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국정원(1)
201화.
도발에도 넘어 오지 않는 중년인에게 흥미가 사라졌다. 그럴때에 강창민 사장이 통화를 끝냈는지 다가 왔다.
"자네가 정말 취선인가?"
"그렇다니까. 나 말고 누가 사칭이라도 한다든?"
"...음. 죄송했습니다."
"응?"
갑자기 강창민 사장이 존대말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왜 이러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전화를 한뒤에 보인 행동으로 볼때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것 같았다. 한국에서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다.
"저와 같이 아버님을 뵈러 갈수 있겠습니까?"
"네 아버지?"
"예. 천화 그룹 회장님이십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무슨 일인지 짐작이 되었다. 금진 그룹 여 회장이 알려 준듯했다. 대기업끼리는 서로가 경쟁 상대이면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안내해."
금진 그룹 여 회장이 알려 준것인지 알아 보기 위해서라도 만나 볼 생각이다. 강 사장의 차를 타고 회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새로 이사한 천화 그룹 본사 건물이었다. 최고층으로 올라가 회장실로 안내되어 들어 가자 그곳에는 금진 그룹 여 회장과 대흥 그룹 이 회장, 그리고 흰머리가 검은 머리카락보다 더 많은 늙은이 한명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
"회장들이 여긴 왜 있는거야?"
여 회장과 이 회장에게 버럭 소릴 질렀다. 그런 켄의 호통에 회장들은 움찔했다.
"지, 진정하게."
"일단 자리에 앉게."
그런 여 회장과 이 회장의 행동에 뒤에서 조용히 지켜 보고 있던 강창민 사장은 깜짝 놀랐다. 아버님은 전화로 취선이라는 자를 만난다면 절대 무례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떻게 취선이라는 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 온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아버님이 모두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금 취선이라는 자와 같이 있다는 말에 정중히 모셔 오라고 했다. 취선이라는 자가 대체 누구이길래 천화 그룹 회장인 아버님이 조심스러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채 회장실로 들어 서자 금진 그룹 여 회장님과 대흥 그룹 이 회장에게 화를 내는 취선이 미친 놈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두 회장님이 취선을 달래며 어쩔줄을 몰라하는 것이었다.
"넌 그만 나가 봐라."
"예."
강창민 사장은 회장에게 쫓겨 나면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슬쩍 뒤를 한번 돌아다 보았다. 나중에 아버님이 말해 주겠지만 취선이라는 자의 정체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태연하게 사람을 죽였다고 선언했을땐 광기마저 엿보였다.
"천화 그룹을 맡고 있는 강택민이라고 하네. 못난 자식놈들 대신해 사과하겠네."
"......"
강택민 회장이 머릴 숙여 사과를 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어리둥절하며 여 회장를 바라 보았다.
"사과를 받아 주게."
"회장들이 알려 준거야?"
"미안하네. 어쩔수 없었네."
여 회장이 안절부절했다. 그런 표정을 보니 허탈해지기까지 했다.
"에이, 씨...회장들이 다 망쳐 버렸잖아."
"뭘 말인가?"
"두바이로 가서 바벨 타워를 무너 뜨릴 생각이었어."
"컥! 그, 그게 정...윽..."
켄의 말을 들은 강택민 회장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 잡고는 괴로워하며 소파로 쓰러지고 있었다. 안색도 창백해 지며 숨도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강 회장님!"
"회장님!"
두 회장이 즉시 강 회장에게로 다가 갔다.
"취선! 어떻게든 해 보게."
"부탁하네."
"에이...송장 치루게 생겼네."
자꾸 짜증이 났다. 이대로 강 회장이 죽어 버린다면 뒷끝이 껄끄럼해 질것이다.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아 저렇게 된것이기 때문이다.
"비켜 봐."
두 회장을 물러 나게 한뒤 엔다이론을 불러 살펴 보라고 했다.
- 협심증이라는 거에요.
- 고쳐 줄래.
충격적인 말에 갑자기 흥분되어 심장에 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저런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엔다이론이 강 회장 몸속으로 들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 회장의 표정이 서서히 붉어 지고 있었다. 피가 전신으로 돌기 시작한것이다.
"이제 괜찮아."
"고맙네."
"심장만 고친거야. 다른 삐걱거리는 곳은 손도 대지 않았어. "
"이것만 해도 고맙네."
강 회장은 심장만 고쳐 준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여 회장에게 취선이 어떤 자인지 대략 들어 알고 있었다. 신기한 치료 능력자라고 했다. 생각같아선 다른곳도 고쳐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불편한 관계로 대면한 이상 많은 것으로 요구할 입장도 아니었다.
"바벨 타워를 무너 뜨리겠다는 말이 사실인가?"
"사실이야. 조금전까지만 해도 인천 공항에 있었거든. 두바이로 가서 바벨 타워를 무너 뜨리고 카타르로 가서 고속 도로까지 박살낼 생각이었거든."
"음...미안하네. 다 못난 자식을 둔 내탓일세."
충격스런 대답에도 이번엔 강 회장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놈들 교육 단단히 시켜. 다시 한번 내 귀에 다른 자를 핍박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이번엔 죽여 버릴테니까."
"걱정말게. 그리고 고맙네."
켄의 용서해 준다는 뜻이 내포된 말에 강 회장이 고마워했다.
"난 그만 가 보겠다."
"취선! 부탁 한가지 해도 되겠나?"
자리에서 일어 날려고 했을때 여 회장이 급히 부탁을 해 왔다.
"뭔데?"
"강 회장님 몸을 완전히 고쳐 줄수 있겠나? 부탁하겠네."
"나도 부탁하겠네."
두 회장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 회장님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것이네. 우리들에겐 은인이나 다름없는 분이시네. 자네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우리들을 봐서라도 부탁하겠네. 강 회장은 오래 사셔야 하는 분이네."
"......"
두 회장의 부탁에 망설여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생각을 한후 결론을 내렸다.
"좋아. 고쳐 줄께. 비록 자식 농사를 잘못지었다고 해도 회장이 오래 살아야 자식놈들이 헛된짓을 못하겠지."
"고맙네."
세명의 회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일단 그릇 4개와 스푼 한개, 생수 2병정도를 가져와."
강 회장이 급히 인터폰으로 비서실에 지시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 비서가 말한 물건을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다른 방은 없나?"
"저곳으로 들어 가게. 가면실(仮眠室)이네."
회장이 피곤할때 쉬는 가면실은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이었다. 그곳에 그릇 한개를 들고 들어간 켄은 아공간을 열어 석청을 꺼냈다. 늙은 회장의 몸을 치료할려면 마나가 필요했다. 석청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나오자 뭔지 궁금한 표정의 회장들이 보는 앞에서 다른 그릇에 적당히 옮겨 담고 생수를 부었다. 그런 그릇을 손에 마나를 주입해 적당히 따뜻해지도록 데운후 스푼으로 저어 꿀물을 만들었다.
"자아, 한잔씩 들어."
"꿀물인가?"
"그래."
"허허, 고맙네. 강 회장님도 드시지요. 귀한 석청 꿀물입니다."
여 회장은 석청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고맙네."
켄을 포함한 네그릇의 석청 꿀물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강 회장을 소파에 눕게했다. 그런후 엔다이론과 샐라임을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강 회장은 나이가 많은 탓으로 몸 전체를 치료해야 했다. 몸속에 쌓인 노폐물이 가장 많았다. 그런 노폐물을 완전히 제거하진 않았다. 절반 정도만 제거를 한후 관절이나 약해진 장기를 튼튼하게 복구하는 작업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후우, 힘드네."
일부러 힘든척 연기를 해 주었다. 너무 쉽게 치료를 한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강 회장은 일어 나도 돼. 치료는 끝났어."
"정말 고맙네."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난 강 회장은 십년은 젊어 보였다. 치료가 끝나서인지 혈색도 붉그스럼한게 건강해 보였다.
"적어도 20년은 끄덕없을꺼야. 자식들 잘 감시해."
"명심하겠네."
"강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오래 사셔야 합니다."
두 회장이 아부인지 축하인지 모를 덕담을 했다.
"취선! 이런걸 물어 봐도 되는지 모르겠군."
"뭔데?"
"....자네는 능력자인가?"
"능력자? 그게 무슨 말인데?"
여 회장이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마법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지만 능력자라는 말은 맘에 들지 않았다. 마법사로써의 자존심 문제였다.
"얼마전에 청와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네."
여 회장이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켄은 정말 놀랐다. 좀비들이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능력자들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능력자들의 피가 흰색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다. 좀비는 검은피, 능력자는 흰색피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붉은 피를 가진 능력자라면 좀비 등장과는 무관하게 능력자가 된 자들이라고 판단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자들이 한국에는 없고 아메리카에 많다고?"
"그렇다고 들었네. 그래서 자네의 신기한 치료 능력으로 볼때 능력자가 아닌가 해서 물어 본거라네."
"뭐 능력자라면 능력자겠지. 하지만 다른 능력자라는 자들을 만난적이 없어서 뭐라고 대답해 줄순 없어."
모호하게 답해 주었다. 하지만 회장들은 능력자라고 확신하고 있는듯했다.
"조심하는게 좋을듯 싶네. 정부에서 혈안이 되어 능력자들을 찾고 있을것이네."
"회장들이 입 닫고 있으면 돼."
"그래도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걸세."
"상관없어. 날 핍박하면 모조리 박살내 버릴테니까."
정말이었다. 야쿠자는 당하고는 못산다. 반드시 받은 만큼 이상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누가 능력자들을 찾아 다니고 있는지 알아?"
"그런 일은 국정원에서 할것이네."
"국정원? 아, 그놈들?"
풍월관이라는 요정 지하에서 도청하고 있던 놈들이 국정원 소속 직원이라고 했다. 놈들을 족쳐 봐야 할것 같았다.
"그리고 강 회장! 이전의 본사 건물로 돌아 가도 돼. 악취를 없애 줄테니까."
"취선, 자네가 그렇게 한것인가? "
"그래. 그건 실패작이야. 골탕을 조금 먹일려고 했는데 그렇게 심했을줄은 나도 몰랐거든. 원래되로 돌려 놓을께."
"음, 이미 늦었네. 소문이 너무 도는 바람에 그곳으로 다시 간다면 오히려 소문이 더 무성해 질것이네."
"그래? 그럼 그 건물에 다른 회사를 하나 차려. 음, 뭐가 좋을까?"
잠시 눈을 감고 어떤 회사가 좋은지 생각해봤다.
딱.
손가락을 튕기며 눈을 번쩍 뜬 켄은 회장들에게 입을 열었다.
"에너지 회사를 차려. 세 회장이 합작으로 에너지 회사를 차리면 내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석유나 다른 가스등 자원을 찾아 줄께."
"헉! 저, 정말인가?"
"그래. 내겐 쉬운 일이야. 단, 이익의 몇프로는 내게 줘야 해."
정령을 이용하면 땅속에 파묻혀 있는 자원은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보물선이나 찾아 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들었다. 바다속에 침몰해 있는 보물선도 쉽게 찾을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독도 근처에 옛 러시아 군함이 침몰해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 군함에는 러시아 함대의 운용 자금이 실려 있다고 했다. 그 자금은 모두 금괴라고 했다.
"정말 도와 준다면 합작 회사를 설립하겠네."
"회사 만들고 어느 지역을 탐사할지 그 나라에 허가를 받은후에 연락해."
"그렇게 하겠네."
"그럼 난 가볼께. 얘기들 나눠."
천화 그룹을 나선 켄은 이전하기 전의 천화 그룹 본사 건물로 갔다. 건물은 폐쇄되어 있는지 을씨년스러웠다. 모습을 감춘후 마법을 사용해 안으로 숨어든 켄은 전번에 설치해 놓은 악취를 풍기게 하는 마법진을 회수하고 집으로 돌아 갔다.
*******
깜깜한 밤이었다. 겨울철 밤이라 찬바람이 쌩쌩 불어 유난히 추웠지만 켄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후 풍월관으로 온것이다. 이곳 지하의 국정원 놈들에게 물어 볼것이 있었다.
- 실라이온! 지하로 내려 가는 문이 어딧지?
- 저쪽이에요.
창고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었다.
- 지하에는 놈들이 아직 있지?
- 그대로 있어요.
소리없이 창고 안으로 스며 들어간 켄은 지하를 향해 슬립 마법을 펼쳤다. 실라이온이 두명이 잠이 들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런 후에 지하로 내려 가는 계단을 찾았다. 밀가루 포대같은걸 치우고 플라스틱 파렛트를 치우자 문이 드러났다. 품속에서 미리 준비한 복면을 꺼내 뒤집어 쓰고 선글라스를 끼었다. 귀부분에 미리 구멍을 뚫어 복면안쪽으로 선글라스 테가 들어 가도록 만들어 둔것이다.
인비저빌리티 마법도 해제하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평범한 복장의 두명이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두놈들 앞 테이블에는 모니터로 보이는 큰화면에 풍월관의 방안 모습이 모두 비추어 지고 있었다. 모니터 옆에는 전자 기기 여러대가 놓여 있는 구조로 마치 감시 카메라를 지켜 보는 방같은 구조였다.
짜작!
두명의 귀싸대기를 올려 붙여 깨웠다. 슬립 마법으로 잠든 자는 큰충격을 받으면 깨어난다. 두놈이 서서히 눈을 뜨며 볼이 얼얼했는지 쓰다듬고 있었다.
"잘 잤나?"
"...헉!"
벌떡.
"누,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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