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아일랜드에서(1)
271화.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을때 공항밖에선 사이렌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경찰차나 엠블런스의 사이렌 소리 같았다.
"에이, 씨! 귀찮게. 텔레포트!"
번쩍.
켄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공항 경찰들은 급히 주변을 둘러 보며 켄을 찾고 있었지만 공항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는 없었다. 공항밖으로 이동한 켄은 급히 투명 마법을 펼치고 다시 한번 공항 멀리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공항에서의 일은 얼굴에 환상 마법을 펼쳐 놓은 상태였기에 얼굴은 알아 볼수 없을것이겠지만 이것으로 전세계로 능력자에 관한 일이 퍼지게 될것이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아공간을 열어 옷을 갈아 입고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캐슬바의 브리피 우즈 호텔로 부탁한다."
중년의 택시 운전수는 뒷쪽의 켄을 슬쩍 훔쳐 보곤 택시를 출발시켰다. 택시안에는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라디오에선 이미 공항의 테러에 관한 사건이 속보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직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는지 테러가 발생했다는것만 알리고 있었다. 사무엘이 예약해 놓은 우즈 호텔로 택시를 타고 간 켄은 안내한 룸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TV를 켰다. 역시 공항의 테러 사건이 속보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의문의 사내가 테러범을 제압했으며 부상자들까지 모두 치료를 했다는 보도가 계속 방송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의문의 사내가 누군지 열띤 토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상에서 완쾌된 자들의 인터뷰도 방송되었다. 완치된 사람중의 한명이 그 자는 '동양의 성자'라고 했다. 또한 의문의 사내는 미스테리어스한 존재라고 했다. 공항의 방법 카메라 영상을 보여 주며 무엇이 미스테리한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었다.
첫째, 화장실로 들어 간 장면은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는데 화장실안에서 걸어 나왔다. 둘째, 순간 이동을 했다. 공항 로비쪽에서 갑자기 총격을 당해 쓰러진 사람들에게로 순간 이동해 왔다.
셋째, 수술도 하지 않은채 총알을 빼내고 중상자는 물론 경상자들도 모두 치료를 했다. 넷째, 테러 리스트가 쏜 총알이 그 자 앞에서 무언가에 막혀 튕겨져 나갔다.
다섯째, 테러 리스트를 제압하긴 했지만 너무 잔인했다.
그 자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뉴스 스튜디오에선 제각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아직 저들은 지구에 능력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고 있다면 바로 능력자라는 말이 나왔을것이다.
부르르.
"고 국장이 왠일이야?"
- 지금 어디에 계시는겁니까? TV는 보셨습니까?
"TV는 왜?"
- 몇시간전에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샤논 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그곳에 능력자가 등장해 테러 리스트를 제압하고 부상자들까지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방송이 되고 있는것 같았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방송되고 있을것이다.
"그거 내가 한거야. 지금 아일랜드에 와 있거든."
- 예엣?
"놀랄것 없어. 이참에 능력자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 ...음. 제 입장에선 뭐라고 말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고 국장에겐 알아서 한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TV를 끄고 프런트에 연락해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다. 박스터 제약 회사로 찾아 가기 위해서다. 공항 근처에서 이미 옷도 갈아 입고 환상 마법으로 얼굴도 바꾼 덕으로 공항에 등장한 의문의 사내라고는 누구도 알아 볼수 없을것이다.
부우웅.
택시를 타자 운전수가 놀라는 표정이었다. 왜 그런가 싶었다. 택시 운전수는 멋쩍은듯 공항에서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택시를 탄 사람이 동양인이어서 공항에 등장한 사람이 아닐까하고 일순 생각했다고 했다. 이래서는 동양인 얼굴로는 어디로도 돌아 다니지 못할것같았다. 얼굴을 서양인으로 바꾸었어야했다고 후회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배 떠난 항구였다.
박스터 제약 회사 근처에서 내린 켄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는 회사내로 잠입했다. 이곳에도 어디에서 바이러스를 제조해 보관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무작정 회사 건물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 건물 밖에서 하늘을 날아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며 회사 CEO로 보이는 놈을 찾아 보았다. 책상 한개만 있는 사무실이 회사 CEO가 있는 곳일꺼다.
'저놈이겠군.'
백인 한명이 큰책상앞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블링크 마법으로 창문을 통과해 사일런스 마법을 펼친후 모습을 드러냈다.
"말 좀 묻자."
"응?"
벌떡.
"누, 누구냐?"
"딱 한가지만 물어 보자. 이 회사에서 제조하는 Z 바이러스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거냐?"
Z 바이러스라는 말이 나오자 백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곳엔 어떻게 들어 온거냐?"
"저곳으로 들어 왔어."
창문을 가르켜 주었다. 손가락을 따라 창문을 바라본 놈은 멍한 표정이었다.
"이미 다 알고 왔다. 어디에 있는지 말해. 말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입을 열수 밖에 없어."
"뭘 말하는거지?"
"Z 바이러스!"
"Z 바이러스?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놈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저벅.
"꼭 피를 봐야 입을 연단 말이야."
"자, 잠깐만!"
"이미 늦었어."
덥석.
왼손으로 놈의 손목을 거머쥐었다. 그러자 놈은 다른 손으로 켄의 손을 후려 칠려고 했다. 그런 손을 오른손으로 쥐며 힘을 주었다.
"으윽!"
"피를 보기전에 말하는게 좋을꺼야."
"이, 일단 이걸 놔."
놈의 말대로 손목을 놓아 주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제 말해 봐라."
"이, 이곳 지하에 보관되어 있다."
실라이온을 불러 놈의 말이 진실인지 알아 보게했다. 하지만 지하에는 약품이 들어 있는 상자같은건 전혀 없다고 했다. 놈이 거짓말을 한것이다.
"장난하냐? 지하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
"거짓말 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저벅.
"자, 잠깐만.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이 건물 뒷편 건물 지하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놈에게 다시 한발 다가가자 놈이 뒷걸음치며 실토했다. 만약 이번에도 거짓말을 한다면 어디 한군데는 박살내 버릴 생각이다.
- 켄님! 이곳에 있어요.
- 수고했어. 감시 카메라를 작동 불능으로 만들어 버리고 좌표를 알려줘.
이번에는 진짜였다. 놈을 슬립 마법으로 재우고 기억을 소거한후 의자에 앉혀 놓고 책상위에 엎드린 자세를 취해 놓았다. 놈이 깨어난다면 깜빡 잠들었을것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실라이온이 알려온 좌표대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Z-1이라고 쓰여진 박스가 지하가 비좁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그런 박스를 모두 녹화하고 상자 한개를 뜯어 안에 있는 물건도 촬영을 해 놓았다. 뜯은 박스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우즈 호텔로 공간 이동해 왔다. 이제 아일랜드에서의 볼일은 끝난 상태다. 한국으로 돌아 가는 일만 남았다. TV에서는 여전히 공항에 등장한 켄에 대해서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켄이 치료해준 자가 스튜디오에 등장해 공항에서의 체험담을 털어 놓으며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보답을 하겠다며 연락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럴때에 코멘테이터 한명이 음모론을 주장했다. 마치 테러리스트가 공항을 습격하는걸 알고 있는 것처럼 등장해 제압할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한패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 자가 한통속이 아니라면 정체를 밝히라고 역설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던지 꼭 저런 놈이 있다. 화가 났지만 참을수 밖에 없었다. 일일히 그런 일로 반응한다면 끝이 없을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에는 12명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웨이트에게 메뉴판을 보며 어떤 요리인지 물어 본후 생선과 새우 튀김, 그리고 와인 한잔을 부탁했다. 맛은 그저그랬다. 특별히 맛있다고는 느낄수 없었다. 그런 식사를 절반쯤 마쳤을때 주변의 공기가 바뀐것을 알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자 레스토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켄의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수 없었다. 그럴때 앞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벌떡.
눈이 마주치자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켄쪽으로 걸어 와 말을 걸었다.
"저어...동양의 성자가 아니신지요?"
"동양의 성자? 그게 뭔데?"
TV의 인터뷰에 샤론 공항에서의 테러로 인해 부상당한 자가 등장해 자신을 고쳐준 자는 동양의 성자라고 말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다.
"샤론 공항에 등장한 성자를 말하는 겁니다. 당신이 그 성자가 아닌가 해서 실례를 한겁니다."
"내가? 얼굴이 전혀 다르잖아. 무슨 증거로 내가 성자라는 거지?"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켄이 부인하자 청년은 확신을 한다는듯 쇄기를 박는 발언을 했다.
"당신의 손에 낀 그 반지가 증거입니다. TV에 방영된 공항에서의 감시 카메라에 양손가락에 반지를 낀 동양인이 테러범을 잡은 성자입니다. 그 성자는 부상당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었습니다. 치료 장면을 크게 확대해 보도할때 성자의 양손가락에는 반지가 한개씩 끼여 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반지는 한손에만 낍니다. 하지만 성자는 당신처럼 양손가락 중지에 한개씩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성자가 틀림없다고 확신합니다."
"......"
아차 싶었다. 너무 쉽게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얼굴만 환상 마법으로 바꾸었을뿐 다른 신체는 그대로였다. 설마 손가락의 반지를 주목할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이것으로 빼도 박지도 못할 상황에 처해 버렸다. 호텔방에서 계속 TV를 보고 있었다면 반지 이야기도 알았을것이다. 박스터 제약 회사로 간 사이에 보도가 된것같았다.
"후우, 그래 내가 한게 맞아."
"저, 정말 성자십니까?"
"성자는 아냐. 조금 특별할 뿐이지."
우르르.
숨을 죽이며 대화를 듣고 있던 레스토랑의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켄의 테이블을 빙 둘러싸 버렸다.
찰칵찰칵.
스마트 폰을 꺼내 켄의 얼굴을 찍거나 녹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사진이나 녹화는 그만해. 내가 동물원 원숭이냐?"
"모두 그만 두십시요. 이분은 아일랜드의 영웅이시며 성자십니다. 실례되는 행동은 삼가해 주십시요."
처음 말을 걸어온 청년이 알아서 나서 주었다. 그런데 영웅이나 성자라는 말은 낮간지러운 일이었다.
"사인 한장 해 주십시요."
펜과 수첩을 내미는 중년인의 얼굴은 감격에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인이라곤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이름도 어떤것을 사용해야 될지 망설여지고 있었다. 본명인 박건, 야먀모토 켄, 핸드 이렇게 3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스사삭.
영어로 Ken이라고 후려 갈겨 주었다. 가장 적당한 이름같았다. 그러자 너도나도 사인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마치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는것처럼 레스토랑의 손님들이 모두 사인을 원했던 것이다. 그럴때였다.
"지금 이곳에 성자라는 분이 계십니다. 성자의 얼굴이 보이시죠?"
"당신 지금 뭐하는 겁니까?"
스마트 폰으로 녹화를 하면서 주절거리는 청년에게 처음 말을 건 청년이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스마트 폰을 켄에게로 내밀며 받아 보라고 했다.
"뭐지?"
"방송국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뭐라고?"
깜짝 놀랐다. 언제 연락을 한것인지 영상 통화를 연결해 놓은것이다.
"후우, 그냥 네가 들고 있어."
폰을 내민 청년에게 들고 있으라고 했다.
- 당신이 샤론 공항에서 테러범을 제압한 것입니까?
"그래. 내가 한게 맞아."
- 부상자들도 당신이 치료한게 맞습니까?
"맞아. 그런데 이거 꼭 심문받는거 같다."
슬슬 화가 날려고 했다. 제멋대로 연결시켜 놓고 추궁하는듯한 질문에 배알이 꼴려왔다.
- 확인이 필요해서입니다. 조금만 참아 주십시요. 당신은 지금 성자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정말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는 증거를 보여 주실수 있습니까? 또한 공항에서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왜 다른지도 알려 주십시요.
"그런걸 내가 왜 증명해? 그리고 기계를 보면서 말하는건 취미가 아냐. 물어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와."
더이상 참을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딜 가시는 겁니까?"
"그걸 내가 일일히 말해 줘야 하나?"
아직 식사도 끝나지도 않았는데 레스토랑을 나갈수 밖에 없었다. 그런 켄을 사람들이 따라 오고 있었다.
"귀찮게시리. 워프!"
번쩍.
켄이 공간 이동으로 자신의 호텔방으로 사라져 버리자 따라 오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한편 성자라고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눈앞에서 공간 이동을 직접 목격한 것이기 때문이다. 호텔방으로 돌아온 켄은 냉장고를 열어 생수 한병을 꺼내 마시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때 호텔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창가로 다가가 호텔밖을 바라보자 언제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몰려 왔는지 성자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대로 사라져 버릴까도 생각해 봤다. 언젠가는 능력자에 관한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이 기회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삐리리리.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때 호텔방 전화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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