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슬픈 현실
305화.
현수의 말에 중년 여인은 한동안 멍한 표정이었다. 넋이 나간듯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지금도 다른곳에선 좀비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자들이 있을꺼다. 명철이 네가 이곳을 해결해. 그리고 그 피는 이리 줘."
주사기를 받아 챙겼다. 이걸 이곳에 남겨 둘순 없었다. 현수와 같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현수야! 고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게 줘."
이동하는 차안에서 국장과 통화를 했다.
"일 똑바로 못할래? 완전 개판이잖아. 병원에는 좀비화가 진행되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국민들은 비협조적이야. 좀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에서는 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 자꾸 이런식이면 난 한국을 떠나겠다. 한국 전체가 좀비화가 된후에 다시 찾아와 모조리 죽여 버리는게 좀비를 더 쉽게 처리할수 있거든."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됐어. 날 실망시키지마. 정부에서 어떤식으로 나오는지 지켜 보겠다."
전화를 끊고 현수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장에게 알려 주라고 했다. 재활용 공장에서 알바를 하던 모든 사람들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좀비로 변한 사람은 3명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빈캔을 회수한 사람과 공장에서 빈캔을 분리하던 사람중 2명이 감염되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 가족들을 모두 격리시키라고 했다. 좀비가 된 그들의 행동도 역추적해야 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 접촉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할일이 태산같았다. 남대문 시장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외국인 놈도 잡아야 했지만 지금은 좀비를 찾아 처리하는게 우선이다. 재활용 공장으로 향해 사장이 소집해 둔 직원들을 조사했다. 다행히 감염된 자는 없었다. 공장을 클린 마법으로 청소를 해주고 좀비가 된 자들이 집으로 다시 이동해 그들의 행동을 한사람씩 역추적했다. 그들은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탓으로 집안에 누워 있었다.
독감 증세와 비슷한 탓으로 어디로 돌아 다니기도 쉽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그럴때에 명철이에게서 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상강 중학교로 빨리 오라는 것이다. 좀비로 의심되는 학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재활용 공장에서 감염된 자의 아들이라는 말에 급히 달려갔다. 상강 중학교는 이미 경찰들이 포위한 상태였다. 학생들은 모두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타다닥.
"이쪽입니다."
달려온 명철이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복도는 물론 교실안에도 경찰들이 총을 들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김강식 학생입니다. 중2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창현씨의 아들입니다."
"딸은?"
김창현 환자에게는 자식이 두명이었다. 한명이 좀비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다른 자식도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초등 학생인 딸에게는 현재 아무런 증상도 없는 상태입니다. 일단 격리를 해 놓았습니다."
김강식은 교실 한쪽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채 벌벌 떨고 있었다. 갑자기 학질이 걸린 사람처럼 발작을 일으킨 김강식에게 깜짝 놀란 학생들이 담임에게 연락을 하고 구급차를 불렀을때 명철이가 경찰들과 함께 학교에 도착했다. 다행히 강식이를 건드린 사람은 담임 선생뿐이었다. 담임은 지금 격리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겁이 나 멀찍이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친구가 발작을 일으킨 상태에서 아무도 도와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강식이는 왕따를 당하거나 아니면 좀비라고 의심해 다가가지 않았을것이라고 짐작되었다. 강식이의 몸을 살펴 보고 강식이는 지금 감염된지 이틀째인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좀비가 되고 강제로 각성시켜 준다면 능력자가 될것이다.
"현수야! 침대와 몸을 묶을 밧줄을 가져와."
"알겠습니다."
무슨 짓을 할려는지 낌새를 알아 차린 현수가 밖으로 달려 나갔다.
"김강식! 참아라. 정신을 강하게 먹어. 좀비 바이러스와 싸워. 네가 강하게 정신을 집중해 이겨낸다고만 생각해. 다른 생각은 필요없어. 오로지 좀비 바이러스 따위에게 질수 없다고만 생각해. 네 아버지는 이미 완전히 좀비가 되어 죽어 버렸다. 너까지 좀비가 되면 네 어머니와 동생은 어떻게 되겠냐? 네가 좀비 바이러스를 이겨내면 넌 능력자로 각성할수 있어. 힘내."
"저..저, 정말인가요?"
"그래. 반드시 이겨내라. 힘들면 내가 도와줄께. 힘내."
"으으으..."
딱딱딱딱.
고통이 심한지 이빨까지 부딪히고 있었다. 그때 현수가 '다라라락'거리며 침대를 밀고 들어 왔다.
"강식아! 널 지금 침대에 묶어 놓을꺼야. 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게 되면 애꿎은 사람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될수도 있어. 그걸 방지하고자 널 묶는거야. 그러니까 날뛰지마."
덜덜 떨면서도 강식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강식이를 침대위로 올라 가게 했다. 벌벌 떨리는 다리를 윽지로 일으킨 강식이는 침대로 기어 올라가 누웠다. 그런 강식이의 몸을 밧줄로 칭칭 감아 침대에 묶어 놓았다.
"아마 3~4일동안은 그대로 있어야 해. 고통이 심하겠지만 견뎌내면 능력자가 되는거야. 네 아버지를 좀비로 만든 놈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능력자가 되어야 해."
"아버지의...복수...으으..."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목표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정신 상태는 전혀 다르다. 친분이 전혀 없는 강식이지만 아버지를 잃은 강식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했지만 훗날 아버지를 죽인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강식이를 조용한 곳으로 옮겨야겠다. 안가로 데리고 가겠다. 명철이 넌 이 학교에 강식이가 능력자로 각성할려고 발작 증세를 보인거라고 알려줘라. 괜히 좀비 바이러스가 어쩌고 저쩌고하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마."
"알겠습니다."
학생들은 민감하다. 또한 이 학교에서 좀비가 발생했다고 하는 소문이 돈다면 학교의 입장도 난처해 질것이다. 그와 반대로 이 학교 학생이 능력자로 탄생하게 된다면 큰화제를 불러 일으킬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양날의 검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가 자신도 능력자가 될수 있다고 어딘가에 숨어 실험을 할지도 모른다. 좀비가 될지도 모른다고 신고를 하는 미친 자는 없다. 독감 증세를 보이는 자는 이제 누구도 병원에는 가지 않을것이다. 만약 좀비라고 의심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참고만 있을것이다. 묶여있는 강식이를 침대까지 통채로 안가 지하실로 워프했다.
"조금만 도와 줄께. 내가 넣어 주는 기운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이겨낸다고 생각해."
마나를 조금 불어 넣어 주었다. 그러자 잠시후 강식이의 몸이 펄쩍펄쩍 요동을 쳤다. 막강한 원군이 도착해 음마나를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고통스러운지 강식이의 얼굴에 푸른 핏줄이 돋아나며 험악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참아! 넌 할수 있어. 지금의 고통만 이겨내면 넌 능력자가 되는거야. 복수를 하고 싶으면 이겨내."
"...이이익...."
복수라는 말에 반응을 하는 강식이는 이빨을 앙물고 있었다. 지금 강식이의 머리속엔 복수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있을 것이다. 몇시간후에 현수가 돌아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잘 참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강식이는 능력자가 될것이다."
"그렇군요. 근데...한가지 보고할게 있습니다."
현수의 말투로 볼때 않좋은 일이 발생한것 같았다.
"김창현씨 집을 찾아 갔을때 고래고래 고함을 치든 중년인을 감금했지 않습니까? 그 중년인 가족들 모두가 풀려난 상태입니다."
"뭐라고? 그게 말이 돼?"
"상부에서 압력이 들어 왔습니다. 한국 민주당의 이재선 대표와 중년인의 부인이 친척간이라고 합니다."
완전 개판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자들을 풀어 준다는게 말도 되지 않았다. 중년인은 실제로 감염되지 않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모르는 상태다.
"그런걸 누가 용납한거냐?"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쩔수 없었을겁니다. 막강한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데 굴복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거부한다면 목이 달아 날테니까요."
"그런 놈이 국회 의원이라니...당장 그 중년인 가족을 다시 잡아 넣어. 그리고 또 압력이 들어 오면 모든 대화를 녹취하고 까발려. 만약 하지 않으면 난 엄청나게 실망할꺼다."
현수가 고 국장에게 전화로 지금 말을 모두 전했다. 고 국장이 어떻게 판단할지 두고 볼것이다.
"넌 강식이를 지켜 보면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해. 난 남대문 시장에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한 외국인 놈을 추적하러 가보겠다."
남대문 시장 입구쪽은 아직도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런 곳으로 켄이 등장하자 김 대위가 헐레벌떡 달려 왔다.
"오셨습니까?"
"그래. 수고 많다. 너한테만 알려 줄께. 이제 남대문 시장에는 좀비는 없어. 낮에 모조리 처리해 버리고 좀비 피도 싹 씻어 버린 상태야. 어떻게 그런지는 묻지마."
"능력을 발휘한 것이군요."
"그럼 수고해."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외국인 놈을 추적한 결과 놈은 성조기가 걸려 있는 큰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광화문 근처의 주한 미국 대사관이었다. 몸을 숨긴채 대사관 안으로 들어 갔다. 실라이온의 안내로 놈이 있는 3층으로 올라 갔다. 놈외에 다른 두명이 함께였다.
"워리! 놈들이 의외로 대처를 잘하는것 같지 않아?"
"그렇지만 아무리 발악해도 무리야. 좀비를 모두 처리한다 해도 좀비가 흘리고 다닌 피까지는 어쩌지 못할테니까. 그런 피가 남아 있는 이상 좀비는 계속 등장할꺼다. 또한 동물들에게 감염이 된다면 걷잡을수 없게 되겠지."
"부산에는 언제 살포할꺼냐?"
"서울의 상태를 지켜 본후에 실행할꺼다."
놈들의 대화로 확신할수 있었다. 이들의 대화는 모두 녹화되고 있었다. 이대로 놈들을 방치해 두면 부산까지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죽일순 없었다. 이놈들을 죽인다면 다른 놈들이 퍼뜨릴게 뻔했다.
"그런데 상부에선 왜 이런 명령이 떨어진거냐? 좀비가 퍼진다면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질텐데 이런 명령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좀비를 순식간에 죽일수 있는 무기라든가 세균같은게 있지 않을까? 안그러면 이런 미친 명령은 하지 않을꺼야."
"그런게 정말 있을까?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에도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하던데 수십억명이 죽을꺼야."
"우린 그냥 명령에만 따르면 돼."
상부의 대체 누가 이런 지시를 내린것인지 미친 놈이 틀림없었다. 지구 인구 삭감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놈들중 한명일것이다. 이들이 미국 대사관에 있는 만큼 미국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놈이다. 이들의 대화를 계속 듣고 있었지만 그후로는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일단 놈들에게 추적 마법을 걸어 두고 대사관을 빠져 나와 안가로 이동했다. 강식이는 잠이 든 상태였다.
"고 국장을 불러."
고 국장을 기다리며 현수와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을때 고 국장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 발생한겁니까?"
"앉아서 숨 좀 돌려."
급하게 온 모양인지 숨이 거친 국장이 안정되길 기다리며 대사관에서 녹화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음...그럼 저들이 남대문 시장에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한 범인들이란 말이군요."
"그래. 미국 대사관 직원들같았다."
"예엣? 미국 대사관요?"
"저곳은 미국 대사관 3층에 있는 방이야."
고 국장은 급히 영상에 등장한 3명의 사진을 찍고는 폰으로 전송해 누군지 알아 본다고 했다.
"남대문 시장의 포위망은 아직 풀지마. 포위를 풀어 버리고 좀비가 완전히 소탕되었다고 하면 놈들은 부산으로 갈꺼야."
"그렇게 보고하고 24시간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그들이 만약 행동에 나선다면 증거를 잡아 체포해."
"체포는 어려울것입니다. 외교관 신분이라면 손을 댈수가 없으니까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 전복을 꿰하는 놈들이다. 좀비 사태는 그 정도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외교관이라도 해도 그런짓을 하는 놈들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미국이 압력을 가하더라도 이런 일에는 절대로 굴하면 않된다. 잠시후 고 국장이 폰으로 전송되어 온 내용을 말해 주었다.
"그들 3명은 모두 CIA입니다."
"CIA? 놈들이 행동에 나선다면 모든 장면을 녹화하고 여차하면 죽여 버려."
"......"
과격한 발언에 국장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고 있는 중일것이다. 국정원을 국장 혼자서 맘대로 할수는 없다. 국정 원장에게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국정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장이 과연 그렇게 밀고 나갈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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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야마는 친구인 사쿠마와 함께 좀비들을 죽이고 다녔다. 그때 자위대 군인들이 좀비에 둘러 쌓여 고전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군인들이 총으로 좀비의 머리를 박살낼려면 수십발의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한다. 수류탄 한발이면 단번에 몇명의 좀비를 죽일수 있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일본의 주택 사정으로 인해 수류탄을 사용하면 삽시간에 큰화재가 발생하게 될것이다. 이런 주택가에서는 그런 이유로 총만 사용하고 있는것이다.
탕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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