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마나 폭주(2)
307화.
"윽! 않돼."
이래서는 않된다. 폭주하게 내버려 둘수 없었다. 폭주한 상태로 마나가 모두 사라질때까지 광인이 되어 끊임없이 살육을 펼치고 다니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죽일순 없다. 그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진정해! 진정하란 말이다."
어떻게든 진정시킬려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칙쇼(ちくしょう.빌어먹을)!"
마나가 폭주하기 전에 대비를 해야 했다. 자신이 처음 이계로 이동할수 있었던 일본의 치바켄(千葉県) 카모가와시(鴨川市)의 니에몬지마(仁右衛門島)로 동굴로 급히 이동했다. 지구로 되돌아 온후 한번도 이곳으로 와 본적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지만 동굴 바닥의 마법진은 그대로였다. 동굴 바닥에 감추어져 있는 마법진은 이동 마법진이다.
그곳에 마나를 주입해 이동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에서 이카리스 골드 드래곤이 남겨 놓은 마법 지식을 획득한것이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동굴 바닥의 차원 이동 마법진 중앙에 앉아 들끓는 마나를 진정시켜야 한다. 만약 폭주할 기미가 보인다면 주저없이 차원 이동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어 니루이스란 대륙으로 차원 이동해 갈것이다. 절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 내려왔다.
이를 악물고 윽지로 버티고 있지만 점점 힘겨워지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만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것이다. 마법사가 폭주하는건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다. 과도한 복수심과 회의감, 절망감에 물든 정신에 마나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마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나 마찮가지다. 지금까지는 지시하는 모든 일을 얌전히 이행했다. 그런 마나가 주인의 정신이 이상해지자 자신의 주도하에 정신을 차지할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폭주할 기미를 보이는 마나를 다독이며 아무리 진정시킬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마나가 드래곤의 마나인 탓도 있었다. 다른 마나와는 달리 원래 광폭한 마나다. 그런 마나를 이카리스 골드 드래곤이 정제를 시켰다고 하지만 근본 기질은 남아 있던것이다. 이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차원 이동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방법이다. 이계로 이동하면 마나는 굳어 버린다. 자연적으로 폭주는 멈추게 되는 것이다. 차원 이동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마나석에서 뿜어진 마나가 차원 이동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 가며 마법진이 발동되며 마법진 위에 시커먼 공간이 드러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드시 다시 돌아 온다. 기다려라.'
쩌정.
켄이 사라진후 지구는 유리 파편처럼 조각나 서서히 사라져 갔다. 평형 세계의 소멸이었다.
*******
"...으음."
엄청난 빛이 눈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제대로 눈을 뜰수도 없을 정도였다.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볼때 죽지 않고 무사히 차원 이동해 온것 같았다. 몇번이나 눈을 껌뻑이며 빛에 익숙해 질려고 했다.
"이곳은 대체 어디야?"
빛에 익숙해지자 급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혹시나 산속에서 몬스터들이 접근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켄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 전번에 도착한 깊은 산속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황량한 사막이었다. 그렇다고 모래만 늘려져 있는 사막이 아니라 붉그스럼한 흙과 돌들이 산재해 있는 그런 붉은 사막이었다.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훑어 보았지만 역시 보이는건 낮은 언덕과 붉그스럼한 사막이었다. 간간히 작은 나무들도 보였지만 드문드문 자라나 있는 광경에 차원 이동이 잘못되었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털썩.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빌어먹을!"
예상했던대로 몸속의 마나는 굳어 있었다. 더이상 마나 폭주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제는 굳은 마나를 풀어야 한다.
'아차! 이런 실수를...젠장할!'
마법 주머니를 아공안에 넣어 둔걸 잊고 있었다. 모든 신경이 마나 폭주를 막을려고 너무 집중한 나머지 마나 포션이 들어 있는 마법 주머니까지 생각이 가지 않았다. 큰실수였다. 또다시 마나를 풀기 위해 개고생을 해야 한다. 더구나 쨍쟁 내려 쬐는 햇빛을 피할곳이 없었다. 나무라고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고작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들 뿐이다. 그늘이라고는 보이지도 않았다.
생존을 위해선 물이 필수다. 이곳에서 어떻게 물을 구해야 할지 걱정이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상의를 탈의하고 런닝 셔츠를 벗었다. 그런 런닝 셔츠를 쭉 찢어 머리를 감아 보호했다. 탈수증(脫水症)을 막기 위해서다. 사막에서 가장 위험한건 탈수 증세다. 이곳의 상황을 살펴 보기 위해 가장 높은 곳을 찾아 걸어갔다. 3백미터 정도 앞에 있는 언덕이 가장 높았다. 걸어 가면서 호주머니를 모두 뒤져 어떤 물건이 있는지 살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물건을 아공간에 넣어 두고 생활한 탓이다.
"제기랄!"
벌써 몇번이나 욕설이 튀어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러다가 욕쟁이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고작 100미터 걸어 가지 않았는데 벌써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몇시간후면 해가 질것 같았다. 뙤약볕에서는 해방되겠지만 그 다음은 추위다. 사막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후욱후욱!"
순식간에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언덕을 오르는것도 쉽지 않았다. 언덕은 바위투성이였다. 바위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바위 아래에는 계곡이었다. 물이라곤 전혀 흐르지 않는 메마른 계곡이다. 계곡 저편에는 붉그스럼한 민둥성이 산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지구라면 북두칠성으로 북극성을 찾으면 방향을 알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으로는 북두칠성은 알지만 북극성은 모른다.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그런건 몰라도 상관없었다. 일단 생존을 위해선 물을 확보해야 한다. 바위 언덕을 내려 가면서 혹시나 바위틈에 물이 고여 있는지 살펴 보았지만 있을리가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이런 기온에 모두 증발해 버렸을것이다. 머리를 쥐어짜 사막에서의 생존법을 기억해 낼려고 애를 썼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본적이 있었다. 사막에서의 서바이벌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비닐 봉지가 있다면 푸른 나뭇잎을 비닐 봉지로 감싸 놓으면 몇시간후에 비닐 봉지에 물이 고인다. 나무 그늘 아래를 파고 드러 누우면 시원하다. 모래 사막에서는 뱀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메마른 사막에선 전갈을 조심해야 한다. 그늘진 바위 아래의 흙 색깔이 주변과 다른 곳을 파면 물이 있다. 나무 아래를 파도 물이 있지만 수미터이상을 파야 한다. 곤충이나 전갈, 도마뱀을 잡아 단백질을 보충한다. 물이 없을땐 마지막 방법으로 자신의 오줌을 받아 마신다등등의 생각이 떠 올랐다. 일단 돌들이 많은 것으로 볼때 돌밑에 전갈이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구가 아닌 이곳에도 그런 전갈이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일단 작은 나뭇가지 두개를 꺾어 조심스럽게 큼직한 돌들을 치우며 한곳에 말편자처럼 쌓아 놓았다. 되도록 편편한 면이 안쪽으로 오게끔 쌓아 놓은 것이다. 이렇게 쌓아 놓으면 태양빛에 돌이 달구어 진다. 달구어진 돌 편자 모양 안으로 들어가 등을 대면 밤에도 따뜻하다.
"어헉!"
있었다. 지구의 전갈과 비슷한 모양이다. 다른 점은 몸 전체가 붉고 꼬리가 두개라는 점이다. 꼬리끝에는 뾰족한 독침이 있었다. 아직 독침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실험해 볼 마음은 없었다. 전갈의 몸통을 나뭇가지로 누르고 꼬리를 다른 나뭇가지로 푹 찍어 끊어냈다. 몸통을 집어 앞쪽의 집게발 두개를 떼어낸후 입으로 가져갔다.
아삭!
물컹.
"우욱!"
역겨운 냄새에 구역질이 날려고 했지만 꾹 참고 씹어 먹었다.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이며 입에 침도 고이는 것이다. 그런식으로 몇마리를 더 잡아 먹자 해가 지고 있었다. 손전등이 있다면 밤에 이동을 하겠지만 깜깜한 밤에 이동하는건 위험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말편자 모양의 돌무더니안으로 들어가 등을 가져다 대었다. 돌의 열기가 등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 열기를 만끽하며 마나 연공을 하기 시작했다. 굳어져 있는 마나를 풀기 위해서다.
"후우! 시간이 걸리겠군."
꼼짝도 하지 않는 마나가 원망스러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슬슬 추위가 느끼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달이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밤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할 생각이다. 계곡 아래로 내려 가면 물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계곡이 있다는건 예전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증거다. 바위 아래로 스며 들어간 물이 고여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헉!"
언제 잠이 들었었는지 깜짝 놀라 일어났다.
"으으...춥다."
몸이 오돌오돌 떨리고 있었다. 희끄무레하게 뿌옇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몸을 움직여 추워도 떨춰내게끔 이동하기로 했다. 먼저 절벽 아래로 내려 갈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직 완전히 낡이 밝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아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돌아 다녀 겨우 내려갈만한 곳을 발견했다. 양쪽 절벽이 갈려져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틈이 있었다.
한쪽 절벽을 내려 가다가 힘에 부치면 반대쪽 절벽으로 발을 벌려 내려 가거나 쉴수도 있을것 같았다. 적어도 50미터 정도는 내려 온것같았다. 매끈한 절벽이 아니라서 발을 디딜곳이 많았다. 대낮이었다면 달구어진 절벽이 너무 뜨거워 내려 올수도 없었을것이다. 목이 바짝 바짝 타올랐다. 완전히 날이 밝은 상태다. 해가 떠 오르자 점점 대지가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배도 고팠지만 지금은 물을 찾는게 우선이었다. 절벽을 따라 가며 절벽 아래쪽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저곳이다."
절벽 저 멀리 푸른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한곳에 몰려 있다는것은 물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되도록 체력을 아끼기 위해 뛰어 가진 않았다. 잰걸음으로 이동하자 움푹 들어간 절벽 양옆에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아!"
절벽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이 아니었다. 절벽의 틈새에서 눈물이 흐르듯 절벽을 타고 흐르고 있는 물이었다. 물이 닫는 절벽 아래에는 돌덩어리들이 쌓여 있었다. 절벽에 눈물이 흐르듯이 켄의 얼굴에도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에 절로 눈물이 흘러 나온것이다. 절벽으로 달려가 머리의 런닝 셔츠를 벗고는 흐르는 물에 적혔다. 축축히 젖은 셔츠를 쥐어짜 입안으로 떨구었다. 몇번을 반복하자 완전히 목마름이 가셨다.
"후우~! 이제야 살것 같다."
다음은 아침 식사를 할 차례다. 전갈을 찾아 다니며 몇마리를 잡아 오만인상을 쓰며 꿀꺽했다.
"우웩!"
날로 먹는 것은 도저히 못할짓이다. 먹을때마다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불을 피울수 있다면 구워 먹을수 있겠지만 마른 나뭇가지들이 어디에도 없었다. 푸른 나무를 꺾어 늘려 놓으면 며칠만에 바짝 마를것이지만 가는 나뭇가지들로는 밤새도록 불을 유지할수 없다. 불을 피우기 위해 몇시간을 고생해 피워 놓고 다음날 또다시 그런 고생을 할것을 생각하면 않하는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물이 있는 이곳에서 굳어진 마나를 푸는게 우선이다. 당장은 어제처럼 말 편자 모양으로 돌을 쌓아 올리고 나뭇가지들을 꺾어 그위에 올려두고 절벽으로 흐르는 물의 아래쪽 바위들을 모두 치웠다. 그곳에 흙을 가져와 반죽을 해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고 지붕을 만들었다. 기어 들어 가야 하는 구조였지만 바람과 추위를 피할수 있는 집이다.
돌벽의 외부에도 모두 반죽한 흙으로 바람이 통하지 않게끔 메우자 그럭저럭 좁은 흙집이 완성되었다. 하루종일 걸려 완성한 집이다. 이곳이 모래 사막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문제는 전갈이다. 밤에 잠이 들었을때 전갈이 집안으로 들어 올수도 있다. 그런 전갈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처의 전갈들을 모두 잡기로 했다. 해가 질때까지 돌을 들춰가며 전갈을 찾아 다녔다. 수십마리를 잡을수 있었다. 이렇게 많을줄은 몰랐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잠을 잤다면 저 세상으로 갔을것이라고 생각하지 오싹해졌다. 몇마리는 생으로 씹어 먹고 남은 전갈은 말려 두기로 했다. 비상 식량이다.
*******
"아! 다른걸 먹고 싶다."
점점 몸이 야위어 갔다. 이미 몇주일이나 전갈만으로 배를 채웠다. 그것도 하루에 한끼였다. 이제는 근처에는 전갈씨가 완전히 말라 버려 먼곳으로 이동해 잡아 와야 했다. 아직도 굳은 마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바심이 났지만 참아야 했다. 슬슬 이동도 생각해야 했다. 식량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곳에서 계속 지내도 되었지만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동을 한다고 해도 계곡 위쪽으로 갈지 아래쪽으로 갈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위쪽에는 수원(水源)이 있을 것이겠지만 사람들이 없을것이다. 아래쪽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얼마나 걸어 가야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지였다. 수통이 없는 관계로 물을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전갈의 속을 파고 물을 담아 봤지만 줄줄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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