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슈퍼 볼(1)
217화.
"그럼 이 송유관을 파괴하면 된다는 말이지?"
"그렇지만 누구도 모르게 해야 합니다."
"그건 걱정마. 너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천재지변을 일으켜 파괴하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꺼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아로마는 눈앞의 갓 핸드라는 능력자가 천재지변까지 발생시키는 능력자라고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럼 난 알아서 송유관을 파괴하고 돌아 가겠다."
아로마가 보여준 지도를 기억해 놓고 산처럼 쌓인 장작뒤로 이동해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시전해 모습을 감추고는 송유관이 묻혀 있는 곳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원유 생산지인 노스 다코타 주의 바켄으로 향한것이다. 땅속에 묻혀있는 송유관을 따라 북상하고 있을때 계곡의 높은 다리위를 지나는 송유관을 발견했다. 이 다리를 파괴하면 송유관도 계곡으로 추락할것이다. 이곳에 지진을 일으키면 될것같았다.
"어스퀘이크!"
뿌지직.
꽈꽈과꽝!
거대한 다리가 휘청거리며 금이 가기 시작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다리위에 있던 둥근 송유관도 계곡으로 추락하며 엄청난 굉음을 동반했다. 계곡도 일부분 무너져내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본 켄은 또다시 송유관을 따라 북상하며 송유관을 용접한 이음새 부분을 대지의 정령인 노에스에게 부탁해 끊어 놓으라고 했다.
'이제 이곳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고 다음은 원유 생산기지를 파괴하자.'
송유관을 따라 고속으로 이동하며 노스 다코타의 바켄으로 향했다. 다코타 송유관 출발 지점인 바켄의 거대한 정유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 샐라임! 저곳에 불을 질러.
- 호호호, 재밌겠네요.
신이 난듯 정유 시설로 날아 가는 샐라임이었다.
퍼펑.
잠시후 정유 시설에 폭발음이 들리며 거대한 화염이 충천하기 시작했다. 이제 한동안 정유 시설은 가동하지 못할것이다. 또한 송유관 건설에 대한 반대 시위도 더욱 거세질것이 틀림없었다.
부르르르.
"응? 누구지?"
전화가 걸려 왔다. 왠만해선 켄에게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빈센트에게서였다. 전투기 구매자와 거래가 성사된것 같았다.
"나다."
- 지금 이곳으로 올수 있나?
"두시간후에 찾아 갈께."
지금 당장 간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시간이 걸린다는 뉘앙스를 심어 주었다. 실제로 두시간후에나 찾아 갈것이다. 이미 능력자라고 알고 있는 빈센트에게 더이상 다른 능력을 보여 주면 않되겠다 싶었다. 바켄의 정유 시설은 난리가 난 상태다. 수많은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진화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멀리서 지켜 보기만 했다. 근 2시간동안 불구경을 한후 빈센트의 저택으로 공간 이동해 갔다.
"어서 오게."
반갑게 맞이하는 빈센트는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좋은 일이라도 있있어?"
"물론이네. 자네가 정말 물건을 어디로든 옮겨 줄수있나?"
"그래. 지구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못할것도 없어."
"좋네. 그렇다면 이곳으로 옮겨 주게."
빈센트가 노트북을 꺼내 구글 지도를 보여 주었다.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곳은 중국 산서성의 대동시에 있는 대동(大同) 공군 기지일세. 이곳의 이 큰 청색 건물안으로 옮겨 주면 되네. 어때? 할수 있겠나?"
"거리가 좀 멀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문제없어."
대동 공군 기지는 중국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고 했다. 빈센트가 보여준 기지 지도와 사진에는 좌표도 표시되어 있었다. 그 좌표를 기억한 이상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동할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나?"
"적어도 한달이상은 걸릴걸세."
일부러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암시해 주었다.
"좋네. 중국 브로커와의 흥정에서 물건을 옮겨주는 대가까지 포함해 6억달러를 받기로 했네."
"6억 달러?"
"그렇다네. 최신예 물건이기 때문이라네."
엄청난 돈이었다. 그런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라도 최신예 전투기를 구입할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전투기를 완전히 해체해 분석하면 비슷한 물건도 만들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전투기에 응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이 전혀 필요없는 오로지 이익만이 있는 장사다.
빈센트와의 대화에선 절대 전투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빈센트도 그런건 잘 알고 있었다. 전투기라는 말이 단한마디라도 나온다면 비밀이 새어 나갈수도 있다. 그런점은 빈센트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저택이라고 해도 비밀이 완전히 지켜 진다고는 장담할수 없는 것이다.
"6억 달러 모두 자네에게 주겠네."
"그럼 동(Don)은 남는게 없잖아?"
"있다네. 일단 중국의 브로커와 인연을 맺은것만으로도 큰수확이네."
그럴것이다. 앞으로 중국에 무기 밀매는 활성화될것이다. 어둠의 세게에선 자국이 어떻게되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 조직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
"음, 그럼 이렇게 해. 내겐 5억 달러만 주고 1억 달러는 동(Don)이 가져. 흥정의 대가야."
"고맙네."
빈센트에게도 엄청난 콩고물이 떨어진것이다. 한달안에 반드시 대동 공군 기지에 전투기를 옮겨 준다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온 켄에게 정상현이 전화를 해 왔다.
"무슨 일이지?"
- 뉴욕 자이언츠의 하워드가 슈퍼 볼 티켓을 2장이나 보내 왔습니다.
NFL(미식 축구 리그)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슈퍼 볼은 티켓을 구할려고 해도 구하지 못할정도의 인기다. NFL 경기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스포츠로 특히 슈퍼 볼은 시청율이 무려 50%라고 한다. 슈퍼 볼 경기를 중계중에 내보내는 30초짜리 광고 한편이 무려 70억원으로 그런 광고가 30개나 방송되는 돈잔치다. 광고도 평범한 광고가 아닌 슈퍼 볼 전용으로 만든 기상천외한 광고로 유명하다. 하프 타임때에는 유명한 가수를 초청해 쇼를 하는 전국민적인 축제가 슈퍼 볼 경기다. 슈퍼 볼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족도 초대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가족들과 함께 우승을 즐기기도 한다. 올해 슈퍼 볼은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빈스 롬바르디'라는 트로피를 차지할려고 격돌한다.
"그럼 너하고 같이 가자."
-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너말고 누구하고 가냐?"
-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당일 아침에 집으로 마중가겠습니다.
슈퍼 볼은 매년 1월말 일요일이나 2월 첫째주 일요일에 개최된다.
*******
"우와아아아!"
아직 엄청난 시합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엄청난 함성이 스타디움에 메아리쳤다. 선수 한명 한명을 소개할때마다 관중석이 요동치고 있었던것이다. 뉴욕 자이언츠는 흰색 바탕에 붉은색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청색 바탕에 흰색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이었다.
"엄청나군요."
"그렇네."
하워드는 VIP석 티켓을 주었다. 뉴욕 자언언츠 팀 오너와 조금 떨어진 곳의 좌석은 선수 가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곳에 켄과 상현이도 같이 앉아 있는 것이다. 경기는 15분씩 4쿼터로 이루어진다. 전후반 2쿼터씩 30분으로 나누어 총 1시간의 경기지만 슈퍼 볼은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필드내에는 11명의 선수만 플레이를 할수 있지만 팀원 총45명이나 된다. 팀원이외에도 선수들을 보조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70명정도가 된다.
선수들은 오펜시브(Offensive.공격)과 디펜시브(Defensive.수비), 스페셜 팀(Special Teams) 나누어 제각기 공격과 수비를 할때마다 선수를 교체해 포지션을 바꾼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하는 쿼터백(QB)은 팀의 사령탑이다. 오펜시브 코치로 부터 헬멧에 장착되어 있는 무선 장치로 공격 전술을 전달받아 팀원들에게 전달한후 공격을 개시한다. 공격은 총 4번을 시도할수 있다.
4번의 공격으로 10야드(약9미터)를 전진하면 퍼스트 다운을 얻어 또다시 4번을 공격할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3번의 공격으로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해 퍼스트 다운을 하지 못하면 4번째 공격은 상대방 깊숙히 볼을 차 준다. 4번째 공격에서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그 지점에서 공격 찬스를 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퍼스트 다운을 계속 성공시켜 상대방 진영에 완전히 들어 서면 터치 다운으로 6점의 점수를 얻는다. 터치 다운 성공후 보너스 점수로 필드 골은 1점, 퍼스트 다운에 실패해 상대방 진영에 들어 섰을땐 필드 골을 노려 성공하면 3점을 획득한다. 그외에도 터치 다운을 성공해 6점의 점수를 얻은후 상대방과의 점수차가 근소한 차가 되어 있을 경우 보너스 점수 1점인 필드 골을 노리지 않고 다시 10야드 지점에서 한번의 공격으로 터치 다운을 노려 성공하면 2점의 점수를 획득할수 있는 도박을 감행하기도 한다.
"와아아아!"
여러 행사가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뉴욕 자이언츠 소속 등번호 23번인 하워드는 WR(Wide Receiver.와일드 리시버)다. 와일드 리시버가 하는 일은 쿼터백(QB)이 패스하는 볼을 앞으로 달려가며 상대편 선수를 따돌려 패스한 볼을 받는 일이다. 민첩성과 위치 선정, 볼 캐치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1쿼터는 자이언츠의 선공으로 시작되었지만 필드 골을 노릴 정도의 위치까지 접근하지도 못한채 상대방 진영으로 볼을 멀리 차 줄수 밖에 없었다. 패트리어츠도 마찮가지로 1쿼터는 제대로 공격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점수 이동없이 2쿼터에 들어서 겨우 패트리어츠의 터치 다운이 성공해 6점을 얻고 보너스 점수 1점도 성공시켜 0-7의 점수로 자이언츠가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꽝.
헬멧과 헬멧의 충돌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관중들의 흥분도 고조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밀고 밀리는 공방끝에 2쿼터가 끝나 하프 타임에 접어 들었다. 점수는 10-16로 자이언트가 지고 있었다. 2쿼터에 자이언츠는 터치 다운 6점과 보너스 점수 1점, 필드 골 3점으로 10점을 획득한 반면 패트리어츠는 터치 다운 2개로 12점을 얻고 보너스 점수 1점과 필드 골 3점으로 16점을 얻었다. 패트리어츠는 보너스 점수 1점을 실축해 얻진 못했지만 점수상으로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점수도 터치 다운 한개와 보너스 점수 1점으로 역전할수 있는 박빙의 게임이 전개되고 있었다.
하프 타임쇼는 비욘세라는 여가수가 등장했다. 몇년전에 쌍둥이를 낳은 비욘세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했다. 비욘세의 현란한 댄스와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귀빈석의 선수 가족들은 서로가 잘 아는지 잡담을 하며 자이언츠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저어, 누구의 가족분이시죠?"
백인 여성 한명이 켄과 정상현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켄은 선글라스를 끼고 얼굴도 환상 마법으로 조금 바꾸어 놓았다. 언제 TV 카메라에 잡힐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에 이런식으로 조치를 해두었다. 정상현도 선글라스를 끼고 관전하고 있었으며 처음 켄을 만났을때 정상현은 전혀 다른 얼굴의 켄을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정체가 알려 질것에 대비해 능력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 모습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아우라(Aura)가 발산되고 있음에도 백인 여성이 접근해 온것이다.
"하워드의 초대로 온것입니다."
"아, 하워드가 부상에서 회복돼 무엇보다 다행이에요."
"우왕아앙!"
그때였다. 가족 귀빈석 왼쪽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한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케빈!"
모두의 시선이 비명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작은 남자 아이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는지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케빈! 괜찮니?"
"아아아앙."
엄마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 급히 케빈이라는 아이를 안고는 안절부절했다. 그런 아이의 다리는 덜렁거리고 있었다. 아이의 몸 상태를 급히 살펴 본 백인 여성은 안도의 숨을 내리 쉬며 케빈이라는 아이를 꼭 안아 주고 있었다.
"케빈! 괜찮단다. 엄마가 항상 네곁에 붙어 있을께."
아이를 달래는 백인 여성의 눈에는 눈물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줄리! 케빈은 다친곳이 없어?"
"조금 놀란것 같아. 다행이 다친곳은 없어."
"정말 다행이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줄리라는 여성을 위로했다.
"정말 다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케빈은 쿼터백인 매닝의 아들로 디스토니아(dystonia.근육 긴장 이상) 증상을 앓고 있는 탓으로 양다리로 서지 못하는 상테에요."
정상현에게 말을 건 백인 여성이 케빈이라는 아이의 병을 설명해 주었다. 쿼터백인 매닝이라면 자이언츠의 핵심 선수다. 그런 선수의 아들이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정상현은 모르고 있었던것 같았다.
"알고 있었냐?"
"예."
"알고 있었다고?"
"예. 하지만 매닝은 나이가 많습니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상태이거든요."
이해가 되었다. 아들을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은퇴를 할지도 모르는 매닝과는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수는 없다고 판단한것 같았다.
"매닝이 은퇴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앞으로 5~6년은 더 선수로 뛴다고 했어요."
정상현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인 여성이 끼어 들었다. 그런 말에 켄과 정상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너! 욕심이 너무 많은게 아니냐?"
"벌때 벌어야죠. 부탁 드리겠습니다. 케빈이 불쌍해 보입니다."
"말만하면 들어 주는 내가 네 쫄따구냐?"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