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벤츠 도난 사고(2)
175화.
"저, 전 모르는 일입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요. 사장님을 불러 올테니까요."
젊은 청년은 급히 사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정말 저 부품들이 아저씨 벤츠 부품들이에요?"
"그래. 틀림없어. 그럼 제 아우디도 저 부품속에 있다는 것이죠?"
"그럴꺼다."
한참동안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는 젊은 놈을 만나러 사무실로 걸어 갈려고 할때 한대의 자동차가 센터 안으로 들어 서고 있었다. 세명의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차에서 내려 곧바로 켄이 있는 곳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 왔다.
"어이! 형씨? 이곳에서 깽판을 치면 되나? 영업 방해야."
껄렁거리며 협박하는 투가 어느 조직에 속해있는 놈들같았다. 그런 이들에게 겁을 먹었는지 소라와 민정이는 켄의 뒤에 숨어 어쩔줄을 몰라했다.
"이 정비 센터가 너희들 공장이냐?"
"공장?"
"훔친 차를 해체하는 공장을 말하는거다."
"이 새끼가! 우리들이 네 친구냐? 말이 짧아?"
이들의 행동으로 확신할수 있었다. 현장을 들킨 정비 센터의 젊은 수리 기사놈이 이들을 급히 부른것이다.
"너희들은 차 안으로 들어가 있어."
소라와 민정이를 차 안으로 들어 가게했다. 떨리는 발걸음으로 차로 갈려고 하는 둘을 놈들이 막아섰다.
"아가씨들? 어딜 갈려고? 삼삼한게 끌리네. 오늘밤 진하게 놀자."
상종하지 못할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은 반쯤 죽여 놔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다.
"블라인드!"
"어어? 뭐야?"
"갑자기 왜 밤이 된거냐?"
"어허헉!"
놈들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주변을 암흑으로 만들어 버리는 블라인드 마법을 놈들 눈앞에 펼쳐 놓은 것이다.
"너희들은 빨리 차안으로 들어가."
"아, 아저씨는요?"
"걱정 말고 가!"
소라와 민정이는 후다닥 차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무릎을 꿇을래 아니면 평생 장님으로 살래?"
놈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소라와 민정이가 차안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만약 저 둘과 같이 오지 않았다면 이놈들은 이미 바닥과 키스를 하고 있었을것이다.
"뭐? 그럼 이건 네놈이..."
"저, 정말 네놈짓이냐?"
"말도 않돼."
놈들은 믿지 않는듯했다. 누구라도 믿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놈들이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었다.
"숫자를 딱 세번 헤아리겠다. 세번안에 꿇지 않으면 너희들은 평생 장님 신세가 될것이다. 하~나! 두~울! 세~에..."
"사, 살려 주십시요."
"형님! 이걸 어떻게 좀..."
"제발..."
놈들은 셋을 다 헤아리기 전에 무너져 내렸다. 더이상 버틸수가 없는 것이었다. 평생 장님으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몸 어느 한곳이 불편한 장애인으로 살지 온전한 몸으로 장님으로 살지 선택을 하라고 하면 누구나 장애인을 선택할것이다. 그만큼 장님 신세는 공포스러운 일이다.
"너~!"
까닥까닥.
사무실 창문으로 눈을 내민채 이쪽 상황을 살피고 있는 정비 센터 수리 기사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여 불렀다. 켄과 눈이 마주친 수리 기사놈은 화들짝 놀라며 창문 아래로 숨어 들었지만 주춤주춤 밖으로 나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부른 사람들이 장님 신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정비! 네놈이 이곳에서 벤츠와 아우디를 해체했지?"
"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진짭니다. 하라는대로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리 기사놈은 애원을 했다. 자신은 해체만 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훔친 놈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누가 훔치는 역활이냐?"
"그건 전 모릅니다. 형님들이 알고 있을겁니다."
수리 기사 놈은 장님 신세로 무릎을 굻고 있는 자들을 바라 보며 형님이라고 불렀다.
"장님 세놈! 너희들이 벤츠와 아우디를 훔쳐온거냐?"
"그, 그게..."
"제대로 말할 생각이 없는가 보군. 네놈은 평생 장님 신세다."
"제발 살려 주십시요. 말하겠습니다. 저희들이 훔친겁니다."
세놈 모두에게 물어 봤지만 입을 모아 자신들 세명이 한짓이라고 실토했다.
"왜 훔쳤냐?"
"도, 돈이 필요해서요."
"상납을 해야 하기에..."
상납이라는 말은 조직에서 주로 사용한다. 한국 조직은 유흥가나 이권에 개입해 돈을 뜯어 내거나 주점을 직접 경영하면서 조직을 유지하는걸로 알고 있었다. 조직원들이 윗선으로 상납하는 건 예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상납을 한다고 했다.
"너희 조직에 대해 말해봐?"
"저희들은 망둥이파로 3년전에 상대 조직에게 패해 변두리로 밀려나 조직 운영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원들이 상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은 전라도 순천의 변두리 지역으로 광주에서 밀려 났다고 했다. 원래 조직은 이런식으로 변두리 지역으로 밀려 나면 해체되는 수순을 밟지만 이들은 의리로 뭉쳐있어서 다른 일을 하면서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밀고 밀리는게 조직의 운명이다. 그런 조직들도 힘만 갖추고 있다고 해서 잘 운영되는게 아니다. 다른 조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머리를 쓰는 놈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 놈이 없다면 머릴 쓰는 놈을 고용해야 했다. 그러기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자금이 풍부한 조직이 오래 살아 남고 도태되지 않는다. 한번 밀린 조직은 좀처럼 원래 자리를 찾지 못한다. 조직원들이 제살길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놈들이라곤 의리로 뭉친 놈들뿐이지만 그들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 생활을 하게되면 하나둘씩 조직을 떠나게 되면서 해체의 수순을 밟게된다.
"모두 몇놈이냐?"
"9명입니다."
의리로 뭉친 놈들이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많아봐야 5명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럼 이제 네놈들이 훔쳐와 해체한 벤츠와 아우디는 어떻게 변상할꺼냐?"
"그, 그게...시간을 좀 주십시요. 다친 애들이 완쾌되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다친 애들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 애들을 돌보기위해 원래는 하지 않는 일까지 손을 대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의리는 있는 놈들이었다. 조직원들이 자금을 마련해 상납하면 부상당한 조직원들을 위해 보스가 사용한다고 했다. 3명이 부상 당한 상태로 큰형님을 제외한 건강한 5명이 자금 마련에 동원되어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놈들의 말을 들은 켄은 일단 놈들에게 시전한 블라인드 마법을 해제시켜 주었다.
"아! 보인다. 보여~!"
"조용히 해."
버럭 소리를 지른 켄은 눈물까지 글썽이는 놈들에게 오늘밤 10시에 다시 이곳으로 찾아 온다고 말해 놓았다. 도주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도주하라고 했다. 놈들에게는 이미 추적 마법을 걸어 놓은 상태다. 지구를 벗어 나지 않는 이상 전세계 어디로 도주를 하더라도 절대로 벗어 날수 없다.
"가자."
"어, 어떻게 된거죠?"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소라와 황정민이 있는 차로 돌아온 켄에게 둘이 입을 모아 질문을 했다.
"없던 일로 해라. 다 사정이 있는 놈들이었다. 네 차는 내가 사 줄께."
"예엣? 아저씨가 사 준다고요?"
"그래. 산삼 한두뿌리만 팔면 그 정도쯤은 사 줄수 있다."
서울로 곧바로 향했다. 소라와 정민이도 서울에 살고 있었다. 경동 시장으로 가라고 한 켄은 청성 한약재상으로 향했다. 청성 한약재는 처음 경동 시장에 들렀을때 하수오에 독이 묻어 있다는것을 알려준 가게였다.
"어서 오십시요."
가게 안으로 들어 서자 곧바로 주인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일은 잘 해결됐나?"
"예! 검사를 해본 결과 농약이 검출되었습니다.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그런짓을 한것같습니다. 그런데 가신 일은 잘 되었습니까?"
"그래. 옆집 가게 주인을 불러와."
"그런데 이 아가씨들은 누구인지요?"
"일행이다."
소라와 정민이도 가게 안으로 따라 왔다. 잠시후 옆집 가게 주인도 반갑게 켄을 맞이해 주었다.
"약초는 좀 캐셨습니까?"
"그래. 큰상자가 있으면 가져 와. 많이 가져 와라."
넓직한 나무 상자를 3개나 들고온 주인에게 잠시 안쪽에서 약초를 꺼내 들고 온다고 말해 주었다. 이곳에서 약초를 꺼내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지켜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산삼 열두뿌리가 담긴 나무 상자를 들고 나오자 깜짝 놀란 약재상 주인들이 후다닥 달려 와서는 입을 쩍 벌리고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이건 산삼!"
"사, 산삼 군락지를 발견한 것이군요."
"안쪽에 있는 것들도 들고 와라."
서둘러 안쪽으로 들어간 주인장이 꺼내 놓은 약초들을 보고 놀란듯했다.
"이, 이건...정선아! 도와줘."
옆집 가게 주인 이름이 정선인것 같았다. 급히 안쪽으로 달려간 정선이라는 자도 놀란듯했다.
"이, 이렇게 많다니...그리고 이건 하수오?"
가게안에 테이블이 없는 탓으로 중앙 바닥에 3개의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한곳에는 산삼 열두뿌리가 차곡히 쌓여 있었고 다른 한개에는 하수오가 높게 쌓여 있었다. 나머지 한개에는 약초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광경에 지켜 보고 있던 이들의 입이 절로 벌어져 있었다.
"살펴 봐도 되겠습니까?"
"감정해 봐."
두 가게 주인들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산삼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무 상자에 쌓여 있는 산삼을 신문지위에 한뿌리씩 올려 놓고는 감정을 시작했다.
"모, 모두 천종 산삼입니다. 이건 100년생이고 다른것은 8, 90년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방금 캔것처럼 잎사귀도 싱싱한겁니까?"
"......"
"이 산삼들은 경매를 하면 적어도 2~3천만원은 받을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100년생은 1억정도를 받을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공간에 보관했다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말해 줄수 없는 일이다. 어째든 두 가게 주인이 서로 입을 모아 일치한 평가를 해 주었다.
"그리고 이 하수오는 무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납니다. 현시세로 100g에 5만원정도 합니다. 그리고 이 큰것은 더 많이 받을수 있을 겁니다."
하수오 중에서도 유난히 큰것이 있었다.
"다른 약초들은 종류가 너무 많아 감정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알아서 천천히 해. 그리고 소라, 네 아우디 자동차 살돈은 현금으로 줄까, 아니면 산삼으로 줄까?"
"음...산삼으로 주세요. 그리고 아버지를 살펴봐 주신다는 약속도 추가고요."
"알았다. 당장 가자."
100년생 산삼을 포함한 세뿌리와 하수오 여섯 뿌리를 켄이 챙기고 산삼 한뿌리는 정민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통이 큰 켄이었다. 나머지는 두 가게 주인에게 알아서 팔아 놓으라고 말해 놓았다. 정민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소라집으로 향했다. 소라는 이미 집에 전화를 해 두었다고 했다. 어느새 저녁시간대였다. 소라집은 금진 그룹 회장집과 비교 될 정도로 컸다. 집만 보고도 소라집이 부자라는걸 알수 있었다.
"엄마! 나 왔어."
"잘 다녀 왔니? 손님을 데리고 왔다고?"
"응! 기공 치료사분이셔."
"어서 오세요. 소라 엄마에요."
소라뒤에 있는 켄을 슬쩍 본 소라 어머니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듯한 얼굴이었다. 기공 치료사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워낙 사이비들이 많아서 믿지 않는것이다.
"취선이다."
"예?"
젊은 사람이 대뜸 반말로 응대하자 소라 어머니는 잠시 멘붕 상태에 빠진듯했다. 멘붕은 여진아에게서 들은 말이다.
"엄마! 정신 차려."
"아, 그, 그래...취선이시라고요?"
"남들이 그렇게 부러더군."
"일단 들어 오세요. 남편은 잠시후에 돌아 올꺼에요."
아무런 꺼리낌없이 현관을 들어선 켄은 거대한 거실의 소파에 걸터 앉았다. 일반인이 이런 큰집에 들어 오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 켄의 행동을 지켜 보던 소라 어머니는 저 청년이 평범한 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엄마! 이거."
"이게 뭐니?"
"깜짝 놀랄거야."
소라는 큰 나무 상자를 건네 주며 상자를 열어 보면 깜짝 놀랄 엄마의 얼굴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 이게 뭐니?"
"산삼이야. 그것도 천종 산삼! 지리산에서 캔거야."
"이게 산삼이라고?"
"응, 취선 아저씨가 직접 캔거야."
소라 어머니는 산삼을 처음 보는듯했다.
"이거 한뿌리에 몇천만원은 한데."
"정말이니?"
"응, 취선 아저씨가 준거야."
"이렇게 귀한 걸 어떻게 선물로 다...고마워요."
소라 어머니가 켄에게 고마워했다. 너무 귀한 물건을 받은것이다. 차 한잔을 마시고 있을때 소라 아버지가 돌아 왔다.
"반갑네. 정윤찬이라고 하네."
"취선이다."
"취선?"
"남들이 그렇게 불러."
소라 아버지인 정윤찬은 거듭되는 켄의 반말에 인상을 구겼다. 처음보는 자신 앞에서 이렇게 반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 소라 아버지의 표정을 본 켄은 한마디 해 주었다.
"난 금진 그룹 여 회장이나 대흥 그룹 이 회장에게도 반말을 해."
"정말인가? 자네가 금진과 대흥 그룹 회장들을 알고 있다고?"
"믿지 못하겠다면 전화해 봐. 바로 알수 있을꺼야."
소라 아버지는 천일 그룹 사장이었다. 그룹 회장은 장인인 김영수라는걸 나중에 알았다. 천일 그룹은 재계 순위 55위정도라고 했다. 금진이 43위. 대흥이 32위다. 그런것을 소라 아버지가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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