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구사일생
314화.
로지와 리신이 범인이 누군지 캐 물었지만 말해 주지 않았다.
"야! 무기 좋다. 놈들꺼냐?"
"그래. 한개씩 가져가."
"정말이야?"
로지에게는 롱소드를 주고 덩치가 큰 리신에게 헬버드를 선물해 주었다.
"고맙다."
"나도!"
"고맙다면 나중에 찾아 올때 술과 고기나 가져와."
이번 일로 인해 움막 근처에 감지 장치를 해 두었다. 마른 나무 조각을 끈으로 줄을 묶어 건드리면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나도록 하는 장치였다. 또다시 습격을 할때는 한밤중이 될것이다. 한번 실패한 이상 다음은 더욱 조심스럽게 습격해 올것이 뻔했다. 이번 사건으로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픔속에 자금이 풍부한 이상 하루에 한끼 그것도 딱딱한 흑빵만으로 끼니를 떼우지 않아도 되는게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아침은 여관 식당으로 가서 따뜻한 수프와 말랑한 빵으로 식사를 하고 고기와 부더러운 빵을 사서 움막으로 돌아가 하루에 세끼를 먹는 생활이 며칠이나 지속되자 서서히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 어느날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밤이었다. 움막은 비가 와도 비가 안으로 새어 들지 않게끔 진흙으로 지붕과 벽에 발라 놓은 상태다.
다그락.
비소리와 함께 나무 조각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즉시 마나 연공을 중단하고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아티팩트 반지의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발동시키며 밖으로 나가 움막 근처의 수풀로 향해 큰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주변을 살펴 보았다. 어두운 밤인 탓으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한두명이 아니었다.
놈들이 움막을 빙 둘러 싸자 갑자기 환한 불이 켜졌다. 마법등이었다. 모두 5명이 움막을 포위한 상태다. 복장으로 볼때 모두 용병으로 보였다. 얼굴도 가리지도 않은 상태로 한놈이 신호를 하자 모두가 움막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런 놈들이 움막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급히 무기로 무너진 움막안을 푹푹 찌르며 확인을 하고 있었다.
"찾아라. 멀리 가지 못했을꺼다."
5명이 사방으로 일제히 흩어졌다. 놈들중 한놈이 자신이 있는 나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다른 놈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소리없이 죽여야 한다.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놈의 뒤에서 입을 막고 목을 그어 버리고는 살며시 놈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이곳 언덕산의 지리는 이미 눈을 감고도 알수 있을 정도였다. 한놈을 처리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놈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무너진 움막앞에는 마법등을 들고 있는 놈이 동료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훤한 저곳으로는 접근할수 없다. 수풀쪽으로 들어간 놈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어두운 밤인 탓으로 멀리 가지도 못했다. 그런 놈의 뒤로 살며시 접근해 바스타드 소드로 뒷목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
푹.
비명도 없었다. 부르르 떠는 놈이 목앞으로 삐죽 튀어 나온 칼날을 잡고는 그대로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놈의 몸을 부축해 살며시 바닥으로 내려 놓으며 다시 움직였다. 다른 두놈까지 처리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 지리에 어두운지 천천히 움직이는 놈들의 뒤를 장악해 목에 찔러 넣는 식으로 남은 두놈을 죽이고 마법등을 들고 있는 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턱.
"응? 찾았냐?"
휘이익.
탁.
'제기랄.'
놈의 반대편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는 놈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 섰을때 등을 향해 다시 돌을 던졌지만 맞지 않고 건너편 나무에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이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모두 돌아 와라."
탁.
"응? 누구냐?"
다시 반대편으로 돌을 던져 시선을 바꾸었다.
휘익.
다시 실패다. 놈의 건너편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돌멩이를 바라 보곤 급히 자리를 이동했다. 놈이 뭔가를 알아 차렸을것이다. 역시 놈은 자신이 있던곳으로 질주해 왔다. 마법등으로 환한 불빛이 수풀속을 비추었지만 아무리 찾아 봐도 찾을수 없을 것이다.
"음...당했군."
동료 한놈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놈은 얼핏 눈에서 푸른 광망이 쏟아져 나왔다.
'제길! 놈은 익스퍼트다.'
마나를 다를줄 아는 놈이었다. 검을 다를줄 아는 놈은 소드 유저다. 그 검에 마나를 담아 휘두를수 있다면 소드 익스퍼트로 초,중,상,최상급의 4단계로 보유한 마나와 실력에 따라 나누어 진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을 넘어서면 소드 마스터로 불리우며 검에 담은 마나를 쏘아 낼수도 있다. 소드 마스터 경지는 전대륙에 몇명없을 정도로 검의 지배자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소드 마스터위에 그랜드 마스터라는 등급이 존재하지만 이 대륙에 그랜드 마스터가 등장한적은 없다고 들었다. 저 놈은 최하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다, 그런 놈을 상대로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길수 있을리가 없었다. 피하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있는 탓으로 자신의 발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이 상태라면 언제 따라 잡힐지 모른다. 위기였다. 외성벽으로 어떻게든 가야했다. 성벽위에는 경비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런 경비병들에게 도움을 청해야한다. 지금은 조심스럽게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도로까지만 나가면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딱딱한 도로는 비록 비포장 도로지만 비가 내리고 있기에 발자국이 씻겨져 내려 갈것이다. 놈이 멀리 있는 이 틈에 잰걸음으로 도로쪽으로 향했다.
주르르.
쿵.
발빝이 미끄러운 탓으로 주르르 앞쪽으로 쏠려 나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빌어먹을!"
이제는 달려 가야했다. 익스퍼트라면 방금 울린 소리를 감지했을것이다.
후다닥.
어두운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도중에 미끄러지며 넘어지길 반복했지만 어떻게든 도로까지 무사히 내려 올수 있었다. 얼굴과 팔다리 이곳저곳이 나뭇가지에 긁혀 따근거리고 있었지만 정신없이 달려갔다.
"허억! 제기랄."
역시 소리를 듣고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를 듣고 따라 오는것 같았다. 성벽까지는 먼거리가 아니다. 마법등을 들고 달려 오는 모습이 성벽위에서도 감지했을것이다. 이런 비 내리는 한밤중에 마법등을 들고 달려 오는 광경은 심상치않는 일이 발생한것이라고 비상이 걸려 있을거라고 예상되었다.
"헉헉헉!"
저질 체력을 원망해야만 했다. 전보다는 많이 살이 붙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본래 몸의 50%도 되찾지 못한 상태다. 금방 턱밑까지 숨이 차 올랐다. 놈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 지고 있었다.
"하악하악!"
성벽까지 겨우 도착했을즈음 놈과의 거리는 겨우 50미터정도까지 좁혀진 상태였다. 성벽위에서는 경비병들로 보이는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했다. 전혀 긴장된 모습이 아니었다. 성벽위에는 환한 횃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런 횃불에 비추어지는 경비병은 고작 3명이었다. 비상은 커녕 무슨 일인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마법등을 들고 달려 오는 곳만 바라 보고 있는 놈들이 입을 열었다.
"벌써 끝난건가?"
"아닐껄. 끝났다면 저렇게 허겁지겁 달려 올리가 없잖아."
"끝났을꺼야. 무려 익스퍼트가 갔잖아. 오늘밤 송장놈은 제대로 송장을 치루었을꺼야."
저 경비병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놈들과 한패였다. 상부에서 경비병들에게 어떤 지시가 내려 왔는지 아니면 뇌물을 받아 먹었는지는 모른다. 만약 모습을 드러낸채 이곳으로 달려 왔다면 더욱 낭패를 당했을것이다. 슬금슬금 성벽옆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소드 익스퍼트 초급인 체테크는 송장이라는 놈을 제거하는 의뢰를 받았다. 놈을 조사하면 할수록 특이한 놈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사막에서 겨우 목숨만 붙어 운좋게 살아 남은 놈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스스로의 머리로 해결한것은 물론 살인 사건까지 해결해 버려 송장 해결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매일 먹거리를 가득 사서 외성밖의 언덕으로 올라 가는 놈은 머리만 비상한 놈이지만 체력은 형편없는 놈이었다.
저런 놈을 죽이라는 의뢰는 굳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 자신을 따르는 동생들을 데리고 한밤중에 언덕으로 올라갔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이런 날은 살인하기에 적당한 밤이다. 앞서 가던 동생놈이 무언가를 건드렸는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이 방비를 해 놓은것이다. 빠르게 이동해 놈의 움막을 파괴했지만 이미 놈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것이라고 판단해 동생들에게 수색을 지시했다. 그럴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급히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몸을 돌리자 이번에도 무언가가 날아 들었다. 놈이 자신에게 뭔가를 던지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즉시 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곳으로 달려 갔다.
근처를 살피고 있을때 놈을 수색하러 간 동생놈이 죽어 있었다. 어떻게 아무런 소리도 없이 죽일수 있는지 알순 없었지만 그제야 머리만 좋은 평범한 놈은 아니라고 알수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덕에 놈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 놈을 추적하고 있을때 큰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그곳으로 달려가지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도로쪽으로 달려 가는 놈을 계속 따라갔다. 하지만 달려가는 발소리만 들릴뿐 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리가 없었다. 놈은 성문으로 달려 가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큰실수를 하고 있었다. 경비병들은 이미 매수가 된 상태다. 그런쪽으로 달려가 구원을 청할려고 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성문앞에 도착하고도 놈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송장놈은 처리했습니까?"
"놈은 어딧지?"
"이쪽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역시 놈은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무슨 방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지는 곧바로 알수 있었다. 마법이다. 놈은 마법사가 틀림 없는것 같았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마법은 몇서클인지는 모른다. 그런 마법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놈은 이 근처에 숨어 있을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닥의 흔적을 찾아 보았다.
도로쪽에는 찾을수 없었지만 성문 왼쪽으로 찍힌 발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놈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놈을 추적했다. 놈이 마법사라고 확신이 든 이상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마법사는 마법을 발휘하기 위해선 마법 주문을 영창해야 한다. 그 틈을 노려 일격에 놈을 제압해야만 한다. 성문에서 30미터쯤 되는 거리에서 놈의 발자국이 사라졌다. 이 앞에 놈이 숨어 있을 것이다.
"송장 해결사! 모습을 드러내라. 그곳에 숨어 있는건 이미 알고 있다."
놈이 2미터도 되지 않는 앞까지 추격해 왔다. 더이상 움직일수 없었다. 하지만 놈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저절로 모습이 드러날것이다. 인비저빌리티 아티팩트는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몇분 버티지도 못하고 모습이 드러나면 놈에게 당할것이다. 머리를 쥐어짜 놈에게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했다. 결론은 모습을 드러 내기로 했다.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눈앞의 놈이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쇄도해 들어 왔다.
"파이어 볼!"
"허억!"
푹!
"소 ,소갓...꾸르르르..."
털썩.
놈은 목에 바스타드 소드가 꽂힌채로 뒤로 넘어갔다. 놈이 쇄도해 와 롱소드를 내밀고 있을때 파이어 볼이라고 외쳤다. 소드 익스퍼트라면 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놈의 코앞에서 한손을 내밀며 파이어 볼이라고 외친다면 깜짝 놀라 멈칫하게 될것이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릴생각이었다.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성벽위를 바라 보자 경비병들이 입을 쩍 벌린채 경악하고 있었다.
그런 놈들을 무시하듯 죽은 놈의 품을 뒤져 나온 물건과 무기, 마법등을 들고 비를 맞으며 움막으로 향했다. 외성안으로 들어 가고 싶었지만 한밤중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성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또한 성문안으로 들어 서면 경비병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제압할려고 덤벼 들지도 모른다. 움막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비가 내리고 있는 이런 밤에 움막을 고칠수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일단 죽은 놈들의 물건을 모두 회수하고 큰나무 아래로 가서 주저 앉아 마나 연공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이른 아침이 되자 외성 경비 책임자인 기사가 병사들과 함께 찾아왔다.
"송장 해결사! 어제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죽다가 살아 났습니다. 이 부근에 4명의 용병들이 쓰러져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성문 아래에도 한명이 죽어 있을 겁니다. 모두 절 습격한 놈들이죠."
"전번 습격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어떻게 용병들을 죽일수 있었나?"
"운이 좋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발소리가 빗속에 녹아 접근해도 잘 들리지 않는 밤이었죠. 이곳 지리도 제가 잘 알고 있는 곳으로 놈들의 뒤쪽으로 접근해 한놈씩 푹푹 찌른겁니다."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숨길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굉장하구만. 역시 우리 경비대에 들어 오지 않겠나? 자네같은 인재가 이런곳에서 썩는건 납득할수 없네."
"죄송합니다. 전 기억을 되찾아야 합니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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