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갓 핸드(3)
187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데이브는 즉시 상어와 마구로를 보트옆에 달고 질주해 항구로 돌아갔다. 항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왜 그런지는 데이브가 알려 주었다. 자신이 무선으로 알렸다고 했다. 항구에 도착해 지게차로 상어와 마구로를 끌어 올렸다. 그런 광경을 구경꾼들이 스마트 폰으로 찍고 있을때 신문 기자가 등장했다.
구경군들 사이로 켄은 슬쩍 숨어 데이브가 찾지 못하게 조금 먼곳으로 이동했다. 괜히 주목받을 필요는 없었다. 데이브가 전직 프로 야구 선수라는게 알려 지자 큰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미 데이브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는 항구는 축제 분위기였다.
다음날 지역 신문에는 상어와 마구로 중앙에 데이브가 서서 찍은 사진이 일면을 장식했다. 그런 데이브의 인터뷰 기사도 실렸다. 프로 야구 선수로 복귀한다는 선언이었다. 예전 구속을 되찾았다며 호언장담하는 기사가 실렸지만 몇몇 사람외엔 완전히 부활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데이브는 미심쩍어 하는 신문 기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 신문 기자를 도발했다. 만약 테스트를 해서 거짓말이라면 오늘 잡은 마구로를 신문 기자에게 선물로 준다고 했다. 기사 거리가 된다고 생각한 신문 기자는 다음날 지역 고등학교의 그라운드를 빌려 데이브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데이브! 이쪽입니다."
항구에서 인터뷰를 했던 신문 기자가 손을 흔들었다. 전날밤 전화 연락을 받은 데이브는 신문 기자가 오라고 한 고교의 그라운드로 향한 것이다.
"그런데 포수가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포수? 음...갓 핸드! 포수해 볼래?"
"해 보자."
신문 기자는 포수 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신지요?"
"갓..."
"데이브! 쓸데없는 말은 하지마. 당신은 포수 글러브나 이리 줘."
데이브의 입을 급히 막았다. 신문 기자에게 미주알 고주알 떠벌린다면 특종을 잡는답시고 어디로 가더라도 따라 붙을것이다.
"마음껏 던져 봐."
"정말 괜찮겠어? 포수 마스크도 없고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는데?"
"걱정마. 빨리 던지기나 해."
실드 마법을 펼쳐 데이브가 아무리 강속구를 던지더라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다 해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다. 실드 마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마나 소모가 가장 적은 전면에만 방패 모양으로 실드를 치는 마법사는 물론 몸 전체를 둥글게 감싸 버리는 실드를 시전하는 마법사등등 가지각색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실드 마법이 몸의 굴곡을 따라 몸 전체를 감싸 버리는 실드다. 정교한 마나 조절이 필요하며 마나 소모도 많다.
"슬로우!"
데이브의 강속구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포수가 제대로 포구해 주지 않으면 던지고 싶은 공을 맘대로 던지지 못한다. 슬로우 마법을 시전해 놓으면 데이브가 강속구를 던지더라도 느리게 다가 올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강속구 그대로 보인다.
팡팡.
포수 미트를 끼고 앉아 오른 주먹으로 몇몇 강하게 글로브를 두드리고는 앞으로 활짝 벌린채 내밀었다. 던지라는 신호다.
"조심해!"
"걱정말라니까."
와인드 업을 한 데이브가 초구는 일부러 느리게 던졌다. 켄이 제대로 포구할수 있는지 가늠하는것 같았다.
팍.
굼벵이보다 더 느리게 날아 오는 공을 쉽게 포구했다.
"맘 놓고 강속구를 던져."
"알았다."
이번엔 마음을 다잡았는지 데이브가 강하게 팔을 뿌렸다.
팡.
미트속으로 빨려 들어간 공을 본 데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포구하고 있는 것이다. 안심이 되었는지 서서히 강한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켄의 뒤에는 신문 기자가 스피트 건을 들고는 쭈그린 자세로 숨어 켄의 어깨위쪽으로 스피드 건을 내밀어 구속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고 있었다.
팡.
정중앙에 꽂힌 볼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데이브였다. 하지만 신문 기자는 눈이 왕방울만해지고 있었다. 100마일이 측정된것이다. 가볍게 던진것 같았는데 이런 구속이 나왔다면 데이브는 완전히 부활한것이다. 예전의 괴물이 파워 업을 해 무서운 몬스터가 되어 돌아 온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변할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팡.
몇번을 던지더라도 100마일 근처를 왔다갔다 했다. 더이상은 볼것도 없었다.
"데이브! 고생했습니다. 그만 던져도 됩니다."
신문 기자는 이미 사진도 몇장 찍었다. 포구를 하는 포수 사진도 찍을려고 했지만 찍지 말라고 했다. 백인인 데이브가 어떻게 동양인과 친하게 지내는지도 궁금했지만 동양인을 신문에 실을순 없다. 이제 내일 신문 일면에는 또다시 데이브가 장식하게 될것이다.
"정말 야구해 보지 않겠어?"
"안한다니까."
"아깝다. 아까워."
데이브는 켄에게 자꾸 야구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재능이 있다며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런 대화를 들은 신문 기자는 동양인이 누군지 궁금한 표정이었지만 데이브도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다. 데이브와의 인터뷰도 끝나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기자는 내일 신문을 기대하라고 했다.
"크하하하하! 갓 핸드! 이 신문을 한번 봐. 특종 기사야."
다음날 아침 데이브가 지역 신문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투구 모습과 100마일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인쇄된 일면에는 'A monster back'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 데이브를 '돌아온 괴물'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데이브! 튜나(Tuna.참치)는 어떻게 할거야?"
"기부를 할까 해."
데이브가 낚아 올린 참치는 냉동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다. 무게만 해도 무려 364kg의 초대형 참치다.
"그래서 말인데 나하고 같이 가자."
"어딜?"
"어린이 병원."
정상현이 마이클과 계약을 끝낼때까진 시간은 남아 돌고 있었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데이브와 같이 가기로 했다. 플로라다주 올랜도에 위치하는 느무르(Nemours) 어린이 병원으로는 참치를 실은 냉동 차량을 렌터해 갔다. 느무르 어린이 병원은 굉장히 특이했다. 외관은 물론 내부 장식까지 어린이들이 좋아 하게끔 알록달록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병원이 아니라 어떤 회사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어서 오게나. 데이브."
접수 창고쪽으로 걸어가자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중년의 사내가 데이브와 잘 아는 사이인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브랜든! 오랜만입니다."
"매년 찾아와 주어서 고맙네."
"바깥의 냉동 차량에 있는 튜나는 선물입니다."
"튜나? 자네가 낚아 올렸다는 그 튜나를 말하는건가?"
이 의사도 신문을 읽었는것 같았다. 일면 톱을 장식한 참치를 보면 입이 벌려지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애들에게 제공해 주십시요."
"고맙네."
"병실을 둘러 봐도 되죠?"
"물론이네."
어린이들이 입원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걸어 가며 데이브가 켄에게 입을 열었다.
"갓 핸드! 애들을 치료해 줄수 있나?"
"뭐? 안돼."
이럴줄 알았다. 데이브가 어린이 병원으로 가자는 말에 반드시 치료해 달라는 말이 나올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병원안에서 누군가를 치료하면 큰일난다. 의사 면허도 없이 치료 행위를 한다면 의사들이 고소를 할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은 특히 입이 가볍다. 또한 누구는 치료하고 누구는 치료해 주지 않을수도 없는 일이다. 이 병원에 몇명이나 입원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어린이 환자들을 치료하면 마나가 부족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의 마나가 희박한 만큼 다시 채우는데 시간도 많이 걸릴것이다.
"내가 치료해 나았다는 소문이 떠돈다면 경찰이 찾아 올꺼다."
"음, 미안. 생각이 짧았다."
드르륵.
많은 병실중에 데이브는 가장 끝쪽에 위치한 병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왜 그런지는 알수 없었지만 데이브가 안으로 들어 간후에야 알수 있었다.
"데이브!"
"제인! 잘 있었냐?"
"헤헤헤..."
침대에 빼빼마른 여자애가 창백한 얼굴로 비니 모자를 쓰고 누워 있었다. 어떤 병에 걸려 입원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불쌍해 보였다. 데이브와 제인이라는 아이도 서로가 잘 알고 있는것 같았다.
"짜잔! 선물이야."
언제 준비를 한것인지 데이브는 손가락 인형 10개를 선물로 주었다. 손가락마다 낄수 있는 작은 동물 인형이었다.
"와아~! 데이브 최고야!"
제인은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건강했더라면 벌떡 일어나 데이브에게 안겼을것이다. 즉시 손가락 인형을 각각의 손가락에 끼워 보여 주었다. 제인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근데 저 아저씨는 누구야?"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켄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 아저씨는 갓 핸드라고 한단다."
"갓 핸드? 와아! 멋진 이름이다. 그럼 갓 핸드 아저씨는 뭐든 다 고쳐?"
"물론이지. 그러니까 이름이 갓 핸드란다."
"그, 그럼 나도?"
데이브가 사고를 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켄을 올려다 보고 있는 제인은 기대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갓 핸드! 부탁 좀 하자. 제인은 백혈병이야."
"백혈병?"
"응,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병으로 골수 이식을 해야 하는데 적합자를 찾을수 없는 상태야."
백혈병을 엔다이론이 치료할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백혈병이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 엔다이론! 살펴 봐 줘.
엔다이론이 제인의 몸속으로 들어 갔다. 만약 고칠수 있다면 병원에서 완치를 시키면 않된다. 데이브가 병원을 방문한뒤에 제인의 백혈병이 치료가 되었다면 난리가 날것이다.
- 치료할수 있을것 같아?
- 할수 있어요. 건강한 세포외에 이상한 세포들이 있어요. 그걸 제거하면 될것같아요.
- 그런데 네가 세포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 당연히 켄님의 지식을 활용한거죠.
켄보다 똑똑한 엔다이론이다.
- 그런데 치료를 끝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이곳에서 치료할순 없다. 치료 도중에 누군가 들어 올수도 있었다. 제인의 몸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슨 오해를 할지도 모른다.
"데이브! 잠시 이야기 좀 하자."
"무슨 일인데?"
"잔말 말고 이리 와."
복도로 데이브를 끌고 나갔다.
"데이브! 제인은 치료할수 있어. 하지만 이곳에선 않돼. 병원에서 치료하면 어떻게 될지 짐작할수 있겠지? 또한 치료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만약 다른 사람이 치료 광경을 본다면 오해할수도 있어."
"정말 할수 있어?"
"그래. 완치시킬수 있어."
"다른 곳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지?"
데이브는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는듯했다.
"그럼 제인 부모에게 먼저 이야길하고 제인을 퇴원시키자."
"근데 넌 제인과 무슨 관계냐?"
"제인 아버지가 내 친구야."
데이브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사이라는 제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것 같았다.
"이쪽으로 오고 있대."
"그럼 밖에서 만나 이야길하자."
제인에게는 데이브가 아빠를 데리고 온다고 말해 놓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 근처의 스타 벅스 커피 전문점으로 향한 데이브와 켄은 한 백인이 손을 들고 일어난 곳으로 갔다.
"데이브! 무슨 일로 여기서 보자고 한거야?"
"일단 앉자. 이쪽은 갓 핸드라고 하는 동양의 신비한 의술을 지닌 친구야."
데이브는 켄을 완전히 갓 핸드라고 부르고 있었다. 켄도 별말이 없자 데이브는 완전히 입에 익어 버렸다.
"의술? 아, 난 그라함이라고 해."
"켄이다."
"의술이 뭐지?"
"병이나 상처를 고치는 기술이야. 의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라함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쩔수 없었다. 그 이상은 켄도 잘 모른다. 데이브가 쓸데없는 말을 늘어 놓기전에 선수를 쳐야했다.
"제인을 살펴 보고 왔다. 내 기술로 제인은 치료할수 있어."
"뭐, 뭐라고? 그, 그게 정말인가?"
그라함은 깜짝 놀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조용히 해.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아, 미안."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이쪽을 힐끗거렸다. 조금 얼굴이 붉어진 그라함은 다시 물었다.
"정말 제인을 고칠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야?"
"그래. 그래서 말인데 병원에서는 치료할수 없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서 병원에서는 않돼. 제인을 퇴원시켜 집에 데려가."
"음...데이브! 켄? 갓 핸드? 이 자의 말이 사실이야?"
"그래. 믿어. 내 팔을 한번 봐."
데이브는 그라함을 설득시키기 위해 자신의 수술한 흔적이 사라진 팔꿈치를 보여 주었다.
"응? 어떻게 된거지?"
"갓 핸드의 신비한 의술 덕이야. 그러니까 믿어도 돼. 내가 보장할께."
그라함은 데이브의 수술한 팔꿈치의 상처를 잘 알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수술 흔적을 보여 주며 신세 한탄을 하던 데이브였다. 그런 데이브의 수술 흔적이 아무리 살펴 봐도 찾을수가 없었다. 데이브가 장담하는 만큼 한줄기 희망을 품고 제인을 퇴원시키기로 결정했다.
"갓 핸드! 제인을 잘 부탁한다."
"빨리 퇴원이나 시켜."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 줘."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