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용병
320화.
덜덜 떠는 용병 놈에게 눈앞에서 당장 꺼지라고 했다. 겁을 집어 먹은 용병놈들은 재빨리 말을 타고 꽁무니가 빠지라고 사라져갔다. 하지만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놈들이 사라진후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찾아 왔다. 라이브 상단의 부상단주라는 슈바인은 마적들을 물리쳐 준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면서 상단에 합류하는건 어떤지 조심스럽게 타진해 왔다.
"우린 이대로가 좋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도와 줄테니까 그냥 따로 가자."
"아! 감사합니다. 동대륙에 도착하면 꼭 보답을 하겠습니다."
슈바인 부상단주는 몇번이나 감사한다며 머릴 숙이고는 상단쪽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 일이 있은후 5일이 지났을 무렵 또다시 마차쪽으로 우르르 달려 왔다.
"이번엔 또 뭐야?"
"저어...죄송하지만 한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봐."
"마적들의 습격으로 인해 물주머니가 터진게 한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물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물 좀 나누어 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쉬운 일이다. 물을 담을 주머니나 통을 가져 오라고 했다. 그러자 슈바인 부상단주가 환한 얼굴로 지시를 하자 수십개의 물주머니를 꺼내 놓았다. 그런 물주머니에 워터 마법을 사용해 일일이 채워 주었다. 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하자 더욱 표정이 환해진채 상단쪽으로 사라져 갔다.
그후로도 두번이나 물을 받으러 왔다. 드디어 저 멀리 푸른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동대륙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도 서대륙의 파이츠 무역 도시와 마찮가지로 큰도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도시 입구에 라이브 상단의 부상단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짐수레들은 도시 안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어. 마법사님! 저희 상단으로 모실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요."
"음...안내해."
어차피 당장 갈곳도 없었다. 라이브 상단으로 가서 알아 볼것이 있었다. 라이브 상단은 서대륙의 파이츠 무역 도시에 있는 빌링턴 상단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런 상단에서 특급 대우를 받으며 넓은 방으로 안내되어 가자 따듯한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침대위에 앉아 완전히 녹은 마나를 음미하며 잠시 마나 연공을 하고 있을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마법사님! 상단주님께서 식사를 함께 하시자고 합니다."
"안내해."
식당으로 들어 서자 이미 아슈린과 라이슈가 먼저 와 있었다. 상석으로 보이는 것에는 콧수염이 멋드러진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으며 그 옆에는 부상단주인 슈바인이 앉아 있다가 들어온 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단주를 소개해 줬다.
"상단주님입니다."
"반갑습니다. 라이브라고 합니다. 마적들에게서 저희 상단을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켄이다."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지요."
짝짝.
상단주가 손뼉을 치자 수많은 음식들이 운반되어 왔다.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귀족들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음식은 먹지 않을것이다.
"켄님은 동대륙 출신이십니까?"
가장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차원 이동해 왔다고 말할순 없었다.
"나도 내가 어디 출신인지는 잘 몰라. 어릴적에 스승님 손에 이끌려 동굴에서만 생활했거든."
"아! 그러셨군요. 그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말해 줄수 없어."
상단주는 은근히 영입 제안을 하고 있었다. 영입을 못하더라도 마법사와 인연을 맺어 두는건 큰재산이다. 그래서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자리를 옮겨 와인까지 마신후 나갈려고 할때 상단주가 마적들에게서 상단을 구해준 보답이라며 마나석을 건네 주었다. 중급 마나석이었다. 공짜로 준다는데 받지 않을수도 없었다.
속 보이는 일이지만 받아 두는게 상단주도 민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단주에게 로드 왕국이나 대륙 역사책이 있으면 가져다 달라고 했다. 자신에게 배정된 방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동대륙 역사책으로 대부분 로드 왕국에 대해서 서술해 놓은 것이다. 브리보아 왕국에 대한 서술은 단한줄도 없었다. 바스티안 왕국의 왕권 쟁탈전으로 왕국이 피폐해져 가자 중립을 표명하고 있던 변방의 대영주였던 로드 후작이 들고 일어나 바스티안 왕국의 왕족들을 몰아 내고 자신의 왕국을 건립해 로드 왕국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대로 책을 던져 버렸다. 더이상 볼것도 없었다.
이곳은 아마 예전에 헤르난데스 백작령의 속령인 오스카 남작령이나 루벤 남작령이었거나 백작령 위쪽에 있는 베르만 자작 영지였을것이다. 지형이 바뀌어 버려 확실히 알수 없지만 죽음의 산맥을 넘어 오면 그 두개의 영지중 한개의 영지가 나온다. 죽음의 산맥이 사막으로 변했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을것이다. 긴세월이 흘러 아직 그 영지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알아 봐야 했다. 다음날 아침 라이슈가 찾아 왔다. 자신의 가게가 있는 파인츠 남작령으로 가 봐야 한다고 했다.
"라이슈! 혹시 헤르난데스 공작령이 어딘는지 아나?"
"헤르난데스 공작령요? 처음 들어 보는 공작인데요?"
500년전의 헤르난데스 공작이 자신의 부하인 그 헤르난데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런 공작이 지금은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라이슈의 말을 듣고 혹시나했다.
"로드 왕국에 헤르난데스 남작은 있어도 헤르난데스 공작은 없습니다."
"그래? 그럼 헤르난데스 남작령은 어딧냐?"
"이곳 스와튼 무역 도시에서 남쪽으로 내려 가면 바다가 나옵니다. 그곳이 남작령입니다."
확인을 위해 그곳으로 가 봐야 했다. 라이슈가 파인츠 남작령으로 돌아 가자 마부를 구하고 스와튼 무역 도시도 구경할겸 아슈린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도시는 거대했다. 마치 한 왕국의 수도를 보는듯했다. 영주성으로 보이는 큰성이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넓은 도로위로 마차들과 상인들이 분주하게 돌아 다니고 있었다.
"여관을 찾으세요?"
"아니다."
여행객으로 보였는지 몇걸음 옮기지도 못한 상태에서 삐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접근해 말을 걸어 왔다. 이곳은 무역 도시인 만큼 가게들이 많았다. 물자가 풍부한지 대부분 가게가 물건을 높게 쌓아 올려 놓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도매상으로 보이는 가게들이었다. 도로변에 보이는건 여관과 상점뿐이었다. 그럴때에 또다시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관을 찾으시면 저희 가게로 오세요."
"숙소는 이미 정해놨다."
실망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 갈려는 애를 멈춰 세웠다.
"잠깐만! 이곳에 용병 사무실이 있으면 안내해 줄래."
품속에서 1실버를 살짝 보여 주었다. 그러자 아이 눈이 솔방울만하게 커지며 따라 오라고 했다. 아이가 안내한 곳은 제법 그럴듯한 2층 건물이었다. 수고비로 1실버를 건네 주자 아이는 몇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 했다. 땀냄새가 퀘퀘한 용병 사무실안은 많은 용병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안내 창구로 보이는 곳으로 가자 앉아 있던 남자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로브를 입고 있는 탓으로 마법사라고 바로 알아 차린것이다.
"마부를 고용할려고 왔다."
"마, 마부요? 어디까지 가실런지요?"
"헤르난데스 남작령까지 갈꺼다."
"...음, 마부를 할려는 용병들은 아마 없을겁니다."
헤르난데스 남작령까지는 5일거리에 있다고 했다. 마부들은 보통 하루에 5쿠퍼를 받는다. 그런 푼돈을 받으며 마부 일을 할려는 용병들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남는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다른 의뢰를 받으면 몇십배나 더 큰돈을 받을수 있는데도 그런 마부일을 하는 용병이 있을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하루에 1골드를 준다고 말할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오기가 생겼다. 굳이 이 자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직접 찾을 생각이다. 용병 사무실을 나서 여관 식당으로 갈려고 했다. 식당이라면 용병들이나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그곳에서 찾아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같았다. 용병 사무실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녀석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야~! 너 용병이냐?"
"아, 아닙니다."
겁을 집어 먹은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 녀석도 마법사라고 알아 본것이다.
"근데 넌 왜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거냐?"
"가, 갈곳이 없어서요."
"일해 볼래?"
"일이요?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놈이 어떤 일인지 묻지도 않은채 무조건 한다고 했다. 절박한 사정이 있는것 같았다.
"마부 일이다. 마차를 몰아 본적은 있냐?"
녀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해 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하, 할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해, 해 본적은 없지만 할수 있습니다."
"그래? 따라 와라."
환한 얼굴로 변한 녀석이 쫄래쫄래 따라 오고 있었다.
꼬르륵.
"밥은 먹었냐?"
"아, 아니요."
녀석의 배에서 천둥이 치고 있었다. 며칠이나 굶은듯했다.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 갔다. 용병 사무실과는 코앞이었다.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 보고는 마법사라고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고는 몇번이나 힐끗거리고 있었다.
"북크! 이 새끼야! 여긴 오지 말랬지?"
"......."
켄의 뒤를 따라 들어 오는 녀석을 보고 용병 한놈이 위협을 했다. 녀석의 이름은 북크였다. 그런 북크는 주눅이 든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머릴 푹 숙이고 있었다.
"이 거지같은 새꺄! 당장 나가."
"이, 일행을 따라 왔는데요...."
북크는 모기가 기어가는 듯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북크에게 소리친 놈은 얼굴을 뒤덮을정도로 수염이 덥수룩한 놈이었다.
저벅저벅.
그런 놈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내 일행을 협박하는거냐? 북크를 협박한건 날 협박한 것이나 마찮가지다."
놈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러자 놈은 얼굴이 구겨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일어나며 결투를 받아 들였다.
"킥킥킥...로브만 입으면 개나 소나 마법사냐?"
"저 새끼, 이제 X 됐다."
놈의 동료들로 보이는 두놈의 말에 눈썹이 치켜져 올라갔다. 놈들은 별볼일 없는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네놈들 둘에게도 결투를 신청한다."
"큭큭큭...결투래? 가사도 아닌 마법사의 결투 신청이라...당연히 받아 들여 야지. 큭큭큭..."
"으갸갸~! 간만에 몸좀 풀겠네."
기지개까지 켠놈은 켄의 뒤쪽에 있는 아슈린을 슬쩍 바라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놈들은 여유로웠다.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마법사를 많이 상대해 본것인지 아니면 의레짐작으로 저서클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놈들의 대갈통을 빠개봐야 알수 있을것이다. 식당안에서는 싸울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도 우르르 밖으로 나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누가 이길것 같냐?"
"당연히 셔플이 이기지. 중급이잖아."
"그래도 상대는 마법사잖아."
"고서클 마법사가 이런 식당으로 오겠냐? 높아봐야 3서클 정도겠지. 그정도면 셔플 일행들에겐 식은 수프 먹기야."
수군거리는 말에 수염이 덥수룩한 놈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 경지란걸 알수 있었다. 다른 놈들도 마법사라는걸 알면서도 자신있는 표정들로 볼때 모두 익스퍼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플! 내가 끝장낼께. 대신 저건 내게 줘야해."
턱이 뾰족한 놈이 아슈린을 턱으로 가르키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저놈은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큭큭큭큭, 꼴에 마법사라고 폼 재는거 봐라."
스르릉.
다른 놈들은 나설 생각이 없는것 같았다. 턱이 뾰족한 놈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오며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일단 간 좀 보자."
탓.
"그리스!"
"어이쿠!"
미끄러워진 바닥에 비틀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은채 바닥을 발로 찍었다.
쩡.
그리스 마법을 깨어버린 놈은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쇄도해 들어 왔다. 놈의 롱소드에는 푸른색 마나가 덮혀 있었다.
"매직 미사일!"
순식간에 공중에 매직 미사일 10발이 생성되어 달려 오는 놈에게로 쏘아져 갔다.
팡팡팡팡!!
"아이스 드릴!"
쐐에에에엑!
고속으로 회전하는 뾰족한 얼음이 매직 미사일을 부수고 있는 놈에게로 접근하자 놈은 롱소드로 큰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 원에 부딪힌 아이스 드릴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마법사와 전투 경험이 풍부한 놈 같았다. 하지만 고작 그런 저서클 마법을 막았다고 해서 끝난건 아니었다.
"후회하기 전에 네놈들도 한꺼번에 덤벼!"
"........"
켄의 말을 무시하고 있는 두놈은 여전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매직 미사일!"
이번에는 매직 미사일 30발을 시전해 각각 10발씩 놈들에게로 쏘아 보냈다. 이젠 다른 두놈도 전투에 참가해야 할것이다.
"헉! 저, 저게 대체 몇발이야?"
"고, 고서클 마법사다."
구경꾼들이 매직 미사일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퍼퍼펑!퍼퍼퍼펑!
역시 놈들은 모두 익스퍼트였다. 그렇지 않다면 마법사를 상대로 주눅이 들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놈들이 전투에 참가한 이상 고서클 마법을 펼칠 생각이다.
"체인 라이트닝!"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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