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화. 헤르난데스 영지(1)
325화.
기사 한명이 급히 달려와 보고를 했다. 기사들에겐 백작의 가족들을 찾아 모조리 죽이라는 지시를 내려 놓았다. 화근의 싹을 미리 제거해 놓는것이다. 귀족들은 다른 귀족들과 얽히고 설켜있는 상태다. 특히 고위 귀족이라면 다른 고위 귀족과 혼인 관계로 묶여져 있다. 그런 외가쪽으로 백작 아들이 피신한다면 그 아들을 내세워 영지전을 신청할지도 모른다. 그런 싹을 자르는데 실패를 한것이다. 아마 저택 어딘가에 비밀 통로로 있을 것이다. 저택안에 숨어 있다면 병사들이 들이 닥쳐 샅샅이 찾으면 발각될게 뻔했다.
- 노에스! 지하에 비밀 통로를 찾아 도주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면 생매장시켜 버려.
지하의 비밀 통로로 도주하고 있다면 노에스가 진동으로 감지해 찾을수 있을 것이다.
"넌 병사들을 통솔해 끌어낸 자들을 분류해."
"명!"
기사가 다시 달려 가자 노에스가 보고를 해왔다. 지하의 통로로 달려 가는 기사 한명과 어린 아이 한명을 매장시켰다고 했다. 내성은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서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남작군 병사들이 거칠게 시녀들이나 일꾼들을 끌어 내고 있었다.
"반항하지 않는한 거칠게 다루지 마라!"
흥분한 병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잠시후 슬라프 남작이 저택안으로 들어 왔다.
"외성은 물론 내성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좋아. 주민들에게 절대 피해를 끼치지 않게끔 병사들 단속을 철저히 해. 이제 이곳은 남작 영지가 될꺼야."
"이미 그런 지시를 내려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백작성을 완전히 제압할수 있었습니다."
"아직 끝난게 아냐. 백작 영지에는 자작령과 남작령이 있다며? 그런 영지에 항복하라고 전령을 보내. 항복한다면 살려 주고 반항한다면 모조리 죽인다고 해."
한개의 자작령과 3개의 남작 속령이 존재하는 백작 영지였다. 그들 자작과 남작들은 단승 귀족이다. 백작이 죽고 백작성까지 완전히 빼았겨 버린 이상 그들의 작위도 사라져 버린다. 이미 그들 귀족들은 목이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백작과 같이 있었던 귀족들이었다. 영주가 죽은 이상 더이상의 반항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도주한 백작 가족 두명도 이미 처리해 놓았다. 이제 알아서 백작령을 수습해."
"감사합니다."
"수습이 완전히 끝나면 헤르난데스 영지를 한번 찾아와."
"반드시 방문하겠습니다."
슬라프 남작에게는 자신에 대해선 될수 있는한 비밀에 붙이도록 말해 두었다. 어쩔수 없을땐 용병으로 어렵게 섭외를 했다고 말하라고 했다. 백작성에서 며칠을 머물렀다. 돌발적인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기에 어느 정도 안정이 될때까지 백작성에서 거주하며 가끔씩 병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은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반기를 들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할것이다. 이미 남작군에 완전히 복속된 상태로 이전보다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백작 속령인 자작령과 남작령도 항복한 상태로 이제 슬라프 남작은 거대한 영지의 영주가 될것이다. 이런 영지를 보유하게된 남작은 머지않아 작위도 상승하게 될것이 분명했다. 남작 작위만으로 이런 영지를 보유할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백작까지는 올라 가지 못하고 자작정도가 고작일것이다. 왕국에 공을 세운 일이 없기에 그 정도만 해도 괄목적할 정도로 출세를 하는 것이다.
다음날 이반과 함께 헤르난데스 영지로 돌아 간다고 하자 슬라프 남작이 편지 두개와 큼직한 상자를 한개 건네 주었다. 상자에는 금화와 보석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 보석중 한개를 꺼내 이반에게 던져 주고 다른 것들은 영지 복구 자금으로 쓰라고 하며 받지 않았다. 이반을 데리고 워프 마법으로 헤르난데스 남작령으로 이동해 남작을 불러 편지 두개를 건네 주며 하나는 며느리인 샤미에게 주라고 했다.
"영지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이트 백작령을 완전히 정복해 슬라프 남작에게 줬어."
"허억! 그, 그럼 슬라프 남작령은 거대한 영지가 되었겠군요."
"왜? 부럽냐?"
당연히 부러울것이다. 먼옛날엔 헤르난데스 공작령은 거대한 영지였지만 지금은 왕국에서 가장 작은 영지로 전락해 버린 상태다.
"영지가 거대하면 뭐하냐? 관리하기 귀찮기만 할텐데. 특히 마법사인 넌 영지를 돌볼 시간이 있어? 마법 공부하기도 시간이 없을텐데."
그런 지적을 하자 남작은 할말이 없는듯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때에 샤미 부인이 식사를 초대했다. 친가의 영지전을 도와 준것에 대한 인사였다. 빈손으로 가기도 뭐해서 부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애들에게 줄것도 준비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냐. 오랜만에 몸도 풀수 있었어. 그리고 이건 선물이야. 너희들에겐 이걸 줄께."
부인에겐 온도 조절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 목걸이를 주고 애들에겐 밀가루에 묻힌 사탕을 한통씩 주며 어떤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사탕을 처음 먹어 보는 애들이 너무 좋아하자 나중에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밤이 되어 아슈린이 찾아 왔다. 2서클 고리를 만들수 있을것 같으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아슈린의 몸속을 살펴 보자 2서클을 만들기에는 마나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그런 아슈린을 데리고 헤르난데스 남작을 찾아 갔다.
"남작! 이곳에 마나 집적 마법진이 있나?"
"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해. 아슈린에게 사용하게 해 줄꺼야."
남작에게 사정을 말해 주었다. 남작을 따라 지하로 내려 가자 큰마법진 한개가 바닥에 그려져 있었다. 마나 집적 마법진이었다.
"발동시켜봐."
남작이 마나를 불어 넣어 발동시키자 마나가 몰려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진을 유지하는 마나석이 중하급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만 해제시켜."
마법진을 해제시킨 남작이 켄을 바라 보자 아공간을 열어 마나석 가루을 꺼냈다.
"저곳에 마나 집적 마법진을 한개 더 그려 놓아도 되지?"
"무, 물론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운 마나 집적 마법진을 그렸다. 그런 마법진을 남작과 아슈린이 눈여겨 살펴 보고 있었다.
"상급 마나석을 박아 놓았다. 다시 발동시켜 봐."
화아아악!
옆쪽에 있는 마법진과 달리 마나가 몰려 드는 속도는 물론 마나량도 엄청났다.
"두개의 마법진을 동시에 발동시키진 마라. 저쪽엔 3서클이하의 마법사만 사용하고 이 새로운 마법진엔 3서클 이상만 사용하도록."
원래있던 마나 집적 마법진을 발동시키고 아슈린에게 들어가 마나 연공을 시작하라고 했다. 연공을 하면서 2서클로 만들수 있으면 만들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제 아슈린이 알아서 2서클 고리를 만들것이다. 다음날은 소영주인 제롬과 함께 영지 순찰을 할 생각이다. 이제 남작이 완전히 영주 자리로 돌아와 대리 영주였던 제롬은 소영주 자리로 내려 온 상태다.
"북크! 이제 마차에 익숙해졌냐?"
"아, 아직입니다."
"계속 몰다 보면 일숙해질꺼다."
북크는 영주성의 마부로 취직된 상태다. 켄 전용 마차 마부다. 말 두마리를 관리하고 마차를 손질하는등의 일을 하며 마부 역활도 한다.
"근데 넌 어느 마을 출신이냐?"
"폴라리스 마을 출신입니다."
"오늘은 그 마을도 간다. 소영주와 영지 순찰을 갈려고 하거든. 한시간정도 시간을 줄테니까 네집으로 가져갈 선물같은걸 구입해 둬."
"가, 감사합니다."
북크가 외성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마스터와 북크를 본 제롬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고서클 마법사치곤 너무 자유분방했다. 아버지처럼 마법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영지민들을 내팽겨치고 서클 한개를 올리기 위해 모든 삶을 바친 생활이었다. 자유롭다고 생각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늘 압박감과 초조함에 물들어 자신을 둘러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럴때에 이계에서 왔다는 마스터가 등장했다.
영주만이 볼수 있다는 내용을 아버님이 말해 주었을땐 충격이었다. 가문의 위대한 선조이신 헤르난데스 공작님의 마스터라는 분이 이계에서 다시 찾아온것이다. 이계가 어떤곳인지는 모르지만 귀족은 물론 평민이나 시녀들에게도 차별없이 똑같이 대우를 해주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마 방금전처럼 마부에 대한 행동으로 자유스러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자신도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모든것을 버렸다. 고서클 마법사의 행동, 말투등 모든것을 닮기위해 따라 한것이다. 그러자 몸이 이상해졌다. 생각을 달리하자 갑자기 마나가 몰려 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깨달음이라는 거구나.'
선 자세 그대로 급히 몰려드는 마나를 뭉쳐 서클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북크가 외성으로 달려 가고 있을때 갑자기 주변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 마나가 소영주인 제롬에게 몰려 들고 있었다.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잘된 일이다. 제롬을 보호하기 위해 음성 차단 마법을 주변에 펼쳐 두었다. 잠시후 마나 유동을 감지한 남작이 헐레벌떡 뛰쳐 나왔다.
- 조용히 해. 제롬이 지금 깨달음을 얻고 있는 중이다.
- 아! 감사합니다.
- 감사는 무슨, 스스로 알아서 깨달은거다.
제롬은 깨달음을 수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남작이 깨달음을 얻어 5서클로 올라 갔을땐 반나절정도 걸렸지만 제롬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마스터! 쉬십시요. 제롬은 제가 지켜 보겠습니다.
- 아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끝까지 지켜 보는게 좋을것 같다.
북크가 짐을 한가득 들고 돌아 왔지만 내일 출발한다고 말해 주었다. 제롬이 영주 저택 앞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는 탓으로 성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문이 퍼졌다. 제롬은 다음날 새벽녁이 되어 깨달음에서 깨어났다. 무려 두단계나 상승해 5서클이 된것이다. 비록 5서클 유저에 불과했지만 굉장한 일이었다.
"축하한다."
"아, 감사합니다."
"어떻게 된거냐?"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현자같은 대답이었다. 제롬은 눈빛은 물론 생각도 깊어 진것 같았다. 이제 남작 부자(父子) 둘이 5서클이다. 이제 어느 정도 마법 가문다웠다. 영주인 남작이 6서클정도만 되어도 왕국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영지로 탈바꿈될것이지만 아직은 무리다.
"제롬, 넌 일단 쉬어라. 오늘 영지 순찰은 남작과 같이 가겠다."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잠을 자기는 애매한 시간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마차안에서 편히 앉아 창밖으로 바라 보며 영지민들과 외성을 구경했다. 아직 외성밖으로는 한번도 나가 본적이 없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돌아 다니는 영지민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의 복장이 거지같았다. 그들의 손에는 작은 나무로 만든 호미같은게 들려 있었다.
"저들은 어디로 가나?"
"모릅니다."
남작의 대답이었다. 하긴 늘 마법 연구실에 틀어 박혀 영지민을 돌보지 않았던 남작이 알리가 없었다.
"북크! 저들이 어딜 가는지 아나?"
마부석쪽에 달린 작은 창문을 열었다, 북크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들은 풀뿌리를 캐러 가는 것입니다."
"풀뿌리? 아니, 그토록 먹을게 없단 말이냐?"
"......."
북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주가 마차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식량을 풀지 않았어?"
"그게 아직..."
"북크! 마차를 멈추고 저들을 불러 모아. 외성 경비에게 말해 밖으로 나간 사람들도 모두 불러 들이도록 해."
히이잉.
마차를 멈춘 북크는 외성밖으로 나갈려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마차에는 영주가 타고 있다는 표식인 깃발은 걸려 있지 않은 상태다. 남작성에는 3천여명이 살고 있었다. 영주성치고는 너무 적은 인원이었다. 그만큼 작은 영지였다.
"너희들에게 식량을 배급해 주겠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불러 내성앞으로 모이라고 해."
"누, 누구신지요?"
"남작! 남작이 나와서 말해."
마차안에서 헤르난데스 남작이 등장하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민 모두에게 전하라. 내성앞으로 오면 식량을 준다."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영주님!"
"영주님! 만세!!!"
환호성이 터졌다. 그런 이들을 뒤로 하고 영지 순찰은 뒤로 미룰수 밖에 없었다. 내성으로 돌아가 영지민에게 줄 밀가루와 옥수수, 소금을 꺼냈다. 한가족에 한포대씩 나누어 줄 생각이다. 내성앞으로 몰려든 영지민들에게 가족 단위로 오라고 하며 식량을 지급하면서 호구 조사도 병행했다. 가족수가 많든적든 일단은 무조건 밀가루와 옥수수 한포대와 소금을 조금씩 지급했다.
이들 영지민들은 집으로 가져간 밀가루를 풀어 보고는 깜짝 놀랄것이다. 귀족들이나 먹을수 있는 새하얀 밀가루였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영지민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영주를 칭송했다는 후문이다. 어쩔수없이 영지 순찰은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출발했다. 전날 아침처럼 나무 호미를 들고 풀뿌리를 캐러 다니는 영지민은 없었다. 오늘은 제롬이 동행했다. 깨달음을 어느 정도 수습한 제롬이 자청한것이다.
"영주성을 세울 부지는 알아 봤냐?"
"아직입니다. 지시를 내려 놓았지만 적당한 곳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