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켄

183화. 라스베가스(2)

183화.

- 야! 임마, 넌 운전하는 놈이잖아. 운전할땐 고갤 끄덕이지 않아도 돼.

운전하는 놈은 켄에게 손가락이 꺾였던 놈으로 브록이라고 한다. 브록 옆에 앉아 있는 놈은 갈비뼈가 부러졌었던 놈으로 페드로라고 부른다. 크롬, 브록, 페드로, 켄 이렇게 4명이 라스 베가스로 들어 섰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이라면 어디 호텔이라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 지금 부터는 너희들과 난 전혀 모르는 사이다. 아는 척도 하지마.

이들에게 제각기 2천 달러씩 나누어 주었다. 하고 싶은 게임을 하라고 했다. 모두 다 잃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크롬에게는 룰렛을 하라고 했다. 제각기 따로 따로 럭키 호텔 앤 카지노(Lucky Dragon Hotel & Casino)라는 곳으로 들어 갔다. 크롬이 가장 최근에 생긴 카지노라고 했다. 카지노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동양인들도 많이 보였다. 환전소에서 2천달러를 칩으로 바꾸었다.

켄은 카지노는 처음이다.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라 크롬을 따라 칩으로 바꾼것이다. 카지노 안을 둘러 보고 있을때 브록과 페드로도 들어와 슬롯 머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롬은 켄이 말한대로 곧장 룰렛이 있는 곳으로 갔다. 룰렛은 영화나 TV에서 많이 본적이 있었다. 둥근 원판에 숫자가 새겨진 곳에 작은 공이 들어 가면 그 숫자에 건 사람이 따는 것이다. 최대 35배까지 배당을 받을수 있다고 했다. 룰렛이 있는 곳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직접 배팅을 거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등 각양각색이었다. 그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 크롬은 10달러 짜리 칩 한개를 5번이라고 쓰여진 곳에 내려 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여러 숫자와 숫자 사이의 금에 올려 놓자 여자 딜러가 'No more bet'이라고 했다. 더이상은 걸수 없다는 뜻이다. 룰렛판이 돌아 가자 여자 딜러가 가볍게 하얀 작은 공을 손가락으로 룰렛판에 돌렸다.

빠르게 회전하던 룰렛판이 서서히 움직임이 멎어지며 하얀공이 13번이라는 번호에 쏙 들어 가자 환호하는 사람들과 아쉬워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등등 인간의 희노애락을 보는듯했다. 빗나간 사람들이 걸어 놓은 칩을 회수한 딜러가 적중한 사람에게 배당금 분배가 끝나자 곧바로 사람들이 또다시 칩을 여러 번호에 올려 놓기 시작했다. 크롬도 또다시 10달러짜리 칩을 23이라는 숫자에 올려 놓았다.

- 실라이온! 저 공을 원하는 숫자에 넣을수 있지?

- 간단해요.

- 그럼 내가 말하는 숫자에 티나지 않게 넣어줘.

바람의 상급 정려인 실라이온이라면 원하는 숫자에 마음대로 넣을수가 있을것이다. 딜러가 공을 돌리자 켄은 실라이온에게 부탁을 했다.

- 23번에 넣어줘.

잠시후 아슬아슬하게 23번에 들어 갔다.

- 크롬!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넌 마음대로 칩을 걸어. 가끔씩 크게 한번씩 숫자에 걸도록 해.

켄도 본격적으로 칩을 걸기 시작했다. 열판을 내리졌다. 일부러 져 준것이다. 다음판엔 일부러 씩씩거리며 5백달러를 3번에 걸었다. 크롬은 32번에 10달러를 건 상태다. 룰렛안을 빠르게 회전하고 있던 공은 정확히 3번으로 들어 갔다. 그렇게 잃고 따기를 반복하자 어느새 켄과 크롬앞에는 칩이 수북히 쌓이기 시작했다.

- 크롬! 넌 다른 곳으로 가서 잠시 놀다가 다시 와라.

크롬은 환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며 칩을 모조리 쓸어 담고는 룰렛을 벗어 났다. 켄은 계속 룰렛에 붙어 있었다. 점점 불어 나는 칩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비켜 봐! 술 한잔 하게."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는 관계로 술은 한잔도 할수 없었다. 사람들이 틈을 벌려주자 웨이츄레스가 쟁반에 여러 종류의 술을 가지고 왔다. 그런 술을 사람들이 한잔씩 집어 칩 한개를 건네 주고 있었다. 켄도 아무것이나 한잔 잡고는 칩 한개를 건네 주자 웨이츄레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인사를 했다. 왜 그렇게 눈이 커졌는지 모르지만 단숨에 입에 털어 넣은 켄은 이번에도 칩을 한개 더 건네 주었다.

"가장 독한 술로 큰잔으로 가져와."

작은 잔에 담겨있는 칵테일은 입가심도 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룰렛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켄은 이기고 지기를 반복했다. 그럴때에 크롬이 다시 룰렛으로 왔다. 크롬이 게임을 시작하자 켄은 일부러 져 주었다. 대신 크롬이 따기 시작했다. 가끔씩 한번은 따 주었지만 크롬이 계속 따자 일부러 큰잔에 담겨 있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화가 난듯 연기를 했다.

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리기도 했고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수북히 쌓여있던 칩이 어느새 절반으로 줄어 들었을때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듯 가지고 있던 칩 전부를 00이라는 숫자에 걸었다. 그러자 크롬도 지지 않겠다는듯 00이라는 숫자에 가지고 있던 칩 전부를 걸어 버리자 지켜 보던 모든 이들이 환호를 하며 다른 사람들도 00이라는 숫자에 덩달아 걸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딜러는 긴장된 모습으로 'No more bet'이라고 외치고는 룰렛판에 공을 튕겼다.

또르르르.

지켜 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하얀 공에만 집중되었다. 누군가의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천둥 소리처럼 들려 왔다. 딜러는 물론 구경꾼을 포함한 게임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긴장된 순간이었다. 서서히 룰렛판이 회전을 멈추자 빠르게 회전하고 있던 공도 절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룰렛판을 빙글빙글 돌다가 더욱 느려진 공이 00이라는 숫자로 들어가자 카지노에 큰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모두가 광분한 상태다. 무려 35배의 배당금이었다. 두주먹을 불끈 쥔 켄은 일부러 과장하게 제스처를 취했다.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연기였다. 또다시 수북히 쌓인 칩이 앉아 있는 얼굴을 가릴정도였다. 켄보다 크롬은 더욱 많은 칩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 크롬의 얼굴에도 놀란 빛이 떠올라 있었다.

- 크롬! 넌 그만해라.

크롬에게 더이상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한뒤 켄은 웨이츄레스가 가지고 온 술을 원샷했다. 이미 다섯잔 이상을 마셨다. 그곳도 작은 칵테일잔이 아니라 커다른 컵에 담겨져 있는 위스키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술고래로 생각할 것이다. 얼굴도 조금 붉어진 상태다. 마나를 이용해 일부러 붉게 만들었다. 취했다는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켄에게 처음 칩을 받고 큰컵에 위스키를 가득 담아온 웨이츄레스는 켄의 옆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술잔이 비면 재깍 새로운 술을 가져와 주었다. 한잔에 칩 한개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웨이츄레스에게 건네준 칩이 백 달러짜리 칩이란걸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웨이츄레스에게 재신이 강림한것이다.

"자아, 이제 마지막 승부다. 이걸 몽땅 다 걸겠다."

"와아아아~!!"

구경꾼들이 환호했다. 그런 함성에 카지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며 무슨 일인가 싶어 룰렛 테이블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17번에 몽땅 걸겠다."

그렇게 선언하고 칩 한개를 17번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17번에 칩을 올려 놓기 시작했다. 저들로써는 일생일대의 승부이거나 호기심에 따라 온자도 있을것이다. 그런 모습에 여자 딜러는 더욱더 긴장된듯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시 딜러와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켄은 미리 선언해 두었다. 이기나 져도 이번 한번으로 게임은 끝내겠다고 했다.

또르르르.

공이 고속으로 룰렛판을 구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된 순간이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딜러나 게임 참가자, 구경꾼들이 룰렛판만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카지노안을 메아리쳤다. 17번에 공이 들어간 것이다. 켄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두번 다시 볼수 없는 흥미로운 승부였을것이다.

"고맙네."

갑자기 회색 눈동자의 중년의 남자가 악수를 신청해 왔다. 얼떨결에 손을 잡아 주자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맙다고 했다. 그 중년인을 시작으로 17번에 칩을 건 사람들이 너도나도 악수를 신청해 왔다. 일일히 악수를 한번씩 하고는 배당을 받은 사람들이 고맙다며 칩 한개씩을 건네 주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칩만도 30여개는 되었다.

"자아, 계산해 줘."

"저어, 손님! 럭키 호텔 앤 카지노 매너지인 힐튼입니다. 칩은 다른곳에서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힐튼의 안내로 걸어 가든 켄은 크롬을 발견하고는 게임은 그만하고 차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렌터카는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주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먼곳에 주차시켜 놓은 것이다. 럭키 호텔 앤 카지노 매니저인 힐튼은 한숨을 쉴수 밖에 없었다. 카지노를 개장한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오늘 카지노는 엄청난 적자였다. 하지만 저 동양인으로 인해 럭키 호텔 앤 카지노는 동양인들에게 엄청난 광고 효과를 발휘할수 있을 것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원래 이 카지노는 동양인을 타겟으로 오픈한 카지노다. 동양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카지노로써는 적자지만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다. 이 동양인이 무슨 이상한 수법을 쓰는게 아는지 보안팀이 CCTV로 계속 지켜 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수상한 점은 발견할수 없었다. 비디오를 정밀 분석도 해 봤지만 수상한 행동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체 얼마나 딴것인지는 모르지만 지불을 거부할수도 없었다.

"술이나 한잔 줘."

힐튼이 보기에 이 동양인이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는 자였다. 독한 위스키를 그렇게 많이 마시고도 또 술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정산이 끝날때까지 최대의 서비스로 모셔야 한다. 내일 신문이나 인터넷에는 이 동양인이 얼마나 딴것인지 화제가 될것이다. 2천 달러치의 칩으로 바꿔 얼마나 많은 칩을 확보한것인지 힐튼도 궁금했다. 엄청나게 쌓인 칩의 35배에 해당되는 칩을 계산해야 했다.

잠시후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카트에 수북히 쌓인 칩을 밀고 들어 와 보고를 했다.

"모두 23,678,900달러로 세금을 제한 금액입니다."

힐튼은 입이 쩍 벌어졌다. 무려 2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었다.

"어떤식으로 계산해 드릴까요?"

"백달러짜리 현금으로 계산해."

"알겠습니다. 시간을 좀 주십시요. 그동안 호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텔 숙비는 무료입니다."

럭키 호텔의 객실로 안내되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라스베가스의 야경이 죽여줬다. 휘황찬란한 네온이 번뜩이는 이국 풍경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야경을 구경하고 있을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힐튼이 들어 왔다. 힐튼 뒤로는 경비 복장의 사내들이 큰가방을 2개나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백달러 지폐로 준비했습니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요."

힐튼이 밖으로 나가자 켄은 가방을 열어 제쳤다. 차곡차곡 쌓인 달러 다발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가방에서 모조리 바닥으로 지폐를 쏟아 붓고는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가방은 마법으로 태워 버렸다. 혹시나 도청 장치나 추적 장치같은것이 부착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마법을 이용해 조용히 호텔을 빠져 나간 켄은 크롬 일행과 합류했다.

"오셨습니까?"

"그래. 출발하자."

렌터카는 빠르게 도로를 질주했다.

"너희들은 잘 놀았냐?"

"예."

브록과 페드로는 슬롯 머신 게임만 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1달러씩만 걸고 게임을 한것이다. 브록이 53달러를 잃었으며 페드로가 15달러를 잃었다고 했다. 크롬은 룰렛으로 재미를 봤다. 세금을 제하고 무려 7백만 달러를 땄다고 했다. 켄이 딴 금액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엄청난 금액이었다. 일행들은 크롬의 본거지로 돌아 왔다. 본거지에는 크롬 조직원 모두가 모여 있었다. 처음 보는 자들도 절반이나 되었다. 크롬이 모두 집합시켜 놓은것이다.

"모두 인사해. 켄님이시다."

크롬의 말에 한명씩 자기 이름을 말했다.

"너희들이 할일은 빈곤한 가정의 어린애들을 학교에 보내는 거다. 애들이 학교에 갈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한다. 어떤 사업을 할지 의견을 말해 봐."

"......"

어느 누구도 의견을 내 놓지 않았다. 모두 가방끈이 짧은 이들이 무얼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럼 대형 마트를 하자."

"이 근처에 대형 마트를 차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는거다. 종업원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고용한다. 크롬이 사장이고 너희들은 마트 관리원들이다. 너희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마트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을 고용해. 자금은 얼마나 필요한지 건물은 어디가 좋을지 모두 너희들이 알아서 하는거다. 난 그냥 자금만 제공해 주겠다. 내일부터 마약은 취급하지 마라. 강도짓도 하지 마라. 너희들은 앞으로 새로 태어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