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화. 대단원
341화.
백작과는 던전의 물건중 절반을 먼저 고른다고 합의를 봤다. 절반도 너무 적은 양이지만 양보를 한것이다.
"며칠만 기다려."
"찾을수 있겠나?"
"던전이 존재한다면 찾을수 있을꺼야."
백작은 일주일은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백작 일행에게 마을에서 묶게 할순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굉장히 불편해 할것이다. 애들이 공부하는 장소의 흙칠판을 치우고 그곳에 텐트를 쳐 주었다. 이곳까지 백작은 기사들과 함께 노숙을 하면서 찾아 왔다. 백작 작위에 있으면서도 천막도 치지 않고 야영을 했다는 것만으로 백작의 성격을 잘 알수 있었다. 화려한 텐트를 본 백작과 기사들은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었다. 지구의 텐트였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티택트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굳이 설명해 줄 생각은 없었다.
"영지 세금을 6할이나 받는다고?"
"그렇다네. 다른 영지에 비하면 적은 편이네."
"그럼 세금을 낸 영지민들은 뭘 먹고 살지? 남은 식량으로 근근히 입에 풀칠을 한다지만 입을 옷은 물론 평생 고기 구경도 못할게 아냐?"
백작과 술을 마시며 세금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이 대륙의 세금은 지구와는 비교할수도 없이 비싼 편이다. 세금을 거둘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 탓으로 영지민들은 세금때문에 먹고 살기도 힘든 지경이다. 가뭄이라도 드는 해에는 굶어 죽은 자들이 속축한다. 세금은 가뭄이 들더라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주들은 영지 직속 상단을 만들어 영지 특산물을 다른 영지로 팔러 다닌다. 영지 직속 상단은 다른 영지의 정보도 수집하는 역활을 수행한다.
"그럼 얼마나 적당할것 같나?"
"3할!"
"뭐라고? 3할이라니 말도 되지 않네."
너무 적은 세금에 백작이 펄쩍 뛰었다. 이 대륙에서 가장 적은 세금을 걷는 영지라고 해도 5할의 세금을 걷는다. 3할이라면 영주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큰영지라면 어떻게든 운영할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영지라면 기사 양성이나 병력도 제대로 유지할수 없게 될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말이 돼! 그리고 농노들에게 땅을 빌려 주는 식으로 농사를 짓게 하며 그들에게도 5할만 징수하고 나머지 5할은 농노 몫으로 떼어주어 일정액을 갚으면 농노에서 해방시켜 주는 한편 빌린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 싶다면 세금으로 4할만 받는다고 하면 지금의 몇배에 해당되는 세금을 징수할수 있을꺼야. 세금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지금보다 몇배는 더 열심히 농사를 지을꺼야. 지금까진 고생해서 농사를 지어 봐도 거의 모두 빼았겨 버리는데 농사일에 의욕이 나겠어? 그것을 바꾸어 봐. 백작도 놀라게 될꺼야. 자신의 돈이 생긴 사람들은 그 돈을 어떻게 하겠어? 영지의 상점에서 어떤 물건을 살게 아냐? 그러면 돈이 돌고 돌아 영지는 더욱 부유해 지고 영지민들의 충성심은 끝없이 올라 갈꺼야. 그런 영지를 지키기 위해 영지전이 벌어지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게 될테고 사기도 엄청나게 높을꺼야. 영지전에서 패하면 자신들의 영지가 사라진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을테니까. 영지가 사라지면 예전의 생활로 되돌아 가게 되겠지. 그런걸 영지민들이 원하겠어? 이미 풍족한 생활을 영위해 본 영지민들은 그런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죽을 힘을 다해 싸울꺼야."
하고 싶은 말은 다 해 주었다. 선택은 백작이 해야 한다. 아마 쉽지 않은 선택이 될것이다.
"음...고민해 보겠네."
"그럼 이렇게 해봐. 일단 농노들을 상대로 내가 말한대로 시행해 봐. 그들의 성과를 보고 판단하면 될꺼야."
"그렇군. 고맙네. 근데 말일세. 이 마을로 들어 오면서 밭에 나무들이 나란히 심어져 있던게 그건 뭔가?"
"지금 먹고 있는 안주가 열리는 나무야."
술 안주로 사쿠란보를 내 놓았다. 초창기에 심은 사쿠란보는 이미 7년생이 되었지만 열매는 한번도 맺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이 마을에서 사쿠란보를 공급한다는 말인가?"
"맞아. 말린 사쿠란보를 팔고 있어."
백작에게 사쿠란보는 정글 깊숙히 들어가서 따 온다는것을 말해 주었다.
"자넨 특이한 마법사군. 마법사가 그런 일을 자청해서 한다는건 듣도 보지도 못했네."
"마을 사람들이 불쌍해서 시작한 일이야. 앞으로도 이 마을에선 세금을 걷지마. 대신에 건사쿠란보를 백작성에 제공해 줄께."
백작에게 동의를 받아 냈다. 아침 식사로는 건사쿠란보가 듬뿍 들어간 식빵과 아공간에 있는 우유와 고기 수프를 준비했다. 백작도 건사쿠란보가 들어간 식빵은 먹어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럼 난 산맥으로 들어가 던전을 찾아 볼께."
산맥에는 수많은 봉우리가 있다. 노에스에게 부탁해 그런 봉우리 중턱을 돌아 다니며 던전을 찾아 보라고 했다. 여러곳으로 이동하면서 하루종일 찾은 끝에 노에스가 찾았다고 했다. 던전은 큰바위로 입구를 막아 놓은 상태였다. 이미 노에스가 안으로 들어 갔다가 나온 상태로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찾았나?"
"물론이야. 그런데 지도에 그려져 있는 위치와는 전혀 달라."
몇백년전의 지도다. 지형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하하하하, 고맙네. 정말 고맙네."
백작의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찾을수 있을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두 내 근처로 와."
다음날 아침 던전 입구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 가까이 오라고 했다. 영문도 모른채 다가온 백작과 기사들을 데리고 워프했다.
"음...대마도사셨군요."
"그냥 편히 말해."
"고, 고맙네."
백작이 워프 마법을 알아 본것이다. 기사들은 멍한 표정들이었다. 설마 워프까지 시전할수 있는 마법사일줄은 꿈에도 몰랐을것이다.
"저게 입구야."
큰바위 덩어리를 가르켰다.
"저걸 옮겨야 하나?"
"리버스 그래피티!"
두둥실.
큰바위가 그대로 공중으로 떠 올랐다. 그런 바위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워프를 경험했으면서도 백작이나 수행 기사들의 입이 쩍 벌어진 상태다.
쿵.
"음, 굉장하군."
집채만한 바위가 저절로 옮겨지는 광경은 경이로웠다. 바위가 있던 자리에는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채 아래쪽으로 내려 가는 계단이 있었다.
"들어 가자. 라이트!"
계단에는 발자국이 선명히 남을 정도로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트랩은 없는건가?"
던전에는 보통 던전을 보호하기 위해 트랩이 설치되어 있다. 이 던전에도 물론 설치되어 있지만 계단에는 없었다. 마법사 던전인만큼 모든 트랩은 마법진으로 구성되어 발동된다. 계단 아래에는 세갈래로 길이 갈라져 있다. 그런 길중 왼쪽 길로 접어 들었다. 백작도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따라 오기만 했다.
저벅저벅.
20미터쯤 전진했을때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정면에서 마나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멈춰! 트랩이다."
"어떤 트랩인가?"
"마법 트랩이야. 일단 마법진을 살펴 봐야 어떤것인지 알수 있어."
마법진은 마나석 가루로 그린후 마나석이 박혀 있어야 발동된다. 마나석 가루와 마나석에서 흘러 나오는 마나를 감지하고 일행을 멈춰 세운것이다. 가까이 접근하면 마법진이 자동으로 발동될것이다. 벽에 숨겨져 있는 마법진이지만 마나석 가루의 마나를 감지하며 어떤 마법진인지 조사를 했다. 조사한 결과는 파이어 볼 마법진이었다. 저 마법진 앞 2미터까지 접근하면 파이어 볼이 날아 오는 마법진을 벽 정면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파이어 볼 마법진이다. 저 벽 앞 2미르까지 접근하면 파이어 볼이 날아 온다. 실드 마법을 걸어 주겠다. 누가 가 볼래?"
직접 이들에게 트랩 마법진이 숨겨져 있다는걸 보여 주기 위해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기사 한명이 나섰다. 그런 기사가 2미터 지점에 한발을 넣었을때 마법진의 마나석에서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실드!"
후화악.
펑.
"어엇!"
"실드!"
시뻘건 파이어 볼이 기사에게 걸어준 실드에 부딪혀 폭발하자 화염이 일행이 있는 뒤쪽으로 쏟아져 나왔다. 급히 벽 전체에 실드 마법을 걸어 화염을 막아 버렸다. 화염이 사라진후 실드를 해제하고 기사에게 뒤로 물러 나라고 한후 매직 핸드를 펼쳐 마법진에 박혀 있는 마나석을 뽑아 버렸다. 그러자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벽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자."
던전 중심부로 이동하기 까지 총5번의 마법 트랩이 길을 막았다. 체인 라이트닝, 파이어 레인, 플레어. 기가 썬더 마법진을 모두 해제하고 마법진을 지워 버렸다. 던전 중심부는 몇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굳게 잠겨 있는 방문을 언락 마법으로 모두 열었다.
침실, 마법 연구실, 재료실, 서고였다. 침실 침대에는 백골이 누워 있었다. 마법 연구실의 일지에는 마법사는 7서클이라고 했다. 서고에는 많은 책이 있었다. 마법서는 7서클이 마법책도 있었다. 일단 모든 물건을 중앙 광장으로 옮기고 있을때 켄은 침실의 백골이 된 마법사의 시체를 묻어 주기 위해 침실 바닥을 파고 백골을 안장시킨후 묻어 주었다.
"자아, 고르게."
7서클 마법서와 마법서가 아닌 다른 책을 모두 선택했다. 마법 재료중에 만드라고라는 물론 포션도 많았지만 관심이 없었다.
"그것만으로 되나?"
"충분해. 심심할때 시간 때우기에 적당한 책이야."
"고맙네. 그런데 이 물건들을 어떻게 옮길지 걱정이군."
"음, 받아."
마법 주머니 한개를 던져 주었다.
"마, 마법 주머니인가?"
"선물이야."
"고, 고맙네."
백작이 어지간히도 놀란듯했다. 광장에 수북히 쌓인 물건이 모두 들어갈 정도의 마법 주머니라면 마차 5대정도가 정도가 들어갈 크기여야 한다. 그런 마법 주머니를 선물이라며 준것이다.
"자아, 그럼 이동하자."
목책 집으로 이동한 후 백작은 몇번이나 고마워 하며 산을 내려 갔다. 백작이 떠난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백작이 다시 찾아온건 1년후였다. 농노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에 놀라움을 표하고는 전면적으로 3할 세금을 영지민들에게도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행정관들이 필요하게 되었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마을 청년들은 행정일을 전혀 모르는데?"
"글을 알고 셈을 할줄 알면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네."
"그렇다고 내가 강제할순 없어. 스스로 원하는 자들이 있는지 물어 볼께."
마을 회의를 개최해 그런 취지를 설명하고 백작을 따라가 행정관으로 일해 보고 싶은 사람은 나서라고 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청년들중 그램이 나섰다. 보다 큰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며 가고 싶다고 했다. 다른 청년들은 모두 남겠다고 했다. 다음날 그램은 백작을 따라 갔다. 마을에서의 일은 모든게 순조로웠다.
이제 자신이 발 벗고 도와 주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었다. 이제 좀 쉬고 싶었다. 촌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 주고 이카리스 레어로 들어 갔다. 오랜만에 온 이카리스 레어는 여전히 변함없었다. 쌓인 먼지를 클린 마법으로 깨끗하게 청소한후 이카리스 레어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팔락.
'...음. 그렇군.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왜 진작 이런 사실이 떠오르지 못했는지 절로 화가 났다. 이카리스가 남겨 놓은 차원 이동에 관한 실험 일지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지구로 차원 이동하면 다른 평행 차원으로 갈라져 버린다. 그럼 똑같은 차원으로 이동할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지금까지는 차원 이동밖에 생각에 없었다. 지구가 있는 차원과 이곳의 차원이 정말 다를까? 그런 의문점에서 시작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결론에 도달한건 지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는 수백 수천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또한 한개의 은하에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만약 이 대륙과 지구가 있는 은하가 다른 곳이라면 어떻게 될까. 차원 이동, 즉 은하간 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은하와 은하를 가로 막고 있는 벽을 통과해 이동한 탓으로 지구가 있는 은하 전체가 평행 차원으로 변한건 아닐까.
이 가설이 맞다면 은하의 벽을 뚫지 않고 지구가 있는 은하계로 이동할수 있다면 평행 차원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었던 온전한 지구로 돌아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적인 지식이 짧은 탓으로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는 전혀 모른다. 이곳 레어에서 할일은 없다. 죽을때까지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는 소일거리밖에 없다.
지구로 어떤식으로 돌아갈지 연구를 하며 시간은 흘러 어느새 130세가 되었다. 아직 완전한 방법은 찾지 못한 상태다. 몇개의 가설만 정립해 놓은 상태지만 성공적으로 이동할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제 슬슬 마나가 흩어 질려고 했다. 몇년내로 모든 마나가 흩어질것이다. 이미 헤르난데스 영지도 다녀 왔다. 영지도 무사한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마나가 남아 있을때 물건 한개를 만들었다.
우우웅.
벌떼가 우는 것처럼 거대한 마법진이 가동되었다. 차원 이동 마법진이다. 마법진 공중에 생성된 검은 공간에 반지 한개를 던졌다. 이제 할일은 다 한 셈이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제멋대로의 삶이었다. 다시 태어 난다면 이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레어 중앙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서서히 마나가 흩어지고 있었다. 흩어지는 마나와 함께 몸도 서서히 부서지고 있었다. 고통은 전혀 없었다. 드래곤 하트를 보유하고 있는 탓으로 하트의 마나가 흩어지자 몸까지 흩어지는 것이다.
-완-
- 작가의말
부족한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새로운 소설인 ‘무한 환생’을 일반 작가란에 현재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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