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좀비 바이러스(1)
269화.
켄의 모습을 본 중년인이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당연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이곳으로 온것이다.
"네가 이곳 CEO냐?"
"그, 그렇다. 이곳엔 어떻게 들어 온거냐?"
"비밀이다. 그보다 한가지 물어 보자. 솔직히 말해 준다면 조용히 물러 나겠다. 좀비 바이러스 알지?"
"......."
역시 말해 줄리가 없었다. 아니면 좀비 바이러스를 모르고 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놈이 아무런 대답도 없는 것으로 볼때 알고 있는것 같았다.
"꼭 피를 봐야 대답하겠나?"
"모, 모른다. 처음 듣는 말이다."
"아냐. 넌 이미 알고 있어.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일단 손가락부터 절단하겠다."
협박이 먹힐지 모르지만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저벅저벅.
"자, 잠깐만! 한가지만 대답해 준다면 말해 주겠다."
"뭔데?"
"어떻게 Z 바이러스를 알고 있는거냐?"
"Z 바이러스?"
좀비 바이러스를 줄여 Z 바이러스라고 부르는것 같았다. 이것으로 놈이 확실히 알고 있다는 확증을 잡은 것이다.
"패터슨 공군 기지, 51구역, 덜스 지하 기지...이렇게 말하면 뭔가 짐작할수 있지?"
쩌억.
중년인의 입이 쩍 벌어지고 있었다.
"느, 능력자...그, 그럼 당신이 그 기지들을 모두..."
"그렇다. 자아, 이제 네 차례다."
"...정말 말해 준다면 조용히 사라져 주겠나?"
"약속한다."
박스터 본사 CEO 집무실을 조용히 빠져나온 켄은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본으로 향했다. 놈이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좀비 바이러스 제조는 모두 섬나라인 일본과 아일랜드에서 제조하고 예방약은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만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좀비 바이러스 제조중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를 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예방약이 왜 미국 본토가 아닌 뉴질랜드에서도 제조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위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 왔다고 했다. 제조된 약은 어디로 운반되어 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창고에 쌓아 두면 알아서 가져 간다고 했다. CEO라는 놈이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볼때 놈의 말이 맞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신과 만난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고는 놈이 말한 일본의 제조 공장으로 향했다.
예방약은 아무런 쓸모도 없다. 고작 1년만 사용할수 있는 것이다. 1년후엔 그 약도 통하지 않는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로 변하든지 아니면 좀비에게 잡아 먹혀 버린다. 지금 한국에 있는 유전자 연구소에서 완전한 약을 제조하고 있을것이다. 어떤 바이러스인지 입수해 유전자 연구소에서 연구하게 할것이다. 일본 미야자키켄(宮崎県) 키요타케쵸(清武町)에 자리하고 있는 미야자키 공장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안가로 이동해 일본의 미야자키켄으로 향했다.
미야자키켄에서 박스터 제약 회사 공장을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공장 이름을 말해 주자 데려다 주었다. 5층 건물쯤되는 흰색 건물로 몸을 숨기고 잠입해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놈을 납치해 추궁할 생각이다. 공장안에는 무슨 약을 제조하고 있는지 자동으로 제조된 약이 끊임없이 물이 흐르듯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런 공장안에서 하얀 복장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눈만 드러낸 자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자를 몰래 따라 나갔다. 옷을 갈아 입고 평복으로 갈아 입은 자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볼일을 마친 놈이 손을 씻을려고 할때 홀드 마법으로 속박해 버렸다.
"묻는 말에 답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이곳에서 만드는 약중에 시중에 팔지 않고 보관만 하는 약은 어딧냐?"
"누, 누구냐?"
퍽!
"윽!"
답하지 않는 놈의 뒷통수를 후려 갈겼다.
"다음엔 목을 꺾어 버리겠다. 어딧냐?"
"이, 이 건물 옆 창고 지하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릅니다."
놈의 기억을 지워 버리고는 홀드까지 풀어 주고 밖으로 나갔다. 놈이 말한대로 옆건물로 침입해 지하를 찾아 들어 갔다. 그곳에는 큼직한 박스가 지하가 비좁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그런 박스를 모두 녹화하고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게 하고 한박스를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밖으로 나갈때도 모든 장면을 녹화해 두었다.
*******
"이걸 조사해 봐."
"이건 뭔지요?"
"좀비 바이러스야."
일본에서 곧바로 한국의 유전자 연구소로 이동해 홍 소장에게 박스를 건네 주었다.
"조심해서 다루도록 해. 관리도 철저히 하고 절대로 외부로 반출해선 않돼."
"걱정 말게."
다음은 아일랜드로 가야 했다. 영국 옆의 섬나라인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한국의 안가 지하실의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프랑스의 저택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그래. 별일없지?"
"주변 땅을 매입하고 승마용 말 두마리를 구해 두었습니다. 피터 교육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시 사무엘 집사였다. 지시한 내용은 철저히 이행하는 주인에게 충실한 집사였다.
"그럼 승마를 해 볼까?"
"복장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없어."
굳이 승마복으로 갈아 입을 필요는 없었다. 마사(馬舍)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새하얀 백마 두마리가 있었다.
"오오! 멋지군. 타도 되지?"
"......"
"주인님이시네. 인사드리게."
"아, 안녕하십니까. 안드레라고 합니다."
마사를 관리하는 자라고 했다. 중년의 남자는 굉장히 긴장하고 있는듯했다.
"핸드라고 부르면 돼.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집사! 안드레에게는 주방장과 같은 대우를 해줘. 말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꺼야."
"알겠습니다."
백마 한마리를 마사에서 꺼내고 안드레가 안장을 올리고 준비를 해 주었다. 안드레가 작업을 하는 동안 켄은 백마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말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다. 그런 말앞에선 긴장을 하면 않된다. 탈 사람이 불안감에 휩쌓여 있으면 말은 금방 알아 차리고 무시를 한다.
"잘 부탁하마."
말에게 한마디 하고는 올라탔다.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다. 사무엘 집사와 안드레는 조용히 지켜 보기만 했다. 말을 구입하라는 것으로 볼때 주인은 이미 말을 탈줄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아, 달려 보자."
가볍게 배를 걷어차며 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계에서 처음으로 말을 탔을땐 엉덩이와 허리가 작살나는줄 알았다. 요령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말의 보조에 맞추어 리듬을 타야하는걸 몰랐었다.
투투투투.
저택 주변을 빠르게 돌아 다녔다.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게 가슴이 뻥 뚫리는듯한 기분이었다. 저택에서 점점 더 먼곳으로 이동해 갔다. 그곳에는 모(Meaux)라는 소도시가 있었다. 그런 도시안으로 백마를 타고 들어가자 사람들이 힐끈거리긴 했지만 금새 흥미를 잃어 버린듯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작은 도시를 한바퀴 빙 돌았다. 대체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다. 특히 그 중에 거대한 교회는 장관이었다.
따각따각.
천천히 말을 몰아 저택으로 되돌아 갈려고 다리를 건너고 있을때였다. 다리 입구쪽 바로 옆에 흰색 자동차 한대가 멈춰서 있었다. 뒤쪽에는 짐을 싣을수 있도록 불룩 튀어 나온게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볼수 없는 자동차였다. 뒷문이 열려 있는곳엔 사각형의 상자가 쌓여 있었다.
또각또각.
"저어, 죄송하지만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뭔데?"
말을 타고 그 옆을 지나갈려고 할때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전혀 안면도 없는 자였다.
"말을 좀 빌려 주실수 있겠습니까?"
"말을?"
"예. 하필이면 가솔린이 다 떨어져서 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솔린을 사 올려고 합니다만 거리가 너무 멀어 걸어 가기엔 곤란한 상황입니다."
걸어서 주유소에까지 가서 이곳까지 가솔린을 가져 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에게 무슨 배짱으로 말을 빌려 달라고 하는지 너무 뻔뻔스러웠다. 하지만 이 중년인의 배포가 그렇게 싫진 않았다.
"말은 탈줄 알아?"
"압니다. 예전에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
"그럼 빌려 줄께. 다녀와. 차는 내가 지키고 있을께."
"감사합니다."
중년인은 고마워하면서 말에 올라 타고 빠르게 다리를 건너 사라져 버렸다. 저 사람이 사기꾼이라면 말 한마리를 잃어 버리게 될것이다. 차에 실려 있는 상자가 무언지 궁금했지만 남의 물건을 함부로 들춰 볼수도 없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때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따가닥따가닥.
중년인이 빨간통 한개를 품에 안고 말을 타고 차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그보다 저 상자에는 뭐가 들어있지?"
"브리(Brie) 치즈입니다. 주문한 치즈를 운반하는 중에 가솔린이 떨어져 움직일수 없었던 것입니다. 배달이 끝나면 저희 집으로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습니다."
프랑스의 일반 가정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흥미가 동했다. 중년인의 이름은 크리스티앙으로 치즈 전문 장인이라고 했다. 나중에 안것이지만 이 지역은 브리 치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브리 치즈는 '왕들의 치즈'라고 할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치즈라고 했다.
크리스티앙을 따라 다시 도시로 들어가 치즈 배달을 구경하며 크리스티앙의 집으로 따라갔다. 농가로 보이는 오래된 집이 크리스티앙의 집이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집은 지붕이 가파르다. 집뒤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으며 짚앞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초원에는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었다.
"그럼 난 저녁때쯤 올께."
"기다리겠습니다."
크리스티앙의 집을 알아 두고 저택으로 돌아간 켄은 사무엘 집사를 불러 아일랜드의 캐슬바에 있는 박스터 제약 회사 공장으로 가는 루트를 알아 보라고 지시했다.
"아! 저녁은 초대를 받았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그럼 와인 한병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따각따각.
저녁 시간에 맞추어 말을 타고 크리스티앙 집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노크하고 잠시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너무 일찍 왔나 싶었다. 초원에 있던 젖소들은 저 멀리있는 우사(牛舍)로 들어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우사쪽에서 켄쪽으로 누군가 헐레벌떡 달려 오고 있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인느 남자애였다.
"핸드님! 헉헉헉!"
"넌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헉헉...전 쟝이에요. 아버지가 알려 줬어요. 핸드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요."
크리스티앙의 아들이었다, 크리스티앙에게는 이름을 말해 주었었다.
"근데 네 아버지는 어딧지?"
"저기 축사(畜舍)에요. 젖소 한마리가 쓰러졌거든요."
"가 보자. 자아, 내 손을 잡아. 태워줄께."
쟝을 등뒤에 태우고 축사쪽으로 달려갔다.
"꽉 잡아."
투투투투.
축사까지는 금방이었다. 축사안에는 쟝의 말대로 배가 불룩한 젖소 한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아버지! 핸드 아저씨가 왔어요."
"아, 어서 오십시요. 급한 일이 발생해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크리스티앙외에 중년 여인도 함께였다. 부인으로 짐작되었다.
"그보다 이 소는 왜 이렇지?"
"소화 불량으로 배에 가스가 가득찬 상태입니다."
젖소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켄으로써는 크리스티앙의 말을 믿을수 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수의사는 너무 먼곳에 있어서 이 상태라면..."
가망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굳이 할수 없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음...비켜 봐. 내가 고쳐 줄께."
인간과 달리 젖소도 엔다이론이 고칠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는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예엣? 수의사 자격증이라고 있는겁니까?"
"아니, 날 믿어봐. 배에 들어찬 가스만 빼주면 되나?"
"그, 그렇습니다."
엔다이론을 소환해 가스를 빼달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켄은 불룩한 젖소의 배를 힘껏 누르는 시늉을 했다.
뿌르! 뿌르르르르!!!
젖소의 엉덩이에서 엄청난 방귀가 뿜어져 나오며 불룩했던 배가 점점 꺼지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욱!"
"우욱! 웁!"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독했다. 너무 독한 냄새에 축사 밖으로 뛰쳐 나가 크게 숨을 들이켜 신선한 바깥 공기를 들이 마셨다.
"후아! 이제야 좀 살것 같다."
"지독하네요."
쟝까지 코를 막고 축사 밖으로 뛰쳐 나왔지만 크리스티앙은 그런 냄새에도 불구하고 젖소를 지켜 보고 있었다. 젖소는 이미 배가 푹 꺼진채 천천히 일어 나고 있었다. 완전히 회복된것 같았다. 그런 축사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떻게 한겁니까?"
"뭘 어떻게 해? 그냥 배를 힘껏 누른것뿐이야."
크리스티앙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다고해서 바뀌는것은 없었다. 이미 젖소는 회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감사합니다."
말고삐를 잡고는 크리스티앙 가족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할게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해도 돼. 그리고 이건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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