마지못해 3병을 골랐다. 와인 9병을 가지고 자상으로 올라가 응접실로 들어간 일행은 테이블위에 와인을 올려 놓았다. 먼저 켄이 고른 1954년산 와인을 맛 보았다. 풍부한 향기가 느껴졌지만 그렇다고해도 무언가가 부족한듯했다.
"음...좋군."
회장은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 엔다이론! 이걸 다시 개조좀 해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이 개조하는 와인은 이것만 마셔도 몸에 활력이 넘친다. 물의 정령들은 치료수인 생명수를 만들수 있다. 그런 생명수로 바뀐 와인을 장복하면 병치레는 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할수 있는 것이다.
출렁!
테이블 위의 9병의 와인이 제멋대로 출렁거렸다. 회장과 사무엘 집사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럼 어떤 특별한 맛으로 변했는지 마셔 볼까."
쪼르르.
회장과 사무엘 집사에게 개봉되어 있는 1954년산 와인을 따라 주었다.
"오오, 이런 맛이라니..."
"......"
회장은 감탄성을 발하며 놀라고 있었지만 사무엘 집사는 아무런 말은 없었지만 눈이 커져 있었다.
"다른 와인들도 특별하게 만들어 놓았으니까 매일 한잔씩 마셔. 특히 피곤할때 마시면 몸에 활력이 돌꺼야. 술이라기 보다는 약이라고 생각해."
"약이란 말인가?"
"그래. 내 능력이야."
"굉장하군. 하지만 너무 아까워서 함부로 마시진 못할것같네."
회장은 테이블 위의 와인을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럼 다른걸 만들어 줄께. 사무엘! 생수병이 있으면 가져 와. 큰통에 들어 있는게 있으면 더 좋고."
"알겠습니다."
잠시후 사무엘이 큰생수통을 가지고 왔다. 20L짜리였다. 생수통에도 엔다이론을 불러 생명수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이 생수도 약으로 변했어."
회장도 생수가 출렁거리는 것을 직접 봤다.
"가지고 가서 이걸 마시도록하고 와인은 아껴서 마셔."
"고맙네. 자네를 만난게 무엇보다도 큰 행운일세."
"생수가 다 떨어지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와서 가져 가. 많이 만들어 놓을테니까. 근데 앞으로 회장은 뭘 할꺼야?"
앙리 회장은 아들에게 모든걸 물려 준 상태다. 다시 건강해진 만큼 뭘 해야 되는데 회장직으로 다시 돌아 갈순 없을것이다.
"평생 한 일이라곤 와인을 만드는 일이었네. 다른 일은 생각도 할수 없지. 조그마한 회사를 만들어 다시 와인을 만들어 볼 생각이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께. 회장이 만드는 와인을 모두 특별하게 개조하면 어떻게 될까?"
"헉! 저, 정말 그렇게 해 주겠나?"
"그래. 대신 희소성을 생각해 특별한 와인은 많이 만들어 줄순없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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