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51구역(1)
240화.
"고속 도로 휴게소에 들러라."
한참을 달린 자동차가 휴게소로 들어서 멈추자 엔다이론을 불렀다.
- 엔다이론! 현수가 정력 친화력이 있는지 살펴 봐 줄래.
- 알겠어요.
잠시후 돌아온 엔다이론은 전혀 없다고 했다. 역시였다. 이계에서도 정령과 계약할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마나가 풍부한 그곳에서도 그런데 마나가 희박한 지구에서 정령 친화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탄자니아의 통궤족 주술사인 암마는 예외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특별한 방법에 의해 주술사로 선택된것이다.
"넌, 지금 당장은 능력자로 각성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준비라니요?"
"그런게 있어. 능력자들은 심한 고열을 앓고 난뒤에 능력자로 각성했다고 한다. 너에게도 언제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
"......"
실망한 표정의 현수였다. 하지만 켄도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티팩트를 만들어 줄수도 없는 일이다. 함부로 사용해선 않되는 물건이 아티팩트다. 아티팩트 존재가 알려진다면 능력자 보다 더 관심을 끌게 될것이다. 전세계 정보원들이 달려 들것이 눈에 선했다.
부르르.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때 고진수 국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지?"
- TV를 볼수 있으면 지금 당장 봐 주십시요. 미국의 51구역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알려 줘서 고맙다."
전화를 끊고 현수에게 스마트 폰으로 TV를 켜라고 했다. 스마트 폰 TV에서는 속보로 아메리카의 네바다 주에 있는 51구역이 비추어 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연기기 피어 오르며 폭발음도 들려 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무장된 헬기가 뜬 상태로 영상은 먼곳에서 찍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영상으로 봐서는 기지가 어떻게 된것인지 전혀 모른다. 하늘 높이 피어 오르고 있는 연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거? 라이브냐?"
"아닐겁니다."
"언제적 영상인지 당장 알아 봐."
현수가 급히 고진수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럴때 켄은 스마트 폰으로 아메리카의 51구역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뭐야? 라스 베가스 근처잖아."
51구역은 라스 베가스 북쪽 100마일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100마일은 약 161킬로다. 야구에서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는 항상 화제가 되어 알고 있었다.
"핸드님! 한국 시간으로 오늘 아침 8시에 발생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 넌 천천히 서울로 올라 가라. 난 51구역으로 가 보겠다."
휴게실의 화장실로 들어간 켄은 서울의 안가로 이동해 지하의 워프 마법진을 수정하고 라스 베가스로 이동해 갔다. 라스 베가스는 이미 몇번이나 와 본적이 있는 곳이다. 원주민인 아로마가 캠핑카를 설치해 놓았던 곳으로 모습을 숨긴채 이동한 켄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 라스 베가스 북쪽을 향해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했다.
텔레포트 마법은 좌표를 몰라도 상관없었다. 가시 거리만큼 얼마든지 이동할수 있는게 텔레포트 마법이다. 텔레포트 마법을 두번 펼치고는 대체 몇번을 펼쳐야 51구역에 도착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161킬로 거리지만 텔레포트 마법 한번으로 몇킬로를 이동하는지 알수 없었다.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 실라이온! 앞쪽으로 갈수 있는 만큼 가서 좌표를 알려 줘.
잠시후 실라이온에게 연락이 들어왔다. 좌표대로 이동한 켄은 워프 마법에서 나오자 마자 급히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 밖에 없었다.
타다다다다.
바로 눈앞에 헬기가 접근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켄은 급히 아래로 내려가 헬기와의 충돌을 피한후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이곳이 51구역인지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럴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래쪽엔 사막으로 곳곳이 움푹 들어가 시커먼 구멍이 드러나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공중에는 헬기는 물론 간간히 전투기도 날아 다니고 있었다. 먼곳에서는 군인들이 포위한 상태로 전차까지 보였다.
펑펑!
구멍안에선 폭발음이 아직도 들려 오는것으로 볼때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것 같았다.
"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거지?"
아메리카의 내바다 주에 있는 51구역은 유명했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51구역에 UFO나 외계인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외계인과 공동으로 연구를 하며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 패터슨 공군 기지에서 이미 UFO를 회수했는데도 설마 이곳에도 있다곤 생각되지 않았다. 한곳에 가져다 둘것이지 두군데로 나누어 보관해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클론 제작소로 의심되긴 하지만 아메리카에는 비밀 기지가 많다. 그런 비밀 기지중 한곳에 클론 제작소가 있을 것이다. 음모론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51구역에서 버젓히 클론을 제작하기에는 어려운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째든 저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 실라이온! 먼저 들어가 통로를 찾아 봐.
구멍안으로 들어 간다고 해도 도중에 막혀 있다면 다시 나와야 한다. 또한 안으로 들어 갔을때 폭격을 당한다면 흙더미에 갇혀 고생을 할것이다. 구멍안에서의 폭음으로 볼때 공중 폭격은 더이상 없을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확신은 금물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후 들어가야 한다. 실라이온은 몇개의 구멍안으로 들어 갔다가 나오길 반복하며 열린 통로를 찾고 있었다.
- 켄님! 저쪽이에요. 아래쪽엔 능력자들로 보이는 자들이 서로 싸우고 있어요.
- 그래? 그럼 실라이온은 지하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고 좌표를 기억해 놔. 특히 클론 제작소로 보이는 곳이나 UFO, 외계인이 있으면 즉시 알려 줘.
혹시나 해서다. 이곳 지하에 그런 시설이나 숨겨진 것이 있으면 찾아 보고 싶었다. 구멍안은 깜깜했지만 상관없었다. 눈으로 마나를 끌어 올리자 앞이 환해졌다. 실라이온이 하위 정령들을 불러내 안으로 들여 보내는 것을 보며 실라이온이 안내하는 곳으로 들어가 빠르게 이동했다.
펑펑.
지하 3층 정도는 내려 온것 같았다. 여전히 전투가 지속되고 있는지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폭발음이 들리는 곳으로 조용히 접근했다. 넓은 복도에서 왼쪽으로 통하는 통로에 3명이 숨어 앞쪽의 T자형 통로의 양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놈들은 모두 관악산에서 보았던 검은색 특수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놈들과 한패인것 같았다. 그런 놈들의 손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튀어 나가자 T자형 통로 오른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역시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아직 모른다. 능력자들의 에너지는 자신의 마나와 합쳐 지고 마나 봉인까지 시킬수 있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것은 마나보다 상위의 에너지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에너지여서 능력자들의 이마에 들어 있는 에너지가 적더라도 저런식으로 큰폭발을 일으키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번엔 눈에 마나를 보내 살펴 보았다. 지금까지는 그냥 눈으로 바라 보았지만 혹시나 해서다.
"웨인! 피터! 공격하면 달려가. 하나, 둘, 셋!"
지시를 한 놈이 손을 뻗어 공격하자 다른 두놈이 앞으로 뛰쳐 나갔다. 그와 동시에 T자형 통로 중앙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달려간 둘이 얼굴을 가리며 통로 양쪽으로 달려가며 손을 뻗었다.
꽈꽝.
양쪽을 공격하자 뒤에서 지시한 놈도 앞으로 달려갔다.
'이제야 보이는군.'
양쪽눈으로 마나를 보내 놈들이 공격할때 사용하는 에너지가 드디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귀찮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능력자들과의 전투에선 이런식으로 한 상태에서 전투를 벌어야 한다. 놈들은 통로 왼쪽으로 모두 달려가고 있었다.
탕탕탕탕.
꽈꽈꽈꽝.
총소리까지 들려오며 연신 폭발음도 들려 오고 있었다. 아직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지는 모른다. 놈들을 따라가 봐야 알수 있을것 같았다. 이곳을 고작 3명만이 공격하고 있다는것도 이상한 점이다. 놈들을 계속 따라가자 육중한 철문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통로에는 군인들로 보이는 자들의 시체가 늘려 있었다.
"레이턴! 문을 녹여."
레이턴이라는 자가 문에 양손을 대었다. 그러자 육중한 문이 서서히 붉게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빨갛게 달아 오르자 레이턴이라는 자가 뒤로 물러섰다.
"웨인! 네 차례다."
이번엔 웨인이라는 자가 앞으로 나서 문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양손이 하얗게 변하며 하얀 에너지같은게 문을 향해 접근하자 순식간에 뿌연 수증기가 피어 오르며 문이 하얗게 얼어 붙었다. 굉장한 능력이었다. 지켜 보고 있던 켄도 놀랄정도였다.
"피터!"
"알았어."
피터라는 자가 얼어 붙은 문에 손을 뻗자 문에서 폭발이 발생하며 문 중앙이 뻥 뚫렸다.
"가자."
통로 안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놈들을 계속 따라가자 다시 육중한 문이 앞을 막아 서고 있었다.
"또야? 제기랄."
또다시 문이 막아서자 능력자들은 허탈해진듯 화를 내고 있었다.
"곧바로 문을 열순없어. 포스를 회복해야 돼."
"이대로는 며칠이나 걸릴걸 같다."
"투덜대지마. 다른쪽도 마찮가지야."
다른곳에서도 동료들이 있는것 같았다. 하긴 이 넓은 지하에 고작 3명만으로 침입한것이 이상했지만 놈들의 말로 다른 동료들도 들어 온것이 확인되었다. 놈들을 족쳐 어느 소속인지 알아 봐도 될듯 싶었다. 이대로 놈들이 포스라는걸 회복하고 문을 열때까지 기다릴순 없었다. 놈들의 이마에 있는 에너지를 포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절로 포스가 채워지는것 같았다.
"너희들은 누구냐?"
"헉!"
여전히 몸을 숨긴채 놈들에게 말을 걸자 화들짝 놀란 놈들이 급히 사방을 둘러 보며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공격할수 있게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삼각형 대형을 유지한채 긴장을 하고 있는게 잘 훈련된 놈들 같았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놈들의 태도로 볼때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것이다. 누군지도 모른채 묻는다고 대답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루한 말 장난이 이어지기 전에 먼저 놈들을 제압해 놓고 심문을 할 생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래피티!"
"윽!"
"크윽!"
"으음."
중력 마법을 시전해 놈들을 찍어 누르자 제각기 다른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마 보유한 포스나 체력에 의해 받고 있는 힘을 다르게 느끼고 있는것 같았다.
"웨인!"
두놈이 동시에 외치자 웨인이 뻗고 있는 손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놈은 동결 능력자로 보였다.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 오른 육중한 문까지 순식간에 얼려 버린 놈이다.
"윈드 커터!"
막 공격을 할려는 놈의 뻗은 손을 향해 바람의 칼날 마법을 날려 보냈다.
쩡!
"컥!"
팔은 잘리지 않았다. 하얗게 변한 손은 방어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았는지 하얀 손이 본래의 손으로 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얼굴이 험악하게 변해가기 시작하며 이마가 울퉁불퉁하게 튀어 오르고 있었다. 이마에 있는 포스가 폭주를 한것이다. 급기야 머리 전체가 울퉁불퉁 튀어 나오며 들어 가길 반복하며 고통이 심한지 점차로 눈이 붉게 물들어 가며 포스를 폭발시켰다.
"크아아아아아!"
쩌엉.
그래피티 중력 마법이 깨어져 나갔다. 폭주한 탓으로 평소의 몇배에 해당되는 힘을 일거에 발산시킨것이다. 놈의 머리통은 불퉁불퉁한채였다. 그런 머리통이 용케 터져 나가지 않았다. 폭주한 놈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듯 옆에 있는 동료 한명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쩡.
동료의 몸이 그대로 얼어 붙어 버린것이다.
꽈직.
얼어 붙은 머리통에 힘을 주자 그대로 산산조각 나며 몸 전체가 부서지는 광경은 마치 유리가 깨져 나가는듯했다.
"웨인! 정신 차려!"
남은 동료 한명이 큰소리로 외치자 폭주해 버린 웨인이라는 놈은 오히려 놈에게 눈을 돌리며 눈에서 섬광이 쏟아져 나왔다. 새로운 먹이를 발견한것이다.
"웨, 웨인!"
동료의 당황한 외침에도 놈은 붉은 눈을 번뜩거리며 손을 뻗었다.
퍼엉.
그전에 이미 동료놈이 선제 공격을 했다. 놈의 손과 동료가 발산한 포스 덩어리가 서로 부딪혀 큰폭발음을 일으켰다. 그런 광경에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구경을 하고 있는 켄은 저 폭주한 웨인이라는 놈의 머리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능력자들의 포스는 이마 앞쪽에 몰려 있는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놈의 포스는 머리 전체로 퍼져 있는 상태다.
머리통도 변형된게 흉측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저런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것이다. 폭주한 놈은 자신의 몸에 원래 보유하고 있는 선천지기(先天之氣)지 모조리 소비해 버리고 몸이 무너질것이다. 이계에서도 폭주한 기사나 마법사들이 평소의 몇배에 해당되는 힘을 발휘하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폭발하거나 무너지는 일은 빈번하다.
폭주한 웨인놈을 상대로 동료는 공격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힘의 차이가 너무나 선명했다. 폭주한 놈을 상대로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중점을 둬야한다. 시간만 지나면 폭주한 놈은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오로지 공격일변도인 웨인놈을 상대로 저런식으로 공격만해서는 제풀에 지쳐 버릴것이다.
펑.
또다시 충돌음이 들려오며 동료놈이 튕겨져 나갔다.
"정신 차려! 나다! 피터야! 헉헉헉."
- 작가의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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