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살인 사건
239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라. 조금은 도와 주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광주의 망둥이파다. 서로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해서 돕도록 해."
영등포의 일성파와 광주의 망둥이파가 서로 손을 잡았다. 이 일이 다른 조직에 알려 진다면 일성파를 견제하게 될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다. 습격을 해 오면 박살내면 그만일뿐이다. 생각같아선 서울을 일통하고 싶었지만 너무 나대면 정체가 발각될 우려가 있다. 아직은 능력자들에게 자신이 한국에 있다는걸 알리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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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파의 일이 일단락 된후 안가에서 쉬고 있을때 TV에서 속보가 흘러 나왔다. 장대수 의원이 별장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로 비서겸 운전수의 범행으로 비서도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C.R.엔젤이 주연으로 출연한 '판타지 인 파이브'라는 영화가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엔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톱스타로 발돋음한 C.R.엔젤에 대한 보도 일색이었다. 한동안 할일이 없었다. 진아 회사에서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 완제품이 완성될때까지 시간이 남아 돌았다. 집안에서 빈둥빈둥 놀기도 타분한 일이다.
"현수야! 광주로 가자."
"광주요?"
"그래. 광주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심심한데 그걸 해결하러 가잔 말이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김명철은 일이 있다며 황현수 혼자서 안가로 찾아왔다. 그런 현수를 데리고 광주로 내려 갔다. 망둥이 놈 말로는 뒤를 봐 주고 있는 이 형사가 살인 사건때문에 죽을상이라고 했다. 심심하지 않으면 내 버려 두었을테지만 할일이 없는 따분한 일상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도착하면 깨워라."
자동자 뒷좌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마법을 되새겨 봤다. 백마법만 해도 광주까지 도착할때까지 모두 다 되새겨 보지 못할 정도로 방대했다. 마법은 피라미드식이다. 고위 마법일수록 종류가 적어지며 위력이 강해진다. 그렇다고 하급 마법이 위력이 약한건 아니다. 얼마나 마나를 많이 주입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은 고위 마법 못지 않는 위력을 발휘한다.
"도착했습니다."
언제 광주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법에 심취해 있었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었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쥴라탄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예전 상어파 본거지였던 쥴라탄 나이트 클럽으로 향했다. 지금은 망둥이파가 본거지로 사용하는 곳이다.
차차차차찬.
흥겨운 음악이 요동치는 클럽안은 초저녁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모두 젊은 남녀였다. 현란하게 몸을 흔들어 대며 스트레스를 풀려는지 아니면 썸씽을 해 볼려는지 모두들 광란에 빠져 있는듯했다.
"어서 옵쇼!"
"망둥이 있냐?"
"예엣?"
"일단 룸으로 안내해."
박찬호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웨이트가 어리둥절한채로 2층의 룸으로 안내했다.
"제일 좋은 술로 가져 오고. 망둥이에게 핸드가 찾아 왔다고 해라."
"아, 알겠습니다."
이제야 뭔가를 알아 차린것인지 웨이트 녀석이 직각으로 허릴 숙이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술보다 망둥이가 먼저 룸안으로 들어 왔다.
"오셨습니까?"
"그래. 이 형사도 불러."
"알겠습니다."
망둥이가 이 형사에게 전화를 했다.
"한시간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술 한잔하며 기다리면 딱이겠네. 할일이 없어 심심해서 찾아 온거다. 어제 보고 또 보니 반갑지?"
"........"
썰렁한 농담에 망둥이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큭큭큭, 농담이다. 아, 이 녀석은 국정원 소속이야."
"예엣?"
국정원이라는 말에 펄쩍 뛰는 망둥이였다. 별명에 딱 어울릴정도의 제스처였다.
"황현수라고 합니다."
"아, 예. 망둥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국정원 직원인것을 까발리자 현수는 하는수 없다는듯 망둥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현수야! 걱정할건 없어. 망둥이는 입이 무거운 놈이다. 그렇지?"
"무, 물론입니다. 절대 입밖으로 내지 않겠습니다."
"한잔 하자."
웨이트가 술과 안주를 들고 들어와 세팅해 놓았다. 켄이 솔고래인줄 아는지 술병만 해도 5병이나 가져왔다. 3명이 술 한병을 비웠을때 이 형사가 찾아 왔다.
"오, 오셨습니까?"
"그래. 얼굴이 말이 아니네."
이 형사는 많이 수척해 있었다. 눈도 퀭한게 고생이 심한것 같았다.
"넌 술 한잔 하기 전에 이걸 마셔."
생수를 한잔 따라 주며 엔다이론에게 부탁해 생수 한병을 생명수로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엔다이론은 생명수와 치료수 두가지를 맘대로 만들수 있다. 상급 정령인 만큼 그 효과나 지속 시간도 탁월하다.
"너희들도 피곤하면 이걸 한잔씩 마셔."
"그게 뭔지요?"
"활력수랄까? 암튼 몸에 엄청 좋은거다. 피로는 물론 숙취도 한꺼번에 날아가 버리는 특제 생수다."
망둥이와 현수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웨이트가 들고 들어온 생수다. 그런 생수가 어떻게 활력수가 될수 있는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 알지?"
"아!"
망둥이는 이제야 알아 차린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망둥이가 생수를 따라 마셨다. 그러자 이 형사도 마시고 현수도 같이 마셨다. 이 형사는 생수를 마시자마자 피로가 싹 가셨는지 얼굴색부터 달라졌다.
"음, 이거 기가 막히군요. 무거웠던 몸이 날아 갈듯 가벼워진것 같습니다."
"진것이 아니라 졌는거다."
이 형사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너희들도 좋아졌지?"
"한잔 더 마셔도 되겠습니까?"
"마셔 봐야 소용없어. 하루에 한잔씩이 딱 좋아."
망둥이가 입을 다시며 더 마시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하루에 한잔 이상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게 생명수다.
"망둥이, 넌 나중에 큰생수통 한개를 가져와. 만들어 줄테니까 피로할때 한잔씩 마셔. 하루에 두잔 이상은 소용없다는걸 명심해."
"감사합니다."
"저어...저는요?"
"집에 있는게 이거야."
안가에 있는 생수통은 이미 생명수로 만들어 둔것이다. 그걸 모르는 김명철과 황현수는 매일 마시고 있었다.
"아, 그래서 요즈음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거군요."
이해가 된듯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형사! 사건에 대해서 말해 봐."
"사건요?"
"그래. 망둥이에게서 들었다. 살인 사건때문에 죽을상이라며? 도움을 주기위해 찾아 온거야."
"아, 감사합니다."
이 형사는 눈앞의 이 자가 어떤식으로 도움을 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총알을 피하고 서장을 깜쪽같이 죽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것은 또 다른 일이다.
"어떤 사건인지 말해 봐."
2주일전에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현관앞에 쓰러져 있는 50대 여성은 얼굴과 머리, 목 20여곳을 찔린채 죽어 있었다. 또한 2층의 20대 남자도 침대위에서 죽은채 발견되었다. 최초 발견자는 대기업에 부장으로 근무하는 사망한 부인 남편이다. 휴일을 맞이해 골프를 치고 돌아와 발견했다고 했다. 현관에는 피가 묻은 신발 자국이 남아 있을뿐 다른 증거는 찾을수 없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적한 주택가인 탓으로 방법 카메라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관의 문도 잠겨져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범인이 침입한것인지 모른다. 사건은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 그럼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가 보자."
"지, 지금요?"
"그래. 이 밤중엔 갈수 없는거냐?"
"아, 아닙니다."
이 형사를 따라 현수와 함께 살인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향했다. 한적한 주택가로 한밤중인 탓으로 조용한 곳이었다. 2층 건물로 큰건물이다. 정문에는 출입 금지가 쓰여진 노란색 테이프가 쳐져 있었다. 이 형사는 테이프를 들어 올리고 집안으로 들어 갔다. 잠금 장치는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딸칵.
현관의 전기를 켜자 현관에 말라 붙은 피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곳입니다."
"음...잠깐만."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쳐 현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보았다. 가방을 맨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현관안으로 들어 와 바지 주머니에 열쇠를 넣고는 신발을 싣은채 현관으로 올라왔다. 잠시후 현관쪽으로 되돌아온 놈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온 50대 여성과 맞딱뜨렸다. 깜짝 놀라는 여성은 소리를 칠려는 순간 놈이 달려 들어 입을 막으며 현관으로 쓰러 뜨렸다.
푹푹푹.
가장 먼저 놈이 허리뒤에서 꺼낸 칼로 쓰러진 여성의 목을 찌른후 얼굴도 사정없이 찔러 대었다. 그런후 놈은 옷에 튄 피를 확인하곤 가방에서 옷을 꺼내 갈아 입은후 현관문 밖으로 나가 문을 잠그고 사라졌다. 현관에서의 상황을 파악한후 놈이 집안의 어디로 이동했는지 계속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치며 집안으로 들어 갔다. 놈의 발자취는 일층의 방을 찾아 들어가 화장대 서랍이나 옷장 서랍을 물색한후 귀중품을 가방안에 쓸어 넣으며 2층으로 움직였다.
2층의 방에는 한남자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발견한 놈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갈려고 했을때 침대에서 눈을 뜬 남자가 '누구냐'라고 소리치자 놈은 급히 달려들어 침대에서 일어 날려는 남자의 가슴을 몇번이나 찔러 죽여 버린후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중년 여성과 맞딱뜨린것이다.
"뭔가를 알아 냈는지요?"
"알아냈다. 지금 부터 보여 주는 장면은 어디에서도 입밖으로 내면 않돼."
"옛?"
이해를 할수 없는 이 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수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현시킬꺼다. 절대 놀라지 마라."
환상 마법을 현관에 펼쳤다.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본 장면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다.
"앗?"
"허억! 언제 저 남자가..."
"놀라지 말랬지?"
현수와 이 형사가 눈앞에 등장한 젊은 남자를 보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놈이 범인이다."
그 말에 이 형사가 놈을 손을 잡을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아앗? 어, 어떻게..."
"환상으로 너희들에게 보여 주는거다. 놈의 얼굴을 자세히 기억해 놔."
범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 보는 이 형사를 바라 보며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범인을 찾으러 가자."
"옛? 차, 찾을수 있겠습니까?"
"그래. 따라와."
현관밖으로 나가 계속 환상 마법을 펼치며 범인이 이동한 곳으로 따라 갔다. 도중에 공원에서 풀로 뒤덮어진 곳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찾았다.
"흉기는 나중에 회수해."
환상 마법을 계속 펼치며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놈이 들어간 아파트로 접어 들었다. 다행히 범인은 먼곳에서 이동해 온것이 아니었다. 환상 마법을 해제하고 아파트 관리인에게 이 형사가 범인의 용모를 물어 몇호실에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 실라이온! 506호실에 살고 있는 놈을 확인하고 범행때 입은 옷이 있는지 확인해 봐.
잠시후 돌아온 실라이온이 피는 묻어 있지 않지만 옷과 가방이 있다고 했다.
"이 형사! 놈의 방에 살인할때 입고 있었던 옷이 있어. 하지만 그 옷에는 피는 묻어 있지 않아. 세탁을 한것같다."
"옛? 그걸 어떻게 안것입니까?"
"내 눈에는 다 보이거든."
"......."
터무니없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이 형사지만 살인 현장 현관에서 직접 본 범인의 영상까지 재현해 내는 능력으로 볼때 허황된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루미놀인가 뭔가하는 시약을 뿌리면 혈흔 반응이 나타날꺼야. 범행 당시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알고 있을테니까 현장에서 바로 수사해 봐. 아, 그리고 놈이 신고 있었던 신발도 현관에 있어. 그것도 조사해 보면 혈흔을 찾을수 있을꺼다."
"감사합니다."
이 형사는 바로 범인을 체포하러 갈순 없다고 했다. 자신 혼자서 체포하면 다른 형사들이 수상하게 여길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보고를 하고 같이 체포하러 가는게 순서다. 어떤식으로 보고를 할지 밤새도록 골머리를 싸매고 강구해 봐야 한다.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고 알려 주었다고 말할수도 없었다. 범인이 살고 있는 곳을 확인한 켄은 현수와 이 형사와 함께 다시 쥴라탄 나이트 클럽으로 되돌아 왔다.
"범인은 찾았습니까?"
"그래. 내일 아침에 잡으러 간대."
망둥이도 어떤식으로 범인을 찾는지 보고 싶었지만 데려가 주지 않아 룸에 앉아 자작하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활력수를 만들어 줄테니까 생수통을 가져 와."
술도 어느 정도 들어갔고 시간도 늦었다. 나이트의 영업도 끝난 상태다. 그만 파할 시간이다. 망둥이가 가져온 생수통 3개를 모두 활력수로 만들어 주고 모두 활력수를 한잔씩 한후 나이트를 나갔다.
"이 형사는 골치 아픈 사건이 있으면 불러."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밤새도록 술을 마셨지만 활력수 한잔으로 숙취는 해소된 상태다.
"저어, 핸드님! 저도 능력자가 될수 없습니까?"
"능력자?"
"예. 될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되고 싶습니다."
"....음."
마법이나 기사 수련을 하면 능력자가 될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 강제로 능력자로 각성시키는 방법은 모른다.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했을때 능력자로 각성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고열을 앓고 난 뒤에 능력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왜 그런식으로 각성하는지도 모른다. 현수가 정령 친화력이 뛰어 나다면 정령과 계약시켜 줄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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