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영화 배급(2)
200화.
"어서 오시게. 알프레드라고 하네."
"갓 핸드다."
이제 아메리카에선 갓 핸드라는 이름이 입에 익은 상태다.
"얘기는 들었네. 우선 자리에 앉아 어떤 영화인지 설명을 부탁하겠네."
크롬의 차를 타고 오면서 어떻게 영화를 설명할지 생각해 두었다.
"우선 이걸 한번 봐."
유튜브에 올려 놓은 C.R.엔젤의 최신 뮤직 비디오를 보여 주었다. 영화의 장면들이 등장하는 뮤직 비디오다. 물론 영화와 상관없이 C.R.엔젤들만이 포즈를 취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삽입되어 있었다.
"이 애들이 주인공이고 영화 화면을 배경으로 뮤직 비디오로 만든거야."
알프레드는 유튜브의 영상을 스마트 폰으로 한번 보고는 노트 북을 가져와 유튜뷰에 접속해 큰화면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음, 굉장하군."
여타 판타지 영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걸 어떻게 제작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CG로 묘사되어 있었다. 제작 기간은 물론 자금도 엄청나게 투자했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대작이 아무런 소문도 나지 않았다는게 이상했다. 전체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수준을 알수 있었다.
"전체 영상은 언제쯤 보여 주실수 있습니까?"
"지금 편집중이야."
"편집이 되지 않은것도 좋습니다. 당장 보여 주실수 있겠습니까?"
안달하는 알프레드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한국의 지천영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알프레드가 말해 준 메일 주소로 영어로 된 영화를 보내라고 했다. 아직 편집 도중이라고 했지만 상관없다며 이곳이 SIP 영화 배급 회사라고 말해 주며 보내라고 했다. 그런 켄의 말에 감독은 깜짝 놀라며 당장 보내겠다고 했다. 지천영 감독이 보내온 영화를 모두 감상한 알프레드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2부는 언제 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2부? 아직 1부도 개봉되지 않았는데 2부라니?"
"1부는 틀림없이 대박을 칠것입니다. 그러므로 2부도 빨리 제작에 착수하는게 좋을겁니다. 제작에 투입될 자금이 부족하다면 저희 회사에서 투자하겠습니다. 아니, 투자하게 해 주십시요."
알프레드는 영화 감상이 끝난후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1부로 끝난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보다 배급 계약이 먼저야."
"물론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책임지고 전세계에 배급하겠습니다. 당장 계약을 맺으시죠."
"난 책임자가 아냐. 잠깐만 기다려 봐."
KT 엔터테인먼트 이장식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이 대표! 지금 여긴 미국이야. 영화 배급 계약을 위해 왔는데 이 대표가 직접 계약을 해야 할것 같아서 전화를 넣었어."
- 아, 어디로 가면 되는지요?
"LA의 SIP라는 영화 배급 회사야. 그곳으로 와서 알프레드 CEO를 만나 계약해."
- 알겠습니다. 당장 날아 가겠습니다.
계약은 이 대표가 알아서 할것이다.
"저어, 이 영화의 CG는 어느 회사에서 제작한것입니까?"
"그건 왜?"
"CG 처리를 하지 않은것처럼 보이거든요. 무언가에 홀린듯한 수십만의 몬스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고 움직임 또한 자연스러우며 너무 생생합니다. 그 많은 몬스터들의 표정을 CG로 처리했다면 몇년이 걸릴지 상상도 되지 않고요."
역시 알프레드는 보는 관점이 달랐다.
"내가 다 처리한거야."
"옛? 이걸 모두 혼자서 CG 처리를 한것이란 말입니까?"
"비밀이다."
"비밀이라고요?"
마법진을 이용했다고는 말할수없었다.
"그럼 제작 기간은 얼마 정도입니까?"
"두달정도 걸렸을꺼야."
"예엣? 고작 두달? 이런 대작이 두달만에 완성을 했다고요? 믿기지 않는군요."
알프레드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이 정도의 대작이라면 아무리 촬영 기간을 적게 잡더라도 1년이상이 걸린다. 또한 CG 처리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3년정도는 걸릴거라고 생각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제작할수 있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영화를 제작할려고 합니다만 합작하는 형식으로 제작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미안. 그럴 시간은 없어."
어떻게 제작하는지 모든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알프레드는 몇번이나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계약은 이장식 대표에게 맡겨 두고 SIP를 나서 뉴욕의 집으로 이동해 다시 한국의 집으로 이동해 갔다.
*******
"사장님! 알아 냈습니다."
"누구냐?"
"C.R. 엔젤이라는 그룹과 연관된 남자라고 합니다. 막내 도련님이 말해 주었습니다."
천화 그룹 사장인 강창민은 되는 일이 없었다. 본사 건물의 악취 소동으로 큰타격을 받았다. 언제 소문이 돈것인지 매스컴에서도 주목받아 전국민에게 알려지게 된것이다. 아직도 악취는 제거하지 못한 상태로 어쩔수없이 다른 건물을 빌려 임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동생 둘은 여전히 병원 신세였다. 막내가 자신을 병원으로 보낸 자가 누군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둘째는 누구의 소행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막내를 끔찍이도 아끼던 둘째의 행동으로 볼때 막내의 복수를 해 줄려다가 오히려 당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놈을 잡아 와."
"저어,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입니다만 금진 그룹과 대흥 그룹, 그리고 천일 그룹과도 연관이 있었습니다. 그들 그룹의 회장들과 사장과 친밀한 관계로 드러났습니다."
"음...곤란하군."
뒷배가 단단한 놈이었다. 한개의 그룹과 연관이 있다면 어떻게 해 볼수 있겠지만 무려 3개의 그룹과 연관되어 있는 놈이라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된다.
"그놈과 연관있는 자들과 접속해 자리를 마련해."
"알겠습니다."
*******
한국으로 돌아와 쉬고 있을때 경동 시장의 청성 한약재 사장에게서 연락이 들어 왔다.
"무슨 일이야?"
- 취선님! 혹시 산삼을 캐 오실수 있겠습니까?
"산삼은 왜?"
- 의뢰가 들어 왔습니다. 50년 이상의 천종 산삼을 찾고 있습니다.
몸보신을 할려는지 아니면 치료를 할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산삼은 전번에 캐 놓은것을 보관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누구냐?"
"천화 그룹 사장님이십니다."
"천화 그룹?"
자신이 무너 뜨릴려고 하는 그 그룹이다. 강 실장이라는 놈과 막내라는 놈을 위해 사용할려는것 같았다. 그런 놈들을 위해 산삼을 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구입할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내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내가 지금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 다른 사람들을 알아 봐."
- 바쁘신데 귀찮게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시간 날때 한번 들럴께."
전화를 끊고 당장 천화 그룹 본사쪽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그곳은 폐쇄된 상태였다. 급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본사 건물이 악취 소동으로 폐쇄되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내용이었다. 악취를 풍기게 하는 마법진을 설치했지만 설마 그 정도로 악취가 심할줄은 몰랐다. 이사를 한 다른 건물에도 마법진을 설치할까 생각해 봤지만 두번이나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누구나 의심할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먼저 천화 그룹의 핵심 사업을 파악해 무너 뜨린후 헐값이 된 주식을 사 모을 생각이다.
이럴땐 인터넷이 편리했다. 검색을 하자 천화 그룹의 사업 내용을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주력은 건설이었다. 건설 회사가 그룹 이익의 60%나 차지하고 있었다. 해외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만 무너 뜨린다면 다른 사업도 연쇄 반응을 일으켜 무너지게 될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고층 건물을 건설하고 있었으며 브라질에 고속 도로도 건설하고 있었다. 두바이에 건설하고 있는 고층 건물은 무려 4억 3천만 달러, 카타르에 건설하고 있는 고속 도로는 5억 9천만 달러로 수주했다. 유독 중동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천일 건설이었다.
"중동으로 가야 하나?"
지금 한국은 겨울이다. 따뜻한(!?) 중동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을듯 싶었다. 슈퍼에 들러 몇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생수나 라면등 식료품이 대부분이었다. 다음날 가정부 아줌마에겐 또다시 외국에 며칠 출장 간다고 말해 두었다. 인천 공항에서 두바이까진 9시간 정도 걸린다. 이번에도 두바이행 비행기에 몰래 숨어 타고 갈 계획이다. 하지만 두바이행은 다음으로 미룰수 밖에 없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C.R.엔젤의 월미에게 준 반지에서 긴급 신호가 들어 왔기 때문이다.
"에이 씨...또 언놈이야?"
좌표가 고정되길 기다리며 화를 삭이고 있을때 이번엔 좌표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었다.
"워프!"
몸을 감춘채 좌표대로 이동해 갔다. 누가 또 협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번의 맥심파 놈들처럼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켄이 이동한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에는 C.R.엔젤들과 매니저인 김상남과 중년의 남자만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옆테이블엔 역시 중년의 남자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말이 다르잖아요. 저희들은 광고 계약을 해준다고 해서 따라 온거란 말이에요."
월미가 맞은편 테이블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중년의 남자에게 쏘아 붙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중년의 남자는 표정 한번 변하지 않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제로 끌고 올수 밖에 없었겠지. 너희들도 그런건 원하지 않을테고 해서 이렇게 밖에 자리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너희들을 도와 주고 있는 남자에게 연락해서 보자고 해."
"만나서 뭐 하게요?"
"물어 볼 말이 있어서다."
저 중년의 남자가 C.R.엔젤들을 속여 이곳에서 만나고 있는것 같았다. 목적은 켄을 만나는 것이었다.
"물어 볼 말이 뭐지?"
벌떡.
와장창.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등장한 켄을 보고는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탓으로 테이블이 허벅지에 걸려 들썩거리자 커피잔이 요동치며 테이블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아! 오셨어요."
"그래."
뒤를 돌아다 보는 C.R. 엔젤들의 표정도 놀란 기색이 드러나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홀연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만 가 봐라."
"알겠어요. 나중에 전화 할께요."
C.R.엔젤들이 레스토랑을 나가자 중년인의 맞은편 자리에 걸터 앉은 켄은 아직도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옆테이블의 중년인에게 한마디해 주었다.
"앉아! 임마! 고개 아프잖아."
"맥심파 애들은 어디에 있나?"
"맥심파? 아, 그 놈들...저곳에 있을껄?"
레스토랑 천장을 올려다 보며 집게 손가락을 윗쪽으로 뻗어 보였다. 하늘에 있다는 의미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차린 중년인이 두주먹을 불끈 쥐고는 화를 내며 한발을 내딛었다.
"뭐라고?"
"진정하게."
얼굴이 붉어진채 중년인이 다가 올려고 하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제지하곤 켄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나? 내 이름을 물어 보기 전에 초대를 했으면 자기 소개를 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크흠, 천화 그룹 사장인 강창민이네."
"취선이다. 그런데 무슨일로 보자고 한거냐?"
어차피 천화 그룹은 무너 뜨릴 생각이다. 그런 그룹의 사장인 이 놈과는 길게 대화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놈이 C.R.엔젤들을 납치해 무슨 일을 저지를수도 있었다. 이 일에는 C.R.엔젤과는 연관이 없다는걸 알려 주어야 그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자네가 내 동생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장본인인가?"
"죽일려고 하다가 많이 참은거다."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죽인다는 말이 나오자 강 사장은 조금 놀란듯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럼 맥심파 애들도 자네가 처리한건가?"
"그놈들? 한주먹거리도 않되든데. 너무 약해 빠져서 몸도 풀지 못했어."
"...음."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에 강창민은 절로 신음이 베어 나왔다.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모두 털어 놓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이런 자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는 자와 구라를 치는 놈으로 구분할수 있다. 눈앞의 이 청년은 구라는 아니었다. 자신감이었다. 이런 자를 과연 옆의 고 부장이 처리할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었다.
맥심파 녀석들 20여명을 혼자서 처리하고도 너무 약하다고 호언장담하는 놈이었다. 고 부장이라면 조직원 20명을 혼자서 처리할수 있을까. 무리였다. 아무리 날고 기는 녀석이라도 혼자서는 절대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꼬리를 말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 부장에게 부하를 부르라고 눈짓을 할려는 순간 전화가 울렸다. 아버님에게서였다.
"잠깐 실례하겠네."
강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 강 사장이 자리에서 멀어지자 아직도 일어서 있던 중년인이 켄을 노려 보면서 울분을 참고 있었다.
"덤비고 싶으면 덤벼. 개새끼마냥 주인의 말에 꼬릴 말지 말고 남자답게 덤벼."
일부러 도발을 했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중년인은 그런 도발에도 잘도 참고 있었다.
"에이, 시팔! 잼 없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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