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신망치파(2)
170화.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니까. 대답할꺼지?"
"저,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라이트닝!"
"크아아아악!"
놈은 질문할 자격이 없다. 누가 갑인지 새겨 들을때까지 계속 전기 고문을 할것이다.
"대답할꺼지?"
"끄으으...뭐, 뭐든지 물어 보십시요."
이제야 제대로 대답할 마음 자세가 된것 같았다.
"저 여자는 누구고 무슨 일이 있었냐?"
"블랙 로즈라는 룸살롱에 근무하는 고희를 형님이 해수욕장으로 데리고 와 놀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형님이 고희의 가슴을 만지자 놀란 고희가 비명을 지르며 거부하는 바람에 화가 폭발한 형님이 한대 쳤습니다. 그렇게 된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갑자기 여자 가슴을 만지면 당연히 비명을 지른다. 그런 일로 화를 내 여자를 때리는 일은 양아치도 하지 않는 짓이다.
"니네 조직이 블랙 로즈라는 룸살롱을 장악하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오늘밤 10시에 그 룸살롱을 찾아 가겠다. 가서 그렇게 말해 놔. 그만 가 봐. 아, 잠깐. 니네 조직 이름이 뭐냐?"
"신망치파입니다."
펼쳐 놓은 마법을 해제하고 놈을 돌려 보냈다. 오늘밤에 직접 찾아 갈 생각이다. 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한국 조폭은 어떤 놈들인지 궁금해졌다. 블랙 로즈라는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방금전의 놈에게 추적 마법을 걸어 놓았다. 좁은 한국에서 놈이 어딜 가더라도 켄의 손을 벗어날순 없을것이다. 진아와 룸살롱에 근무하고 있다는 고희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오, 오빠! 어떻게 된거야?"
"잘 타일러 돌려 보냈다."
"......"
조폭을 타일러 돌려 보냈다는 말에 할말을 잃은 진아였다.
"너도 이제 안심하고 돌아가라."
"가,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백사장을 걸어 가는 고희와 반대 방향에 설치되어 있는 파라솔 아래로 간 켄과 진아는 아이스 박스를 열고 시원한 쥬스를 마셨다.
"오빠! 솔직히 말해. 어떻게 한거야?"
"겁을 좀 준것 뿐이다."
수상하게 여겼는지 진아가 꼬치꼬치 캐 물었다. 대충 얼무버린 켄은 더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게 바다로 진아를 데려가 수영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해수욕을 만끽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자동차안에서 진아는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
집으로 돌아온 켄은 밤 9시가 되자 마법으로 모습을 숨긴채 속초 해수욕장으로 워프해 가 마나의 흔적을 쫒았다. 네온 사인이 춤을 추는 번화가로 들어선 켄은 여전히 모습을 감춘채였다. 진아와 홍대 거리에 갔을때 한국에는 거리에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룸살롱으로 들어 가는 모습이 찍히지 않게끔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마나 흔적이 끝나는 곳에 블랙 로즈라는 룸살롱이 자리하고 있었다.
- 엔다이론! 룸살롱안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면 먹통으로 만들어 버려. 그리고 몇명이 있는지 살펴 봐줘.
혹시나 해서 엔다이론에게 부탁을 했다. 만약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전선 코드로 연결되어 있는 부위에 물 한방울만 떨어 뜨리면 쇼트를 해 먹통이 될것이다. 몇놈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기대가 되었다.
- 쇼트라는걸 해 놓았어요. 그리고 모두 방에는 여자들과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고 안쪽의 큰방에는 15명이 있어요.
- 고맙다.
룸살롱 문을 열고 들어 가면서 마법을 해제했다.
"어서 옵쇼. 일행이 있으신지요?"
문안으로 조금 들어 가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꾸벅 인사를 하며 반겨 주었다.
"혼자다."
"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신망치파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신망치파 이름이 나오자 종업원은 겁 먹은 표정으로 한발 물러 서며 더듬거렸다.
"이, 이쪽입니다."
잰걸음으로 걸어 가는 종업원의 뒤를 천천히 따라 갔다. 앞서 가던 종업원은 다른 룸에서 나온 동료에게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동료 종업원은 뒷쪽에서 걸어 오는 켄을 슬쩍 보고는 안쪽 복도로 서둘러 사라졌다.
"이, 이곳에서 기다리시면 부장님이 오실겁니다. 부장님을 찾는 분이 오시면 이곳으로 안내하라고 했습니다."
종업원은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 하는것 같았다.
"나가 봐라."
*******
"부장님! 짱돌 형님이 말한 그 모습 그대로의 남자가 찾아 왔습니다."
"알았다. 넌 나가 봐."
하필이면 CCTV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어떤 놈인지 얼굴을 확인할수 없었다. 짱돌 놈은 야쿠자라고 했었다. 신망치파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본의 야쿠자가 그것도 한놈이 처들어 온다는 말은 믿을수가 없었다.
"모두 연장 준비하고 내려가자."
만약을 위해 연장까지 준비시켰다. 단한놈에게 우르르 몰려 가는 것은 조폭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하지만 영업에 지장이 없게끔 큰소란없이 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쪽수로 밀어 붙이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대체 어떤 놈인지 오늘밤 놈은 걸어서 이곳을 나갈수는 없을 것이다. 도전해 온 놈은 철저히 망가 뜨려 놓아야 다른 조직에서 얕보지 않는다. 놈이 무슨 배짱으로 혼자서 이곳으로 왔는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후회하게 될꺼다.
벌컥.
엔다이론을 통해 놈들의 행동을 지켜 보면서 푹신한 소파에 걸터 앉아 문이 열리든 말든 이미 다 알고 있는 켄은 별다른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룸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온 놈들이 가장자리에 정렬하자 나중에 들어온 속초 해수욕장에서 봤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켄을 쏘아 보며 입을 열었다.
"니놈은 누구냐?"
"일단 한상 차려 봐라."
"어느 조직에서 온놈이냐?"
"뭘 그리 서둘러? 술 한잔 주면 말해 줄께."
놈의 너무 편안한 태도에 신망치파 이인자인 김태수는 불안감을 느꼈다. 부하들이 입구를 막아 서고 있음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술을 달라고 했다. 이런 놈은 실력에 자신이 있는 놈이다. 눈동자 한번 흔들리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하고 있었다.
"술상을 봐 와라."
싸움이 대수는 아니다. 피할수 있으면 피하는게 서로에게 이익이다. 싸움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다치게 마련이다. 그만큼 조직의 힘이 당분간 약해지는 것이다. 이때에 다른 조직에서 습격을 해 오면 약해진 전력으로는 밀리게 될지도 모른다. 속초는 신흥 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조직이 없는 탓으로 연일 음지에서는 구역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때에 전력 누수가 발생한다면 다른 조직에 잡아 먹히게 될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화려한 상이 차려졌다. 술도 양주였다.
"한잔 따라 봐."
술잔을 내밀었다. 하지만 부장이라는 놈은 오만 인상을 구긴채 노려 보고만 있었다.
"에이, 술맛 떨어지게. 인상 좀 펴. 누가 잡아 먹을까봐. 근데 좀 더 큰 술잔은 없나?"
부장이 부하 한명을 바라 보자 밖으로 나간 부하가 곧바로 유리컵을 한개를 가져 왔다.
쪼르르르.
자작할수 밖에 없었다. 컵 한가득 양주를 따른 켄은 원샷을 해 버렸다.
"음, 별로네."
좋은 술만 얻어 먹던 켄은 이런 술은 그냥 그랬다. 입이 고급이 되버린 것이다.
"목을 축였으면 말해봐. 무슨 일로 왔는지?"
"너! 해수욕장에서 여잘 때렸지? 티셔츠도 훌렁 벗어 던지고 조잡한 문신을 보여 주며 조폭이라고 광고하면 누가 알아 주기나 하던?"
"뭐? 이 새끼가 아까부터 왜이리 싸가지가 없어. 존대말은 어디 팔아 먹었는지 반말을 찍찍거리는게 도저히 못 참겠다. 애들아. 꿇려!"
김태수는 지금까지 많이 참았다. 하지만 놈의 행동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꼭지가 확 돌아 버렸다. 부하 몇놈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놈을 반쯤 죽여 놓을 생각이다.
"잠깐! 가장 먼저 움직이는 놈은 날벼락을 맞을꺼다."
"날벼락? 개소리 작작해. 새꺄. 쳐라."
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놈이 빠르게 다가 왔다.
딱.
그런 놈을 보며 켄이 손가락을 튕기자 '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벼락이 놈에게로 떨어졌다.
파치지지지직!!
"크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자지르진 놈은 소파로 무너져내렸다. 그런 모습에 달려 들려든 놈들이 일제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얼마든지 덤벼! 덤빌 생각이 없으면 모두 무릎을 꿇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놈들은 부장이라는 놈을 바라 보고 있었다. 부장은 소파에 쓰려져 있는 부하를 보면서 머릴 굴리고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룸 천장을 올려다 본 부장은 믿을수 없는 광경에 천장에 무슨 전기 장치라고 해 놓은것이 아닌지 확인했지만 별다른 점은 없었다. 이곳은 신망치파가 장악한 곳이다. 그런 룸 살롱에 자신들도 모르는 전기 장치를 해 두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부하들이 달려 들면 또다시 벼락이 떨어 질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놈의 여유로운 표정이 그렇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을순 없었다. 이 세계에선 얕보이면 끝장인 세계다. 이대로 항복 선언을 한다면 부하들이 기어 오를것이다. 질때 지더라도 부딪혀 봐야 한다.
"연장을 꺼내 한꺼번에 달려 들어."
"야~! 부하들 뒤에 숨어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하지말고 네놈이 직접 덤벼."
켄의 말에 놈이 쟈켓을 벗어 던지고는 앞으로 나왔다. 맞장을 떨려고 나선것이다. 하지만 저런 놈과 승부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켄은 또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파치찍.
"크아아아~!"
두번이나 천장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리자 당황한 놈들은 벽쪽으로 바짝 달라 붙어 어쩔줄을 몰라했다. 부장놈은 이미 뻗어 버렸다.
"모두 꿇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놈들은 켄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모두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큰 룸인 덕분에 놈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도 넉넉한 공간이 남아 있었다.
"너! 저 놈들을 깨워."
기절한 부장과 부하 한놈을 깨우라고 했다. 깨어난 부장 놈은 화들짝 놀라며 무릎을 꿇고 있는 부하들이 눈에 들어 왔는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네놈도 꿇어."
이미 대항할 기력도 없는 부장은 무릎을 꿇을수 밖에 없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벼락을 맞아 기절했었다. 저 남자는 무슨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벼락을 떨어 뜨리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술 좀 좋은걸 가져 와 봐. 뭔 술이 이렇게 맛이 없냐?"
부장이 부하에게 고개를 돌려 가져 오라고 했다.
"술 가지러 가는 김에 종류별로 모두 들고 와."
부하가 가지고 온 술병만 해도 테이블의 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가져 온 모든 술이 모르는 술이었다. 그런 술을 모두 개봉해 컵이 넘치도록 따라 한잔씩 맛 보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조폭 놈들 모두의 입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잔씩 맛본 술중에 그럭저럭 마실만 했던 술병은 따로 한곳으로 모아 따라 마시며 부장을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앞으로 여잘 절대로 때리지 마라. 여자를 때렸다는 말이 들린다면 넌 나한테 죽는다."
"...알겠습니다."
"다른 놈들은 나가서 일 봐. 부장, 넌 소파에 일어나서 앉아."
부하들이 모두 나가고 문이 닫히자 소파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부장이 보였다. 원래는 놈을 반쯤 죽여 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신분증을 하나 만들어라고 달라고 할 생각이다.
"이걸 받아."
품속에서 천만엔을 꺼냈다. 그런 일본 지폐 다발을 본 부장놈의 눈이 커졌다. 무엇때문에 갑자기 돈을 꺼낸 것인지 어리둥절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본 엔화였다.
"그 돈으로 확실한 신분증을 하나 만들어 와라. 성은 박씨로 이름은 아무것이나 상관없어."
"시, 신분증을요?"
"왜? 할수없어?"
"아, 아닙니다.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만들지 못한다고 하면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 저 일본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부족하다면 보탤수 밖에 없었다.
"저어...그런데 누구시라고 불러야 할까요?"
"취선이다."
"취선님이요?"
특이한 이름이었다. 신망치파 이인자인 김태수는 짱돌이 보고한 내용이 떠 올랐다. 취선이라는 자는 야쿠자라고 했다. 신분증을 원하는 걸로 봐서 일본 조직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한국으로 도피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돈과 이름도 일본 이름을 한국식으로 고친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증거로 인해 야쿠자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본인치고는 한국말을 너무 잘했다. 그점이 이상했지만 한국인 2세나 3세라면 이해가 되었다.
"언제까지 준비가 되겠나?"
"음, 적어도 2주일은 필요합니다."
"좋아. 2주일후에 다시 찾아 오겠다."
따로 빼 놓은 술을 모조리 마셔 버린 켄은 룸살롱을 나서 인적이 없는 골목길로 들어가 서울의 집으로 공간 이동해 갔다. 이제 신분증 문제는 해결이 된것이다. 다음은 자금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자금도 생각해 놓은 복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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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추천이나 오타글 지적 모두 다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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