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통궤족(1)
232화.
이곳으로는 리옹에서 폐쇄된 짐칸이 있는 트럭 한대를 렌탈해 왔다. 도매상들에게 구입한 물건을 트럭으로 운반시키면 아공간 안에 집어 넣는식으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보관할수 있었다. 단, 하산만이 신기해 했다. 그 많은 물건들이 트럭에 실린후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떼제베에서 하산에게 말해 주었었다.
농수산물 시장과 종자, 농기구, 생활 용품, 의복 도매상을 찾아 보라고 한것이다. 차례대로 들런 도매상에서 도매상의 물건이 동이 날때까지 구입해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도매상 주인들은 재고까지 모조리 팔아 버릴수 있다며 후련해 했다. 의복만은 겨울 용품은 구입하지 않았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계절이 겨울철이라 작년의 재고밖에 없어 여러 의복 도매상을 돌아 다니며 봄, 여름, 가을철 의복을 구입했다.
"핸드! 이렇게 많은 물건을 구입해 뭘 할려는거야? 장사라도 할려고?"
"아니, 기부를 할꺼다."
하루종일 돌아 다니며 물건을 구입한후 파리로 다시 돌아 왔다.
"우리집으로 가자."
하산집은 아파트였다. 아파트가 편하다고 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큰 아파트였다. 하산의 부인인 리마가 반겨 주었다. 아들인 하메드는 몇번을 봤으면서도 낯을 가리는지 리마뒤에 숨어 있었다. 부인의 표정을 봤을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듯했다. 저녁을 얻어 먹고 저택으로 돌아와 또 뭐가 필요한지 인터넷으로 아프리카를 검색해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살펴 보았다.
꼭 탄자니아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품들을 구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품속의 마법 영상 통신판에 연락이 들어왔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암마에게 알려 주지 않아 신호만 온것이다. 즉시 신호가 온 장소의 좌표를 확인하고 지하로 내려 갔다. 지하에는 전에 그려 놓은 마법진이 있었지만 지금은 두개의 마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개는 어떤 지역으로 이동할때 그곳의 좌표를 기입하고 이동할때 사용하는 마법진이고 반대로 다른 한개는 돌아 올때 사용하는 마법진이다.
"워프!"
몸을 숨기고 탄자니아의 암마가 신호를 보내온 곳으로 이동했다. 석유 시추 장소가 돌들이 널려 있는 사막 지형인 반면 이곳은 푸른 숲이었다. 숲 안쪽에 황토색 흙바닥이 보이며 그 위에 집들이 널려 있었지만 채 10여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곳의 중앙 광장으로 보이는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무슨 일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들 중앙에는 암마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서 있었다. 마치 주술사인 암마는 자신이 공간 이동으로 하늘에서 내려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듯같았다. 암마의 바램대로 해 주기로 했다. 마을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켄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에 둥둥 뜬채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오오! 위대한 존재시여! 모두 경배하라.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셨다."
암마의 외침에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리며 외치고 있었다.
"위대한 존재시여! 축복을 내려 주십시요."
그렇게 외치는 자들에게 즉시 클린 마법과 그레이트 힐링 마법을 펼쳐 주었다.
"오오! 신의 축복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 본것인지 모두가 더욱더 머릴 조아리며 경탄과 경외의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사뿐.
지상으로 완전히 내려와 암마에게 어떻게 된것인지 물어 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뭐냐?"
"근처에 살고 있는 부족민들을 모았습니다."
"모두 일어나라."
"큰창고나 집으로 안내해."
암마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기둥을 세워 만든 집안은 방이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구조로 바닥에는 바람이 잘 통하게끔 나무를 엉성하게 엮어 놓았다.
"암마! 너희 부족에서 가장 필요한것은 뭐지?"
"모든것이 부족하지만 식량과 소금이 가장 필요합니다."
"주로 어떤것을 먹고 사나?"
"옥수수나 콩, 호박, 고구마입니다. 가끔씩 사냥에 성공하면 고기를 먹을수 있습니다."
암마가 말한 물건중에 콩과 호박, 고기는 아공간에 많이 들어 있는 상태다. 통조림으로는 옥수수와 고기나 생선 종류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공간 오픈!"
지구에서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아공간을 암마 앞에서 열었다. 시커먼 아공간을 본 암마는 두려운지 벌벌 떨고 있었다.
"두려워 하지 않아도 돼."
아공간에서 밀가루를 꺼냈다. 이들이 밀가루를 먹어 본적이 있는지는 모른다. 수많은 밀가루 포대를 꺼내 방 천장까지 쌓아 올리고는 통돼지 열마리도 꺼내 놓았다. 식칼이나 냄비, 프라이팬, 중화 냄비는 물론 소금도 포대로 꺼내 놓을수 있는대로 꺼내 놓았다. 소금은 이계에서 생산된 소금이다. 지구처럼 알갱이가 가루같은 고운 소금이 아니라 투박한 소금이다. 아공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있는 암마는 더욱 두려운지 떨림이 심해지고 있었다. 그런 암마에게 아공간을 해제하고는 지시했다.
"암마! 나가자."
"...옛? 아, 알겠습니다."
멘붕 상태에 빠진것인지 암마가 정신이 없는것 같았다.
"저곳에 들어가면 물건들이 쌓여 있을꺼다. 모두 꺼내 이곳으로 가지고 와라."
남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어떤 물건인지 묻지도 않았다. 이들은 이미 켄을 신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감히 신의 지시에 반문은 있을수가 없었다. 광장 중앙에 수많은 물건들이 수북히 쌓이기 시작했다.
"암마! 통돼지를 제외한 물건들을 공평하게 나눠 줘."
암마는 마을별로 물건을 나누었다. 밀가루는 한마을에 한포대씩, 다른 생활 용품은 3개씩 나누어 놓는것을 보고 대충 이곳에 모인 마을이 40개나 된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소금은 포대를 열어 나누어야 할판이었다.
"소금은 그대로 두고 기다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밀가루를 포함한 다른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 물건들을 다시 광장으로 옮기라고 지시해 한마을당 밀가루는 10포대씩, 생활 용품도 10개씩 돌아 가도록 조절했다. 소금은 마을당 세포대씩을 나누어 주었다. 나누어 준 물건들을 한곳에 치우고 광장에 모닥불이 피워졌다.
지글지글.
타닥타닥.
통돼지 열마리가 기름기를 뚝뚝 흘리자 모닥불의 불똥이 튕기고 있었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는 술도 내왔다. 하지만 시큼한게 입에 맞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통궤족 사람들의 입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모두가 흥에 겨워 북과 나무를 두드리는 음률에 맞춰 전통춤을 추며 먹고 마셨다. 으슥한 시간이 되어 지쳐 갈 무렵 모두에게 한마디 해 주었다.
"너희들 마을에 한번씩 들러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켄은 화장실을 갈려고 밖으로 나갔을때 어린 여자애들이 항아리를 낑낑거리며 들고 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물에서 물을 떠 오는것 같았다. 광장에서 자고 있던 다른 마을 사람들은 이미 해가 떠오르기 전에 자신들의 마을로 짐을 한가득씩 들고는 돌아간 상태다.
"어디에서 물을 퍼 가지고 오는거냐?"
"아! 저, 저곳에서요."
켄이 두려운지 머릴 푹 숙이며 모기가 기어 갈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여자애가 가르킨 곳을 바라 보았지만 우물같은건 보이지 않았다.
"그건 내려 두고 안내해 봐."
여자애가 빠르게 움직이며 물을 퍼 온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작은 냇가였다. 냇물이 흐르는 곳에 조금 넓은 곳에 고여 있는 물을 퍼온것이다. 이런 냇물이라면 비가 내리면 흙탕물로 변할 것이다.
"가자."
우물 사정은 파악되었다. 이런 냇물이 아니라 우물을 파 주어야 할것 같았다.
- 엔다이론! 지하에 물이 많이 있는 곳을 알려 줘. 우물을 팔거야.
- 저곳이에요. 지하 30미터 지점에 수맥이 흐르고 있어요.
엔다이론이 말한 지점을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가 아침 식사 대용으로 식빵과 잼, 버터 나이프를 꺼내 놓고 암마를 불렀지만 마을 모든 사람들이 집앞으로 몰려 들었다. 모두라고 해 봤자 10개의 집에 50여명이 전부였다. 이들 부족들중에서는 이 마을이 가장 큰 마을이라고 했다. 성인 남성은 모두 21명이었다.
"암마! 저곳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라."
암마의 지시로 성인 남자들이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가 식빵과 잼을 들고 나왔다.
"아침이다. 모두 먹자."
모두에게 식빵과 잼을 한개씩 나누어 주고 버터 나이프도 숫자대로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식빵을 처음보는지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직접 시범을 보여 준후 먹게 했다. 달콤한 잼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큼지막한 식빵한개가 어디로 들어 가는지 아이들도 모두 먹어 치워 버렸다.
"오늘은 우물을 파고 큰창고를 지을꺼다."
미리 봐둔 수맥이 흐르는 지점으로 걸어 가자 병아리 마냥 마을 사람들이 모두 따라왔다.
"이 아래에 수맥이 있다."
"이곳을 파면 되는지요?"
"그래."
암마가 남자들에게 지시를 하자 집안으로 달려간 남자들이 도끼와 작은 호미같은걸 들고 나왔다. 저런걸로 어떻게 땅을 파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철제 도구라곤 저런것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후우...내가 파겠다."
어느 세월에 저런 걸로 30미터나 파들어 갈지 깜깜해진 켄은 직접 팔수 밖에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괭이와 삽, 수동 펌프와 파이프, 그리고 패킹을 여러개 꺼내 놓고 우물을 팔 지점으로 돌아왔다.
"집안으로 가서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라."
남자들이 또다시 우르르 집안으로 몰려가 꺼내 놓은 물건을 가지고 왔다. 쇠파이프를 30미터가 넘게끔 서로 연결시켜 마법으로 들어 올렸다. 사람의 손으로 들어 올리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기울어져 구부러 질수가 있기에 마법을 사용했다.
- 노에스! 이걸 수맥이 흐르는 곳까지 박아 줄래.
공중에 일직선으로 떠 있는 쇠파이프가 갑자기 땅속으로 쑥쑥 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듯 숨을 죽이며 지켜 보고 있었다.
펑!
가벼운 소리와 함께 쇠파이프에서 물이 치솓아 올랐다.
- 노에스! 잠시 물을 막아.
"와아아아!"
물이 치솓자 마을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런 환호성도 잠시였다. 물이 더이상 흘러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걸 들고 와라."
수동 펌프를 가르켜 가져 오게했다.
끼릭끼릭.
쇠파이프와 펌프를 서로 연결시켜 놓고 노에스에게 물을 터라고 했다.
- 노에스! 쇠파이프와 펌프가 흔들리지 않게끔 단단하게 굳혀 줄래. 그리고 이 펌프 주변에는 흙을 이런식으로 단단하게 굳혀 줘.
펌프 부근의 흙이 솓아 오르며 사각형 모양으로 변신해 굳어지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모습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었다. 펌프에서 나온 물이 고일 정도로 30센티 정도의 사각형 높이의 우물가가 완성되자 마법을 시전했다.
"아쿠아 볼!"
작은 물덩어리를 수동 펌프안에 넣었다.
"너! 이리와서 이걸 이렇게 저어라."
남자 아이를 불러 수동 펌프를 젓게했다. 처음에는 펌프안에 물을 넣어 주어야 한다. 다음부터는 압력에 의해 물이 차올라 있어 그럴 필요는 없어진다.
끼이익.
끼이익.
남자 아이가 수동 펌프의 길쭉한 손잡이를 잡고 몇번을 젓자 물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물이다."
다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성인 남자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도랑을 파라."
펌프에서 흘러 나온 물이 일차로 사각형의 우물가에 모이면 나머지는 밖으로 흘러 나간다. 그런 물이 흘러 나갈 배수구가 필요했다.
"이 마을에 아픈 사람은 있나?"
"이곳에는 없습니다."
"좋아. 그럼 남자들은 큰창고를 만든다. 한명은 나무를 베어도 되는 곳으로 안내하고 나머지는 창고를 지을 장소를 골라 땅을 골라 놓도록."
안내를 자청한 자를 따라갔다. 마을 주변에도 많은 나무들이 있었지만 그런 나무들을 베어 버린다면 마을이 황량해 보일것이다.
"저곳이라면 아무것이나 베어도 됩니다."
"넌 뒤로 물러서라."
눈앞에는 나무숲이었다. 높이는 대부분 30미터 안팎이었다.
"윈드 블레이드!"
뿌지직.
찌이익.
쿠쿠쿠쿠쿵.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며 쓰러지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뒤에서 지켜 보고 있던 녀석은 입을 쩍 벌린채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 실라이온! 나뭇 가지들을 정리해 줘.
실라이온이 나뭇 가지들을 정리하고 켄은 다시 다른 나무들을 베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한동안 나뭇꾼이 된 켄은 이 정도면 되겠다싶어 나무를 베는 작업을 중단하고 안내인을 먼저 돌려 보냈다. 껍질까지 완전히 벗겨져 헐벗은 나무들을 아공간에 집어 넣고 공간 이동을 했다. 마을에선 성인 남자들이 아직도 땅을 고르고 있었다. 큰창고를 짓는다는 말에 공터를 만들고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두 물러나라."
작업을 중단한채 뒤로 물러난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들에게 보여 주기식 쇼를 하는 것이다.
- 노에스! 땅을 평평하고 단단하게 해 줄래.
손짓에 따라 점점 땅이 고르게 펴지며 단단하게 굳어져있었다. 작업이 완료되자 즉시 환상 마법을 펼치고 아공간을 열어 베어온 나무들을 꺼내 놓았다. 마을 주민들에게 아공간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환상 마법까지 펼친것이다. 이제는 나무 기둥을 세우고 서로 짜 맞추어 창고를 만들 차례다.
- 작가의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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