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망둥이파(2)
177화.
깜깜한 곳의 폐가안에서 들려 온 말에 모두를 기절할 정도로 놀라며 급히 뒤돌아 보자 그분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폐가안에서 나타날수 있는지 생각조차 못한 이들은 모두 귀신에 홀린듯한 표정들이었다.
"놈들을 모두 꺼내라."
트렁트 안에서 폐가안으로 끌고 온 습격한 놈들 9명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었다.
"모두 깨워."
짝짝.
귀싸대기를 올려 붙이자 한두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놈들은 누구냐?"
"상어파 놈들입니다."
"상어파?"
상어파는 망둥이파를 밀어 내고 구역을 차지한 놈들이라고 했다. 망둥이파 조직원이 50명에 달할 정도로 큰조직이었던것에 비해 상어파 조직원은 20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조직 놈들이 어느날 갑자기 선전 포고를 해 왔다. 쪽수에서 밀리는 놈들이 무슨 배짱으로 전쟁을 하자는것인지는 모르지만 싸우고 있을때 경찰이 들이 닥쳤다. 자신을 비롯한 부하 몇몇이 급히 탈출을 했지만 다른 조직원들은 총을 들이 밀고 협박하는 경찰에 모조리 잡힐수 밖에 없었다.
상어파 놈들도 모조리 연행되어 갔다. 하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상어파 놈들은 모두 풀려 났다. 자신의 부하들만 잡혀 들어 간것이다. 나중에 안것이지만 경찰과 상어파는 한패였던 것이다. 경찰은 물론 상어파 놈들까지 자신의 구역을 들쑤기고 다녔다. 상어파 놈들과 충돌도 몇번 있었다. 그때 다친 녀석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놈들이었다. 경찰손에 몇몇 녀석들이 또다시 잡혀 들어 가자 더이상 광주에서 버티지 못하고 순천으로 피할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은밀히 상어파를 조사해 보았다. 상어파 두목인 상달이는 새로 부임한 광주 광역시 서부 경찰서 서장의 외조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뒷배가 든든해진 상달이가 자신의 조직을 경찰을 이용해 집어 먹고는 지금은 광주 전체를 통일할 기세로 설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일년안에 광주는 상달이의 상어파가 장악하게 될것이다. 어느 조직도 경찰에 대항할순 없다. 새로 부임한 서부 경찰 서장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일은 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서장이 부임하면 항상 외치는게 '치안 유지에 만반을 기한다.'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할려고 한다.
"경찰 서장이 뒤에 있다고?"
완전한 유착 관계다.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한개의 조직이 전체를 통일하는게 관리하기에는 편하다. 여러 조직이 난립되어 있는 상태라면 조직간의 싸움도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통일된 한개의 조직이라면 조직 보스만 잘 다독이면 치안이 유지되는 것이다.
"넌 누구냐?"
"응?"
도주하다 전격 마법에 당해 기절했었던 놈이 정신이 들었는지 질문을 해왔다.
퍽.
"컥!"
"네놈이 지금 질문할 입장이냐?"
엉거주춤 앉아 있는 놈의 턱을 올려차 버렸다.
"네놈들은 상어파에서 온 놈들이냐?"
"......"
"그래.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
사일런스 마법을 주변에 펼쳐 놓고 턱을 매만지고 있는 놈을 향해 오른손가락 들어 올렸다.
퍽!
"크악!"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놈은 오른쪽 어깨를 감싸 앉았다. 놈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으으..."
"다음에는 머리통을 날려 주마. 상어파 놈들이냐?"
"그, 그렇습니다."
이제야 놈이 고분고분해 졌다. 말로 할때 재깍 대답을 했더라면 어깨를 관통당하지도 않았을것이다.
"습격한 이유는 뭐냐?"
"망둥이파 잔당들을 모조리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상달인가 하는 놈이 그렇게 지시한거냐?"
"그렇습니다."
외곽으로 밀려난 놈들까지 처리해 후환을 남겨 두지 않을 생각인것 같았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 가는 놈이다. 어슬퍼게 놓아 두면 언젠가 힘을 길러 대항해 올지도 모른다. 경찰 서장이라는 놈도 평생 이곳에서 근무하진 않을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 뒷배가 사라지는 것이다.
"저, 저희들을 어쩔 생각이십니까?"
"죽인다. 날 습격한 놈들은 뿌리채 뽑아 버린다."
"예엣?"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다는 말에 무릎을 꿇고 있는 상어파 놈들이나 숨을 죽이며 지켜 보고 있던 망둥이파 놈들까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란 표정들이었다.
"감히 날 습격한 놈들을 내가 살려 둘 이유가 있으면 말해 봐."
"그, 그건 실수였습니다. 형님이 그 차에 타고 있었던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네 형님이냐? 실수든 말든 습격을 받은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용서받을 일이 아니다. 죽은 사람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응당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너희들은 모두 차로 돌아 가라."
폐가안에서 망둥이파 녀석들이 일제히 바깥의 차안으로 돌아 갔다. 그러자 상어파 놈들이 서로 눈짓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서로 교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앞의 이 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이렇게 잔인한 자는 처음이다. 조폭들도 이 자처럼 잔인하진 않다. 이대로 있으면 목이 잘려 버린다고 판단한 상어파 놈들이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흩어져 똥줄이 빠져라 달려 가는 놈들을 향해 켄이 마법을 펼쳤다.
"그래피티!"
"컥!"
"커억!"
몸 전체를 찍어 누르는 압력에 달려 가든 놈들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중력 마법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데 방법이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파이어 볼!"
퍼퍼퍼퍼펑.
작은 불덩어리 9개가 일제히 신음하고 있는 놈들에게로 쏘아져 가 몸에 달라 붙었다.
활활.
"크아아아아!"
"사, 살려줘어어어!"
"으아아아아아!"
연이은 비명 소리에 폐가가 들썩이고 있었지만 외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수가 없다. 잠시후 뼈 한조각도 남기지 못한채 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닥에 그을린 자국만이 9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 자국도 노에스에게 부탁해 완전히 지워 버렸다.
저벅저벅.
사일런스 마법을 해제하고 폐가 밖으로 나오자 차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던 망둥이파 놈들이 급히 머리를 차안으로 집어 넣어며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비명 소리를 들은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파이어 볼 불덩어리도 봤을것이다.
"상어파 놈들 본거지로 가자."
"알겠습니다. 출발해."
이들은 켄이 무슨 일을 할려는지 어느 정도 알수 있었다. 상어파는 오늘로 끝장일것이다.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굉장한 사람이었다.
"저어, 형님! 이대로 가면 않될것 같은데요. 유리창이 모두 깨져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지금도 달려 가는 중에 바람이 차안으로 술술 들어 오고 있었다. 아무리 여름철 밤이라지만 이렇게 사방을 활짝 열어 놓은채 달려 가는 차량은 쉽게 찾아 볼수 없을것이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게 될것이 틀림없었다.
"정비 센터로 가자. 그곳에서 다른 차를 타고...음..."
큰형님이라는 놈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는지 말을 멈추었다. 정비 센터에는 머리가 잘린 놈들이 늘부러져 있다는 것을 떠올린것이다.
"정비 센터로 가."
"아, 알겠습니다."
큰형님인 망둥이는 조수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부하에게 정비 센터로 향하게 했다. 뒷좌석에는 켄이 앉아 있었다. 정비 센터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에 주변을 둘러 보며 의아해 하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이나 머리통이 잘린 놈들은 물론 흥근했었던 피까지 모조리 사라져 버린것이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슬쩍 켄을 바라 본 이들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두려웠던것이다.
"저어, 누구시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취선이다."
"취선님! 곧장 상어파 놈들에게로 향해 놈들을 족치더라도 경찰이 들이 닥칠겁니다."
"경찰? 상관없어. 가자! 아, 서장이라는 놈이 살고 있는 집을 알고 있으면 그쪽으로 먼저 가자."
서장 놈을 먼저 죽여 버릴 생각이다. 상어파 놈들을 족친다면 나중에 범인을 찾는다고 서장 놈이 설치고 다닐것이다. 서장놈이 부임해 오지 않았다면 상어파 놈들이 날뛰지도 않았을것이고 그럼 망둥이파 놈들이 외곽으로 밀려 자금 마련을 위해 벤츠를 훔치지도 않았을것이다.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원흉은 서장놈이었다.
"마스크와 모자 한개를 구해 와라."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할 물건이 있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다. 승합차 한대에 9명이 타고 도로를 질주했다. 망둥이파 놈들은 켄이 두려운지 눈조차 마주 칠려고 하지 않았다.
"저 아파트 801호실입니다. 전에 서장을 조사할때 알아 낸것입니다."
"너희들은 상어파 본거지가 보이는 곳에서 대기해."
켄이 내리자 군말없이 승합차는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말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 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식으로 찾아 내는지는 모르지만 폐가에도 찾아 왔었다.
"인비저빌리티! 플라이!"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 갈 필요도 없었다. 이럴때에 마법이 정말 편리했다. 서장놈의 얼굴과 이름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8층 베란다로 날아간 켄은 창문을 블링크 마법으로 통과해 거실로 들어 갔다. 이 아파트에는 3개의 방에 4명이 자고 있었다.
"슬립!"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문도 모두 매직 핸드를 사용해 열었다. 방을 일일이 확인해 서장놈을 찾아 다녔다. 서장은 부인으로 짐작되는 중년의 여인과 함께 자고 있었다.
"사일런스! 홀드!"
짝!
곤히 자고 있는 서장놈의 귀싸대기를 올려 붙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얼얼한 볼을 매만지며 서장놈이 깨어났다. 서부 경찰서 서장인 김영재는 갑작스런 충격에 깨어 났지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침대에서 일어 날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수 없는 몸을 느끼고는 가위에 눌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는 어두운 방안을 올려다 보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려고 해도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아직도 가위에 눌린 상황이라고 생각했을때였다. 마누라밖에 없는 방안에서 전혀 생소한 목소리가 들려 온것이다.
"서부 경찰서 서장인 김영재냐?"
"누, 누구냐?"
어떻게 침입을 했는지 방안에 누군가 들어 온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것이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 온게 분명했다. 이런 한밤중에 몰래 찾아 올 정도라면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찰 일을 하면서 원한을 살만한 일도 많이 했다. 고개를 돌려 누군지 확인할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이 너무 답답했다.
"묻는 말에만 답하라. 네가 김영재냐?"
"그, 그렇다. 누구냐?"
일부러 큰소리로 대답했다. 마누라가 깨어 나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놈의 마누라는 밤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코를 골며 잠에 푹 빠져 있었다.
"상어파를 알고 있지?"
상어파라는 말에 너무 놀라 덜컥 심장이 덜컥 멈춘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원한이 있는 자가 침입한것이다.
"이미 다 알고 왔다. 네놈이 한짓을 알고 있겠지? 죽어 줘야겠다."
"자, 잠깐만..."
"라이트닝!"
"컥!"
심장에 전격 마법을 선사해 주었다. 홀드로 묶여 꼼짝도 못하는 서장 놈이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외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잠을 자듯 축 늘어졌다. 조용히 서장집을 빠져 나온 켄은 추적 마법의 흔적을 쫒아 망둥이파 놈들이 있는 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이미 밤 1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으슥한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는 승합차 앞으로 켄이 걸어 가자 안에 있던 놈들이 놀란듯했다.
"일은 잘 해결되었습니까?"
"그래. 상어파 본거지가 어디냐?"
"저거 보이는 클럽입니다."
쥴라탄이라는 이름의 나이트 클럽이었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이트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저곳은 몇시에 문을 닫냐?"
"4시입니다."
새벽 4시면 거의 밤을 새는 것이다. 4시까지 질퍽하게 놀고 해장 한그릇하면 딱 맞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까지 기다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클럽을 향해 천천히 걸어 갔다. 클럽은 도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도로를 건너면서 큰나무가 있는 곳에서 투명 마법을 펼쳤다. 승합차에서 지켜 보고 있는 망둥이파 놈들은 깜짝 놀랄것이다. 갑자기 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몸을 숨긴채 클럽안으로 들어간 켄은 음향 조종실, 즉 DJ가 있는 곳을 찾았다. 시끄러운 음악과 현란하게 몸을 흔들고 있는 젊은 놈들을 구경하며 스테이지 왼쪽에 위치한 검은색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음향 조종실이 어딘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무턱대고 스테이지 뒤로 향한 켄은 스테이지로 올라가는 계단만 보일뿐 찾고 있던 것은 전혀 보이지 않자 이래서는 않되겠다 싶어 스테이지 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전선을 뽑아 버렸다. 그러자 클럽에 흐르던 음악이 끊기며 손님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하는김에 다른 전선도 뽑아 버렸다.
"꺄아악!"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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